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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22화
PAYLUA ORIGINAL · 제22화

22화. 모르겠음행 승차권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5,612자

오프라인 책장
잃어버린 편지의 종착역은 사람이 떠난 지 오래된 곳처럼 보였다. 천장에는 빗물이 말라붙은 자국이 층층이 남아 있었고, 벽의 안내판에는 목적지 대신 날짜가 적혀 있었다. ‘어제’, ‘아직 오지 않은 봄’, ‘결심을 바꾸기 전’. 마지막 플랫폼으로 이어지는 계단 위에는 ‘돌아갈 수 있음’이라는 문구가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매표소 안의 목소리는 다시 물었다. “받지 않기로 한 신탁을 제출하세요.” 토비가 성검을 꺼내려 하자 피엘이 손을 내밀었다. “칼로 결정을 증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 용사 신탁이 취소됐다는 서류는 있어요?” “당신이 그걸 거절한 진술은 있습니다.” 피엘은 수첩을 펼쳤다가 회색으로 잠긴 화면을 보았다. 어젯밤 공식 조회 뒤 계정이 정지된 사실을 잊었다. 그는 빈손으로 매표소를 마주했다. “공식 사본은 현재 조회할 수 없습니다.” “그럼 통과할 수 없습니다.” “왜요?” 토비가 물었다. “제가 싫다고 말했는데.” 매표소 유리 안에서 사람 모양의 종잇장이 흔들렸다. “말은 사라집니다. 규정에 기록된 말만 남습니다.” 토비는 잠시 생각하더니 허리춤의 칼집을 풀었다. 누가 보아도 지나치게 번쩍이는 성검은 그가 선택해서 얻은 물건이 아니었다. 잘못 배송된 신탁 때문에 자꾸 그를 따라다니는 물건이었다. “저는 이 칼로 누굴 찌른 적 없어요. 둑을 막고 우편함 문을 열었죠. 그건 제가 택했으니까요. 하지만 세상을 구하라는 명령은 제가 받은 적 없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거절할게요.” 매표소의 종이 인형이 고개를 돌렸다. “거절의 수신인을 확인해야 합니다.” “그 신탁을 보낸 사람한테요.” “발신인 정보가 없습니다.” 토비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발신인을 찾는 게 당신 일이잖아요.” 매표소 유리창에 처음으로 금이 갔다. 창 뒤의 종이 인형은 슬프게 웃었다. “그 말을 들은 게 오백 년 만입니다.” 유리가 소리 없이 열리고 낡은 종표 한 장이 나왔다. 펀칭 구멍이 여덟 개 난 승차권이었다. [거절 접수: 토비.] [서류 없는 동의 강요 없음.] [한시적 방문 허가: 네 명.] “여기 사람은 네 명인데요.” 벤이 말했다. “혹시 천사를 두 명으로 센 건 아니겠지?” “네 명 맞아요.” 토비가 말했다. “그럼 저 뒤에 따라오는 것은?” 벤이 고개를 돌리자 플랫폼 끝의 어둠이 거꾸로 접혔다. 거기에서 다섯 번째 그림자가 미끄러져 나와 기둥에 붙었다. 피엘은 한 걸음 나섰다. “누구십니까?” 그림자는 입이 없는 얼굴로 몸을 떨었다. 곧 낯익은 왼손 글씨가 기둥에 나타났다. [나는 따라온 게 아니다. 앞서 보내진 것이다.] “대리 피엘?” 아무 대답도 없었다. 대신 그림자는 하나의 우편봉투로 접혀 바닥에 떨어졌다. 피엘이 그것을 주우려 하자 매표소의 종이 인형이 손을 뻗었다. “미등록 물품입니다. 내용은 이 역을 떠날 때까지 열지 마세요.” “왜입니까?” “이 역은 지나가려는 사람의 미래를 잠시 보관합니다. 미리 열어 본 미래는 누군가에게 강요하는 말이 됩니다.” 오스벨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미래를 보관하는 역이라니. 내 연구실에 갖다 놓고 싶군.” “선생님, 장소를 가져갈 수는 없어요.” 토비가 말했다. “그건 아직 증명된 바가 없네.” 매표소에서 문들이 도착하기 직전, 토비는 기다림을 견디지 못하고 플랫폼 끝을 둘러봤다. 그곳에는 구두 한 짝과 낡은 장갑, 손잡이가 부러진 가방이 줄지어 있었다. 누군가 떠나면서 놓고 간 물건이었지만 아무것도 버려지지 않았다. “왜 다 보관해요?” 종이 인형은 유리창 너머로 고개를 내밀었다. “돌아오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백 년이 지나도요?” “지나간 세월을 이유로 물건의 주인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토비는 낡은 구두를 손에 들어 보았다. 