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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47화
PAYLUA ORIGINAL · 제47화

47화. 수석 등록관의 마지막 열쇠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4,814자

오프라인 책장
마르켈은 한참 동안 열쇠를 만지작거렸다. 금빛 고리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온실에 울렸다. 미나는 그 소리를 피하지 않았다. 그녀가 말한 것은 의혹의 전부가 아니라, 지금 기억하는 한 가지 사실이었다. 피엘은 그 차이를 의식하며 수첩을 덮었다. “마르켈 등록관님. 답하시기 전에 확인하고 싶습니다. 미나의 진술을 이 자리에서 공개하는 데 동의하십니까?” 미나가 대답했다. “제가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까지는 괜찮아요. 밖에 퍼뜨리라고 허락한 건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마르켈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 “나는 그날 미나에게 답장을 보낸 적이 있어요.” 세아가 눈을 크게 떴다. “등록관님이요?” “그 시절엔 말단 심부름꾼이었지. 제1문이 세워진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모든 서류가 내 손을 거쳤어요. 이름이 없는 편지도 있었어요. 우린 누구의 책임인지 알기 전에 먼저 도착해야 할 곳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받았죠.” “그게 왜 잘못이죠?” 토비가 물었다. “편지는 빨리 가면 좋잖아요.” “잘못은 빠른 배송 자체가 아니었어요. 도착한 뒤 문제가 생겼을 때 답장을 받아 줄 사람이 없었다는 거예요.” 마르켈은 열쇠 하나를 손에 쥐었다. 오래된 열쇠에는 손가락으로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는 작은 홈이 있었다. “미나의 편지가 왔을 때, 난 답장을 보냈어요. ‘추가 문의는 담당자에게 전달하겠습니다.’ 그게 전부였죠. 그리고 문서 처리 상태를 완료로 바꿨어요.” 미나는 물었다. “전달했나요?” “못 했습니다.” “왜요?” “그때 담당자 명부가 비어 있었어요. 누구에게 넘겨야 할지 몰랐죠. 나는 그 빈칸을 상사에게 알렸지만, 상사는 빈칸을 그대로 두라고 했어요.” 미나는 작은 인형을 무릎에 올려놓았다. 손가락 끝이 떨렸지만 목소리는 고요했다. “그럼 나는 답장을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아무도 내 말을 읽지 않았군요.” 마르켈의 입술이 떨렸다. “맞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 뒤로 제1문의 수석 등록관이 됐고요.” “맞아요.” “오래 걸렸네요. 당신도, 나도.” 미나는 더 묻지 않았다. 마르켈이 사과를 꺼내려 하자 그녀가 손을 들었다. “그 말은 나중에 들을게요. 지금은 왜 건립일을 바꿨는지 먼저 말해 주세요.” 마르켈은 고개를 들었다. “내가 바꾼 건 세 번째 날짜예요. 처음 두 번은 이미 바뀌어 있었어요. 마지막 정정은 내 승진 직후였죠. 오래된 문서가 정식 발송으로 인정되면 본청이 배상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어요. 책임을 지면 제1문이 무너진다고들 했지. 그래서 옛날 발송을 시험 기록으로 바꾸자는 안건이 올라왔어요.” “그 안건에 서명했습니까?” 피엘이 물었다. “했습니다.” “왜요?” 마르켈은 피하지 않았다. “직장을 잃고 싶지 않았어요. 그때는 어린 천사들을 데리고 있었고, 부서가 닫히면 다음 달부터 그 애들에게 보낼 보급품도 없다고 들었어요. 나는 그 말을 믿었어요. 아니, 믿고 싶었죠.” 벤은 팔짱을 꼈다. “책임을 지지 않으면 당장 부서는 살아남았겠지. 대신 빚을 누가 떠안았을까.” “그래.” 마르켈이 말했다. “그땐 그걸 보지 않으려고 했어.” 