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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21화
PAYLUA ORIGINAL · 제21화

21화. 여덟 번째 문은 목록에 없다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5,517자

오프라인 책장
천계에는 문이 일곱 개라고 배웠다. 피엘은 제7물류국에 들어간 날부터 그 문들을 외웠다. 태어나는 이에게 첫 축복을 보내는 동문, 약속을 지키는 이에게 보상을 보내는 남문, 재난을 경고하는 북문. 나머지 네 문도 이름과 용도가 달랐다. 그런데 그날 밤, 그의 수첩에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여덟 번째 문이 목적지로 적혀 있었다. [반송 요청 접수.] [목적지: 제8문.] [주소 유효성: 조회 불가.] “주소가 없으면 가지 않으면 되잖아요.” 토비가 여물통을 고치다 말고 말했다. 보리골 집의 마당에는 갓 자른 볏짚 냄새가 났다. 열여덟 해 동안 비어 있던 의자의 주인 루나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짧은 편지를 보냈다. 우편마차 종점의 사람들에게 며칠만 더 머물겠다는 내용이었다. 피엘은 그 편지를 다시 접어 토비에게 건넸다. “문제는 반송 요청입니다. 보낸 사람의 주소가 없다고 해서 받은 사람이 답장을 못 하는 건 불합리합니다.” “그럼 주소를 찾아야죠.” “일곱 개뿐인 문 사이에서요?” “예전에 밭을 나누던 담장이 일곱 칸이었는데요. 할머니가 묻힌 씨앗을 찾다 보니 여덟 번째 칸이 나왔어요. 담장 하나가 밭인 줄 알았죠.” 벤이 피엘의 수첩 위로 그림자를 드리웠다. “농부 말이 이번에도 맞을지 모르지. 천계는 거짓말을 잘하거든. 정확히는 틀린 걸 말하지 않는 식으로 거짓말해.” 오스벨은 토비의 헛간에 꾸민 연구실에서 은빛 달걀을 들고 나왔다. 달걀 표면에는 제0경로에서 확보한 여섯 명의 증언이 별자리처럼 박혀 있었다. “문이 여덟 개였다는 기록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닐세. 일곱 개였다는 기록을 찾는 건 아주 쉬워도.” “차이가 있습니까?” 피엘이 물었다. “누군가 여덟 번째를 없앴다면, 일곱 개라고 써 놓은 문서는 전부 그 사실을 증명하는 증거가 아니라 그가 벌인 일을 보여 주는 증거일 수도 있지.” 피엘은 고개를 들었다. 먼 북쪽 하늘에는 천계의 은빛 통로가 가늘게 빛났다. 예전에는 그 빛이 질서의 상징 같았다. 지금은 회의실 불빛을 꺼 놓고도 야근 기록을 남기게 하는 상사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날 정오에는 마을 회관에서도 작은 소동이 있었다. 회복된 루나의 신원 기록이 보리골 장부에 반영되자, 원래 열여덟 해 동안 빈칸으로 계산하던 출생 통계가 맞지 않기 시작했다. 우린은 오래된 세금표를 펼치고 주민들에게 직접 상황을 설명했다. “이 숫자는 당장 바꾸지 않겠습니다. 누군가 실종됐던 사실 자체까지 지우고 싶지 않거든요.” 토비는 회관 앞에서 서류를 기다리는 이웃들을 바라봤다. 루나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은 기뻐했지만, 어떤 사람은 오래전 자신이 도와주지 못했던 일을 다시 떠올렸다. 반가움과 후회가 함께 오는 일은 이상하지 않았다. “이상하죠.” 토비가 피엘에게 말했다. “사실을 되찾으면 다 좋아질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사실은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하려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피엘이 답했다. “그렇지만 사실을 알아야 다음 일을 직접 결정할 수 있습니다.” 피엘은 우린의 장부 옆에 복원 경과표를 붙였다. 완료 여섯 건과 루나의 신원 정정 한 건을 구분했고, 나머지 1,006건은 미해결로 적었다. 사람들은 숫자를 보고 웅성거렸다. 토비는 설명을 돕다가 완전히 생소한 질문을 받았다. “그럼 이제 루나가 지나간 길을 다 알아낼 수 있느냐?” “아뇨. 아직 모르는 일이 많아요.” “네가 직접 데리고 오면 되지 않나?” 