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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50화
PAYLUA ORIGINAL · 제50화

50화. 두 번째 문에서 오는 통지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5,597자

오프라인 책장
원본 관리실은 제1문에서 가장 조용한 방이었다. 천장에서는 발신 종이 흔들리고 있었지만 소리가 나지 않았다. 열두 개의 의자 앞에는 양피지가 놓여 있었고, 벽에는 아무 글자도 없는 거대한 발송 장부가 걸려 있었다. 그 장부는 누군가 가까이 가면 빈칸을 그 사람의 이름으로 채우려는 듯 흰빛을 뿜었다. 토비가 먼저 움직이려 하자 벤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 “농부야, 지금은 아무 데도 손대지 마.” “저도 알아요.” “네가 아는 건 보통 사고를 치고 난 다음이잖아.” 토비는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은 사고 하나도 안 쳤거든요?” “그래서 불안한 거야.” 피엘은 두 사람이 주고받는 말을 들으며 숨을 골랐다. 눈앞의 기록은 강렬했다. 최종 승인자가 현재 조사 대상자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은 그들 모두를 의심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자신이 할 일은 추측으로 범인을 고르는 게 아니었다. “기록에서 ‘최종 승인’이 정확히 어떤 행위를 뜻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루셀의 임시 감사관이 봉인 장갑을 끼고 앞으로 나왔다. 이름은 하린이었다. 그녀는 제1문 소속이 아닌 타 부서에서 파견된 서기였다. 하린은 처음부터 명확한 규칙을 세웠다. 모든 원본은 방 안에서 열람하되, 누구도 서명 칸을 직접 누르지 않는다. 증거 목록과 열람 기록은 별개의 장부 두 곳에 동시에 남긴다. 이해관계자는 필요할 때만 발언한다. “예전에는 다들 이런 규칙이 없어서 문제를 겪었나요?” 토비가 물었다. 하린이 대답했다. “있었어요. 지키지 않은 사람이 많았죠.” 하린은 수정 기록을 하나씩 펼쳤다. 첫 발송 요청서, 구호 담당자의 문장 정규화 승인, 등록 위원회의 열두 명 참여 기록. 그런데 마지막 승인 칸에는 이름이 아니라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발신인이 확정될 때까지 대리 처리한다.’ “그럼 그 승인자는 누구입니까?” 마르켈이 물었다. 하린이 아래쪽 봉인을 들어 올렸다. 금빛 이시아의 문양이 나타났다가, 그 아래에서 더 오래된 인장이 드러났다.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흰 원이었다. “이시아님의 문양은 사후 보전 승인입니다.” 하린이 말했다. “최초 발송 승인은 그보다 앞선 시점에 처리됐어요.” 이시아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 인장은 제8문을 닫을 때 찍었어. 최초 발송까지 내가 허가했다고 기록됐을까 봐 두려웠지. 하지만 두려웠다는 사실이 내 후속 결정을 면책해 주진 않겠지.” 라베른은 방 모퉁이에서 조용히 듣고 있었다. 아홉 개의 검은 구멍이 있는 손등은 소매 안에 감춰져 있었다. 하린은 직전에 본 ‘현재 조사 대상자 중 한 사람’이라는 표시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건 최초 원본의 서명이 아닙니다. 사후 책임자 지정 장치가 띄운 안내 문구예요. 조사 중인 누군가가 그 말을 믿고 서명하면, 그 사람을 최초 승인자로 덮어쓰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저 문구 자체도 조작 시도의 증거로 남겨야 합니다.” 피엘은 어젯밤 자신이 미나를 대신 이해했다고 착각할 뻔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이름 하나만 보이면 사건이 끝날 것이라 생각하기 쉬웠다. 그러나 이름은 누구나 써 넣을 수 있었고, 이름 아래의 행위를 확인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하린은 다음 장을 넘겼다. [최초 발송 승인 직무: 임시 통합 대리자.] [사람 이름: 미등록.] [실행 장치: 제1문 발송 장부 자체.] [승인 조건: 열두 위원의 이의 없음.] “그렇다면 제1문이 발신인입니까?” 피엘이 물었다. “아니요.” 하린이 답했다. “제1문은 승인 버튼을 누른 실행 장치입니다. 발신인이 누구인지 정하지 않은 채 자동 승인되도록 열두 위원이 설계한 거예요. 