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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YLUA ORIGINAL · 제45화

45화. 여섯 살의 내일을 보관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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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살 미나의 이름은 제1문에 세 번 등록돼 있었다. 첫 번째는 지상 출생 신고였다. 두 번째는 보호자의 기도문 접수 기록이었다. 세 번째는 이상하게도 사망이나 실종이 아니라 ‘시간 보관 의뢰’였다. 마지막 기록에는 수신인의 서명이 없었다. “시간을 맡길 수도 있습니까?” 피엘이 물었다. 카르덴은 화분에서 나온 나무 인형을 조심스럽게 닦았다. “제1문 초기에는 가능한 일이었네. 내일 일어날 수 있는 상처를 막는다는 이유로, 위험한 시간을 잠시 떼어 놓았지.” “잠시면 얼마예요?” 토비가 물었다. “처음엔 하루였어. 그런데 어떤 날은 위험하다는 이유가 사라지지 않았지. 하루를 더 맡기고, 그다음 날도 맡기고. 결국 맡긴 시간을 돌려줄 날짜가 없어졌어.” 오스벨이 인형을 살폈다. 작은 손바닥 안쪽에 붉은 실이 묶여 있었다. 오래된 지상 마법에서 아이가 먼 길을 갈 때 안전을 비는 표식이었다. 오스벨은 실을 풀지 않았다. “실은 살아 있는 사람의 물건이네. 기록을 들고 다니는 동안에도 주인의 것이지.” 정원 뒤편 작은 통로에는 ‘임시 보관된 시간의 온실’이 있었다. 유리 지붕 너머로 나뭇잎과 눈송이가 동시에 날렸다. 봄꽃이 핀 화분 아래에는 겨울 신발이 놓여 있었고, 멀리서는 겨울 노래를 부르는 여름 새의 울음이 들렸다. “여긴 어른이 되어야 할 아이가 있는 곳인가요?” 토비가 조용히 물었다. “보관된 건 나이가 아니라 선택할 기회예요.” 세아가 답했다. “미나가 여섯 살이던 하루는 지나갔어요. 하지만 그날 이후의 어떤 가능성이 아직 주인에게 돌아가지 않았죠.” 한 통로 끝에 낮은 의자가 놓여 있었다. 의자 위에는 두 종류의 신발이 있었다. 여섯 살 아이의 작은 구두와 노인이 신는 넓은 가죽 신발.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벽에는 낡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미나의 하루: 불안한 일을 겪지 않음.’ “이건 사실입니까?” 피엘이 물었다. “기록상으로는요.” “그럼 실제로는?”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온실 관리인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색 옷을 입은 천사는 한 손에 물뿌리개를 들었고, 다른 손에는 수십 개의 작은 열쇠가 달려 있었다. 이름표에는 ‘알테, 시간 보관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미나의 기록을 찾는다고 들었어요.” 알테는 피엘의 수첩을 살피더니 손을 내밀었다. 피엘이 의뢰서를 보여 주자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이 서류로는 그 사람을 만날 수 없어요.” “법원의 긴급 감사 의뢰입니다.” “기록을 열람할 권한은 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살아 있는 사람을 조사할 권한까지 있는 건 아니에요.” 피엘이 손을 내렸다. “맞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미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사실만 전해 주실 수 있습니까? 어떤 답이든 존중하겠습니다.” 알테의 눈매가 조금 풀렸다. “그럼 전하죠. 다만 상대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미리 안다고 가정하지 마세요. 본인도 자기 시간을 전부 기억하지 못해요.” 온실에는 오래된 안내판이 하나 있었다. ‘맡긴 시간은 안전하게 보관됩니다.’ 그 아래에는 좀 더 작은 글씨로 ‘안전의 정의는 관리자의 판단을 따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피엘은 그것을 읽고 한참 눈을 떼지 못했다. 