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신탁이 멈춘 다음 날, 광장에는 축하 현수막보다 접수 번호표가 먼저 걸렸다. 천계의 모든 자동 명령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개인 기록을 검토해야 할 일은 남았고, 제7문의 범람 피해도 이어졌다. 그러나 제8문 창구의 반송함은 다시 열려 있었다.
토비는 그 앞에서 사람들을 안내하다가 손가락을 들었다. “이게 승리라면 왜 줄이 더 길어졌어요?”
미나가 웃었다. “전에는 이 줄에 설 수조차 없던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피엘은 총괄 원장을 다시 펼쳤다. 미해결 오배송 1,006건, 복원 완료 6건. 그 숫자들은 멋진 결말을 원한다고 갑자기 바뀌지 않았다. 자동 집행을 막은 사건과 실제 당사자의 권리나 피해를 회복한 사건은 서로 다른 것이었다. 그는 제일 먼저 원장에 '자동 완결 명령 중지'라는 별도의 기록을 남겼다.
“이 숫자를 아직 그대로 두면 사람들이 실망하지 않을까요?” 세아가 물었다.
“실망하는 편이 거짓말을 믿는 것보다 낫습니다.” 피엘이 말했다. “다만 그 숫자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겠습니다.”
이날 심리회에서는 마르켈의 최종 처분을 결정하지 않았다. 확인된 승인 기록과 아직 검증되지 않은 행위를 분리해 공개하고, 당사자들의 증언을 보호하는 조사 절차를 시작했다. 에르다는 원본 설계에서 자신이 놓친 위험을 설명하는 작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사일은 회수 명령을 직접 집행했던 사람들의 증언을 정리하는 일을 맡았지만, 그 기록을 혼자 보관할 권한은 없었다.
이시아는 권한을 일괄 반환받지 않았다. 여신은 제8문의 임시 창구를 지키는 일을 당번표에 적어 제출했다. 자기 이름 옆에는 '교대 가능'이라고 썼다. 누군가 놀란 얼굴로 쳐다보자 이시아가 말했다.
“저도 잠이 필요할 때가 있죠. 신이라고 해서 다른 이들의 선택을 대신할 이유는 없습니다.”
서온과 서로는 같은 탁자에서 처음으로 서로의 명찰을 나란히 놓았다. 서온은 자신이 신탁 전달을 돕는 존재임을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그 일에 동의하지 않는 누군가의 답장까지 대신 작성하지 않기로 했다. 서로는 오래전 대리 피엘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흔적을 보관했다. 그것을 지운다고 새로운 이름이 더 확실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누군가 대신 살아야 한다고 배웠어요.” 서로가 말했다.
“지금은요?” 서온이 물었다.
“내가 직접 오늘을 살면 됩니다.”
늦은 오후 리오가 여울 마을에서 돌아왔다. 그는 오래된 배달표 하나를 피엘에게 건넸다. 삼백 년 전 이름 없이 남았던 사공 오든의 가족이 직접 수령한 기록이었다. 이미 돌아가신 사람의 부재를 단숨에 고칠 수는 없었지만, 남아 있는 가족은 사공이 구조 요청을 거절한 것이 아니라 폭풍 속에서 다른 배를 구하러 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걸 복원 완료라고 적어도 되나요?” 토비가 물었다.
하린이 대답했다. “당사자에게 무엇이 회복됐고 무엇이 아직 남아 있는지 확인을 받아야 합니다. 가족이 요청한 기록 정정은 처리할 수 있어도, 그 사람이 살아 돌아오는 것은 아니니까요.”
피엘은 오든의 기록을 정정 처리 중으로 남겼다. 숫자를 서둘러 올리지 않았다. 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옛날 그가 할 수 없었던 일은 편지를 미리 받아 놓고 배송을 끝냈다고 거짓말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날 하나의 사건에서 피해 당사자의 확인이 돌아왔다. 제3문의 목수 하루는 자신의 수어 거절 기록이 복원되었고, 강제 전직 명령으로 잘못 바뀐 직업 등록이 정정됐다는 통지를 받았다. 그는 작업장을 다시 열 준비를 하며 고장 난 문짝을 수리했다. 하린은 실제 등록 변경과 당사자의 확인이 모두 끝난 범위에 한해서만 완료 여부를 검토했다. 오래된 장부의 1,006건 속 어느 접수 건에 대응되는지도 대조하고 있었다.
토비는 새 확인서를 보고 물었다. “그럼 여섯 건에서 일곱 건으로 바뀌나요?”
“검증이 끝나면 바뀔 수 있습니다.” 하린이 말했다. “오늘 받은 건 개인 기록 정정 통지입니다. 총괄 원장에 반영되려면 증빙을 더 확인해야 합니다.”
“그렇게 까다로우면 기뻐할 시간도 없겠어요.”
하루가 손을 움직였다. 통역사는 잠시 웃으며 전했다. “기뻐하는 건 오늘 해도 된다고 하십니다. 다만 그의 이야기가 완결됐다고 남이 먼저 결정하지 말아 달래요.”
사람들이 작은 박수를 보냈다. 진짜로 기뻐할 이유와 장부를 바꿀 근거를 혼동하지 않고도 기뻐할 수 있었다.
저녁에 토비는 묵혀 둔 농장으로 돌아갈 짐을 꾸렸다. 벤에게는 마계에서 보내 온 정식 소환장이 도착했고, 세아에게는 제2문 구조대의 교대 근무 제안이 왔다. 네 사람의 길이 언제나 한 방향일 필요는 없었다.
“당신은 어디 갈 겁니까?” 토비가 피엘에게 물었다.
“아직 못 받은 편지가 많은 곳으로요.”
“그게 어디인데요?”
피엘은 지도를 펴다가 웃었다. 모든 곳에 핀이 찍힌 지도를 보고도 하나만 고르지 못했다.
그날 밤 제8문의 작은 우편함에는 새 이름표가 생겼다. '문제 해결 센터'나 '모든 신탁의 종착지'라고 쓰지 않았다. 서로가 직접 쓴 두 문장이었다.
‘받아야 할 편지를 찾아드립니다.’
‘받지 않을 권리도 지켜드립니다.’
피엘은 그 아래에 자신의 근무 시간을 적었다. 무기한이라고 적지 않았다. 다음 달의 첫째 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처음으로 퇴근이 적힌 근무표였다.
제199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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