자기 이름으로 편지를 보낼 책임을 서로 미루면서요.” “그래서 허가번호가 0000이었군.” 오스벨이 말했다. “시험용이라고 적어 놔야 누구의 허가증이냐는 질문을 피할 수 있으니까.” 세아는 손에 쥔 자신의 임시 방문증을 내려다봤다. 지금까지 이름이 없는 것이 자신에게 자격이 없다는 뜻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세상을 뒤흔든 최초 신탁은 아예 이름을 남기지 않은 자들의 손에서 나왔다. “그러면 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습니까?” 하린은 열두 의자의 등받이를 살폈다. 그중 다섯 개에는 오래전에 소멸한 직책의 흔적이 있었고, 셋에는 아직 천계에 존재하는 부서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나머지는 완전히 지워져 있었다. “지금 이름을 밝힐 증거는 부족합니다. 다만 전원 실존했고, 서로 다른 날에 결재했다는 기록은 있습니다.” 피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책임자인지 단정하는 것보다, 책임을 비우도록 만든 절차가 실제 있었다는 사실부터 확정해야겠군요.” 미나는 원본 관리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개인의 신탁 기록은 그녀가 허락하지 않아 이 방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그녀와 대화한 사실을 자기 기록에 남겨 두었다. 마음대로 법정 증거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약속도 함께였다. “이 사실이 밖으로 알려지면 어떻게 되죠?” 토비가 물었다. “기록을 정리해 관련 수신인들에게 통지할 수 있겠지.” 루셀이 말했다. “다만 여기 있는 미나의 일을 허락 없이 공개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되네. 열두 위원의 신원 조사도 정식 절차가 필요하고.” 서온이 물었다. “그럼 과거에 잘못 받은 편지를 고칠 길은 열려요?” “길을 요구할 근거가 생겼다고 하는 게 정확하네. 실제 시정은 각 사건에 따라 판단해야지.” 하린은 원본 장부의 각 장에 잠금표를 붙였다. 직책명이 확인된 다섯 개의 기록은 이름을 복구하기 위한 별도의 조사 대상으로 옮기고, 확인되지 않은 항목은 빈칸 그대로 남겼다. 마르켈은 건립일을 수정할 때 사용한 자기 인장을 감사 증거함에 넣었다. 이제 그는 예전처럼 자기 결정을 편리하게 취소할 수 없었다. 서온은 빈 장부 앞에 서서 한참 손을 들여다봤다. 똑같이 생긴 손가락으로 서명하면 장부는 다른 사람의 이름을 곧바로 채워 넣으려 했다. 하지만 서온은 펜을 들지 않았다. 자신이 선택한 이름과 시스템이 요구하는 직책을 구분하는 일, 그것이 여기서 할 수 있는 첫 번째 독립 행동이었다. “이 방에 와서 알게 된 건 있니?” 서온이 물었다. “아직 누가 최초 발신을 최종적으로 지시했는지는 조사 중입니다.” 피엘이 말했다. “하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방식으로 발송하게 만들었다는 건 확인됐습니다.” “그래도 부족하다고 생각하겠지?” “네. 하지만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금 확인된 것까지 없던 일로 취급하지는 않겠습니다.” 토비가 창밖을 보았다. 천계의 반짝이는 도로 아래로 지상의 작은 마을들이 보였다. 누군가의 집에서는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고, 다른 집에서는 다투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누군가는 기뻤고, 누군가는 울고 있었다. 거기 있는 모든 날을 하나의 문장으로 정할 수는 없었다. “저 아래 사람들은 우리가 여기서 뭘 하는지 모르겠네요.” “지금은 그럴 수 있죠.” 피엘이 대답했다. “그래도 자기 편지를 확인하고 싶을 때 찾아올 길은 있어야 합니다.” 토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마을에도 우체통이 있었다. 비를 맞고, 아이들이 장난으로 돌을 넣고, 가끔은 새가 둥지를 틀기도 했다. 그래도 누군가는 매일 그 앞을 지나며 자기에게 온 말이 있는지 살펴봤다. 문이란 원래 그런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닿기 위해 있고, 싫으면 닫을 수도 있는 것. 피엘은 아직 닫히지 않은 원본 관리실 문을 마지막으로 바라봤다. 누구도 이 방의 열쇠를 혼자 소유하게 하지 않겠다는 법원의 임시 조치가 문 위에 새겨지고 있었다. 피엘은 수첩을 펼쳤다. 