토비는 어머니를 돌아봤다. 에마는 회관의 가장자리에서 이웃의 말을 듣고 있었다. 딸이 살아 있다는 소식만으로도 가슴이 벅찰 테지만, 돌아오는 날짜를 대신 정하지 않기로 한 사람이었다. “루나는 자기가 언제 올지 정할 거예요. 저는 그때 따뜻한 밥을 준비하려고요.” 그 답을 들은 피엘은 새삼 부끄러워졌다. 천계는 천스물네 건의 오배송을 '수정 대상'이라고 적었지만, 각 서류에는 돌아갈 집과 기다리는 사람, 기다리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다. “우선 공식 지도를 조회하겠습니다.” “그거 위험하지 않아?” 벤이 물었다. “너 아직 소멸 보류 중이잖아.” 피엘은 수첩의 구석을 보았다. 소멸 명령은 집행되지 않았지만 철회된 것도 아니었다. 라베른의 조치로 업무 이력 일부가 계속 잠긴 상태였다. 다만 보리골 사건 이후 독립 감사 신청이 들어간 덕분에 추가 회수는 일시 중지되어 있었다. [소멸 명령: 감사 심리 전 집행 보류.] [신원 상태: 조건부 유효.] “그러니 더 늦기 전에 조사해야 합니다.” 그는 제7물류국 기록실에 조회를 신청했다. 수첩 위로 일곱 개의 둥근 인장이 솟아올랐다. 동문에서 출발하는 빛은 초록색, 남문은 금색, 북문은 푸른색이었다. 나머지 넷도 제자리를 찾았다. 그런데 제7문과 제1문 사이에는 손가락 한 마디만큼 어두운 틈이 있었다. “보이십니까?” 피엘이 물었다. 토비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냥 동그라미 아닌가요?” “동그라미를 이루는 선이 한 곳에서 끊어졌습니다.” 벤은 인장을 뒤집었다. 종이 위가 아니라 종이 아래쪽에 작은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누구도 찍지 않았지만 막 지나간 듯 따뜻했다. “문이 아니라 발자국이구나.” 오스벨이 돋보기를 가져왔다. 확대된 발자국에는 글자가 있었다. [제8문: 받는 이의 거절을 발신인에게 돌려보내는 길.] 토비가 손바닥을 폈다. “그럼 제가 용사 되기 싫다고 했을 때 여기로 보냈어야 하는 거네요.” “맞습니다.” 피엘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애초에 그 길이 있었다면 당신이 잘못된 신탁 때문에 온 세상을 떠돌 이유가 없었을 겁니다.” 그때 수첩이 스스로 닫혔다. 마당의 달빛이 갑자기 꺼지고 천계 공식 문장이 떠올랐다. [불법 목적지 탐색 감지.] [보안 점검을 위해 해당 사용자의 근무 권한을 일시 정지합니다.] 피엘이 당황해 수첩을 열었다. 모든 메뉴가 회색으로 변해 있었다. 보고서, 분류표, 근무 기록까지 닫혔다. “하룻밤 사이에 해고된 거예요?” 토비가 물었다. “정확히는 해고되지 않은 채 업무를 못 하게 된 겁니다.” “그게 더 나쁜 거 아닌가요?” “제 생각도 같습니다.” 벤은 바닥에 남은 인장 자국을 손톱으로 긁었다. “권한을 끊는 순간 발자국이 늘어났어. 봐.” 흙바닥을 가로지르는 작고 오래된 발자국이 마을 밖으로 이어졌다. 일곱 문을 검색할 때 없었던 길이었다. 피엘은 낡은 봉투를 꺼냈다. 제0경로에서 온 편지, 최초 발신인에게 돌려보내라는 명령이 적힌 편지였다. 피엘은 장부가 잠긴 사이 무엇을 잃었는지 차례로 점검했다. 전달 기록을 수정할 수 없었고, 상급자에게 직접 연락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자기가 눈으로 읽은 글과 토비가 들은 말, 벤이 보관한 계약 영수증까지 지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부터는 세 사람이 각자 기록하세요.” “네 사람이잖아요.” 토비가 말했다. “제 기록을 제외하고요. 저는 공식 복원을 못 합니다.” “천사님 기록도 기록이죠.” 토비는 손바닥만 한 장부를 피엘에게 내밀었다. 어머니가 식재료를 적던 낡은 수첩이었다. 첫 페이지에는 빵, 치즈, 달걀, 비상용 건초가 적혀 있었다. “저희 집에선 장부를 쓰는 사람이 하루 빠졌다고 장부를 없애지 않아요. 다른 사람이 이어 쓰면 되니까.” 오스벨은 큰 글씨로 사건 날짜를 쓰고, 벤은 검은 동전으로 기록의 변경 시간을 눌러 남겼다. 네 사람이 같은 일을 서로 조금 다르게 기록했다. 피엘은 그 불일치가 실수라고 생각하다가 멈췄다. 