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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200화
PAYLUA ORIGINAL · 제200화

200화. 신탁은 아직 배달 중입니다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3,167자

오프라인 책장
몇 주 뒤, 토비의 농장에는 양배추가 자라고 있었다. 밭 가장자리에는 여전히 검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오래전 잘못 배달된 용사의 신탁이 땅에서 솟아났을 때 생긴 흔적이었다. 토비는 그 자국을 굳이 파내지 않았다. 대신 옆에 작은 말뚝을 세우고 콩 넝쿨을 올렸다. 아침 안개가 걷힐 때쯤 피엘이 농장 길로 걸어왔다. 어깨에는 예전보다 훨씬 작은 우편 가방을 메고 있었다. 가방이 작아진 것은 천계의 편지가 줄어서가 아니라, 더 이상 한 사람이 모든 편지를 대신 짊어지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어서 오세요.” 토비가 말했다. “이번엔 제가 용사가 되라는 편지입니까?” “아닙니다. 당신 앞으로 온 실제 소포입니다.” “아, 그건 안심이네요. 뭐가 들었죠?” 피엘은 소포의 주소를 한 번 확인하고 건넸다. 제4문의 아린이 보낸 작은 종이었다. 아린은 자신이 직접 읽은 시를 다시 녹음했고, 토비가 기웃거리던 극장의 낡은 음향 장치를 고치는 데 도움을 줬다는 감사 편지를 함께 넣었다. 소포 끝에는 ‘재생을 원하지 않으면 그대로 보관해도 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토비는 손으로 쓴 문장을 보며 잠시 가만히 있었다. “예전 같으면 이걸 열고 감동하는 게 제 운명이라고 적혀 있었겠죠.” “지금도 감동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반드시 그래야 하는 건 아니죠.” 토비는 소포를 조심히 열었다. 작은 종이 울리자 농장의 닭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한 마리가 토비의 장화 위로 뛰어올라 왼쪽 발에 흙을 묻혔다. “얘들은 제 명령을 잘 안 듣습니다.” 토비가 말했다. 피엘이 닭을 내려다보며 답했다. “그건 원래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두 사람은 웃었다. 어쩌면 천계의 긴 역사를 뒤흔든 뒤 가장 오래 남는 소리는 이런 웃음일지도 몰랐다. 점심 무렵 벤이 마계의 출장증을 들고 나타났다. 이번에는 서명과 유효기간이 제대로 적혀 있었다. 그는 출장증을 지나치게 자랑스럽게 흔들었다. “보고하자면, 마계 계약 분쟁 조정실이 새 규칙을 채택했어. 상대방의 침묵은 동의가 아니라고.” “원래부터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요?” 토비가 말했다. “그 말을 악마가 회의에서 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고.” 벤은 농장 그늘에 앉아 차를 마셨다. 세아도 오후에 도착했다. 그녀는 제2문 구조대에서 일한 뒤 쉬는 날을 따로 받고 있었다. 고된 한 주였지만, 교대 시간에 누구에게 연락해야 하는지 분명해졌다고 했다. 폭우가 오는 날마다 봉사자를 무한히 기다리게 하는 대신, 정비 예산과 실제 근무자를 기록하는 규칙이 생기고 있었다. 서온의 통신판이 켜졌다. [피엘, 오늘 제8문 창구 접수 결과가 도착했어.] 피엘은 잠시 망설였다. 일하는 날이 아니었다. 그는 서온에게 우선 긴급한 구조 요청인지 확인했다. [아니야. 다음 근무일에 확인해도 돼.] “그럼 그때 확인하겠습니다.” [알겠어.] 서온의 화면이 부드럽게 어두워졌다. 그 짧은 대화가 토비에게는 지난날의 승리보다 더 낯설고 놀라운 광경이었다. 천계의 모든 편지를 받는 천사가 오늘은 휴식을 선택했다. 아무 경고 종도 울리지 않았다. 해 질 무렵 네 사람은 마을 언덕에 올랐다. 멀리 제1문이 보이고, 그 뒤로 일곱 문과 제8문의 희미한 불빛이 이어졌다. 문들은 모두 같은 크기가 아니었다. 어떤 문에는 수리 중이라는 표지가 붙었고, 어떤 창구는 아직 임시 천막이었다. 