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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18화
PAYLUA ORIGINAL · 제18화

18화. 돌아오지 않는 우편마차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5,697자

오프라인 책장
우편마차는 마차처럼 보였지만 말이 끌지 않았다. 커다란 바퀴 네 개가 땅에서 손가락 두 마디만큼 떠 있었고, 마부석에는 아무도 없었다. 창마다 희미한 조명이 켜져 있었으나 안에 앉은 사람들의 얼굴은 제각기 다른 시간대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 어떤 창에는 젊은 병사가, 어떤 창에는 노인이, 또 어떤 창에는 어린 소녀가 비쳤다. 토비는 그 소녀가 루나라고 생각할 뻔했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루나는 열여덟 해 전의 모습 그대로 있을 수 없었다. 자신도 어른이 되었으니까. “편지가 조심하라고 했어.” 그가 중얼거리자 피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차 문에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배송되지 못한 편지를 가진 사람만 탑승 가능.] [승객 한 명의 이름은 도착 전까지 운송 기록에서 제외.] [출발 후 중도 하차 불가.] [승객의 의사 확인 없이는 목적지 변경 불가.] 벤이 마지막 문장을 읽고 입꼬리를 올렸다. “아직 옛 규정이 남아 있군.” “저희가 마차에 타는 걸 누가 허락합니까?” 피엘이 물었다. “마차가.” 벤이 문을 두드리자 작은 검표구가 열렸다. 그 안에서 종이로 만든 손이 뻗어 나왔다. 손바닥에는 ‘미배달 편지 확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토비가 루나의 편지를 꺼내려 하자 피엘이 막았다. “그 편지는 방금 받았잖아요. 미배달 편지가 아닙니다.” 토비는 잠깐 생각하다가 주머니에서 낡은 나무 조각을 꺼냈다. 루나의 이름을 새긴 표식이었다. “이건 편지가 아니고요?” “편지는 아니죠.” “받는 사람한테 하고 싶은 말을 적어 놓은 건데요.” 피엘은 그가 보여 준 뒷면을 읽었다. 거기에는 삐뚤삐뚤한 글씨로 짧은 문장이 있었다. ‘내년엔 같이 보리밭을 보자.’ 보낸 적 없는 열여덟 해 전의 약속이었다. 피엘은 입술을 깨물었다. “네. 미배달 편지로 인정할 수 있겠습니다.” 종이 손이 나무 조각을 받아 들었다. 검표구에서 초록불이 켜졌다. 토비가 계단을 오르자 마차가 가볍게 흔들렸다. 피엘과 오스벨, 벤도 뒤따랐다. 마차 안쪽 벽에는 한때 누군가 새긴 이름들이 빼곡했다. ‘돌아가는 길을 알려 주세요’, ‘우리 어머니에게 내가 안 죽었다고 말해 주세요’, ‘처음 본 별은 푸른색이었다’ 같은 문장이 오래된 목재에 흠집으로 남아 있었다. 오스벨은 손으로 그 자국들을 쓸었다. “이 마차는 오래됐군. 수십 년이 아니라 수백 년은 된 것 같네.” 벤이 고개를 저었다. “시간이 일정하게 흐르지 않는 곳이라 그래. 사람의 기다림이 모이면 이런 길이 생겨.” 토비는 창에 비친 자기 모습을 들여다봤다. 성검이 어깨에 걸려 있었다. 자신은 분명 마왕을 쓰러뜨려야 한다는 문장을 잘못 받은 농부였다. 그러나 그 칼이 지금까지 쓸모없었던 건 아니었다. 홍수를 막고, 지워진 사람을 찾아가는 길을 만드는 데 여러 번 도움이 됐다. “이 칼은 언젠가 돌려줘야겠죠?” “원본 수신자가 확인되면요.” 피엘이 답했다. “그때까지는 잘 써야겠네요. 주인이 받았을 때 녹슬면 미안하니까.” 오스벨은 웃으며 검의 날을 살폈다. 칼날은 어제보다 조금 무뎌져 있었다. 사람을 베어서가 아니라 땅을 긁고 물을 막느라 생긴 자국이었다. “주인도 자네가 어디에 썼는지 알면 좋아할 거라 생각하네.” “마왕 잡으라고 만든 칼인데요?”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지. 그러면 사용 내역을 보여 주게.” 토비는 어깨를 으쓱했다. 제대로 된 사용 내역서가 필요하다는 말에 피엘의 눈이 반짝였다. 안쪽 객실에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좌석마다 편지가 쌓여 있었고, 창밖에는 실제 보리골 대신 낯선 도시와 바다가 번갈아 나타났다. 피엘이 계단 쪽을 바라보는 사이 문이 닫혔다. [탑승 확인: 4명.] [임시 운송 기록 삭제 대상 추첨 중.] 토비가 재빨리 말했다. “제 이름을 지워도 돼요.” “그러면 안 됩니다.” 