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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46화
PAYLUA ORIGINAL · 제46화

46화. 울고 싶은 날의 증언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5,494자

오프라인 책장
온실의 관리인 알테는 피엘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이 여기 처음 왔을 때도 같은 표정을 지었어요.” “저를 기억하십니까?” “서류보다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는 편이에요. 다만 그때는 당신이 이렇게 낡은 날개를 하고 있진 않았죠.” 피엘은 아픈 날개를 접었다. 과거의 자신이 여기 와서 무엇을 했는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질문에는 순서가 있었다. “미나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당신이 알고 있는 범위에서 들을 수 있습니까? 사적인 내용은 본인 허락 없이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정도면 말할 수 있겠네요. 그날 미나는 아이였어요. 오래 아팠던 어머니가 기도문을 보낸 뒤에, 신탁이 도착했죠. 앞으로 슬프지 않게 해 달라는 내용으로 처리됐습니다.” “어머니가 그렇게 썼습니까?” “어머니는 ‘아이에게 다시 웃을 날이 오게 해 달라’고 썼어요. 제1문은 그 말을 ‘아이가 항상 웃게 한다’로 바꿔 보냈죠.” 오스벨이 눈을 감았다. “그 두 문장은 전혀 다르군.” “네. 하지만 당시 기록엔 같은 뜻이라고 적혀 있어요. 문장 정규화라는 이름으로.” 알테는 손에 든 문서 두 장을 포개어 보여 주었다. 한 장은 미나에게 먼저 보내진 개별 시험 발송 기록이었고, 다른 한 장은 후일 레아에게 도착한 집합 신탁의 최초 수신 기록이었다. 레아가 그 신탁의 첫 공식 수신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그 전에 미나처럼 시험 명목의 편지를 받은 사람들은 역사에서 삭제되어 있었다. “서로 다른 사건이지만 같은 방식으로 문장을 바꿨군요.” 피엘이 말했다. “네. 기록에는 미나의 발송을 ‘실험’, 레아의 발송을 ‘최초’라고 적어서 둘이 연결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했어요.” 토비는 손등의 굳은살을 쓸었다. “비가 와서 농사를 다시 지을 수 있게 해 달라는 기도와, 비가 영원히 오지 못하게 막는 건 다르겠죠.” “그렇지.” 오스벨이 답했다. 알테는 낡은 모래시계를 꺼내 책상에 올렸다. 위쪽에는 흰 모래가, 아래쪽에는 검은 모래가 있었다. 모래는 떨어지지 않았다. “신탁이 도착한 뒤 미나는 웃었어요. 처음 몇 시간 동안은요. 그러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이는 울고 싶었지만 신탁이 울음을 막았죠. 며칠 동안 웃는 얼굴로 장례식에 앉아 있어야 했어요. 그래서 발송 담당자에게 항의하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피엘은 손을 움켜쥐었다. 누군가의 고통을 듣는 것과 그 고통에 자기 이름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달랐다. 그러나 두 가지를 섞어 미나의 이야기를 자기 죄책감에 관한 이야기로 바꾸고 싶지 않았다. “그 항의에 어떻게 답했습니까?” “처음에는 아무도 답하지 않았어요. 두 번째 편지가 왔을 때 담당자 이름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세 번째 편지에는 담당자가 울고 있었다는 소문만 남았죠.” 알테는 피엘을 보았다. “그 담당자가 당신이었는지, 당신과 같은 얼굴의 다른 사람이었는지 제 기록으론 구분할 수 없어요. 당시 문서에는 전부 피엘이라고 찍혀 있었으니까.” “그러면 제가 한 일이라고도, 아니라고도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세아가 문을 두드렸다. “방문객 한 분이 왔어요.” 온실 입구에 작은 지팡이를 짚은 여인이 서 있었다. 하얀 머리카락은 뒤로 단정하게 묶었고, 두 눈은 맑고 검었다. 오른손에는 여행 가방을 들었으며 왼손에는 종이 한 장이 있었다. 의외로 그녀는 여섯 살 아이의 모습도, 상처 입은 유령의 모습도 아니었다. 다리가 조금 불편한 평범한 노인이었다. “미나입니다.” 모두가 한꺼번에 일어섰다. 미나는 그들을 보며 한쪽 눈썹을 올렸다. “여긴 의자에 앉으면 벌을 받는 곳인가요? 다들 뻣뻣하게 서 있네요.” 토비는 얼른 자리를 내주었다. 