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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24화
PAYLUA ORIGINAL · 제24화

24화. 여신이 돌려보낸 편지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5,343자

오프라인 책장
반송 종이 세 번 울린 뒤 니메르의 집에 편지가 들어왔다. 누가 문틈으로 밀어 넣은 것도 아니었다. 불빛이 종이 모양으로 접히더니 거실 한가운데에 떨어졌다. 봉투에는 이시아의 신성 인장이 찍혀 있었지만, 밀랍은 검붉게 갈라져 있었다. 피엘은 곧바로 손을 뻗지 않았다. 종이의 가장자리에 깃털을 대 보았다. 깃털이 물에 젖은 듯 무겁게 가라앉았다. “명령서가 아니군요.” 니메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반송이야. 발신인이 자기 편지를 거절하겠다고 말한 거지.” “발신인이 자기 편지를 거절할 수도 있습니까?” “지금이라도 잘못된 말을 거둬들이겠다는 뜻이라면 가능하지. 다만 그 말을 듣고 이미 행동한 사람의 시간을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어.” 토비는 이시아가 보낸 종이를 바라봤다. “여신님은 왜 갑자기 마음을 바꿨어요?” 벤이 어깨를 으쓱했다. “권력자가 마음을 바꿀 때는 보통 둘 중 하나야. 정말 잘못을 알았거나, 자기 손에 묻은 잉크가 보일까 겁나거나.” “둘 다일 수도 있어요.” 토비가 말했다. 피엘은 봉투를 열었다. 안에는 짧은 문장과 낯익은 회의록 사본이 들어 있었다. [제8문 최초 봉인: 서명자 이시아.] [봉인 사유: 미승인 신탁의 역류로 인한 수신인 피해 예방.] [현재 위험: 빈 발신인의 문서가 반송로를 통해 지상으로 유입될 가능성.] 오스벨이 마지막 줄에 손가락을 올렸다. “빈 발신인이라. 보낼 자격이 없는 존재가 편지를 쓰는 것인가?” 니메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서랍 깊숙한 곳에서 유리병 하나를 꺼냈다. 유리병 안에는 하얀 종이 조각들이 들어 있었다. 조각은 어떤 글자도 없는데 저마다 다른 무게를 가진 듯 병 속에서 천천히 떠다녔다. “빈 발신인에게서는 편지가 오지 않아.” 니메르가 말했다. “더 위험한 건, 편지를 받은 사람이 누가 보냈는지 모르면서도 그것을 자신의 운명이라고 믿는 일이야.” “그럼 위험을 피하려면?” 피엘이 물었다. “발신인을 확인해야지. 늘 하던 일 아닌가?” 피엘은 다시 회의록 사본을 읽었다. 봉인 사유에는 '미승인 신탁'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그 신탁을 누가 만들었는지는 없었다. 날짜도 이상했다. 제8문이 닫힌 날보다 삼십 년 뒤였다. “봉인 사유가 나중에 작성됐습니다.” “무슨 뜻이죠?” 토비가 물었다. “문을 닫을 때는 다른 이유였을 수 있습니다. 사후에 정당화 문서를 만든 거죠.” 벤이 서류의 가장자리를 맡았다. “이건 감찰국 냄새야. 구운 밀랍에 검은 소금. 라베른이 쓰던 봉투랑 같아.” 피엘이 놀라 그를 보았다. “여신의 공문인데 감찰국에서 보냈다는 말입니까?” “여신이 서명하고 누군가 다시 편집했을 수도 있지.” 니메르는 짧게 말했다. “편지를 믿기 전에 봉투가 지나온 길부터 봐라.” 니메르는 두꺼운 유리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 작은 실험 자리를 만들었다. 마을의 잉크와 천계의 인장, 마계 계약서의 그을음은 모두 저마다 다른 빛을 남겼다. 이시아의 봉투에는 적어도 세 종류가 겹쳐 있었다. “마계의 잉크가 여기까지 왔다고 해서 악마가 편지를 썼다는 증거는 아니에요.” 벤이 말했다. “계약을 증명하려고 서류를 옮겼을 수도 있지.” “아직은 그 가능성만 기록하죠.” 피엘이 답했다. 오스벨은 유리를 세 겹으로 겹쳐 보았다. 위쪽에는 원래 서명이, 가운데에는 발송 경로가, 아래쪽에는 뒤늦게 덧붙은 명령 문장이 나타났다. 첫 봉인 승인과 뒤늦은 집행 지침이 다른 시간에 기록됐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서명이 진짜라고 해서 그 옆의 모든 문장이 같은 날 쓰인 건 아니군.” “그래서 편지를 한 번에 믿으면 안 됩니다.” 피엘이 말했다. 