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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53화
PAYLUA ORIGINAL · 제53화

53화. 딸의 이름으로 도착한 정답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4,681자

오프라인 책장
종이 세 개라는 말이 나오자 토비는 제일 먼저 천장을 봤다. “하나는 위에 있고, 하나는 옆에 숨겼고, 하나는…….” “종탑 밖에서 찾으시면 안 됩니다.” 나엘이 서랍에서 분리 승인서를 꺼내며 말했다. “제2문의 종이란 실제 금속을 뜻할 수도 있지만, 각기 다른 발송 절차를 뜻하는 오래된 말이에요.” “아, 그렇군요.” 토비는 조금 실망했다. “진짜 종이 세 개면 하나씩 닦아 볼 생각이었는데.” 벤이 어깨를 으쓱했다. “역시 농부는 장비를 보면 일단 손질하려 드는군.” “손질을 안 하면 녹슬어요.” 나엘이 세 장의 도면을 펼쳤다. 첫째 종은 수신자가 직접 예약한 편지, 둘째 종은 긴급 경고, 셋째 종은 태어나지 않았거나 아직 답할 수 없는 사람에게 미리 발송하는 보호 명목의 신탁이었다. 오래전에 이 셋을 하나로 묶을 때 '행정 단순화'라는 기록만 남았다. “그리고 그 뒤로 보호 축복을 신청하면 자꾸 인생 전체가 정해졌어요.” 세아가 말했다. 그 말에 나엘이 시선을 들었다. “그걸 알고 있었습니까?” “모르겠어요. 저는 제가 언제부터 그런 축복을 받았는지조차 몰랐어요.” 세아의 손안에서 어머니의 문의 번호가 조용히 빛났다. 문의 서식은 오래되어 글자가 닳아 있었다. 피엘은 그것을 받으려 손을 내밀었다가 멈췄다. “지금 이 기록을 열람하고 싶으십니까? 그 안에 개인적인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보고 싶어요.” 세아가 말했다. “하지만 모두가 다 볼 필요는 없어요.” 피엘은 나엘에게 개인 열람실을 요청했다. 벤과 토비는 복도에 남기로 했다. 오스벨은 관측 기록을 확인하러 다른 창구로 갔다. 세아는 피엘이 자신의 기록을 적기 전에 먼저 물을 것이라고 약속받고 작은 방에 들어갔다. 열람실은 좁고 따뜻했다. 벽에 걸린 시계는 초침이 없었다. 급하지 않은 질문을 다루는 방에서는 시간을 재지 않는다는 오래된 관습 때문이었다. 나엘이 문의 번호를 입력했다. [문의자: 리네.] [관계: 세아의 어머니.] [신청 내용: 내 딸에게 발송된 축복의 원본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미처리 사유: 보호자의 이의는 수신인 본인 확인 이후에만 처리.] 세아는 '리네'라는 이름을 손끝으로 만졌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이 번호를 가지고 계셨어요. 저한테 무슨 일이 있는지 꼭 확인하겠다고요. 저는 그 말을 그냥 걱정이라고 생각했어요.” “말씀하기 어렵다면 여기서 멈춰도 됩니다.” 피엘이 말했다. 세아는 고개를 저었다. “계속 볼래요. 이번엔 어머니가 뭘 물었는지 알아야겠어요.” 세아는 열람실 안쪽을 천천히 둘러봤다. 벽지에는 손바닥만 한 구름 그림이 반복되어 있었다. 어릴 때 살던 집에도 비슷한 무늬의 천이 창문을 가리고 있었다. 아침마다 어머니가 그 천을 걷으면 밖에서 빵 굽는 냄새가 났다. 세아는 빵집보다 시계 수리점에 가고 싶었다. 그곳에서는 부서진 물건에 새 부품을 끼우고, 잘못 맞춘 시간을 다시 조절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시계 수리점 주인은 세아에게 물었다. '무엇이 되고 싶니?' 세아는 '시계를 고치는 사람'이라고 말하려 했지만 입에서 나온 말은 달랐다. '제일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 대답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기특하다고 했다. 정답을 말한 것 같아서 세아도 웃었다. 그런데 밤이 되자 자신이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기억하지 못해 울었다. “어머니는 그때 제가 시계 가게에 가고 싶은 걸 아셨어요.” 세아가 중얼거렸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피엘이 물었다. “손에 기름때가 묻어 있으니까요. 제가 장난감을 뜯어 보고 고치느라 늘 손이 더러웠거든요. 어머니는 뭐가 되고 싶은지 물으면서도 정답은 요구하지 않으셨어요. 그런데 저는 자꾸 다른 대답을 했죠.” 그가 눈을 내리깔았다. “한 번은 어머니가 저를 심하게 꾸짖으신 줄 알았어요. 제가 왜 내 생각을 말하지 않느냐고 하셨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도 어머니는 제가 틀려도 괜찮다는 말을 해 주려고 하셨던 것 같아요.” 피엘은 그 기억을 공문에 옮기지 않았다. 그의 기억인지 다른 원인이 있었는지 지금 확정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세아가 스스로 기억을 말하는 동안 곁을 지켰다. 누군가의 사적인 삶이 사건의 실마리가 된다고 해서 곧바로 모두의 열람물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시계 수리는 지금도 좋아하십니까?” 세아는 놀라 고개를 들었다. “가끔 고장 난 접수시계를 고쳐요. 제2문의 시계도요. 누가 알아줄 필요도 없는데 그냥 좋아요.” “그건 원하셔서 하시는 일인 것 같군요.” “네.” 세아는 가볍게 웃었다. “이건 확실히 제 대답이에요.” 다음 페이지에는 아주 오래된 발신 신청서가 있었다. 잉크가 번진 부분에는 어머니의 필체가 남아 있었다. '이 아이가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해 주세요. 