미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앉았다. 그녀는 나무 인형을 받자마자 손가락으로 등의 작은 홈을 만졌다. “어머니가 이걸 만들었어요. 내가 울면 손에 쥐여 주곤 했죠. 이게 있으면 울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니라, 울다가도 손에 쥘 게 있어서 좋았어요.” 미나는 인형을 눈 가까이에 올리고 뒤집었다. 밑바닥에는 희미한 그림 하나가 새겨져 있었다. 둥근 식탁을 둘러싼 세 사람, 그리고 비어 있는 의자 하나. 미나는 손끝으로 그 빈 의자를 천천히 문질렀다. “어머니는 늘 사람 넷이 앉는 식탁을 그리셨어요. 그때 우리 집엔 세 명밖에 없었는데.” “다른 가족이 오기로 했나요?” 토비가 물었다. “아니요. 누가 오든 앉을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게 제가 기억하는 어머니의 바람이에요. 아무도 울지 않는 집보다는, 우는 사람도 같이 밥 먹을 수 있는 집.” 토비는 그 말을 들으며 보리골의 식탁을 떠올렸다. 루나가 돌아오지 않은 날에도 의자가 하나 더 놓이던 집이었다. 모든 시간을 함께 보내야 가족인 게 아니라는 말을 어머니는 몇 번이나 했다. “저희 집에도 빈 의자가 있어요.” 토비가 말했다. “돌아올 사람이 있나요?”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새로 찾아오는 사람도요. 빈 의자가 무조건 나쁜 건 아니더라고요.” 미나는 웃었다. 그 웃음은 누군가 요구한 웃음 같지 않았다. 하지만 피엘은 그 차이를 얼굴만 보고 판단하지 않았다. 미나가 자기 경험을 어떤 말로 설명하는지 기다렸다. “그날 이후 내가 웃으면 모두 잘됐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았어요.” 미나가 말했다. “오늘은 그냥 좋아서 웃었어요. 그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좋네요.” 그녀는 오래된 실을 당겨 보았지만 풀지는 않았다. “우선 할 말이 있어요. 제가 겪은 일을 여러분 사건의 증거로 써도 되냐고 물으러 오셨다고 들었어요.” “맞습니다.” 피엘이 말했다. “거절하실 수 있고, 허락하시더라도 공개 범위를 정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은 그 어떤 것도 허락하지 않겠습니다.” 피엘은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토비는 입술을 깨물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미나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든 듯 미소를 지었다. “실망하는 게 정상이지요. 그래도 강요하지 않는다면 대화는 할 수 있어요.” “감사합니다.” “고맙다는 말부터 하긴 아직 이릅니다. 하나 물을게요. 어째서 이제야 찾아왔습니까?” 피엘은 숨을 들이켰다. 이곳에 오게 된 이유를 길게 설명하려다 멈췄다. 미나에게 필요한 것은 멋진 사건 경위가 아니었다. “제가 오래전 이 일을 알고도 끝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제 기억이 지워졌다고 해도, 당신이 그 시간을 기다린 이유가 되지는 못합니다.” 미나는 한참 그를 바라봤다. “그 말이면 적어도 저 대신 변명하는 사람은 아니군요.” 미나는 여행 가방을 열어 낡은 사진 세 장을 보여 주었다. 첫 번째는 젊은 시절 식당 앞에서 앞치마를 두른 자신의 모습이었다. 두 번째는 회색 머리가 되기 시작한 때, 옆에 서 있는 남편과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세 번째에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손자들에게 빵을 먹이는 할머니가 있었다. “직원들한테 이걸 보여 주면 놀라더라고요.” 미나가 말했다. “이제 사진 속 어느 사람이 진짜 미나냐고 묻기도 했어요.” “전부 미나 씨죠.” 토비가 답했다. “그래요. 그런데 제 이름을 가진 신탁에는 여전히 여섯 살 아이가 붙어 있어요. 그것도 내게 허락받지 않은 채.” 피엘은 사진을 만지지 않고 보기만 했다. 기쁜 장면이라 해도 당사자가 허락하지 않은 기록을 마음대로 가져갈 수는 없었다. 그는 차분히 말했다. “행정상 과거 수신인 기록과 현재 신원을 연결하는 일이 필요하겠습니다. 다만 신탁을 수정하거나 중지할지 여부는 미나 씨께서 선택해야 합니다.” “그 말은 마음에 들어요. 그동안 직원들은 늘 내가 옛날 편지를 지우고 싶어 할 거라 생각했거든요. 난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것도 있어요. 어머니 목소리라든가, 슬퍼하면서도 끝내 살아냈던 날들이라든가.” 벤이 의자에 조용히 앉았다. 