오스벨이 천천히 질문했다. “첫 두 차례 정정한 사람은 누구인가?” “문서에선 ‘원본 관리실’이라고만 되어 있어요. 사람 이름이 없습니다. 내게도 그 문을 열 권한이 없어요.” “그렇다면 열쇠를 차고 있는 이유는?” “못 열게 막는 역할이죠.” 그 답에 토비는 입을 벌렸다. “열쇠를 차고도 못 여는 문이라니. 우리 마을 창고라면 마을 사람들이 먼저 욕했겠네요.” 마르켈이 처음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욕하는 사람도 많아요. 접수는 전부 제3대기실에 보관되죠.” 마르켈은 자신의 지위를 내려놓는 방법을 물어본 적이 없었다. 늘 승진과 발신 권한 확대에 관한 문서만 읽었다. 그러나 지금 그의 앞에는 자신이 승인한 일을 다시 조사하라는 요청서가 놓여 있었다. 그는 그것이 단순히 직책을 잃는 문제가 아니라, 오래된 피해를 확인하는 데 필요한 첫 행동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내가 사임하면 자료 제출이 쉬워질까요?” 그가 조용히 물었다. 피엘은 즉시 답하지 않았다. 그가 사임하면 누가 열쇠를 갖게 되는지, 기록에 접근할 사람은 남는지 알 수 없었다. “사임 여부는 제가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지금은 아직 보전할 수 있는 자료가 남아 있습니다. 직책을 유지하더라도 조사에서 자신을 제외해야 하는 순간이 있을 겁니다.” 마르켈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라져서 끝내는 게 아니라 남아서 설명해야 할 일도 있겠군요.” 미나가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날 아무도 그런 설명을 하지 않았어요.” 그 말을 듣고 마르켈의 어깨가 작게 떨렸다. 피엘은 죄책감이 진실을 대신하지 않도록 그가 작성한 진술을 보존할 준비를 했다. 피엘은 수첩을 펼쳤다. “그러면 본인이 승인한 세 번째 정정의 원본과 심사 기록을 제공하시겠습니까? 거부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공식 감사가 진행되면 제출 요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제출하겠습니다. 숨긴 채로 지키려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이제는 알아야겠어요.” 미나는 옆에 놓인 물잔을 한 모금 마셨다. 아무도 그녀에게 사과를 받아 주라고 재촉하지 않았다. 마르켈은 자신의 고백이 끝난 뒤에도 바로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오래전 자신의 지시 때문에 기다리게 된 사람에게 이제 와서 또 기다려 달라고 말하는 게 조심스러웠다. “그 세 번째 정정 기록은 누가 볼 수 있습니까?” 세아가 물었다. “제1문 심사관들과 원본 관리실 권한자들만요.” “그럼 제 어머니 같은 사람은 또 기다려야 하나요?” “그럴 수도 있죠.” 마르켈이 답했다. “하지만 이제는 접수 여부조차 알려 주지 않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세아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생각만 바뀌면 충분하지 않아요. 오늘 원본을 내놓겠다고 말해도, 내일 다른 수석 등록관이 취소하면 그만이잖아요.” 마르켈은 한참 침묵하다 답했다. “맞아요. 그래서 오늘 내가 낼 수 있는 것은 내 권한으로 발급된 정정 기록의 공증 사본과, 그 정정을 승인한 사람이 나였다는 진술서입니다. 기록을 열 수 없는 사람에게 적어도 어디에 물어야 할지 알려 줄 수는 있겠죠.” 그는 탁자에 문서를 펼쳤다. 직원용 양식답게 칸이 아주 많았다. 작성일, 발송일, 수정 요청자, 검토자, 자동 승인 근거, 이의 신청 가능 여부. 모든 칸을 채운 뒤 마르켈은 유일하게 비어 있는 칸을 가리켰다. ‘정정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사람.’ “이 칸은 처음부터 존재했어요.” 