안창에는 주인의 발 모양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는 구두를 제자리에 놓고 묵은 먼지를 털어 주었다. 피엘은 유리창에 열려 있는 정산 장부를 보았다. 이 역은 수백 년 동안 승객을 받으면서도 목적지에 도달한 비율을 기록하지 않았다. 대신 돌아올 수 있는 길을 남겼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천계의 '성공률'과는 정반대의 기록 방식이었다. “승차권은 목적지를 정하는 종이지만, 표를 잃었다고 집에 돌아갈 권리를 잃는 건 아니군요.” “정확합니다.” 종이 인형이 말했다. “이상하게도 그 말을 이해하는 천사는 오랜만이네요.” 안내 종이 울렸다. 플랫폼에 들어오는 것은 기차도 마차도 아니었다. 낡은 회색 문 여섯 개가 한 줄로 움직였다. 문짝 뒤에는 방이 없었다. 방문들은 바람에 끌리는 연처럼 플랫폼 옆을 천천히 지나갔다. 첫 문에는 '예', 둘째에는 '아니오', 셋째에는 '나중에', 넷째에는 '모르겠음'이 적혀 있었다. 다섯째와 여섯째는 빈칸이었다. “어느 문을 타야 해요?” 토비가 물었다. 종이 인형이 대답했다. “목적지를 물어야죠. 이곳에선 선택 자체가 교통수단입니다.” 피엘은 제8문을 찾으러 왔다고 말했다. 그러자 '모르겠음'이라는 방문이 그들을 향해 돌아왔다. “왜 이거죠?” “당신들은 그 문이 어디 있는지 모르잖아요.” 벤이 웃었다. “지나치게 성실한 교통 안내군.” 들어가기 직전, 매표소의 종이 인형은 각자에게 질문 한 장씩을 건넸다. 피엘의 종이에는 ‘명령을 받지 않으면 당신은 무엇을 하겠습니까?’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오래 생각하다 '배달할 사람을 찾겠습니다'라고 썼다. 수첩이 없어도 할 수 있는 답이었다. 벤의 종이에는 ‘이익을 남기지 못한 거래도 계약입니까?’라는 질문이 있었다. 그는 펜을 돌리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대가 없이 끝낼 수도 있겠지'라고 적었다. 글자를 써 놓고 본인이 가장 놀랐다. 오스벨에게는 ‘배우지 않은 사람에게도 진리를 설명할 의무가 있습니까?’라는 문장이 왔다. 그는 '설명할 수 없다면 아직 다 안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런 뒤 작은 글씨로 '닭은 예외일 수 있음'이라고 덧붙였다. 토비의 종이에는 아무 질문도 없었다. 누군가 빠뜨린 건가 싶어 뒤집어 보아도 비어 있었다. 그는 매표소를 돌아봤다. “전 질문이 없어요.” “당신은 이미 방금 질문을 했습니다.” 종이 인형이 말했다. “뭘요?” “왜 다른 사람에게는 질문이 있는데 자신에게는 없느냐고요.” 토비는 종이를 다시 살펴보더니 그 위에 썼다. ‘남들이 이미 정해 놓은 것 말고 내가 궁금한 것을 물을 수 있나요?’ 매표소에서는 웃음과 비슷한 종이 흔들리는 소리가 났다. 종이 인형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한 번도 이런 승차권을 보지 못한 듯했다. 네 사람은 문을 넘어갔다. 발밑에는 검은 물이 반짝였고, 맞은편에는 하얀 절벽이 나타났다. 절벽 벽면마다 작은 우편함이 박혀 있었다. 우편함 중 일부는 문이 열려 있었고 일부는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풍경은 거대한 벌집 같았다. 그곳을 오르기 위해서는 누군가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절벽 아래의 표지판에 두 길이 그려져 있었다. 왼쪽은 짧지만 오르막이 가팔랐고, 오른쪽은 길지만 완만했다. 오스벨은 서둘러 마법으로 지도를 만들었다. “왼쪽으로 가면 일찍 도착할 수 있네.” “무릎이 아픈 분들도 이곳을 지나갈까요?” 토비가 물었다. “왜?” “그렇다면 오른쪽 길도 사라지지 않게 해야죠.” 피엘은 오른쪽 길의 첫 이정표를 바로 세웠다. 나중에 길을 잃은 누군가를 위해서였다. 오르막은 예상보다 길었다. 절벽 틈에는 이름을 대신하는 기호들이 새겨져 있었다. '어머니', '친구', '언젠가 돌아올 사람'. 눈이 닿는 곳마다 오래된 글씨가 있었는데도 누구의 것이었는지 알 수 없는 곳이 많았다. 오스벨이 가끔 지팡이로 돌을 짚고 숨을 골랐다. 대마법사에게 산길은 계단 마법 몇 번이면 될 일이었지만 이곳에서는 발을 떼기 전에 자기 목적지를 정확히 설명해야 했다. 너무 서둘러 위를 가리키면 길이 막혔다. “천재도 산을 그냥 걸어서 올라갈 수밖에 없구먼.” “마법이 안 되나요?” 토비가 물었다. “되네. 다만 내가 갈 곳을 고른다고 해서 너희 갈 곳까지 고를 수는 없겠지.” 벤은 오스벨의 지팡이에 끈을 매어 미끄러운 구간을 도왔다. 