지상에서 물건을 맡길 때조차 그 물건을 돌려달라고 말할 사람이 있어야 했다. 시간이 물건이라면, 시간을 맡긴 자가 돌아오지 않을 때는 누가 보관 기한을 정하는가. 온실 관리인 알테는 계절이 서로 섞인 식물을 옮겨 심고 있었다. 그녀는 장갑을 낀 채 작은 바구니 두 개를 들었다. 하나에는 오늘부터 자랄 수 있는 씨앗이 들어 있었고, 다른 하나에는 십수 년 전부터 아직 발아하지 않은 씨앗들이 들어 있었다. “왜 두 개로 나눴어요?” 토비가 물었다. “오늘 자라도록 허락받은 씨앗과, 나중에 발아시키기로 보관한 씨앗이에요.” “씨앗이 자라고 싶다고 말해요?” “씨앗은 말하지 않죠.” “그럼 누가 정해요?” “요청서를 제출한 사람이요.” 토비는 씨앗 하나를 집어 들려다가 손을 거뒀다. “아, 함부로 만지면 안 되는 거죠?” 알테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선 그게 원칙이에요.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도.” 그 대답은 올바르게 들렸다. 그러나 토비는 여전히 의아했다. 씨앗을 심은 사람이 자라지 않길 바랐을 때, 씨앗의 주인은 누구인가. 농부에게 씨앗을 심는다는 것은 매일 물을 주며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었다. 그다음 일을 막아 두고 오랫동안 안전하다고 부르는 건 어딘가 이상했다. “씨앗은 자라다 병들 수도 있잖아요. 그래도 싹이 트면 좋지 않나요?” 알테는 바구니를 내려놓았다. “나도 언제나 그렇게 생각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누군가는 보호해 달라고 요청했고, 우리는 그 요청에 책임을 져야 했죠. 내가 아는 건 이 온실이 본래부터 악한 의도로 만들어진 곳은 아니라는 사실뿐이에요.” “그럴 수 있겠네요.” 피엘이 답했다. “다만 보호하려는 뜻과 실제로 보호받은 사람이 원하는 결과는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알테의 표정이 천천히 바뀌었다. 그 말은 누군가를 비난하지 않으면서도 그녀가 오래 회피한 질문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녀는 가장 오래된 바구니 하나를 빈 선반에 올렸다. ‘미나’라는 글자가 바닥에 있었다. “이 씨앗은 아직 제 판단으로 옮기지 않겠어요. 주인에게 먼저 물을게요.” 피엘은 그 말이 답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시작을 기록하는 것도 그의 일이었다. 토비는 온실 한쪽의 작은 연못을 내려다봤다. 물 위에는 서로 다른 날들이 겹쳐 있었다. 같은 아이가 웃고, 비를 맞고, 울다 잠들고, 손을 내미는 장면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그는 한순간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누군가의 기억을 만지는 게 허락된 일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벤이 뜻밖에도 가까이 오지 않았다. 악마인 그는 시간 보관함의 가격을 알고 있었다. 지상에서는 하루를 다시 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도 누군가 평생의 계약을 맺곤 했다. 잘못된 계약이야말로 벤이 여러 해 먹고살던 방식이었다. “왜 조용해요?” 토비가 물었다. “여기선 농담하기가 어렵군.” “악마에게도 그런 곳이 있어요?” “있지. 내가 한때 계약서를 배달했던 집들.” 그 말이 끝나자 알테가 돌아왔다. 손에는 작은 종이 한 장이 있었다. [방문 요청에 관한 답변.] [미나: 오늘은 만나지 않겠습니다.] [덧붙임: 그들이 내가 여섯 살이던 때만 알고 있다면, 지금의 나를 만나러 오는 사람들은 아니겠지요.] 세아는 종이를 돌려주기 전에 한 번 더 물었다. “왜 미나 씨가 만나지 않겠다고 했을까요?” “우리 때문일 수도 있죠.” 피엘이 답했다. “갑자기 찾아와서 오래전 일을 묻는 사람들을 신뢰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신뢰를 얻어요?” “지금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대답하지 않겠다는 뜻을 그대로 지키는 것부터 할 수 있습니다.” 세아는 생각에 잠겼다. 