서로 다른 눈으로 보았기에 확인할 수 있는 사실도 있을 터였다. “내일부터 하나로 합칠까요?” 피엘이 물었다. “아니.” 벤이 말했다. “원본은 각자 갖고 있어. 합치는 사람이 거짓말할 수도 있잖아.” “저를 못 믿는 겁니까?” “넌 믿지. 기록을 하나로 합치라고 명령하는 사람은 아직 못 믿어.” 피엘은 대꾸 대신 작은 수첩의 첫 장에 날짜를 적었다. 천계의 인증 표시 하나 없는 글씨였다. 그런데 오랜만에 자신의 손으로 쓴 것처럼 느껴졌다. “공식 지도를 쓸 수 없게 됐으니 다른 방법으로 찾아야겠군요.” “편지를 따라가면 되죠.” 토비가 말했다. “어떻게요?” 토비가 편지를 바람에 들어 올렸다. 종이의 모서리가 북서쪽으로 살짝 기울었다. “씨앗은 땅을 찾고, 편지는 사람을 찾잖아요.” 벤이 웃음을 터뜨렸다. “너희 부서는 왜 저런 사람을 농부로 남겨 뒀대?” “용사로 만들었다가 문제가 생겼잖아요.” 토비가 답했다. 네 사람은 새벽에 길을 나섰다. 에마는 짐에 빵과 치즈를 넣으며 피엘의 어깨를 잡았다. “이 아이가 사람들 걱정은 잘해도 자기 밥은 잘 안 챙겨요. 천사님도 같이 드세요.” “저는 천계 보급품을……” “업무 정지라면서요.” 피엘은 반박하지 못했다. 치즈와 보리빵은 생각보다 맛있었다. 그들이 마지막 밭을 지나갈 때, 보리골 종탑에서 새벽종이 울렸다. 마을을 떠나는 사람이 네 명인데 그림자는 다섯 개였다. 다섯 번째 그림자는 벽에 붙어 작은 글씨를 쓰고 있었다. [추적 대상: 미등록 반송로.] [관찰자: 발신인 대행.] 피엘이 돌아서는 순간 그림자는 사라졌다. 남은 발자국 하나가 거꾸로 찍혀 있었다. “누가 따라오고 있어요?” 토비가 물었다. “아직 모르겠습니다. 다만 누군가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습니다.” 오스벨은 달걀을 외투 안쪽에 넣고 천천히 말했다. “알고 있는 것과 도착할 수 있는 건 다르지. 우리는 우리가 갈 길을 선택하면 되네.” 북서쪽 숲에는 사람들이 자주 다니지 않는 옛 순례길이 있었다. 밤새 이슬을 머금은 돌계단 사이에서 푸른 이끼가 빛났고, 멀리서는 작은 물레방앗간의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토비는 낯선 길에 들어서자 무심코 집을 돌아봤다. 창에서 어머니가 켜 둔 등불이 반짝였다. “떠나기 싫으세요?” 피엘이 물었다. “집은 늘 가고 싶죠. 그래도 안 간다고 결심한 건 아니에요.” 토비는 보리주머니를 어깨에 고쳐 멨다. “우리 집은 작년엔 지붕이 샜고, 재작년엔 우물이 말랐어요. 그때마다 고쳤죠. 집이 좋아서 안 떠날 수도 있지만 집이 좋아서 떠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이번에 제 동생이 그렇게 했듯이.” 숲길 한쪽에서 갑자기 우편마차 종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마차는 없었다. 대신 나무 기둥에 누군가 남긴 낡은 문구가 있었다. '갈 사람은 가시오. 돌아올 자리는 누가 정해 주는 것이 아니오.' 벤은 그 문장을 읽고 뜻밖에도 조용해졌다. 그의 고향인 마계에는 계약을 끝낸 자가 자발적으로 돌아오는 일을 허락하지 않는 거래소가 많았다. “너희 마을은 이상해.” 벤이 말했다. “뭐가요?” “떠날 자유 얘기를 이렇게 많이 하면서 아무도 돌아오지 말라고 하지 않아.” 토비는 어깨를 으쓱했다. “돌아올 길까지 고정해 두면 농사도 여행도 재미없잖아요.” 그들은 종이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었다. 길 끝에는 마을 지도에 없는 역이 있었다. 간판은 먼지에 덮여 있었다. 피엘이 소매로 닦아 내자 글자가 드러났다. ‘잃어버린 편지의 종착역.’ 역 시계는 여덟 시를 가리켰다. 시침과 분침은 정지했는데 초침만 거꾸로 움직였다. 그리고 매표소 유리창 안에서 아직 태어나지 않은 목소리가 말했다. “제8문을 찾으시나요? 먼저 자신이 받지 않기로 한 신탁을 보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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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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