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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20화
PAYLUA ORIGINAL · 제20화

20화. 돌아온 편지는 스스로 문을 연다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6,408자

오프라인 책장
라베른의 회수 명령이 펼쳐지자 바다가 하얗게 변했다. 우편함들이 일제히 흔들렸다. 오랫동안 쌓인 봉투들이 날아올라 다리 위에 비처럼 쏟아졌다. 어떤 봉투에는 이름이 있었고, 어떤 봉투는 이름을 잃은 채였다. 금속 날개 집행자들은 그 봉투들을 창으로 꿰어 한곳에 모으기 시작했다. “원본 문서를 건드리지 마십시오!” 피엘이 외쳤다. 라베른은 웃었다. “또 업무 규정 이야기를 할 생각입니까? 여기에는 당신에게 적용될 규정이 없습니다.” “그래요?” 피엘은 수첩을 펼쳤다. “그러면 새 규정을 만들어야겠군요.” 토비가 흘긋 그를 바라봤다. “천사님, 그거 마음대로 해도 돼요?” “마음대로 하려는 게 아닙니다.” 피엘은 검은 다리를 가리켰다. “이곳의 보관인은 누구입니까?” 대리 피엘이 앞으로 나섰다. “지금은 나야. 다만 나도 임시 관리자일 뿐이야.” “그럼 물어보겠습니다. 저 사람들이 자신의 편지를 돌려받고 싶다고 하면, 관리자에게 그걸 막을 권한이 있습니까?” 대리 피엘은 답을 머뭇거렸다. 처음부터 그가 했어야 할 질문이었다. 그러나 열여덟 해 동안 그는 타인의 운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너무 많은 문을 잠가 버렸다. “없어.” 피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답을 증언으로 남기겠습니다.” 라베른이 창을 들었다. 쇠붙이들이 수첩을 향해 날아왔다. 오스벨이 은빛 달걀을 들어 올렸다. 달걀 속에서 다섯 사람이 서로에 대해 남긴 증언이 빛났다. 쇠붙이들은 빛에 부딪혀 잠시 멈췄다. “저건 또 무슨 마법이지?” 라베른이 소리쳤다. “병아리를 기다리는 마법일세.” 오스벨이 대답했다. “그게 무슨 대답입니까!” “급하다고 껍데기를 부수면 안 된다는 뜻이지.” 벤은 그림자에서 검은 동전들을 꺼냈다. 지하 거래소에서 확보한 영수증과 보리골 계약 사본이었다. 그는 마차 종점의 우편함에 동전을 차례로 넣었다. “수령 권한이 없는 사람이 대가만 챙긴 계약! 그 계약에 따른 보관과 회수 명령은 재심사 대상이지!” 라베른의 표정이 굳었다. “마계의 계약을 신성 문서에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맞아. 하지만 네가 사람 이름을 지우려고 악마의 계약을 썼잖아. 편리할 때만 두 세계 규칙을 오가면 곤란하지.” 우편함의 문이 하나씩 열렸다. 안쪽에서 수신인 불명의 편지들이 떠올랐다. 피엘은 그 편지들을 향해 말했다. “여기 있는 모든 분께 알립니다. 돌아갈 주소가 확인됐더라도, 원하지 않으면 당장 돌아가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자신에 관한 기록을 읽고, 수정할 권리는 있습니다.” 라베른이 비웃었다.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권리를 주겠다고요?” 루나가 그의 앞으로 걸어 나왔다. “저는 존재해요.” “공식 기록에는 없는 사람입니다.” “그 기록은 당신들이 만들었죠.” “그것이 질서입니다.” “아니요. 당신 편의예요.” 말끝에 루나가 토비의 손에 든 이름표를 받았다. 열여덟 해 전 오빠가 땅에 심어 놓은 낡은 나무 조각이었다. 그녀는 자기 이름이 새겨진 부분을 손끝으로 문질렀다. “오래전 누가 저를 기억하려고 남겨 둔 거예요. 저는 저 이름을 돌려받겠습니다.” 피엘의 수첩이 빛났다. [본인 확인 신청 접수.] [신청인: 루나.] [증인: 토비, 에마, 마라.] [신청 사유: 잘못 처리된 사망 기록 정정.] 