토비는 손가락으로 유리 가장자리의 어두운 그림을 가리켰다. “여기 빈자리는 뭐예요?” 그곳은 경유 도장이 찍혔어야 할 위치였다. 누군가 원래 서류를 보냈던 경로 하나를 통째로 잘라 냈다. 벤은 구겨진 영수증 조각을 꺼내 크기를 맞춰 보았다. 마계 지하 거래소가 쓰던 옛 규격과 모양이 같았다. “리세트가 저 봉투를 본 적이 있을 수도 있어.” 피엘은 그 이름을 기록했다. 하지만 벤이 보리골 계약에 서명했던 일과 여신의 승인 서류는 아직 직접 연결되지 않았다. 사람의 말은 짧게 이어 붙이면 거짓으로 변하기 쉬웠다. 그들은 실험을 하기로 했다. 여신이 보낸 공문 원본을 훼손하지 않고 사본을 만들어, 서명과 발송 시각을 비교했다. 오스벨이 은빛 달걀에 사본을 비추자 파란 문장 아래 숨겨진 붉은 잉크가 드러났다. [반송 기능 복구 시 천계 중앙 명령의 유효성에 대한 일괄 심사 개시.] [일괄 심사 개시를 예방할 것.] 토비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러니까 여신님이 걱정하는 건 편지가 사람을 해칠까 봐가 아니라 자기 명령을 다시 검사받을까 봐일 수도 있다는 거예요?” “가능성이 있습니다.” 피엘이 말했다. “아직 어느 쪽인지 단정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여신님이 설명해야겠네요.” 피엘은 반송서 여백에 질문을 적었다. 이시아의 허락 없이 그녀의 기록을 유출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공문에 의해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들이 질문하는 것은 정당했다. ‘제8문이 닫힌 날짜와 폐쇄를 승인한 권한의 근거를 밝히십시오. 우리가 찾는 것은 모든 신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받는 이의 답장을 되돌릴 길입니다.’ 그가 종이를 접자 봉투가 천장 쪽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그 순간 검은 깃털이 바깥 창문에 박혔다. 날개 달린 감찰 집행자 세 명이 절벽 위에 착륙하고 있었다. 세 집행자의 날개는 쇠 비늘을 맞댄 듯 날카로웠다. 그들은 절벽을 따라 서로 다른 길로 나뉘었다. 하나는 현관을 지켰고 하나는 우편함을 조사했으며 다른 하나는 종이 날아오르는 하늘을 봉쇄했다. 실수로라도 답장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움직임이었다. 벤은 그림자를 풀어 세 명의 발밑을 따라 움직이게 했다. 집행자가 누구의 물건에 손을 댔는지 기록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는 토비에게 성검을 먼저 뽑지 말라고 속삭였다. “이들은 네가 공격하는 순간 모든 우편함을 전투 현장의 압수품으로 만들 거야.” 토비는 이를 악물었다. “그럼 가만히 있어요?” “아니. 저 사람들이 하려는 걸 정확히 물어. 그건 내가 못 하는 일이야. 질문 받으면 악마 계약으로 취급하는 녀석도 있으니까.” 토비는 성검을 검집에 넣은 채 우편함 앞에 섰다. 감찰관의 눈높이까지 올려다보며 말했다. “거기 있는 편지에 주인이 있다는 건 확인했나요?” 질문은 단순했지만 집행자는 한동안 답하지 못했다. 우편함에 붙은 숫자 대신 사람의 얼굴을 상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장 보전 명령입니다.” 우두머리가 말했다. “불법 반송 서류에 관한 모든 자료를 제출하십시오.” 니메르는 현관을 활짝 열었다. “여기는 내 집인데 무슨 근거로 들어오지?” “천계 최고 감사관의 지시입니다.” “발행번호는?” 우두머리가 문서를 내밀었다. 니메르는 한 번 보고 돌려주었다. “접수일이 내일이네.” “이 일은 예정된 조사입니다.” “예정된 조사가 오늘 집에 들어올 근거는 아니지.” 우두머리가 순간 말을 잃었다. 벤이 뒤에서 킥킥 웃었다. “노련한 민원인은 천사보다 무섭다더니.” 하지만 집행자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들은 절벽 주변의 우편함을 하나씩 봉인하기 시작했다. 제8문을 찾는 길을 통째로 막으려는 것이었다. 토비가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는 성검을 빼 들었지만 집행자들을 향해 휘두르지 않았다. 