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문의 종은 울리기 전에 먼저 그림자를 보냈다.
제1문으로 이어지는 돌계단이 끝나자 복도에 매달린 그림자가 바닥을 기어갔다. 커다란 종 모양이었다. 천장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그림자 속에서는 아주 작은 종소리가 끊임없이 났다. 바람에 흔들리는 방울 소리와는 달랐다. 누군가가 입술을 닫고 흥얼거리는 것 같은 소리였다.
토비는 성검을 어깨에서 내려놓았다.
“이거 베면 안 되죠?”
“아직 아무것도 베지 마십시오.” 피엘이 말했다.
“전 물어본 것뿐이에요. 아까는 안 묻고 움직였다고 혼났잖아요.”
벤이 손뼉을 쳤다. “농부가 학습했다. 천계의 교육 예산보다 효율이 좋군.”
계단을 올라오면서 피엘은 제1문에서 떠나기 전 받은 마지막 통신을 떠올렸다. 하린은 자동 발신을 곧장 범죄라고 단정하지 말라고 했다. 긴급 구호가 목적이었던 경우와 누군가의 삶을 제멋대로 결정한 경우를 분리하라는 말이었다. 이해관계자 모두를 악인이라고 이름 붙이는 일은 쉽다. 그러나 그 안에는 누군가를 살리려고 밤을 새운 직원도 있을 것이다. 그 직원이 왜 일괄 발송을 멈추기 두려워하는지 알아야 실제로 대안을 만들 수 있었다.
토비는 계단 사이에 쌓인 봉투를 주워 들었다. 받는 사람 이름은 없었지만 작은 그림이 하나 그려져 있었다. 아직 가지를 내지 않은 묘목이었다. 봉투 뒤에는 다음 문장이 적혀 있었다.
'봄이 오면 이 나무는 반드시 오른쪽으로만 자라야 합니다.'
“농사짓는 사람이 이걸 읽으면 웃겠는데요.” 토비가 말했다.
“왜 그렇습니까?”
“나무는 햇빛이 있는 쪽으로 자라요. 오른쪽에 그늘이 있고 왼쪽에 햇빛이 있으면 왼쪽으로 자라겠죠. 오른쪽으로만 자라라고 못을 박아 두면 나무가 휘거나 부러질 수도 있고요.”
오스벨이 봉투를 살폈다. “이건 지상으로 가는 편지가 아니네. 교육용 표본이야. 미래 경로 지정의 장점을 알리려고 만든 모형이지.”
벤이 봉투를 뒤집자 거기에 작게 '경로 예측 성공률 99.8%'라고 적혀 있었다.
“나머지 0.2퍼센트는?” 벤이 물었다.
피엘은 수첩을 열었다. “모형 설명엔 쓰여 있지 않습니다.”
“그럼 그 나무들은 부러져도 보고서에서 사라진다는 거군.”
그 말에 아무도 대꾸하지 못했다. 계단은 환했지만 묘목의 그림은 이상하게 어두워 보였다. 누군가가 좋은 의도로 만들어 놓았을 교육 자료가, 이제는 지나치게 쉬운 대답을 가르치고 있었다. 피엘은 표본을 제자리에 놓고 관리 번호만 적었다. 진짜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함부로 버릴 기록은 아니었다.
복도 끝에는 둥근 홀 하나가 있었다. 홀의 바닥은 부드러운 회색 돌로 깔려 있었고, 그 사이로 가는 금빛 선이 수십 갈래 뻗어 나갔다. 각각의 선 끝에 작은 우편함이 서 있었다. 함에는 이름이 없었다. 대신 '아직 모름', '언젠가', '곧' 같은 말이 새겨져 있었다.
“제2문은 미래 수신 예정지를 관리합니다.” 세아가 말했다. 그는 여기까지 오는 동안 어머니의 문의 번호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배달할 날짜나 주소를 아직 모르는 편지를 보관했다가, 조건이 정해지면 제3문부터 제7문으로 넘긴다고 배웠어요.”
