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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187화
PAYLUA ORIGINAL · 제187화

187화. 원본을 심문하는 날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3,058자

오프라인 책장
심리회는 제1문 아래층의 공용 기록실에서 열렸다. 화려한 재판장이 아니라 우편물 포장대 네 개를 붙인 장소였다. 옆방에서는 직원들이 실제로 시민들의 이의 신청을 정리하고 있었다. 피엘은 그 소리가 들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판결은 종이 위에서만 끝나지 않으니까. 하린은 심리 개시 전에 진행 규칙을 읽었다. 개인정보는 필요한 범위에서만 공개할 것, 기록 조작 의혹과 구조를 위한 임시 조치는 분리할 것, 증인이 어떤 질문에도 답할 의무는 없을 것. 마르켈 측 대리인은 마지막 문장에 항의했다. “증언을 거부하면 진실을 확인할 수 없지 않습니까?” “거절을 처벌하는 절차로 진실을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하린이 답했다. 에르다는 작업대 위에 작은 나사 세 개를 놓았다. 천계 장부의 복잡한 도면 대신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는 물건을 가져왔다. “첫 번째 나사는 요청의 주소를 바꾸는 장치입니다. 두 번째 나사는 누군가 소식을 확인했는지 기록하는 장치입니다. 세 번째는 제가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마지막 나사를 뒤집었다. 뒷면에는 ‘책임 확정’이라는 인장이 찍혀 있었다. “이걸 달면 소식을 받은 사람은 단순한 수신인이 아니라 명령 이행 책임자가 됩니다. 본인이 동의했는지는 묻지 않습니다.” 대기실에서 피엘은 마르켈이 도착하기 전까지 다른 증인의 말을 들었다. 급식소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의 후손이라는 여자는 구조 요청이 빠르게 전달된 덕분에 가족이 살았다고 말했다. 그는 첫 안내 경로 자체를 없애 버리면 앞으로 다른 마을이 도움을 못 받을까 걱정했다. 반대로 종이 자루를 든 남자는 아버지가 가짜 신탁 때문에 십오 년 동안 낯선 지역에서 일해야 했다고 했다. 그의 집에서는 이제 우편함이 울리기만 해도 아이들이 숨었다. “그래도 제가 원하는 건 우체국을 태우는 게 아닙니다. 제 아버지한테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 알고 싶은 겁니다.” 피엘은 두 사람의 진술을 따로 기록했다. 생명을 구한 첫 실험을 인정하는 것이 뒤따른 강제 명령을 정당화하지는 않았다. 그 반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피해를 설명하는 일이 다른 사람의 실제 구조를 없었던 일로 만들 필요는 없었다. 토비는 대기실 구석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감자빵을 나눴다. 의외로 가장 먼저 손을 내민 사람은 관리실에서 온 기록 담당자였다. 그녀는 빵을 받으며 자신이 무슨 장부를 만든 것도 아닌데 왜 동료들이 전부 나쁜 사람으로 보이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사람을 안 보고 제복만 보면 그렇죠.” 토비가 대답했다. “그런데 저도 처음엔 당신들 문서가 다 무서웠어요. 제가 받은 종이 하나로 인생이 바뀔 뻔했으니까.” 담당자는 빵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저도 명령에 서명하라면 거절할 수 있을까요?” “그걸 알아보려고 다들 여기 온 것 아닙니까.” 심리실 문이 열리고 방청인이 자리로 이동했다. 에르다는 회중시계를 주머니에 넣었다. 그 시계는 증언 시간이 아니라 네 사람의 표식이 남은 물건이었다. 누구의 말을 대신하지 않고 자기 이야기를 하겠다는 표정으로 그녀는 앞으로 걸어갔다. 마르켈은 준비된 서면을 펼쳤다. 그의 얼굴은 오래된 사진보다 날카로웠지만 목소리는 침착했다. “당시 강변의 목숨이 위험했습니다. 에르다 씨도 대체 경로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습니까?” “필요성을 인정합니다.” “그럼 긴급 상황에서 절차를 간소화한 것이 왜 잘못입니까?” “절차를 빠르게 하는 것과 다른 사람의 대답을 대신 쓰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하린은 에르다의 답을 그대로 기록했다. 피엘은 서명된 수정안의 날짜와 마르켈이 사진에 등장한 날짜를 비교해 제출했다. 마르켈 측은 사진이 진짜라도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이 수정 명령을 내렸다는 증거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것도 맞는 말이었다. 피엘은 빈칸을 상상으로 채우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날 무슨 역할로 현장에 있었는지 설명해 주십시오.” “정책 검토를 위한 참관이었습니다.” “참관 기록이 없습니다.” “긴급 상황에서 누락됐겠죠.” “그럼 누가 나중에 그것을 승인 기록으로 옮겼는지 확인하겠습니다.” 피엘은 마지막으로 손때 묻은 회색 공책을 제출했다. 하얀 총괄 원장과 분리된 봉인 번호를 붙여 두었기에 그대로 읽을 수 있었다. 마르켈 측 대리인은 이의했다. “사인이 쓴 공책은 공문서가 아닙니다.” “맞습니다.” 피엘이 답했다. “그래서 이 공책 하나만으로 모든 내용을 확정해 달라고 하지 않습니다. 날짜를 검증하고 다른 증인과 대조해 달라는 요청입니다.” 심리실 밖 복도에 있던 미나가 전송으로 참여했다. 제1문 시험 신탁의 수신자였던 그녀는 자기 이름이 문서에 등장한다는 사실에 아직도 불편함을 느꼈다. 그러나 자신을 대신한 서명을 계속 발견한 탓에 직접 말했다. “저는 대체 안내 경로를 통해 도움을 요청받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아요. 하지만 그것 때문에 누군가 제 손으로 승인했다고 적어서는 안 됩니다.” 세아가 수신 확인과 명령 이행을 분리한 시험 결과를 보여 줬다. 제2문부터 제8문까지의 임시 창구들이 같은 원칙으로 구조 요청을 처리하고 있었다. 긴급 구조는 멈추지 않았다. 다만 누가 대답했는지를 따로 남겼다. 하린은 잠정 결정을 낭독했다. “강제 책임 고정 조항의 확대 사용을 중지합니다. 제1문 시험 기록과 관리실 승인 기록을 독립 대조합니다. 에르다 씨의 최초 장치 자체를 폐기할지는 후속 심리에서 결정합니다.” 마르켈은 가볍게 미소 지었다. “좋습니다. 필요한 사실을 확인합시다. 다만 원본이라는 말에 너무 많은 의미를 싣지는 마십시오.” 심리회가 끝난 뒤 그가 피엘에게 다가왔다. “당신은 모든 피해자를 구하고 싶겠지. 하지만 아직 복원 완료가 여섯 건뿐이잖나. 그 사실을 사람들에게 공개하면 자네의 무능도 함께 공개될 텐데.” “공개하겠습니다.” 피엘이 말했다. 마르켈의 미소가 사라졌다. “그러면 나머지 천 건의 질문이 한꺼번에 자네에게 쏟아질 거야.” “그 질문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저 혼자여서는 안 된다는 것도 공개하겠습니다.” 그 순간 서온의 화면에 붉은 숫자가 떠올랐다. [총괄 원장 자동 공개 예정. 문서 내 개인정보 보호 처리 없음. 남은 시간 01:00:00.] 마르켈은 손을 들지 않았다. 그러나 누군가 심리실 밖에서 다음 수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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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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