피엘이 반사적으로 답했다. “제가 가장 익숙한데요. 이미 동생한테 잊힌 적 있으니까.” 피엘은 한숨을 내쉬었다. “익숙하다는 이유로 위험을 떠맡지 마세요. 그리고 제 몫을 대신 결정할 수도 없습니다.” 오스벨도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자고 했잖나.” 이들은 출발 전 합의한 절차를 꺼냈다. 누구에게도 강제로 이름 삭제를 맡기지 않겠다는 것. 한 사람이 임시 삭제될 경우 나머지 사람들은 그에 대한 증언을 은빛 달걀에 남겨 두었다가 도착 즉시 대조할 것. 그 과정이 불가능해지면 전원 하차할 것. 피엘이 안내문을 가리켰다. “승객 의사 확인 없이는 목적지 변경이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안전 확인 전에는 출발도 승낙하지 않겠습니다.” 마차가 귀찮다는 듯 끼익 소리를 냈다. 검표구에 붉은 글씨가 떠올랐다. [승차 조건과 별개로 경로 운행 동의 필요.] [안전 조건 추가 요청 가능.] 벤이 작게 웃었다. “드디어 제대로 된 고객이 들어왔네.” 오스벨은 은빛 달걀을 객실 중앙에 올렸다. 이름이 기억에서 사라져도 각자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단서가 들어 있었다. 마차는 달걀을 세 번 검사하더니 작은 종이표를 내놓았다. [상호 증언 보관 인정.] [운송 기록에서만 이름 임시 삭제. 육체 및 기억 직접 삭제 금지.] [도착 즉시 원상 복구.] 네 사람은 서로를 확인한 뒤 출발에 동의했다. 마차가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시 뒤 벤이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저 자리는 왜 비어 있지?” 토비는 자기를 가리켰다. “저 여기 있는데요.” “그렇네. 이상한 걸.” 피엘의 수첩에서 토비의 이름이 사라져 있었다. 대신 빈칸이 하나 생겼다. 다행히 피엘은 토비의 얼굴을 기억했다. 다만 마차가 그를 정식 승객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기록상으론 한 사람이 탑승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피엘이 말했다. “그럼 도착할 때까지 제가 좌석에 앉지 않으면 되나요?”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그 순간 마차 복도 끝에 회색 옷을 입은 검표원이 나타났다. 얼굴 없는 가면을 쓴 그는 좌석 번호를 확인하다가 토비 앞에 멈췄다. “무임 승객 발견.” 토비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표를 냈는데요?” “운송 기록에 이름이 없습니다.” “그쪽에서 지워 놓고 왜 저한테 그래요?” 검표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금빛 그물 하나를 펼쳤다. 피엘이 앞을 막았다. “운송 약관 제4항을 확인하십시오. 임시 기록 삭제 대상에게 강제 퇴거 조치를 해서는 안 됩니다.” 검표원이 멈췄다. 가면 안쪽에서 종이들이 뒤적이는 소리가 났다. “해당 조항 확인. 강제 퇴거 불가.” “그리고 운송 기록의 이름이 없는 것은 승객 책임이 아닙니다.” “맞습니다.” “그럼 무엇을 확인해야 하죠?” “동행인의 증언입니다.” 피엘은 오스벨과 벤을 돌아봤다. 두 사람은 하나씩 토비에 대한 사실을 말했다. 보리골 출신, 농부, 성검 사용자, 열여덟 해 전 동생의 이름표를 땅에 심었다는 사실. 오스벨의 달걀에서 부드러운 빛이 번쩍였다. 검표원은 모자를 벗어 인사했다. 그 말을 들은 토비는 피엘을 돌아봤다. “우리가 약관을 읽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요?” “검표원이 당신을 내쫓으려 했겠죠. 그리고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누군가의 이름을 또 잃었을 겁니다.” “이 마차를 타는 사람은 다 약관을 읽을까요?” 벤이 대답했다. “대부분 못 읽지. 못 읽는 사람도 있고, 읽을 기운조차 없는 사람도 있어.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져서 타는 마차니까.” 토비는 잠시 생각하다가 검표원에게 말했다. “그러면 다음 승객한테는 출발하기 전에 설명해 주세요. 그 사람도 저처럼 놀랄 수 있으니까.” 검표원은 고개를 기울였다. 얼굴 없는 가면 안에서 작은 계산 소리가 났다. “신규 안내 요청을 수신했습니다. 