누가 먼저 길을 찾아야 한다거나 더 빨리 올라가야 한다고 다투는 일은 없었다. 피엘은 낡은 수첩에 사람마다 쉬어 간 지점을 표시했다. 중턱에는 아주 오래된 우체통 하나가 돌틈에 박혀 있었다. 누구도 손댄 흔적이 없는 우체통인데 새 둥지가 있었다. 알 두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어미 새는 낯선 여행객들이 가까이 오자 부리를 벌리고 화를 냈다. “저것도 배송 물품인가?” 벤이 농담했다. “아닐세.” 오스벨은 몸을 낮췄다. “저건 자기 집을 고른 거야. 우편함이 원래 다른 용도였다고 해서 새에게 나가라고 할 필요는 없지.” 그들은 둥지를 건드리지 않고 돌아서 갔다. 피엘은 우체통에 있던 옛 주소 표식을 따로 적되 내용물을 확인하려 들지 않았다. 이곳에 존재하는 모든 상자가 자신의 수사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절벽 중턱에서 낡은 우편함 한 개가 손톱으로 긁는 듯한 소리를 냈다. 안에는 ‘수신인 없음’이라고 적힌 편지가 들어 있었다. 편지보다 먼저 가느다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나한테 집에 돌아가도 된다고 말해 줄 사람이 없어요.’ 토비가 다가서자 피엘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우리는 그 사람의 집이 어디인지 모르니 약속할 수 없습니다.” “그럼 같이 찾아보자고 해요.” 피엘은 우편함에 귀를 기울였다. “어디로 돌아가고 싶은지 말씀해 주시면 찾는 일을 도울 수 있습니다. 지금 말하기 어렵다면 기다리겠습니다.” 한참 뒤 우편함 안쪽에서 종이 접히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아주 작은 지도 한 장이 밀려 나왔다. 지도에는 나무 한 그루와 다리 하나, 서로 등을 맞대고 앉은 두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주소가 없는데요.” 토비가 중얼거렸다. “그림을 남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단서입니다.” 피엘이 답했다. 그들은 그림을 복사해 역 관리인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원본은 우편함에 남겼다. 소유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지도를 가져갈 수는 없었다. 해가 기울 무렵 절벽 위에 도착했다. 바람 속에서는 오래된 잉크와 젖은 돌의 냄새가 났다. 정상에는 작은 집이 하나 있었고 현관에 종이 세 개 매달려 있었다. 첫 종에는 ‘발신’, 둘째에는 ‘수신’, 셋째에는 ‘반송’이라고 적혀 있었다. 앞의 두 종은 녹이 슬어 있었다. 셋째 종은 줄이 끊어져 집 바닥에 떨어진 채였다. 현관문이 열리고 주름진 여인이 나왔다. 한쪽 팔꿈치 아래가 투명해서 뒷벽이 비쳤다. 그녀는 네 사람보다 그들 뒤의 빈자리를 먼저 보았다. “아, 제0경로 쪽에서 온 손님들이군.” 피엘이 몸을 숙였다. “누구십니까?” “니메르. 옛날에는 반송 우편을 받았어.” 그녀는 떨어진 종을 발끝으로 굴렸다. “그런데 여기까지 왔다고 문을 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 곤란해. 제8문의 손잡이는 오래전에 떼어 갔거든.” “누가 가져갔습니까?” 니메르가 피엘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네 이름으로 일하던 천사가.” 피엘은 숨을 삼켰다. 대리 피엘의 왼손 서명이 다시 한 번 과거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가 왜 그랬습니까?” “문을 닫는 게 사람들을 지키는 일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지.” 니메르의 얼굴에는 오래된 분노보다 더 깊은 피로가 스쳤다. “그리고 손잡이를 훔친 사람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이거였어. ‘문은 닫히지만 편지는 사라지지 않아.’ 그 말 때문에 나는 여기를 떠나지 못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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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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