그의 고향 마계에서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다른 이에게 팔 수 있었다. 한때는 그것을 굉장히 합리적인 거래라 생각했다. 그러나 미나의 말 앞에서 그는 어떤 계산도 꺼내 들지 못했다. “한 가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그가 물었다. “그 시절 이야기를 듣는 게 싫다면 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질문은 해 보세요.” “누가 그 기억을 모두 없애 주겠다고 하면 받아들이시겠습니까?” 미나는 오래 생각했다. “어느 날은 그러고 싶을 거예요. 어느 날은 아니겠지요. 오늘은 내게 그런 선택을 팔지 말아 주세요.” 벤은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오스벨은 그 옆에서 말을 보탰다. “마법으로 모든 슬픔을 고칠 수 있다면 가장 위대한 마법이겠지. 하지만 슬픔을 지운 뒤에도 같은 사람일지는 아직 내가 모르는 문제야.” 미나가 미소 지었다. “모른다고 말해 줘서 고마워요. 다 알고 있다는 사람들한테 지친 참이었거든요.” 그녀는 자신의 시간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신탁이 발송된 뒤에도 학교에 갔고, 친구와 싸웠고, 첫사랑에게 거절당했고, 식당을 열었다가 문을 닫았다. 남편은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고, 지금은 손자가 둘이었다. 그녀는 웃을 수 없던 시절을 이야기했지만, 그 시절이 자신의 삶 전부인 것처럼 설명하지는 않았다. “내가 여섯 살로 남아 있다고들 생각하더군요.” “정원에 그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토비가 말했다. “보관된 건 여섯 살의 내일이지, 내 나이 전체가 아니에요. 그 말이 얼마나 우습던지. 제1문에 와서 내 기록을 찾았을 때, 늙은 내가 옆에서 걸어가는데 직원은 여섯 살 미나를 찾고 있었어요.” 벤이 고개를 젓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신탁이 지금도 영향을 미칩니까?” “가끔요. 슬픈 일이 생길 때 갑자기 웃고 싶어져요. 그럴 때마다 겁이 납니다. 저도 모르게 그 웃음 때문에 누군가를 다치게 할까 봐.” 오스벨이 지팡이를 내려놓았다. “신탁을 완전히 해제할 마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지금 당장 그런 약속은 하지 마세요.” 미나는 차분했다. “제가 원하는 게 해제인지, 조정인지, 아니면 그대로 두고 살아갈 방법인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어요.” 오스벨은 머쓱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렇군. 내가 성급했네.” 미나는 피엘을 바라봤다. “그날 편지에 쓴 답은 하나였어요. 내가 울어도 엄마는 돌아오지 않지만, 그렇다고 웃게 만들지는 말아 달라고. 누군가 그 말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피엘은 종이에 적었다. ‘미나 본인 직접 진술. 공개 및 증거 제출 동의 없음. 보관 목적: 기억을 잃지 않기 위한 개인 기록. 원본 소유: 미나.’ 그는 작성한 내용을 미나에게 보여 주었다. 그녀는 마지막 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건 제가 가져가도 되죠?” “물론입니다.” 미나는 종이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럼 한 가지는 알려 드릴게요. 내 사건을 법정에 쓰라는 허락이 아니라, 당신 개인에게 남겨 주는 질문입니다.” 그녀가 지팡이로 바닥을 두드렸다. 얼어붙은 모래시계의 검은 모래가 한 알 떨어졌다. “내 첫 편지에 붙어 있던 답장 소인은 네 개였어요. 처음에는 천사의 것, 다음에는 제1문의 것, 세 번째는 발신인 없는 것.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지금 여기 있는 어떤 사람의 이름이었지.” “누구의 이름이었습니까?” 피엘이 물었다. 미나는 피엘의 뒤를 바라봤다. 눈길은 벤을 지나, 세아를 지나, 금빛 열쇠를 차고 문에 서 있던 마르켈에게 멈췄다. “마르켈. 젊은 날의 당신 이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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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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