“어머니 편지도 여기 있었어요?” 토비가 물었다.
“그랬다면 좋겠어요. 적어도 지금은 접수됐다는 표시가 있으니까요.”
홀 중앙의 종탑은 아래쪽이 유리로 되어 있었다. 유리 안에서는 쌓인 종이들이 서로에게 기대어 서 있었다. 종이 위에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의 이름 대신, 아직 정해지지 않은 질문이 적혀 있었다.
[이 아이는 어떤 일을 좋아하게 될까요?]
[태어난 뒤 어느 바다를 보고 싶어 할까요?]
[가장 먼저 싫다고 말할 대상은 누구일까요?]
토비는 마지막 질문을 보고 고개를 기울였다. “저건 미리 알 수 없잖아요.”
“그래서 보관하는 게 정상입니다.” 피엘은 창구에 놓인 안내판을 가리켰다. “미래의 답은 아직 작성되지 않았으니까요.”
그때 질문 위로 검은 글자가 찍히기 시작했다.
[허가번호 0000. 미래 경로 일괄 지정 준비.]
[대상: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
[기본 경로: 안정성 최대화.]
[선택 가능 경로: 1.]
질문이 하나씩 사라지고, 모두 같은 문장으로 바뀌었다.
'허가받은 내일에 만족하라.'
“이건 배송이 아니라 삭제야.” 벤이 말했다.
세아가 검은 글자를 손으로 가리려 했지만 손은 종이를 통과했다.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어머니가 남긴 문의가 그 속에 섞여 있을지도 몰랐다.
종탑 옆에서 회색 조끼를 입은 천사가 뛰어왔다. 명찰에는 '제2문 야간 예비접수관 나엘'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피엘 일행의 출입 허가증을 보자마자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제1문에서 온 감사단이죠? 늦지 않았군요.”
“이미 종소리가 나고 있습니다.” 피엘이 말했다.
“저건 예비 진동이에요. 진짜 종이 울리면 전송이 시작됩니다. 문제는 종을 멈출 권한이 제게 없다는 겁니다.”
“누구에게 있죠?”
“발신 승인 담당자요.”
“0000의 발신인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렇죠. 그래서 아무도 승인 취소 버튼을 누를 수 없어요.”
벤이 두 손을 벌렸다. “어디서 많이 들었던 이야기인데. 천계에는 같은 농담을 반복하면 벌금을 내는 규정이 없나?”
나엘은 웃지 않았다. 그는 창구 아래에서 접수대장 한 권을 꺼냈다. 예정 신탁을 세 종류로 구분한 목록이었다. 첫째는 이미 수신인이 자신의 뜻을 기록해 둔 예약 편지, 둘째는 재난이나 질병 같은 즉각적인 위험에 대비해 조건부로 준비한 경고, 셋째는 수신인의 삶의 방향을 미리 결정하는 '최적화 신탁'.
검은 인장이 찍힌 편지는 전부 셋째 종류였다.
“두 번째 종류는 지금도 필요하겠네요.” 피엘이 말했다.
“당장 눈사태가 나는 계곡에 경고를 보내지 말자고 할 수는 없죠.” 나엘이 급히 대답했다. “하지만 시스템은 이 셋을 한 묶음으로 취급합니다. 하나를 멈추면 모두 멈춘다고 경고해요.”
“실제로 모두 멈춥니까?”
나엘이 머뭇거렸다. “아직 시험해 본 사람이 없어요.”
토비가 바닥의 선을 내려다봤다. “저희 밭도 물길이 세 갈래예요. 하나가 막혔다고 다 막히진 않거든요. 물론 물길을 모르면서 막으면 밭이 잠기지만요.”
피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우선 연결 구조를 확인해야 합니다.”
종탑 앞의 계단에는 열두 위원의 옛 문양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세아가 그것을 알아봤다. 제1문 원본 관리실의 열두 의자와 배열이 같았다. 하지만 여기에는 열세 번째 자리가 있었다. 가운데 서 있는 좁은 의자 하나, 등에 손잡이가 달린 의자였다.