라베른이 순간 움찔했다. 그는 루나의 사망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영구 폐기 명령을 내려 버렸다. 유효한 이의 신청이 들어온 이상 명령의 근거를 제시해야 했다. “증인 하나는 현장에 없군요.” “마라 씨는 원격 보관인입니다.” 피엘이 답했다. “그 증언에 대한 검증 권한도 있습니다.” 수첩의 동판에서 마라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원본 서류를 확인했어요. 루나는 사망 처리됐지만, 실제 사망을 확인한 기록이 없습니다. 이중 장부와 계약 영수증도 보관 중입니다.” 오스벨의 달걀 속에서 빛이 번졌다. 루나가 아픈 병아리 곁에 앉아 있던 기억, 에마가 두 그릇의 밥을 차려 놓던 기억, 토비가 나무 조각에 이름을 새기던 기억. 서로 다른 사람의 증언이 하나의 사실을 가리켰다. [사망 처리 근거 미비.] [존재 기록 영구 폐기 명령: 해당 대상에 대한 집행 중지.] 라베른은 분노한 얼굴로 검은 장갑을 벗었다. 그의 손등에는 아홉 개의 구멍 모양 흉터가 있었다. “기껏 한 사람을 구했다고 모든 게 끝날 줄 압니까?” “끝났다고 한 적 없습니다.” 피엘이 말했다. 라베른은 봉투를 찢어 버렸다. 다리 아래 검은 바다에서 거대한 손이 솟아올랐다. 종이와 그림자로 만들어진 손은 우편함들을 한꺼번에 움켜쥐었다. 남은 수신인들을 모두 묶어 버리려는 마지막 시도였다. 토비는 성검을 두 손으로 잡았다. 칼날이 어쩐지 평소보다 묵직했다. 그는 마왕을 쓰러뜨릴 줄도, 위대한 마법을 쓸 줄도 몰랐다. 그러나 무너지는 둑을 막을 때 배웠던 것이 하나 있었다. 물이 갈 길을 열어 주지 않으면 더 크게 터진다는 것. “자, 편지들아.” 그가 성검을 다리 가운데 박았다. “받을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 성검의 빛이 칼날 대신 길처럼 뻗었다. 길 끝마다 작은 수취함이 나타났다. 누군가는 그것을 열었고, 누군가는 아직 열지 않았다. 토비는 열지 않은 수취함도 그대로 두었다. 피엘이 그 모습을 보고 천천히 웃었다. “이게 당신의 원래 신탁을 전달하는 방법이군요.” “이렇게 하는 게 맞아요?” “제가 정답이라고 명령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가장 좋은 방법 같습니다.” 토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첫 번째 편지는 북쪽 해안의 등대지기에게 돌아가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그 사람은 다리 위에서 수십 년을 지낸 듯 보였지만, 실제로는 지상에서 몇 해가 흘렀을 뿐이라고 했다. 두 번째는 보리골과 가까운 제분소 직원의 이름이었다. 그는 자신을 기다릴 사람이 남아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세 번째 수신인은 주소 대신 질문 하나를 적었다. ‘내가 떠나도 여기 있는 다른 사람들을 잊지 않아도 되나요?’ 피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잊을 필요 없습니다. 다만 그분들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전할 때에는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네 번째 편지는 한참을 망설였지만 끝내 자신의 주소를 확인하고 출발하겠다고 했다.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는 서로 헤어진 가족이었다. 그들은 서로가 보낸 편지를 먼저 읽고 그제야 같은 주소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토비는 작은 우편함들이 열렸다 닫히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전에는 하나의 큰 기적을 기대했다. 