어머니의 편지가 도착하지 않았을 때 자신은 늘 누군가 무관심해서 그런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이제는 상대가 말하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것이 기다린 사람의 마음을 덜 아프게 해 주지는 않았다. 그래도 기록을 읽을 권리와 사람을 만나라고 요구할 권리는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조금씩 이해했다. “전 제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낼 거예요.” 세아가 말했다. “오래전 물으신 질문을 아직 찾고 있다고요.” “그렇게 하세요.” “그런데 어머니가 이제는 안 궁금하다고 하시면요?” 피엘은 손을 펼쳤다. “그 답도 어머니의 겁니다.” 세아는 웃고 싶기도 울고 싶기도 한 얼굴이 되었다. 가장 오래된 질문은 어쩌면 발신인의 것이었고, 답을 기다리는 동안 살아온 시간은 수신인의 것이었다. 피엘은 답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오늘은 기록을 살피는 데 그치겠습니다.” 토비가 아쉬운 듯 나무 인형을 바라봤다. “그럼 이건 돌려드릴까요?” 알테가 손을 저었다. “그 인형은 본인이 남긴 게 아니에요. 그녀의 어머니가 보냈죠. 전해 줄지를 묻는 건 가능해요.” 피엘이 짧은 답장을 적었다. ‘저희는 당신의 시간을 이해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머니의 나무 인형이 발견되었습니다. 원하시면 전해 드리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 위치에 보관하겠습니다.’ 세아가 그 종이를 들고 돌아갔다. 피엘은 신발을 살폈다. 아이의 구두와 노인의 신발이 한 쌍처럼 놓인 것은 어쩌면 보관인이 마음대로 분류했기 때문일지 몰랐다. 실제 미나는 그 사이에도 수많은 날을 살아왔을 것이다. “기록에는 하루가 보관되었다고 쓰여 있습니다.” 피엘이 말했다. “그렇다고 그 사람의 모든 삶이 없던 건 아닙니다.” 오스벨이 고개를 끄덕였다. “새삼 중요한 말이군. 마법사들도 가끔 이름 붙인 현상을 전부 이해했다고 착각하거든.” 잠시 뒤 알테는 온실의 물뿌리개를 내려놓고 작은 서류철을 꺼냈다. 미나 개인의 기억이 아니라, 시간 보관 제도가 운영되던 시기의 규정이었다. [보관 목적: 수신인에게 닥칠 예측 가능한 불행 최소화.] [보관 결과: 피해 여부를 판단할 수 없음.] [재평가 주기: 수신인의 행복 유지율 하락 시.] “행복 유지율?” 토비가 고개를 들었다. 피엘은 온실 밖에서 들었던 문장을 떠올렸다. ‘반드시 행복해야 한다.’ 행복을 세는 장치가 존재한 시점과 미나의 시간이 보관된 시점은 거의 같았다. “처음부터 행복을 측정하려고 시간을 떼어 놓은 건 아닙니다.” 오스벨이 말했다. “실패했을 때의 상처를 가늠할 지표가 필요해지자, 기쁨과 슬픔을 한 숫자로 합친 거지.” “그러면 아이가 정말 행복한지는 누가 묻나요?” 토비가 물었다. 그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다. 얼마 뒤 세아가 온실로 뛰어들어 왔다. 숨이 가빴다. 손에는 다른 답장이 들려 있었다. [미나: 인형은 제가 직접 찾으러 가겠습니다.] [그리고 질문을 하나 돌려보내죠.] [첫 신탁을 조사하러 온 천사에게 묻습니다. 그날 울던 아이에게 누가 ‘그만 울어도 된다’고 말했습니까?] 피엘은 질문을 세 번 읽었다. 그는 답할 수 없었다. 자신이 기억하는 과거에는 미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질문의 문장만은 어디선가 들은 듯했다. 온실 맨 안쪽 유리 벽에 아주 오래된 글자가 나타났다. [과거 제1문 발신 담당자: 피엘.] [업무: 미나의 신탁 발송 직전, 마지막 확인.] 피엘의 오른쪽 날개가 지독하게 아팠다. 그날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했던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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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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