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문의 북쪽 제방에는 밤새 비가 내렸다. 물결이 목재 난간을 두드렸고, 진흙에 잠긴 도로 위로 작은 등불이 떠다녔다. 비가 거세지는 동안 임시 우편망의 종은 두 번 울렸다.
첫 번째는 대피를 부탁하는 구조 요청이었다. 두 번째는 누군가 그 요청을 받아야 한다는 신탁이었다.
“둘 다 동시에 왔습니다.” 제방 관리인 제인은 두 장의 종이를 피엘에게 보여 주었다. “어느 쪽을 따르면 됩니까?”
피엘은 첫 장에 적힌 집주소를 확인했다. 지붕에 올라간 가족 셋이 구조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둘째 장은 ‘인근 주민 전원 즉시 구조 의무 수락’이라고 명령했다. 그 가족의 위험은 실제였지만, 모든 주민에게 책임을 강제할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구조대에는 첫 번째를 보내세요. 두 번째는 자동 동의가 아니라 요청으로 분류해 주세요.”
제인은 시선을 피했다. “그게 마음에 걸립니다. 저는 누군가를 강제로라도 움직여야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토비가 젖은 장화를 벗어 털었다. “그럼 제가 배에 타면 되겠네요. 제가 타겠다고 말했잖아요. 대신 배는 어디 있습니까?”
제방 뒤에 묶인 구조선은 밧줄 하나가 끊어져 있었다. 토비와 제인이 새 밧줄을 매는 사이, 세아는 가족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위치 신호와 수위 표식을 확인했다. 벤은 모터를 붙잡고 마계의 결계가 아닌 평범한 렌치로 너트를 조였다. 물이 빠르고 위험했으므로, 허가받은 구조대원이 배를 운전했다. 토비는 갑판에서 구조용 사다리를 내리는 일을 맡았다.
한 시간 뒤 가족 셋이 구조소의 난롯가에 앉았다. 아이는 젖은 양말을 벗다가 피엘에게 물었다.
“당신이 신탁을 고쳐서 구해 준 거예요?”
“구조대가 구했어요. 제가 한 건 편지를 서로 바꾸지 않게 확인한 겁니다.”
“그거도 중요한 일이네요.”
아이는 졸음이 쏟아졌는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구조대장은 마른 담요를 쌓아 놓은 창고에서 당직표를 다시 확인했다. 첫 배가 복귀하고, 부상자가 없는지 확인하는 사이 두 번째 구조 요청이 들어왔다. 제인은 손을 들고 자원자를 찾았다. 젖은 머리의 청년 둘이 앞으로 나섰지만, 한 명은 밤새 근무한 뒤였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저도 갈 수 있습니다.” 청년이 말했다.
“가고 싶다는 마음과 지금 안전하게 갈 수 있는 건 달라.” 대장이 대답했다. “넌 지금 먼저 쉬어야 해. 다음 배에는 상태가 괜찮은 사람이 필요하니까.”
청년은 처음엔 얼굴을 붉혔다. 자신을 배제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대장은 그의 이름 옆에 강제 근무 도장을 찍지 않고, 언제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묻는 칸을 남겼다. 청년은 마른 셔츠로 갈아입으며 내일 오전에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피엘은 그 모습을 보았다. 전에 신탁이 내리던 구조 명령이라면 청년을 더 훌륭한 영웅이라고 기록했을지도 모른다. 여기서는 사람을 구한 뒤에도 사람이 남아 있었다. 구조대장이 서랍에서 수리 대기표를 꺼내 보여 주었다. 구명조끼 세 벌과 노 하나를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제인은 요청한 예산이 여섯 차례 ‘긴급 완결’로 분류됐다는 사실까지 증언에 포함했다.
구조 현장을 떠나려는 순간 서온이 경고를 보냈다. [최종 완결 명령 시험이 제2문에서 시작됐어. 분류표의 한쪽을 없애는 방식이야. 구조 요청과 강제 신탁을 다시 하나로 합치려고 해.]
제인은 분류소로 뛰어갔다. 선반에는 두 종류의 봉투가 나란히 있었는데, 금속 칸막이가 스스로 움직이며 가운데를 지우고 있었다. 그 위로 안내문이 나타났다.
[긴급 상황에서는 거절 접수가 공익에 반함.]
“그렇게 써 두면 사람들은 거절했다고 말하지도 못하겠군요.” 세아가 말했다.
“그리고 구조대는 언제까지나 남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처리됩니다.” 제인이 덧붙였다.
피엘은 제인이 손으로 만든 당직표를 확인했다. 근무 시간과 교대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구조원들이 동의한 근무와 잠시 더 돕기로 한 결정, 집으로 돌아갈 시간을 분리해 둔 평범한 종이였다. 자동 분류표에는 그런 칸이 없었다.
“이 당직표를 독립적인 증거로 삼죠. 실제로 구조가 이루어졌다는 사실과 누가 언제 동의했는지 같은 문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날 밤 제2문의 외부 증인들은 당직표와 구조 영수증을 대조해 봉인했다. 주민들이 쉬는 사이에도, 자발적으로 근무를 맡은 구조대의 연락은 계속됐다. 모두의 삶을 한 장의 무기한 약속으로 적지 않아도 구호소의 불빛은 꺼지지 않았다.
그런데 자정이 지나자 제1문에서 비라의 연락이 왔다.
[마르켈의 관리실이 방금 긴급 운용 권한을 다시 신청했습니다. 거절권을 폐지하는 대신 제0경로에 묻혀 있던 구조 대상을 전부 ‘긴급’으로 재분류하겠답니다.]
“사람을 살리겠다는 주장입니까?” 피엘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이번에는 실제 구조 통계를 첨부했어요. 자동 발송을 막으면 과거보다 구조 시간이 길어진다는 자료입니다.]
“틀린 숫자는 아닐지도 몰라요.” 제인이 수위를 재며 말했다. “우리도 배가 한 척 부족하니까.”
피엘은 완벽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기록을 가져오기로 했다. 실제로 늦어진 구조가 얼마나 되는지, 늦어졌다면 어디에 사람과 배가 더 필요한지, 자동 명령으로 얻은 속도가 누구의 수면과 안전을 대가로 했는지.
해 뜨기 전, 벤이 새 명단을 넘기다가 작은 글씨를 발견했다.
‘긴급 구조 대상: 미등록 수신인 1,006건.’
“이거 봐.” 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우리의 미해결 오배송을 전부 긴급 구조로 바꿔 버리면, 마지막 신탁 하나로 한꺼번에 묶을 수 있다는 뜻이야.”
토비가 난롯가에 두었던 마른 양말을 다시 신었다.
“한꺼번에 구하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묶는 거군요.”
피엘은 제방 밖에서 들려오는 물소리를 들었다. 둘은 비슷해 보였지만 같지 않았다. 그것을 증명하려면 다음 날의 심리에 단지 서류가 아니라 밤새 살아 움직인 구조 현장을 데려가야 했다.
제192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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