모두가 기억을 되찾고, 모든 편지가 순식간에 주인을 찾는 기적. 하지만 실제로는 각자 다른 답을 내놓았다. 어떤 이는 오늘 출발했고 어떤 이는 다음 주를 택했다. 그것이 오히려 사람답게 느껴졌다. 피엘은 매번 신청자의 뜻을 확인했고 마라가 남긴 원본과 대조한 뒤에야 배송을 완료했다. 급한 마음으로 이름을 채워 넣지 않았다. 누군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 잘못된 주소를 적었다면, 또 다른 오배송이 시작될 테니까. 여섯 건의 복원은 숫자로는 작았다. 그러나 각각의 접수증에는 전과 달리 짧은 문장이 하나 추가돼 있었다. [수신인 의사 확인 완료.] 우편함 여섯 개에서 답장이 올라왔다. 거기에는 각자의 이름과 돌아가고 싶은 주소가 적혀 있었다. 어느 것도 강제되지 않았다. 피엘은 마라의 원본 대조를 거쳐 여섯 건을 정상 배송으로 등록했다. [제0경로 미해결 오배송: 1,012건.] [이번 회차 복원 완료: 6건.] [잔여 미해결 오배송: 1,006건.] 루나의 사망 처리 정정은 별도의 신원 회복 절차였다. 피엘은 그것을 오배송 정정 여섯 건에 섞어 두지 않았다. 이후 누가 어느 기록을 바꿨는지 따로 확인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새 숫자는 작았다. 그러나 여섯 통의 편지를 받아 든 사람들에게는 세상 전부만큼 큰 숫자였다. 라베른은 부서진 우편함 뒤로 물러났다. 대리 피엘이 그를 붙잡으려 했지만 금속 날개 집행자들이 앞으로 나섰다. 그들은 명령을 기다리지 않았다. 일부는 라베른 곁을 떠났고, 일부는 여전히 창을 들고 있었다. 누구에게 충성해야 하는지 묻는 과정이 시작된 것이다. “오늘 일은 반드시 감찰국에 보고하겠습니다.” 라베른이 말했다. “저도 보고할 겁니다.” 피엘이 대답했다. “이번에는 양쪽 기록을 모두 첨부해서요.” 라베른은 차갑게 웃으며 사라졌다. 대리 피엘은 우편함 앞에 남았다. 피엘은 그에게 다가갔다. “사람들에게 직접 사과해야 합니다.” “알아.” “사과를 받지 않아도 책임은 져야 하고요.” “그것도 알아.” 대리 피엘은 피엘과 똑같이 생긴 얼굴로 지친 웃음을 지었다.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 넌 내가 없어지기를 원해?” 피엘은 대답하기 전에 오래 생각했다. 자신에게 소멸 신탁을 보낸 자를 눈앞에 두고도, 그를 없애는 것이 모든 일을 해결할지 확신할 수 없었다. “당신이 저지른 일을 바로잡는 데 필요한 사람이면 살아서 책임져야겠죠. 하지만 다시 다른 사람 이름을 마음대로 바꾸려 한다면 막겠습니다.” “그거면 충분해.” 대리 피엘은 검은 깃펜을 우편함에 꽂았다. [대리 관리 권한 일부 반납.] [제0경로 독립 감사 요청.] 마라의 보관함에서는 별도의 경고가 들어왔다. 여섯 건이 복원되자 천계의 중앙 전산망에 작은 오류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처리된 여섯 사람이 다시 기록에 나타나면서, 예전에 그들을 없는 사람이라고 계산한 수백 건의 문서가 서로 어긋나기 시작했다. “이것 때문에 라베른이 계속 막으려 했을 수도 있어요.” 마라가 말했다. “그럼 오류를 수정해야겠죠.” 피엘이 답했다. “간단하지 않아요. 한 사람을 돌려놓으면 그 사람의 봉급, 가족 기록, 세금, 신탁 수신 이력이 전부 바뀔 수 있어요.” “그럼 관련된 사람들에게도 확인해야 합니다.” 벤이 헛웃음을 지었다. “이러다 천계 전체가 정정 신고를 하겠는데.” “어쩌면 그래야 할지도 모릅니다.” 피엘은 말을 하고 나서 자신도 놀랐다. 오랫동안 그는 큰 오류일수록 위에 보고하고 지시에 따르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작은 오류를 감추기 위해 사람을 지워 버리는 조직이라면, 그 조직의 모든 장부를 다시 확인해야 할 수도 있었다. 