그러나 이제 돌아온 편지의 이름을 지우지 않는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 “마르켈은 어떻게 됐습니까?” 토비가 물었다. “확인된 부분부터 책임을 묻는 심리가 진행 중입니다.” 피엘이 답했다. “에르다도 설계를 다시 검토하고 있고요. 결과를 서두르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 세상은 다 좋아진 게 아니네요.” “아닙니다.” 피엘은 농장 아래로 이어진 돌길을 보았다. 아직 도움을 기다리는 마을들이 있었고, 잘못 받은 신탁 때문에 잃어버린 시간이 있었다. 최종 명령을 막은 것만으로는 그 시간을 돌려주지 못했다. 총괄 원장의 숫자도 갑자기 완벽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남아 있는 일을 남았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 한참을 걷던 토비가 말했다. “전 아직도 그날 왜 제게 용사의 신탁이 왔는지 이상해요. 잘못 배송된 거라면서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신탁 때문에 떠났고, 당신들을 만났습니다. 그렇다고 그 신탁이 옳았던 건 아니겠죠?” 피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 잘못한 일에서 좋은 일이 생겼다고, 처음의 잘못까지 옳아지지는 않습니다.” 토비가 생각하다가 미소 지었다. “그럼 이제 제가 좋은 일을 하면 그건 제 선택이겠네요.” “언제나 그랬습니다.” 바람이 불자 콩 넝쿨이 흔들렸다. 농장 안쪽에서 닭 한 마리가 또 울었다. 벤이 마계에서도 들릴 만큼 시끄러운 닭이라고 투덜거렸다. 세아는 토비에게 다음 주 장터에서 팔 채소를 미리 예약해 달라고 했다. 이야기는 거대한 신탁이 아니라 저녁 식탁에 무엇을 올릴지에 대한 말로 바뀌었다. 그날 밤 피엘은 숙소 책상에 앉아 처음 오배송 사건이 시작됐던 접수표의 사본을 펼쳤다. 오래전 접수표에는 ‘대상 확인 불가, 강제 신탁 배달’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원본을 지우지 않았다. 사본 옆에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잘못 배달된 사실 확인. 피해자별 정정과 구제 계속 진행.’ 그리고 자기 앞으로 도착한 작은 봉투 하나를 꺼냈다. 수신인은 피엘. 발신인은 토비였다. 봉투에는 다음 주 농장 저녁 식사에 초대한다는 글과, 참석하지 못해도 괜찮다는 말이 쓰여 있었다. 피엘은 한동안 그 문장을 바라보았다. 내일의 의무도, 삼백 년 전의 사죄도, 세상 전부를 위한 서명도 없는 편지였다. 다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묻는 작은 질문이었다. 그는 종이를 꺼내 답장을 썼다. ‘초대해 줘서 고맙습니다. 그날은 근무가 없습니다. 기쁘게 가겠습니다. 빵은 제가 가져갈게요.’ 봉투를 봉하며 피엘은 처음으로 배송 완료라는 말을 마음 편히 떠올렸다. 그것은 상대가 무슨 일을 해야 한다는 명령이 아니었다. 누군가 건넨 마음이 그 사람이 원한 주소에 도착했고, 수신인이 스스로 답했으며, 그 답장이 다시 길을 떠났다는 뜻이었다. 제8문의 작은 종이 멀리서 한 번 울렸다. 피엘은 창문을 열지 않았다. 밤바람은 고요했고 긴급 연락은 없었다. 그는 내일의 배달을 내일의 사람들에게 남겨 두고 불을 껐다.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편지가 길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편지는, 도착했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의 운명이 되지 않았다. — 완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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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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