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보관실의 입구는 제빵 학교의 오븐 뒤에 있었다. 학교의 수업이 끝난 뒤 관리인이 안내했다. 따뜻한 화덕이 식자 쇠문에 감춰져 있던 틈이 드러났다. 피엘은 여섯 사람이 지나갈 만큼만 문을 열었고, 학교 측에 열쇠를 맡겼다. 남의 건물 아래 내려가면서 출입 기록을 남기는 일부터 시작했다.
계단은 열세 개였다. 마지막 계단 아래에 작은 공간이 있었다. 천장이 낮고 바닥은 말라 있었지만, 공기에는 오래된 물의 냄새가 남아 있었다. 벽에는 급식소의 메뉴가 적혀 있었다.
‘보리죽. 감자. 바람이 심한 날에는 따뜻한 물을 먼저.’
토비가 벽을 쓰다듬었다. “삼백 년 전 사람들도 감자를 잘 먹었군요.”
“제발 이번엔 감자 말고 다른 단서를 찾자.” 벤이 말했다.
계단의 벽에는 아이의 키를 재던 금이 남아 있었다. 가장 낮은 표식은 피엘의 무릎에도 미치지 못했고, 가장 높은 곳에는 새로 깎은 듯한 짧은 선이 하나 있었다. 그 선 옆에 ‘돌아온 날’이라고 적혀 있었다. 토비는 그 앞에서 발걸음을 늦췄다.
“실종된 사람을 셀 때는 대개 돌아오지 않은 사람부터 세죠.”
“돌아온 날도 기억하려 한 모양입니다.” 세아가 답했다.
방의 오른쪽에는 사라진 사람들이 쓰던 바구니 네 개가 있었다. 두 개는 바닥이 뚫려 있었고 하나는 손잡이가 부러져 있었다. 가장 안쪽 바구니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지만 먼지 위에 네 개의 원이 찍혀 있었다. 서온이 섣불리 정보를 확정하려 하자 피엘은 막았다. “원 네 개가 사람 네 명이라는 뜻인지, 배달 경로 네 개라는 뜻인지 아직 모릅니다.”
서온은 잠시 후 답했다. [맞아. 나도 익숙한 도형을 보면 너무 빨리 이전 사건을 붙여. 처음 보는 물건으로 다시 봐야겠어.]
천장에는 신호용 줄이 드리워져 있었다. 당겨 보려는 토비를 벤이 말렸다. 누군가 도착했다는 사실만 알려 주는 줄인지, 오래된 화재 장치를 작동시키는 줄인지 알 수 없었다. 세아는 먼저 관리인에게 그 줄의 기능을 물었다. 관리인은 학교를 세울 때부터 있었으나 한 번도 당긴 적 없다고 했다. 그 말은 안전하다는 증거가 아니었다.
그들은 출입한 시간, 지하실의 온도, 벽의 훼손 상태를 따로 적었다. 장부를 발견하기 전의 공간부터 기록해 두면, 나중에 누군가 물건을 옮겼다는 의심을 제기하더라도 시간 순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방 중앙에는 장부 두 권이 놓여 있었다. 하나는 새하얀 표지에 금박으로 ‘총괄 원장’이라고 쓰여 있었고, 다른 하나는 모서리가 닳은 회색 공책이었다. 하얀 장부에는 수천 개의 줄이 반듯하게 인쇄돼 있었다. 회색 공책에는 일곱 개의 날짜만 있었다.
세아가 하얀 장부를 펼쳤다.
[미처리 배송 건수: 0.]
[이의 신청: 자동 종결.]
[최초 승인자: 공석.]
“이 장부를 믿으면 우리가 그동안 뛰어다닌 이유가 없어지겠네요.” 토비가 말했다.
서온은 숫자를 세었다. [이 장부의 종이는 지난주에 만들어졌어. 그런데 표지는 삼백 년 전 물건으로 속이고 있어.]
반면 회색 공책의 첫 페이지는 손자국이 두 겹으로 겹쳐 있었다. 어른의 왼손과 어린아이의 오른손이었다. 페이지에는 짤막한 기록만 남았다.
