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문의 심리실 탁자에는 낡은 나사 네 개가 놓여 있었다. 에르다가 설계 설명회에 가져온 것은 세 개뿐이었다. 네 번째는 마르켈이 직접 들고 왔다. 다른 것보다 길었고, 끝에 금색으로 작은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수신인 합병 장치.’
마르켈은 의자를 빼고 앉았다. 수백 년 동안 천계의 행정가로 이름을 알린 사람답게, 그는 자신의 발언을 정돈된 문장으로 시작했다.
“여러분은 그 나사를 죄악의 상징으로 부릅니다. 그러나 나는 그 장치가 없던 시절에 늦게 도착해 죽은 사람을 봤습니다.”
하린이 대답했다. “사실을 말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다만 그 경험이 다른 사람의 동의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마르켈은 삼백 년 전의 폭설을 설명했다. 네 사람의 요청이 각각 다른 주소로 분리되어 구조대가 길을 헤맸고, 먼저 출발한 마차가 다리 옆 늪에 빠졌다는 이야기였다. 그의 손에서 회중시계가 몇 번이나 돌았다. 그는 시간을 줄이는 것에 집착한 이유를 말하다가 잠시 말을 멈췄다.
에르다가 나사를 집어 들었다. “이 장치는 네 사람의 요청을 하나의 길로 묶는 데 쓰일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 용도를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수신인의 답장을 한 사람의 것으로 바꾸는 데 동의한 적은 없습니다.”
“그 구분을 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당신은 나중에 여유가 생겼을 때도 그 구분을 되돌리지 않았습니다.”
실내가 조용해졌다. 비라는 봉인된 공용 직인의 사용기록을 제출했다. 초창기 시험 발송 뒤의 승인만이 아니었다. 제3문의 침묵 동의, 제5문의 기억 자동 승인, 제6문의 이름 말소 작업에 각각 같은 공용 키가 사용된 흔적이 남아 있었다. 각 시기의 현장 책임자는 달랐고, 승인한 기관도 달랐다.
“모두 내 손으로 찍은 도장은 아닙니다.” 마르켈이 말했다.
“그 말은 조사로 구별하겠습니다.” 비라가 대답했다. “그런데 공용 키를 모두에게 열어 놓고 누가 사용했는지 확인하지 않는 절차는 누구의 결재로 유지됐습니까?”
마르켈은 아주 오랫동안 말하지 않았다. 피엘은 그의 침묵을 또 하나의 동의로 적지 않았다. 심리 기록에는 ‘답변 유보, 원본 대조 예정’이라고 남았다.
그때 제2문의 제인이 증인으로 들어왔다. 손에는 밤새 적은 구조 영수증과 동의한 근무자들의 교대표가 있었다. 제인은 구조선 하나가 실제로 늦게 출발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그 이유는 거절을 받아들이느라 시간을 낭비해서가 아니었다. 고장 난 선박 한 척의 정비 비용이 몇 년째 ‘완결’ 처리되어 지급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당신의 자동 신탁은 고장 난 배를 고치지 않습니다.” 제인이 말했다. “인원을 더 만들어 내지도 않아요. 이미 일하는 사람에게 무한히 일한다고 쓰기만 합니다.”
벤은 마계의 계약법과 천계의 행정 규칙이 서로 다른 점을 설명했다. “나는 계약을 팔아 밥 먹는 악마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하죠. 계약 상대가 없으면 계약도 없습니다. 이름만 적어 놓으면 서명이 된다고 하는 건 계약이 아니라 주술이에요.”
사람들이 웃었다. 마르켈마저 잠깐 입꼬리를 움직였다. 그러나 금방 고개를 숙였다.
피엘은 그에게 물었다. “지금도 네 번째 나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까?”
“비상시에는.”
“비상시를 누가 끝냅니까?”
마르켈의 손이 멈췄다. 정확히 그 질문이 없었다. 임시 조치에서 시작해 삼백 년 동안 유지된 명령에는 끝나는 날이 적혀 있지 않았다.
심리 막바지에 하린은 마르켈의 개인 발언과 관리실의 공용 권한 문제를 따로 나누어 판정하겠다고 밝혔다. 모든 사고를 한 사람에게 몰아 처벌하는 것 역시 피해를 고치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에르다의 설계 과실도, 비라가 보전한 공용 키도, 사일이 오래 수행한 회수 명령도 각각 검토 대상이었다.
피엘은 심리가 중단된 짧은 휴식 시간에 복도를 걸었다. 문밖에는 오래된 시험 사고로 언니를 잃은 남자가 앉아 있었다. 남자는 손에 당시의 대피 지도를 쥐고 있었다. 지도에는 안전하다고 표시된 다리가 붉은 선으로 바뀐 흔적이 남아 있었다.
“마르켈이 다 나쁘다고 결정되면 누나는 돌아옵니까?” 남자가 물었다.
피엘은 대답할 수 없었다. 남자는 한숨을 쉬며 지도를 무릎 위에 폈다.
“그렇다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없어요. 누가 뭘 바꿨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때 다음 배를 부르려 했던 사람이 정말 있었는지도요.”
하린은 그에게 증언 보호 절차를 안내했다. 남자는 공개 단상에 서지는 않겠다고 했다. 대신 지도에 찍힌 정비 표식을 독립 감정인에게 넘겼다. 벤은 표식의 날짜를 확인하고, 그것이 마르켈의 네 번째 나사가 설치되기 전의 것이었음을 밝혔다. 처음의 구조 실패와 나중의 강제 동의가 서로 연결돼 있으면서도 같은 사건은 아니라는 점이 또렷해졌다.
피엘은 그 사실을 심리회 기록의 맨 아래에 따로 적었다. 정답을 하나로 만들지 않는 일은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
마르켈이 일어섰다. “나는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려 온 게 아닙니다. 다만 그 기계를 지금 끄면 누가 구조를 맡는지 답을 듣고 싶습니다.”
“그 질문에 답하겠습니다.” 피엘이 말했다. “단, 사람들 대신 서명하는 방법으로 답하지는 않겠습니다.”
그가 복도로 나오자 서온이 작게 말했다. [방금 등록된 새 공고가 있어. 관리실 명의가 아닌데 네 번째 나사의 등록 키를 알고 있어.]
[최종 완결 실행 담당: 최초 설계자 에르다.]
에르다는 놀라지 않았다. 대신 주머니에서 자신의 낡은 드라이버를 꺼냈다.
“제가 만든 나사가 무슨 용도로 쓰였는지 보여 주려나 봅니다. 하지만 그것을 다시 돌릴지는 제가 정하겠습니다.”
천장의 시계가 붉게 번쩍였다. 광장 전광판에는 마치 이틀밖에 남지 않은 것처럼 숫자가 줄어들었지만, 실제 최종 발송 시각까지는 아직 여드레가 있었다. 서온이 잘못된 표시를 바로잡아 각 문에 공지했다. 누군가 시계로 사람을 서두르게 만들려고 한 것이었다.
제193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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