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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25화
PAYLUA ORIGINAL · 제25화

25화. 성공률 백 퍼센트의 창고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5,461자

오프라인 책장
제7물류국의 마지막 창고는 지도에서 찾을 수 없었다. 피엘이 처음 배치받았던 날, 그곳은 잉크와 새 종이 냄새가 섞인 밝은 건물이었다. 지금 그 기억은 절반쯤 지워져 있었다. 어디에 있는지 묻는 것조차 뜻밖에 고통스러웠다. 머릿속에 떠오른 위치를 말하려는 순간, 문장 앞부분이 하얗게 비어 버렸다. “억지로 기억하지 않아도 돼요.” 토비가 말했다. “하지만 저에게 보내진 편지입니다.” “그래도 가기 싫으면 안 가도 되는 거잖아요.” 피엘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미소 지었다. 토비가 제8문을 찾으러 온 이유를 벌써 자신에게 돌려주고 있었다. “가고 싶습니다. 다만 혼자 오라는 말은 따르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같이 가면 여신님이 화낼 텐데.” 벤이 말했다. “화낼 권리는 있겠죠. 제가 위험을 감수할 권리도 있고요.” 그들은 니메르와 함께 마지막 창고로 가는 길을 찾았다. 노파가 알려 준 것은 별난 방법이었다. 가장 가까운 길을 지도에서 지우고, 남은 길 사이의 빈 공간을 따라가라는 것이었다. 오스벨은 수풀 위로 떠오르는 계단을 계산하느라 세 번이나 마법 공식을 고쳤다. 벤은 그림자로 계단의 빈 부분을 메웠다. 토비는 앞선 이들이 넘어지지 않도록 손잡이를 고정했다. 도착한 창고는 구름 위에 놓인 거대한 돌 건물이었다. 문간에 붙은 일곱 장의 출입증은 모두 사용 불가로 바뀌어 있었다. 니메르는 창고 옆 좁은 창문으로 손을 넣고 안쪽 빗장을 열었다. “이래도 됩니까?” 피엘이 물었다. “옛날에는 창고지기가 물건 찾으러 오는 사람을 밤새 밖에 세워 둘 수 없었어.” “지금도 그렇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물건을 찾으러 온 사람을 얼려 죽일 수는 없지.” 창고 안에는 상자가 끝없이 쌓여 있었다. 어느 것은 축복이었고 어느 것은 경고였다. 비가 오지 않던 해의 첫 빗방울, 아주 오래전 한 아이에게 보낸 생일 축하, 다투던 형제가 화해할 수 있도록 건넨 낡은 질문. 각각의 상자에는 내용보다 훨씬 큰 승인 인장이 찍혀 있었다. 피엘은 그 앞에서 이상한 불편함을 느꼈다. 축복보다 직인의 크기가 커진 건 언제부터였을까. “여기선 서류가 사람보다 크네.” 토비가 말했다. “정확한 관찰입니다.” 계량기로 가는 통로에 두 개의 전시장이 있었다. 첫 번째에는 우편국이 가장 많은 감사를 받았던 해의 기록이 쌓여 있었다. 당시 직원들은 사라진 아이의 신탁을 찾아 달라는 청원을 접수했고, 담당자는 찾지 못했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고했다. 기록 마지막에는 '수신인 미확인'이라는 문장이 선명했다. 두 번째 전시장에는 훨씬 화려한 성과장이 놓여 있었다. 어떤 경고도 빠뜨리지 않고, 모든 축복을 전달했다는 포상 기록이었다. 그런데 상세 목록을 열자 사망한 이에게 보내진 축복도, 이미 집을 떠난 사람에게 보내진 소환 명령도 모두 정상 배송으로 표시돼 있었다. 피엘은 두 기록을 번갈아 봤다. “첫 번째 담당자는 실패했다고 쓰고도 책임을 다했군요.” “둘째는 성공했다고 쓰고 책임을 피했지.” 벤이 말했다. 그때 천장에 매달린 작은 확성기에서 예전 직원 교육 음성이 흘러나왔다. ‘업무상 불확실성을 기록하면 평가가 낮아질 수 있습니다. 동의 확인 절차는 유연하게 생략하십시오.’ 토비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사실대로 적으면 혼나는 거예요?” “그렇게 운영된 시기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피엘이 답했다. 오스벨은 작은 보관함에서 더 오래된 표식을 찾았다. 그 안에는 '회신율', '불만 처리율', '정정 완료율'이라는 세 종류의 지표가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은 순서대로 폐지됐고 발송 완료율 하나만 남았다. “이제 알겠군.” 