마르켈이 말했다. “그런데 빈칸으로 내버려 두는 게 관례였죠. 누가 피해자인지 모르겠다는 이유로요.” 토비가 물었다. “모르면 찾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러지 않았어.” 그는 빈칸에 이렇게 썼다. ‘대상 규모 미확인. 수신인에게 확인 기회를 제공해야 함.’ 피엘은 그 문장이 마르켈의 죄를 없애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뒤늦게나마 누군가가 자신이 비워 둔 자리를 인정한 기록이었다. 미나가 말했다. “제가 이 자리에 왔다는 사실은 기록해도 좋아요. 하지만 제 이야기를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려면 다시 물어봐 주세요.” 마르켈은 직접 답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피엘이 손대기 전에 세아가 기록 확인용 사본을 만들었다. 그녀는 사본 맨 아래에 수석 등록관의 서명이 분명히 보이는지 두 번 확인했다. “왜 그렇게 봐요?” 토비가 물었다. “언젠가 제가 다시 물을 수 있으려면, 누가 대답했는지 잊으면 안 되니까요.” 피엘은 세아의 손끝을 보며 미소 지었다. 배달 사고를 해결하는 일은 잘못된 편지 한 장을 원래 자리에 넣는 것보다 큰 일이었다. 그 편지로 인해 누가 무엇을 기다렸는지 확인할 길을 되돌려 주는 일이기도 했다. 마르켈은 열쇠 묶음에서 마지막 한 개를 떼어 냈다. 화려한 다른 열쇠와 달리 그것은 녹슨 쇳조각 같았다. 손잡이에는 숫자 0000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원본 관리실로 통하는 열쇠입니다. 하지만 이걸 돌리는 사람이 누군지에 따라 다른 문이 열려요. 승인자가 돌리면 봉인실이, 이의 신청자가 돌리면 접수실이 열립니다.” “그럼 제가 돌리겠습니다.” 피엘이 말했다. “아직 안 돼요. 이 열쇠는 두 사람의 서명이 필요합니다. 현 등록관 한 명과, 과거에 이 기록의 발송에 관여했던 사람 한 명.” “당신이 과거 발송에 관여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토비가 말했다. “그래서 제 서명은 충분하죠. 하지만 다른 한 사람은 책임을 따질 수 있는 독립된 신분이어야 해요. 지금의 피엘은 업무 정지 상태로, 발송 담당자 자격도 말소됐어요.” 피엘은 자신에게 내려진 소멸 명령을 떠올렸다. 제8문 법정은 집행을 유예했지만 정식 복권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 아무리 필요한 문이라 해도 자격이 없는데 자격이 있다고 쓰고 싶지 않았다. “제가 아닌 다른 증인이 있습니까?” 마르켈은 고개를 저었다. “명부에 남은 천사는 피엘 하나뿐입니다. 그런데 서류에는 피엘이 두 명으로 나뉘어 있다고 나오죠. 둘 다 현재 자격이 없어요.” 그 말이 떨어지자 피엘의 수첩에서 은빛 빛이 솟아났다. [통신 발신: 서온.] [피엘. 네게 없어진 자격이 꼭 내게도 없다고 생각하지 마.] 벤이 휘파람을 불었다. “이제야 영리한 사무직이 등장하는군.” “서온 씨.” 피엘이 통신창을 열었다. “독립 이름 등록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을 텐데요.” [그래. 하지만 과거 문서의 발송 담당자로 쓰인 ‘대리 피엘’의 기록은 내가 갖고 있어. 너와 나를 같은 사람으로 처리했던 시절의 장부도.] “그 장부만으로 서명 자격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자격을 얻으러 가는 거야. 내 이름으로.] 마르켈의 열쇠가 혼자서 삐걱 소리를 냈다. 마지막 종이 울리기 전, 원본 관리실을 열 수 있는 기회가 아직 하나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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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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