오스벨이 조용히 말했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아주 거창해 보이지. 사실은 잃어버린 이름 하나를 원래 자리에 적는 것으로 시작할 때가 많네.” 피엘은 여섯 장의 접수증을 정리했다. 번호 순서대로, 지워지지 않도록 다시 써서. 다음에 누군가 의심하면 그 기록부터 보여 주면 될 것이다. 그는 모든 비밀을 털어놓지는 않았다. 피엘도 모든 말을 믿지는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누가 감사를 받아야 하는지는 분명해졌다. 마차가 돌아갈 시간이 되자 토비는 루나에게 물었다. “같이 보리골로 갈래?” 루나는 멀리 이어진 우편함들을 바라봤다. “가고 싶어. 어머니도 보고 싶고. 그런데 여기엔 나처럼 돌아갈 곳을 찾지 못한 사람이 많아. 먼저 내가 그 사람들한테 얘기하고 올게.” “얼마나 걸려?” “모르겠어. 이번엔 나도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 줄게. 도착할 날도 내가 정할 거고.” 토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생이 돌아온다는 보장은 없었다. 하지만 연락할 수 있는 주소가 생겼다. 그것만으로도 열여덟 해 전과는 달랐다. 루나는 이름표에 새 문장을 적어 돌려주었다. ‘내년에 같이 보리밭을 보자. 이번엔 서로 늦지 말자.’ 토비가 웃었다. “넌 원래 안 늦었잖아.” “그러니까 오빠가 서두르라고.” 마차가 떠나기 직전, 피엘의 수첩에 새 편지 한 장이 나타났다. 발신인은 공란이었고 수신인에는 ‘제0경로를 처음 연 자’라고 적혀 있었다. [배송 요청: 최초 발신인에게 답장을 돌려보내라.] [수신 가능 위치: 천계에서 지워진 제8문.] [주의: 문을 열면 기존 신탁의 발신 권한이 재검증됩니다.] 피엘은 편지를 조용히 접었다. 천계 제7물류국에서 근무하던 그에게 제8문이라는 장소는 낯설었다. 그런 문이 있다는 말은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토비가 물었다. “또 어디 가야 해요?” 피엘은 이번엔 웃으며 답했다. “아직 주소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도 이제 방법은 압니다.” “뭔데요?” “편지를 받는 사람한테 먼저 물어보는 겁니다.” 토비는 성검을 어깨에 메고 마차 좌석에 앉았다. 창밖에서 보리골의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때 검은 우편함의 가장 깊은 곳에서 누군가가 오래된 서류 한 장을 꺼냈다. 서류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신탁 체계 원본 계약서.] [최초 서명자: 기록 말소.] [수신인에게 선택권을 부여할 경우, 발신인은 자신의 권한을 잃을 수 있음.] 그 아래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붉은 인장이 찍혀 있었다. [제8문 접근 차단 지시.] [승인자: 이시아 여신.] 그것이 열두 건을 보호하려던 과거의 승인인지, 새로운 차단 명령인지 알 수 없었다. 피엘 일행이 떠난 뒤에도 우편함은 여전히 열려 있었다. 어떤 편지는 곧 주인을 찾을 것이다. 어떤 편지는 오래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제 아무도 그 편지들을 임의로 태워도 된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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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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