오스벨이 말했다. “한 가지만 세면 나머지는 세상에서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법이지.” 창고 중앙에는 커다란 계량기가 서 있었다. 왼쪽 접시에는 발송된 신탁 수가 표시됐고 오른쪽 접시에는 반송된 신탁 수가 표시됐다. [발송: 무수.] [반송: 0.] [업무 성공률: 100%.] 벤이 코웃음을 쳤다. “반송을 못 하게 만들고 성공률 백 퍼센트라고 써 둔 거야? 이 정도면 마계에서도 수치 조작으로 걸려.” 오스벨은 계량기를 두드렸다. 바늘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 아래에는 낡은 명패가 있었다. [제8문 폐쇄 이후 성과 측정 시스템 도입.] “순서가 같군.” 오스벨이 말했다. “먼저 문을 닫고, 그다음 통계를 세웠어.” 어둠 속에서 박수 소리가 들렸다. 창고 끝의 높은 계단에 여신 이시아가 서 있었다. 지난번 모습보다 빛이 약했다. 흰 옷깃에는 검은 잉크가 묻어 있었다. “감사관보다 빨리 왔구나.” 피엘이 고개를 숙였다. “부르신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이시아는 동행자들을 하나씩 바라보았다. “혼자 오지 않았군.” “네. 제가 같이 오기로 선택했습니다.” 여신이 토비에게 시선을 두었다. “너는 그 용사의 신탁을 끝내 버리지 못하겠지.” “거절은 했는데요.” “성검은 아직 네 곁에 있다.” 토비는 검집을 손바닥으로 툭 쳤다. “이 칼은 누가 다칠 때 쓸 수도 있고, 사람을 돕는 도구로 쓸 수도 있어요. 저한테 보내졌다는 이유만으로 제 마음까지 칼이 정하지는 않아요.” 오스벨이 앞으로 나와 손을 들어 보였다. “여신이여, 오래전 내가 받은 양계 신탁도 묻고 싶소. 대마법사에게 닭을 키우라고 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시아는 그를 바라보다 이마를 찌푸렸다. “그 신탁은 내 부서에서 발송된 것이 아니다.” “발신인은 ‘천계 축복과’라고 되어 있던데.” “축복과 직원 중 누가 그 문장을 썼는지는 기록이 없다.” 오스벨의 어깨가 조금 처졌다. 그는 엉뚱한 명령을 따라 닭을 키우면서 처음에는 수치스럽다고 여겼지만, 이제는 닭을 돌보는 일도 자기 삶의 일부가 됐다. 그렇다고 처음의 오배송이 옳았던 건 아니었다. “참 희한하군. 누가 썼는지 모르는데도 내가 닭을 키웠단 말이지.” 토비가 웃으며 말했다. “닭들은 좋아하잖아요.” “그건 내 선택이었으니까. 언젠가 닭장 문을 누가 명령한 건지 알게 되면 따져 볼 걸세.” 이시아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고귀한 신탁이라 여겨졌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삶을 바꾸게 한 이유 없는 문장일 수 있다는 사실이 그녀에게도 불편한 듯했다. “전부 검증할 것이다.” 여신이 말했다. 피엘은 그 약속을 수첩에 적었다. 약속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지켜졌는지 나중에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창고 천장에는 옛날 배송 장면을 담은 벽화가 있었다. 구름 속에서 천사들이 종이를 접어 내보내면 지상의 사람들은 문 앞에서 그것을 받아 열었다. 맨 아래에는 문을 닫고 돌아서는 사람도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후대의 화가가 그 부분을 금빛으로 덧칠해 놓아, 멀리서 보면 모두가 편지를 기쁘게 받는 것처럼 보였다. 토비는 문 앞에서 등을 돌린 사람을 가리켰다. “저 사람은 왜 떠났어요?” 이시아는 아주 오래된 그림을 보고 있었다. “원치 않는 신탁이었기 때문이겠지.” “그럼 저 사람을 쫓아가서 다시 전달했나요?” “옛날에는 그러지 않았다.” “지금은요?” 이시아는 대답 대신 손을 들어 덧칠된 금빛을 문질렀다. 그 아래에 있던 작은 손잡이가 드러났다. 어쩌면 저 벽화는 회복될 수 있는 오래된 기억과 닮아 있었다. 지워진 게 아니라 덮여 있을 뿐인. 피엘은 그 장면을 보고 여신도 누군가의 지시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선택을 해야 할 당사자임을 알았다. 이시아는 한참 그를 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피엘. 네 이름은 원래 한 사람 몫이 아니었어.” 