나엘이 말했다. “저건 예비 수신인 자리입니다. 공식 회의록엔 없어요. 듣기만 할 수 있고, 대답은 할 수 없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여기에 앉습니까?” 오스벨이 물었다.
“그래서 비워 둡니다.”
“그럼 실제로는 아무도 듣지 않는 의자군.”
나엘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서온의 통신이 들어왔다. 그는 제1문에 남아 하린과 함께 장부를 보전하고 있었다.
[피엘, 여기 원본 승인 장부에서 제2문의 예정 발송 시간이 갱신됐어. 종이 한 번 울리기까지 남은 시간이 줄었어. 왜 그런지 아직 몰라.]
“얼마나 남았습니까?”
[정확한 시간은 안 적혀 있어. 종의 망치가 움직일 때마다 한 줄씩 지워져. 그리고 이상한 게 있어. 내 왼손 글씨가 여기서 자동으로 출력되기 시작했어.]
그가 보여 준 문장은 짧았다.
[수신자가 답할 수 없는 동안에는 발신인이 기다려야 한다.]
피엘은 소리 없이 문장을 읽었다. 서온이 적은 적 없는 문장이었다. 그러나 누군가가 아주 오래전에 그런 규칙을 만들려고 했던 흔적이었다.
“그 글을 원본으로 단정하지 마십시오. 자동 출력 경위를 남기고 보관해 주세요. 우리는 여기서 발송 중지 요청을 넣겠습니다.”
하린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제1문에서 긴급 보전 신청을 접수했어요. 다만 실질적인 발송 정지는 제2문 권한입니다. 현장의 피해 가능성을 기록해 보내 주세요. 법정에도 동시에 올릴게요.]
나엘은 구석의 녹슨 창구를 가리켰다. 창구 위에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사람의 이의'라고 적혀 있었다. 먼지에 덮여 있어 손님이 수십 년째 오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저기로 요청을 넣을 수 있습니까?”
“절차상 가능합니다. 다만 신청인 자격은 수신인 본인 또는 정당한 대리인으로 되어 있어요.”
“아직 태어나지 않았는데 대리인을 어떻게 정하죠?” 토비가 말했다.
나엘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늘 반려됐어요.”
피엘은 창구 앞에 섰다. 자신이 그들의 미래를 대신 결정할 권리는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선택지가 일방적으로 사라지는 일을 막아 달라고 법정에 요청할 수는 있었다.
그는 신청서 첫 칸에 이렇게 적었다.
[신청 취지: 미래 수신인의 선택권을 보전하기 위한 긴급 현상 유지.]
[신청인: 배송 담당 피엘 및 현장 참관인.]
[수신인 본인 대리 주장 여부: 아니요.]
[요청 범위: 선택 경로를 한 개로 제한하는 신규 발송분.]
나엘이 눈을 크게 떴다. “대리인이 아니라고 쓰면 접수가 되지 않을 텐데요.”
“대신 선택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선택을 보전해 달라는 신청까지 거절할 근거는 없을 겁니다. 접수 거절이라면 거절 사유를 기록해 주세요.”
접수창이 잠깐 흔들렸다. 마치 글을 읽는 누군가가 멈칫한 듯했다.
[예비 이의: 접수.]
[긴급 현상 유지 여부: 심사 중.]
종탑의 망치가 갑자기 움직였다. 종과 망치 사이에 머리카락 한 올만 한 틈이 남았다.
나엘이 외쳤다. “이제 곧 울려요!”
모두가 위를 올려다본 순간, 비어 있던 열세 번째 의자에 종이 한 장이 나타났다. 그것은 어른의 글씨도, 천사의 인장도 없는 평범한 빈 종이였다. 맨 위에는 질문 하나가 적혀 있었다.
[오늘 결정하지 않으면, 반드시 누군가 죽습니까?]
피엘은 그 질문에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그리고 모르는 것을 안다고 말하지 않는 동안, 종의 망치가 처음으로 제자리에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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