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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181화
PAYLUA ORIGINAL · 제181화

181화. 밀가루 묻은 서명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3,092자

오프라인 책장
제0경로의 원본 장부를 찾으러 떠나기 전, 피엘은 손부터 씻었다. 사소한 일이었다. 세탁소 뒤 수도에서 찬물을 틀자 잉크가 손가락 마디 사이에서 옅어졌다. 한때 그는 지워지지 않는 글씨야말로 훌륭한 기록이라고 믿었다. 이제는 어떤 글씨를 지울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엘의 통신판에는 세 글자가 커다랗게 확대돼 있었다. [에르다.] “처음 보는 이름이에요.” 세아가 말했다. “장부에 없는 이름이라는 건, 장부를 거치지 않았다는 뜻인가?” 벤이 수첩을 폈다. “아니.” 서온이 빛을 깜빡였다. [여기서 중요한 건 서명을 적은 순서야. 종이에 먼저 서명이 있었고, 나중에 잘라 낸 수신인 칸이 붙었어. 누가 옛 문서의 앞뒤를 바꿔서 한 장으로 만들었단 말이지.] 토비는 접합된 영수증 사진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저 곡선, 밀가루 자루를 묶을 때 쓰는 빗금 같네요. 우리 마을 방앗간에서도 저렇게 적어요.” “어떻게 아십니까?” 피엘이 물었다. “농부가 밀가루 자루를 모르면 뭘 압니까? 제가 서류를 모르지, 자루는 알죠.” 서온이 영수증을 다시 확대했다. ‘수령’ 아래 흐릿한 칸에 작은 원 네 개가 나란히 찍혀 있었다. 제6문 사건에서 이름 대신 사람을 표시하던 표식과 비슷했다. 하지만 그 원들의 간격은 각기 달랐다. 복제가 아니라 손으로 그린 것이었다. “오늘 누구를 만나든,” 피엘이 말했다. “이걸 일곱 번째 복원 확인서라고 소개하진 맙시다. 복원 완료는 여전히 여섯 건입니다.” 하린도 동의했다. 그녀는 증거 봉투 바깥에 ‘미확인 발신 전 보류 문서’라고 적었다. 그러자 천계 문서 분류기가 삐걱이며 경고를 울렸다. [분류 불가. 권장 항목: 완결 혹은 폐기.] “둘 다 아니에요.” 하린이 말했다. “새 칸을 만드세요.” 분류기는 잠시 조용하더니, 종이 한 장을 뱉었다. 새 칸을 만들 권한이 없다는 통지였다. 벤이 그것을 읽고 웃었다. “천계가 가장 무서워하는 게 뭔지 알아? 누군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말이야.” 그들은 구호 급식소가 있던 장소로 향했다. 삼백 년 전 지도에서는 강변의 낮은 창고였다. 지금은 붉은 기와를 얹은 제빵 학교였다. 창문에 밀가루 손자국이 얼룩져 있었고, 저녁 수업이 끝난 학생들이 덜 구워진 빵을 들고 나왔다. 담장 위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앞발에 묻은 반죽을 핥고 있었다. 학교에 도착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렸다. 강변 도로에는 수레들이 길게 서 있었고, 하린의 임시 구제 안내문을 읽으려는 사람들이 벽마다 모여 있었다. 어떤 이는 자신의 이름이 기록에 남았는지 물었고, 다른 이는 이름을 밝히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피엘은 그들을 급히 지나치면서도 각 문의 현장 직원들이 요청을 받도록 연락망을 열어 두었다. 조사에 나섰다는 이유로 당장 필요한 도움을 늦출 수는 없었다. 길가의 빵집에서는 하루 지난 식빵을 반값에 팔고 있었다. 토비가 여섯 개를 사자 벤이 비웃었다. “원본 장부를 찾는 데 빵 여섯 개가 왜 필요해?” “굶으면서 장부를 읽으면 무슨 글자든 먹을 것으로 보이거든요. 저만 그런 건 아니잖아요.” 