창고 벽에 천계 기록이 나타났다. 오래전 두 작은 천사가 함께 서명하는 모습이었다. 오른손을 쓰는 피엘과 왼손을 쓰는 대리 피엘. 그들이 서명한 것은 봉투가 아니라 공동 서약서였다. [특별 배치: 제8문 임시 운영 담당.] [공동 근무자: 피엘 / 이름 미지정.] [업무 조건: 정식 이름이 없는 근무자에게 독립적 판단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 피엘이 입술을 깨물었다. “제 이름을 나눠 준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는 원래 문서를 읽는 능력만 가진 존재였어. 독립된 천사가 아니었지. 이곳의 신탁들이 누군가의 선택을 지웠을 때, 그 오류를 대신 기록하려고 만든 그림자였어.” “사람을 지키기 위해 만들었다는 겁니까?” “처음에는.” 여신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하지만 그는 기록된 고통을 직접 보았고, 너는 그 고통을 감당하지 못했지. 어느 날 너희는 서로의 짐을 바꾸기로 했어. 너는 기억을 내어 주고, 그는 잘못된 편지를 숨겼다.” 피엘은 어지러워 벽을 짚었다. 책임을 회피하려 했는지, 절박해서 그랬는지 기억이 없었다. 기억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죄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날 제8문이 닫혔습니까?” “아니. 그보다 훨씬 전부터 봉인은 준비되고 있었어.” 이시아는 창고 깊숙한 곳을 가리켰다. 천장 높이 매달린 커다란 검은 봉투에는 발신인도 수신인도 없었다. “저것이 첫 번째 잘못된 신탁이야. 아무도 보내지 않았는데 온 세상에 배달된 신탁.” 토비가 물었다. “내용이 뭔데요?” “‘반드시 행복해야 한다.’” 그 말이 창고 안에 퍼지자 상자들이 일제히 떨렸다. 오스벨이 달걀을 외투 안에 꼭 숨겼다. 빛이 닿은 곳마다 웃는 얼굴이 새겨졌다. 강제로 웃게 된 것처럼 눈물 자국이 남은 얼굴들이었다. “행복하라는 말이 왜 위험합니까?” 피엘이 물었다. “사람이 슬플 자유까지 빼앗았기 때문이지.” 이시아가 대답했다. “그 신탁을 보낸 자가 누구인지 확인하려고 제8문을 열었지만, 편지를 되돌리려는 순간 끝없이 증식했어. 내가 문을 막았고, 그 사이에 발신인들이 반송 기능 없는 체계를 선호하게 되었지.” 벤이 팔짱을 꼈다. “사람을 지키려 봉인했다는 말은 일단 믿어 보지. 그럼 왜 그 뒤에 오배송 기록까지 숨겼어?” 이시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모든 답보다 무겁게 느껴졌다. “우리가 묻는 건 완벽한 해명이 아니에요.” 토비가 말했다. “잘못된 일이 있으면 누가 알아야 하고, 누군가 고칠 수 있어야 하잖아요.” 여신은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너희에게 보여 주려 했다. 봉인된 첫 신탁은 내 힘만으로 태울 수 없어. 가장 오래된 명령은 받은 자가 자기 이름으로 거절해야 끝나거든.” “누가 받았습니까?” 피엘이 물었다. 검은 봉투가 천천히 회전했다. 앞면에 작은 글씨가 나타났다. [수신인: 세상의 모든 미래.] 오스벨이 낮게 말했다. “미래가 수신인이라고?” 그 순간 창고 문이 쾅 하고 닫혔다. 계량기의 100%라는 숫자가 붉게 변했다. 어디선가 라베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불법 집회와 미승인 문서 열람을 확인했습니다. 관련자 전원, 발신 권한 조사를 위해 격리합니다.” 이시아의 얼굴이 굳었다. “내가 그를 부른 게 아니다.” 창고 바닥에 커다란 검은 원이 나타났다. 여덟 개의 구멍이 가장자리를 따라 열렸다. 피엘은 그 모양을 알아봤다. 라베른의 손등에 있던 아홉 개 구멍 중 여덟 개와 같았다. 나머지 하나는 무엇을 뜻하는가. 검은 원 한가운데에서 새로운 문장이 떠올랐다. [제8문 폐쇄 상태 유지.] [제9명령 자동 발효.] [회신하지 않은 미래를 일괄 수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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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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