적용에는 관리자 승인이 필요합니다.” “그 관리자는 어디 있어요?” “종점에 있습니다.” 토비는 피엘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폈다. “동생 찾고, 편지 주고, 관리자한테 설명도 해야겠네요.” 피엘이 작게 웃었다. “업무 목록이 점점 늘어나는군요.” “천사님 일이 원래 그렇잖아요.” “맞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접수한 일만큼 완료되는 일도 많았으면 좋겠네요.” “확인됐습니다. 무임 승객이 아니라 이름 임시 보류 승객입니다.” 토비가 혀를 찼다. “그걸 처음부터 확인하시면 얼마나 좋아요.” 토비의 이름이 지워진 뒤에는 다른 문제가 생겼다. 종이로 된 좌석표에 네 사람의 이름 대신 세 사람과 빈칸 하나가 나타났다. 물을 나눠 주던 작은 자동인형은 토비 앞에서 손을 멈췄다. “운송 기록에 없는 승객에게는 제공할 수 없습니다.” 토비가 한숨을 쉬었다. “목이 마르다고 물어보는 게 그렇게 어려운 규정인가요?” 피엘이 규약을 뒤졌다. 그리고 곧바로 네 사람에게 물을 한 잔씩 나눠 주었다. “객실 물품은 예약자만 신청할 수 있지만, 제공받은 물을 나누지 말라는 규정은 없습니다.” “그래서 천사님이 필요하다니까요.” 그때 마차 창밖에서 익숙한 풍경이 스쳐 갔다. 보리골의 주방이었다. 에마가 밥그릇 두 개를 내놓고 누군가를 기다렸다. 이어 밀헤이븐 우체국이 보였다. 마라는 긴 책상 앞에서 편지를 정리하고 있었다. 다음 창에는 오스벨의 마법탑이 비쳤다. “이거 우리 기억을 읽는 건가?” 벤이 물었다. “아니. 배달하지 못한 주소를 경유하는 것 같네.” 오스벨이 답했다. 토비는 바깥을 바라봤다. 몇몇 집은 창문이 환했고, 몇몇은 오래전에 무너진 뒤였다.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주소가 사라진 사람이 분명 있었다. 마차가 왜 돌아오지 않는다고 불리는지 조금 이해했다. 운송하는 사람들이 갈 곳을 잃으면, 마차는 아무리 달려도 목적지에 닿지 못할 것이다. 마차가 길게 흔들렸다. 객실 벽이 종이처럼 접히더니 창밖의 풍경이 바뀌었다. 밤바다 위로 긴 다리가 나타났다. 다리에는 집이 없었다. 대신 수많은 우편함이 줄지어 서 있었다. 벽면의 작은 안내판에는 ‘도착’이라는 말 대신 ‘선택 가능한 주소’라고 쓰여 있었다. 오스벨이 안내판을 번역했다. 이곳은 누군가를 정해진 곳에 내려놓는 종점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에게 편지를 보내고 어디로 갈지 결정하는 장소였다. “그럼 마차가 이름을 지우는 이유가 뭔가요?” 토비가 물었다. “기록에서 지워진 수신인과 똑같은 조건으로 도착하려면, 승객 중 한 사람이 잠시 그 상태를 겪어야 하는 모양이네.” “그걸 미리 더 분명히 설명했으면 좋았을 텐데요.” 피엘은 진지하게 메모했다. [운송 약관 개선 건의: 운송 기록 삭제의 범위와 회복 절차를 큰 글씨로 설명할 것.] 벤이 피식 웃었다. “지옥의 마차를 탔는데 고객 설문을 하고 있네.” “불편 사항이 있으면 고쳐야죠.” 마차는 그 말에 반응하듯 경고음을 한 번 냈다. 그러더니 안내판에 아주 작은 글자가 하나 추가됐다. [운송 불만: 접수됨.] 토비가 웃었다. “봤죠? 말하니까 듣잖아요.” 피엘은 낯선 곳에서도 익숙한 업무를 되찾은 듯 수첩을 안았다. 그중 가장 큰 우편함 앞에 어떤 여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짙은 초록색 외투를 입은 스물다섯 살쯤의 여인이었다. 왼쪽 볼에 작은 보조개가 있었다. 토비가 창문을 두드렸다. “루나!” 여인은 그를 돌아봤다.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러나 곧 얼굴이 굳었다. 그녀의 뒤에서 다른 여인이 똑같은 얼굴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 번째 여인도. 마차의 안내문이 조용히 바뀌었다. [종점 도착.] [수신인 실명 확인 시험 개시.] [복수의 동일 주소가 존재합니다.] 토비는 창 너머를 바라보며 손을 떼지 못했다. 그리웠던 얼굴을 마침내 보았다. 하지만 누가 진짜 동생인지는 아무도 알려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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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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