익숙한 숫자는 바뀌지 않았다. [제0경로 미해결 오배송: 1,006건.] [복원 완료: 6건.] [최초 반송 시범 사건: 답장 접수, 후속 조사 중.] 열 화를 지나왔지만 복원 건수는 늘지 않았다. 그런데 피엘은 이전처럼 조급하지 않았다. 기록의 첫 부분이 잘못됐다면, 그곳부터 고칠 근거를 찾아야 했다. 보이는 숫자 하나를 줄이겠다고 누군가의 결정을 대신 적을 수는 없었다. “하린 감사관님, 최초 발송 승인 절차를 무효 심사 대상으로 올릴 수 있습니까?” “올릴 수 있습니다. 다만 이미 나간 모든 신탁이 자동 취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추가로 발송되는 신탁에도 그 절차가 사용되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하린은 장부 끝의 작은 낙인을 눌렀다. 문서가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 하나는 최초 승인 기록, 다른 하나는 이후 승인 방식의 변경 이력, 마지막 하나는 아직 진행 중인 예약 발송 목록이었다. 토비가 몸을 굳혔다. “예약 발송?” 하린의 얼굴도 어두워졌다. “임시 통합 대리자 방식은 오래전에 폐기됐다고 기록되어 있었는데……” 벽의 빈 장부가 갑자기 밝아졌다. 아직 발송되지 않은 편지 수천 통이 허공에 떠올랐다. 표지마다 수신인은 달랐다. 어떤 것은 작은 농장으로, 어떤 것은 배를 탄 사람에게, 어떤 것은 먼 도시의 병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각 편지의 발신란에는 동일한 번호가 적혀 있었다. 0000. “지금도 누군가 이 번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피엘이 말했다. 검은 원이 회전하며 새 문구를 띄웠다. [최초 발송 승인 절차 감사 접수.] [기존 자동 발송 보류 여부 확인 중.] [후속 담당 기관 지정: 제2문.] “보류 여부를 확인한다면서 담당을 넘겼다고?” 벤이 분노를 삼켰다. “책임을 아직도 옮기고 있어.” 하린은 즉시 임시 발송 정지 신청을 냈다. 루셀도 법정의 긴급 검토를 요청했다. 하지만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미 예약된 편지 가운데 어떤 것이 실제 위험한지는 하나씩 확인해야 했다. 바로 그때 세아의 주머니에서 작은 접수번호가 빛났다. 어머니가 오래전에 남긴 질문이었다. 몇 해 동안 찾지 못했던 그 번호가 처음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문의: 내 딸에게 발송된 축복의 원본을 확인할 수 있습니까?] [처리상태: 제2문으로 이관.] 세아가 번호를 움켜쥐었다. “이제야 찾았는데, 또 다른 곳으로 옮겨졌어요.” 토비가 그녀 옆에 섰다. “이번엔 우리가 같이 가면 되죠.” “그래도 제가 꼭 따라가야 하나요?” “아니요. 안 가고 싶으면 여기서 기다려도 돼요. 질문은 당신 거니까.” 세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가고 싶어요.” 피엘은 검은 봉투를 돌아봤다. 첫 번째 기억을 요구하던 우편은 이제 제1문 감사 기록에 붙어 있었다. 그는 기억을 지불하지 않았다. 대신 그 편지가 누구에게서 왔는지 확인할 새 증거를 얻었다. 그가 대합실로 나가려는 순간 금빛이 아닌 회색 봉투 하나가 도착했다. 소인은 제2문이었다. 수신인은 한 명이 아니라, 그곳에 서 있는 모두였다. [긴급 통지.] [제1문에서 이관된 예약 신탁 중 최초 긴급 발송 예정분을 확인하십시오.] [수신인: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 [내용: 너희가 선택할 수 있는 내일은 오늘부터 하나다.] 종이 아래에 작은 글씨가 이어졌다. [발송까지 남은 시간: 제2문의 종 한 번.] 피엘은 편지를 접지 않았다. “이번에는 먼저 가서 묻겠습니다.” “누구에게요?” 토비가 물었다. “편지를 보내려는 사람들에게요. 그리고 받을 사람이 아직 답할 수 없다면, 왜 지금 보내야 하는지부터요.” 그들은 제1문을 나섰다. 계단은 여전히 복잡했지만, 토비가 첫날 찾아낸 낡은 화살표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제2문으로 가는 길, 오른쪽.’ 벤이 표지판을 보고 중얼거렸다. “누군가 벌써 우리를 기다리고 있군.” 새로운 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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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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