세아는 밀가루 냄새에 잠시 멈춰 섰다. 제2문에서 만난 세아의 어머니 리네가 남긴 노래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구조를 위한 규칙이 언제 삶을 지키는 일이 되고, 언제 사람의 몫을 빼앗는지에 관한 질문이었다. 그녀는 피엘에게 말했다. “원본을 찾아도 오늘 살아 있는 사람들이 남습니다. 그 사실부터 잊지 맙시다.” 피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류와 사람을 같은 식으로 운반하면 안 된다는 것을, 그들은 이미 여러 번 배웠다. 학교 앞 골목에는 이름을 지운 오래된 안내판이 있었다. 글씨가 떨어진 자리에 학생들이 분필로 ‘오늘의 빵’이라고 새겨 두었다. 누군가 지웠다고 해서 그 공간이 영원히 빈 자리로 남는 것은 아니었다. 피엘은 그 판을 지나 제빵 학교의 대문을 두드렸다. 학교 관리인은 ‘에르다’라는 이름을 듣자 호루라기를 불었다. “그분을 찾는 사람들이 또 왔군요. 교장 선생님께서 옛 장부를 내주지 말라고 하셨어요.” “또 왔다고요?” 세아가 물었다. 관리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흘 전에 정장 입은 사내 둘이 왔습니다. 한 명은 낡은 도장함을 들었고, 다른 한 명은 학교가 창고의 옛 채무를 승계했다며 문을 봉쇄하려 했어요.” 벤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제7문에서 쓰던 논리군. 지금 건물을 가진 사람에게 과거의 빚을 씌우는 것.” 피엘은 출입을 요구하는 대신 관리인에게 사건을 설명했다. 관리인은 한참 듣다가 마당으로 나와 벽돌 한 장을 가리켰다. 다른 벽돌보다 유난히 희고, 모서리에 구워진 손가락 자국이 남아 있었다. “학생들이 저걸 뜯으려고 하면 꼭 빵 냄새가 난다고 해요. 이상한 일인데, 저 벽돌 뒤에는 여름에도 차가운 공간이 있거든요.” 토비가 작은 칼을 빌려 줄눈을 긁었다. 벽돌은 손쉽게 빠지지 않았다. 세아가 도구를 가져오려 하자 토비는 멈췄다. “학교 벽을 부수려면 주인에게 허락을 받아야죠.” 관리인은 마당 가장자리의 공구함에서 얇은 쇠지레를 가져왔다. 함께 벽돌을 빼내자 손바닥만 한 금속 상자가 드러났다. 상자에는 자물쇠도 문서 번호도 없었다. 대신 이렇게 적혀 있었다. ‘불을 피우려면 먼저 누가 추운지 물어라.’ 서온이 봉인을 스캔했다. [천계 인장은 아니야. 인간의 손으로 접고 밀랍을 부었어.] 상자 안에는 빈 영수증 두 장과 낡은 붓, 그리고 학교 설립 전의 배달 노선도가 있었다. 노선 한 끝은 ‘제0경로 원본 보관실’이라고 적힌 지하 공간으로 이어졌다. 다른 끝에는 ‘밀가루 두 자루, 사람 네 명’이라고 적혀 있었다. “네 명?” 피엘이 물었다. 관리인의 얼굴이 굳었다. “우리 학교가 세워진 자리는 예전에 네 사람이 실종된 급식소였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명부에는 두 명밖에 없어요.” 그 순간 담장 위 고양이가 뛰어내렸다. 벽돌 구멍 속에서 돌돌 말린 작은 종이가 밀려 나왔다. 조금 전에는 분명 없던 것이었다. [원본 장부 접근 동의 요청. 수신인: 에르다.] 글자는 곧 바뀌었다. [수신인 부재. 대리 수신인 자동 지정: 피엘.] 피엘은 손을 뻗지 않았다. “저는 에르다가 아닙니다.” 종이는 허공에 멈췄다. 이어서 천천히 새 문장을 썼다. [그렇다면, 직접 와서 이름을 돌려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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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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