틀려도 괜찮다고 알려 주세요.' 세아의 얼굴이 천천히 굳었다. 아래에는 제2문이 보낸 변환본이 붙어 있었다. [수신자: 세아.] [축복: 언제나 바른 대답을 말한다.] [부가조건: 질문자의 기대를 벗어난 답은 발언 전에 정정한다.] “그래서였구나.” 세아가 중얼거렸다. 피엘은 조용히 기다렸다. “어릴 때 저는 선생님이 원하는 말만 했어요. 친구들이 싫다고 물으면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죠. 어머니가 저한테 뭘 먹고 싶은지 물을 때도 가장 그럴듯한 걸 골랐어요. 그러다 어머니가 슬퍼하면, 제가 정답을 틀린 줄 알았어요.” 그는 잠깐 입을 다물었다. 시계는 여전히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어머니가 바라신 건 반대였네요.” “네. 문서가 보여 주는 범위에서는 그렇습니다.” “제 마음대로 틀려도 되는 게 그분이 원한 축복이었네요.” 피엘은 섣불리 위로하지 않았다. 이미 잃어버린 시간을 문장 하나로 되찾을 수는 없었다. 그는 서류에 적힌 발송 경위를 하나씩 확인했다. 리네의 원본 기도문은 제1문으로 접수되었고, 제2문에서 문장 정규화가 이루어졌다. 정규화의 근거에는 '미래 수신자의 혼란 방지'라고 적혀 있었다. 실질 승인자는 역시 0000이었다. “이 내용을 감사 기록에 제출하시겠습니까?” 피엘이 물었다. 세아는 눈물을 닦았다. “제 이야기를 전부 공개하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원본과 변환본이 다르다는 건 알렸으면 좋겠어요. 어머니 이름도요.” “범위를 같이 정하겠습니다.” 피엘은 사건 번호, 발송 절차와 변경 문구만 제출하는 익명화된 증거 목록을 만들었다. 세아의 어린 시절에 대한 구체적인 증언은 별도 봉인으로 남겼다. 나엘은 봉인에 자신의 입회 서명을 했다. 나엘은 리네의 문의를 복사하려다가 사전 동의 항목을 발견했다. 원본을 유족에게 보여 주는 것과, 원본을 외부 조사관에게 넘기는 일은 별개였다. 세아는 어머니가 살아 계셨다면 아마 사람들을 돕고 싶었을 거라고 말했다. 그러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과 어머니가 정말 동의했다는 건 다르겠죠. 제 동의로 확인할 수 있는 범위까지만 해 주세요.” 피엘은 그 결정을 존중했다. 그날 처음으로 세아의 승인 없이는 개인 기록을 열람할 수 없다는 잠금표가 붙었다. 나엘이 놀라워하자 세아는 말했다. “신탁이 저 대신 대답하던 때엔 제가 가끔 투명인간처럼 느껴졌어요. 그런데 오늘은 제 대답 하나 때문에 절차가 달라지네요.” “제가 왜 그랬는지 이해했습니다.” 나엘이 말했다. “그동안 직원들은 종이가 말을 잘 듣는다고 좋아했거든요.” “사람은 종이가 아니니까요.” 열람을 마치려는 순간 세아가 손을 뻗었다. 그는 먼저 피엘을 바라봤다. “제가 질문 하나를 해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어머니가 원한 대로 될 수 있을까요? 이제 와서라도요.” 피엘은 대답할 말을 골랐다. 수많은 신탁 사고를 고치면서도 결과를 약속할 수 없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지금 하신 질문이 이미 정답을 요구하지 않고 계십니다. 그 질문을 계속할 수 있는 길을 지키고 싶습니다.” 세아는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크게 웃었다. 웃으려고 마음먹고 웃은 것인지, 오래된 축복이 여전히 작용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자기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 “저 지금 웃고 싶어서 웃은 것 같아요. 적어도 오늘은요.” 열람실 문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저는 여기 손댄 적 없어요!” 토비의 목소리였다. 피엘과 세아가 뛰어나갔다. 복도에는 종이 상자들이 무너져 있었고, 토비는 감자 두 개를 양손에 들고 서 있었다. 벤이 바닥에 주저앉아 배를 잡고 웃었다. “무슨 일입니까?” “안내판에 '종을 분리하려면 저울의 균형을 맞출 것'이라고 해서 감자를 올렸거든요.” 토비가 말했다. “그랬더니 상자가 열렸어요.” 나엘은 놀라서 저울을 들여다봤다. 그것은 원래 셋째 종을 점검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장치였다. 몇 세기 동안 시험하지 않아 녹슬어 있었지만, 토비가 올린 무게에 반응한 것이다. “감자가 열쇠였다고?” 벤이 물었다. “아니요. 아무 무게나 올려도 됐을 거예요.” 토비가 말했다. “시도한 사람이 없어서 몰랐던 거겠죠.” 열린 상자에는 세 개의 투명한 추가 있었다. 각각에 다른 글이 적혀 있었다. [긴급성.] [원본 충실성.] [수신인 의사 확인 가능성.] 그리고 세 번째 추 아래에는 작은 서명이 숨겨져 있었다. '리네.' 세아는 숨을 삼켰다. 어머니는 단순히 문의를 남긴 사람이 아니었다. 오래전 이 저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누군가 언젠가 열어 보기를 기다렸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서명 옆의 날짜를 보는 순간 그는 더 놀랐다. 그것은 세아가 태어나기 전 날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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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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