가장 낮은 절벽에 있는 우편함부터 열었다. 안에 있던 편지는 이미 주인에게 보낼 준비가 된 것이었다. “이건 누구 건데 당신들이 잠그는 거예요?” “무허가 물품입니다.” “허가를 못 받은 게 아니라, 받을 곳을 없앤 거잖아요.” 그 말에 우편함 하나에서 노크 소리가 났다. 이어 다른 우편함에서도 같은 소리가 났다. 절벽 전체가 작은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듯 떨렸다. 피엘은 니메르의 집에 달린 반송 종을 주워 끊어진 줄을 묶었다. 그 종은 발신인에게 답을 보내는 마지막 장치였다. 그는 집행자들이 볼 수 있도록 종 아래에 서류를 매달았다. [일괄 반송 거절 의사 접수.] [거절 대상: 무허가 회수 및 서류 압수.] [이의 신청인: 절벽 우편함의 실제 소유자들.] “소유자들이 모두 동의했습니까?” 집행자가 물었다. “아직 아닙니다. 그러므로 동의가 확인된 편지만 신청할 겁니다.” 첫 번째 우편함은 아무 응답도 하지 않았다. 두 번째는 종이를 다시 밖으로 밀어 냈다. 세 번째는 안쪽에서 ‘지금은 싫습니다’라는 말이 들렸다. 피엘은 그 세 통을 그대로 두었다. 집행자들은 답답하다는 듯 날개를 퍼덕였다. “그럼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것 아닙니까?” “아직 답할 때가 아닌 분이 계십니다.” 네 번째 우편함에서는 아주 느린 대답이 왔다. ‘제가 응답하면 집에서도 이 사실을 알 수 있나요?’ 피엘은 그럴 수도 있다고 솔직히 적었다. 상대가 다시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자 기다렸다. 토비는 절벽 아래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차를 나눠 주었다. 그중 한 노인은 이곳에 오기 전 살던 마을 이름을 잊어버린 상태였다. 토비가 마을로 돌아가고 싶으냐고 묻자 노인은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가면 반가워할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소.” “그럼 바로 돌아가는 걸 결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먼저 확인할 수 있도록 편지를 보낼까요?” 노인은 한참 망설이다 받는 사람의 이름 대신 오래된 풍경을 그려 주었다. 산 아래로 강이 하나 흐르고 그 옆에 작은 떡집이 있는 그림이었다. 피엘은 그 그림에 새로운 주소를 꾸며 넣지 않았다. 마라가 보관하는 미확인 위치 자료와 대조할 수 있도록 사본만 남겼다. 차갑던 바람이 조금 누그러졌지만 그들이 해결한 일은 고작 열두 통의 임시 보전 신청이었다. 피엘은 그 숫자를 수첩에 썼다. 누구라도 나중에 확인할 수 있도록.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멋진 승리 선언보다 자기 기록을 찾아볼 수 있는 작은 번호였다. 피엘은 우편함마다 질문을 적은 작은 종이를 넣었다. 응답한 우편함은 열두 개였다. 응답하지 않은 우편함은 건드리지 않았다. 집행자들은 기다리다 지쳤고, 토비는 응답한 열두 통의 이름만 확인해 보전 대상으로 등록했다. 이 가운데 실제 오배송 정정이 완료된 것은 아직 없었다. 밤이 깊어지자 집행자들은 감독관에게 보고하겠다며 물러났다. 니메르는 끊어진 종을 다시 현관에 걸었다. “무서운 일이지?” 그녀가 물었다. “네.” 피엘이 대답했다. “그래도 절차가 필요한 이유를 이제 알겠지.” 피엘은 열두 통의 신청서를 다듬었다. 종이는 젖어 있었지만 글자는 또렷했다. 그때 이시아가 보낸 봉투가 다시 돌아왔다. 뒷면에 새로운 답장이 적혀 있었다. [오늘 밤 제7물류국의 마지막 창고로 오라.] [다른 누구도 믿지 말라.] [특히 네 이름으로 쓰는 천사를.] 편지 끝에는 별도의 짧은 문장이 있었다. ‘피엘. 나는 네가 둘로 나뉘기 전의 이름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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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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