‘첫째 날. 강둑이 무너진다는 소식. 구조 신탁이 거절됨. 이유: 수신인 명부 불일치.’
‘둘째 날. 직접 전달을 시도함. 동의 확인 기한: 사흘. 남은 시간: 반나절.’
‘셋째 날. 요청을 명령으로 바꾸지 않고는 우편 회선이 열리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음.’
피엘이 페이지를 넘기려 하자 회색 종이가 손가락에 붙었다. 종이 위에 글씨가 생겼다.
[읽는 사람의 직무를 기재하시오.]
그는 잠시 고민했다. 소멸 명령은 멈췄지만 천계 인사망의 원래 직무는 여전히 불안정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피엘’은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직무명을 가리켰다.
“배달원이었습니다.” 그가 적었다. “지금은 문서를 확인하는 증인입니다.”
[한 사람에게 두 역할을 허용할 수 없음.]
“그렇다면 하나만 쓰겠습니다. 저는 지금 증인입니다.”
종이가 놓였다. 그 순간 하얀 장부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숫자 ‘0’이 번져 검은 잉크가 흘러나왔다. 세아가 보호막을 올리자 잉크는 바닥에서 멈췄다. 바닥의 금속 홈이 드러났다. 두 장부를 나란히 놓으면 홈 사이로 빛이 흐르는 구조였다.
벤이 장부의 등 부분을 조사했다. “옛날 계약서에 쓰던 증거 제거 장치와 비슷해. 한쪽을 진본으로 승인하면 다른 쪽의 날짜가 지워지는 거지.”
하린의 원격 통신이 연결됐다. “어느 쪽이 진본인지 판단하기 전에 두 권을 별도로 보전해야 합니다. 서로 맞댔다간 증거가 훼손돼요.”
그러나 보호막 너머에서 종소리가 났다. 제0경로가 자동으로 발급한 문서가 바닥을 스쳤다.
[원본 대조 절차 개시. 대조 불응 시 회색 공책 자동 폐기.]
“묻지도 않고 시작하네.” 토비가 혀를 찼다.
피엘은 장부를 잡아당기지 않고 학교 관리인을 불렀다. 관리인이 들고 온 종이 수업 일지의 마지막 페이지는 오늘 날짜로 채워져 있었다. 그는 학급의 출석 기록과 방 안의 온도를 기록한 뒤, 제0경로의 대조 명령과 별개로 현재 보전 상태를 증명했다. 벤은 마계 계약판에서 금속 홈을 독립 봉인했고, 하린은 그 사실을 심리실에 등록했다.
세 가지 기록이 남자 자동 대조 장치는 움직임을 멈췄다. 그렇다고 회색 공책의 내용이 참이라고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 피엘은 그 차이를 공고에 분명히 적었다.
세아가 마지막 장을 펼쳤다. 한쪽에는 설계 도면의 절반이 붙어 있었다. 인간에게 가는 우편과 천계 긴급 구조 우편이 서로 교차하는, 이상한 분기 장치였다. 한 선은 ‘신탁’으로, 다른 선은 ‘요청’으로 향했다.
그 아래 작은 메모가 있었다.
‘거절된 요청도 누군가에게는 도착해야 한다. 그러나 도착했다고 그 사람이 따를 의무는 없다.’
“이게 에르다가 원하던 일이었을까요?” 세아가 물었다.
회색 공책 맨 뒤쪽에는 주소가 적혀 있었다. 도로명이 아니라 풍차 세 대의 그림과 마을 이름 하나.
[서리바람 마을. 시계 수리소.]
피엘이 지도를 접으려 할 때 서온이 빛을 낮췄다.
[잠깐. 주소의 날짜가 어제야. 삼백 년 전 종이에 어제 날짜가 적혀 있어.]
밖에서 빵 굽는 냄새가 다시 내려왔다. 그리고 계단 위에서, 금속 톱니가 맞물리는 듯한 조용한 소리가 났다.
제182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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