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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168화
PAYLUA ORIGINAL · 제168화

168화. 태어나기 전에 찍힌 출근 도장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3,366자

오프라인 책장
휴게실은 좁았다. 여섯 사람이 한꺼번에 서자 식탁을 가운데 두고 서로의 어깨를 피해야 했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쉽게 문을 나서지 못했다. 삼백 년 전 근무표에 현재 피엘의 식별번호가 들어 있었다. “시간여행이라도 했다는 겁니까?” 토비가 물었다. “농사에선 옛날 흉년을 오늘 장부에 적을 수 있어도, 태어나기 전에 씨를 뿌릴 순 없어요.” “이런 기록은 날짜보다 번호를 먼저 의심해야 합니다.” 세아가 말했다. 서온이 두 번호를 나란히 띄웠다. 첫 번째 피엘의 예전 직무 식별번호와 현재 피엘의 번호였다. 앞쪽 여섯 자리는 같았고, 뒤쪽 세 자리는 달랐다. 삼백 년 전 근무표는 뒤쪽 세 자리가 접혀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 현재의 번호가 나오도록 종이 위에 새로운 잉크를 덧칠한 것이다. [이건 현재 피엘이 과거에 갔다는 증거가 아니야.] 서온이 말했다. [누군가 옛 문서에 현재의 식별번호를 덧입혔다는 증거야.] 피엘은 안도의 한숨을 쉬지 않았다. 시간의 역설보다 더 현실적인 문제가 남아 있었다. 지금 누군가가 오래된 서류를 열고 자신을 삼백 년 전 책임자로 지정하고 있는 것이다. “현장에서 문서를 바꾼 사람이 있다면 아직 접근 권한이 살아 있겠죠.” 벤은 식탁 아래서 검은 실을 하나 집어 들었다. 실은 문서 묶음과 연결돼 있었다. 당기자 종이 뒤쪽에서 얇은 구리판이 미끄러져 나왔다. 구리판에는 현재의 날짜가 새겨져 있었다. 누군가 오늘 새벽에 다시 설치한 장치였다. 아지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누가 이곳에 들어왔다는 뜻이야.” 휴나가 세탁소의 문 개폐 기록을 확인했다. 밤 열한 시 이후 이곳에 드나든 사람은 일행을 제외하면 없었다. 다만 세탁물을 내보내는 작은 승강기가 새벽 두 차례 움직였다. 천으로 덮인 물건이 전달됐지만 수취인의 이름은 ‘관리실’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제가 열어 준 문은 아니에요.” 휴나가 말했다. “승강기는 옛날 장치라 밤마다 자동으로 움직여요. 오늘은 천 조각 대신 서류를 실어 보냈나 봅니다.” 피엘은 세탁소와 보호실 사이의 작은 틈을 들여다봤다. 천에 묻은 누런 잉크가 점처럼 찍혀 있었다. 설계 열람실에서 확인한 원본 인장과는 다른, 복제 인장을 만들 때 사용했던 검은 열매 잉크였다. “예전 위조 인장 사건에서 남은 회선이군요.” 세아가 말했다. “압수한 실물과는 별도로 작동할 수 있는 경로가 있었어요.” 그때 이오가 갇혀 있던 광산에서 새 연락이 왔다. 구조대가 낮은 통로를 뚫었고, 이오가 곧 바깥으로 나올 예정이었다. 화면 속에서 이오는 물에 젖은 모자를 끌어안은 채 구조대원에게 무언가 말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을 먼저 올려보내서 미안하다’는 말이었다. 토비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자기가 사람을 살려 놓고 미안하다는군요.” “누군가에게 소멸해서 구조를 완성하라고 강요하지 않아도,” 피엘이 말했다. “사람들은 서로를 위해 움직입니다.” 회선이 살아 있으니 구조대는 다음 작업까지 조정할 수 있었다. 아지는 오래된 배선판을 들어 올렸다. 장치에는 두 길이 있었다. 한쪽은 실제 위기 정보를 전달하는 선, 다른 한쪽은 담당자 교체와 소멸 기록을 묶는 선이었다. 후자는 뒷날 추가됐다는 흔적이 뚜렷했다. “두 회선을 분리하면?” 세아가 물었다. “실제 구조 연락은 계속할 수 있네. 하지만 직무 연속성 계산기의 경보가 울릴 거야. 그 경보가 어떻게 행동할지는...” “실험 없이 생명을 걸고 시험할 수는 없겠죠.” 피엘이 말을 받았다. 그들은 차단 계획을 세웠다. 실제 현장의 연락이 계속되는지 세 지역에서 먼저 확인하고, 긴급 담당 대행을 기관 명의로 수동 지정하며, 자동 소멸 회선만 격리한다. 누가 어느 순서로 조치할지도 기록했다. 하린의 임시 승인과 현장 독립 검사의 확인을 기다렸다. 분리 배선 계획을 세우는 동안, 벤은 오래된 마계 계약서의 마지막 조항을 다시 읽었다. 그는 한때 인간의 절박함을 계산해 값비싼 계약을 제시하던 악마였다. 지금도 그의 손에는 누구의 서명이 언제 효력을 잃는지 판정하는 버릇이 남아 있었다. “참 재밌군.” 그가 말했다. “상대가 어려울 때 재빨리 계약을 끝내야 한다는 건 마계의 오래된 장사법이야. 그런데 저 기계는 계약할 상대가 없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효력이 있다고 주장하니, 악마보다도 장사를 못하겠군.” 토비가 물었다. “그럼 마계에서는 이런 계약을 어떻게 합니까?” “당연히 대가를 치를 사람이 있는지부터 확인하지. 없으면 다른 계약을 찾지. 적어도 옛날의 나는 그랬어.” 세아는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게 정당하다는 뜻은 아니에요.” “알아.” 벤의 대답은 짧았다. “그때는 몰랐고.” 그는 서류 아래에 자신의 이름을 써서 증언했다. 긴급 구제 계약이 무기한 채무가 되던 순간 자신이 반대 의견을 냈지만, 동시에 그 체계 안에서 일을 계속했던 사실도 포함했다. 누구의 이름으로도 그의 부분을 대신 지울 수 없었다. 피엘은 그 서명을 오래 바라봤다. 소멸 명령의 기록을 고치는 일이 곧 모든 사람의 죄를 없애 주는 일은 아니었다. 살아 있는 동안 자기 일이 무엇이었는지 말할 수 있다는 것, 그 말을 듣고 판단할 사람이 있다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한 책임의 시작이었다. 서온은 벤의 진술을 별도 보관했다. 예전에 그는 증언서가 들어올 때마다 한 줄로 압축하려 했지만 지금은 원문을 남겼다. 글을 줄이면서 놓치는 망설임도 있고, 망설임을 지우면 바뀌는 뜻도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 확인만 제대로 되면 정말 괜찮아지는 건가요?” 토비가 물었다. “괜찮아지는 게 아닙니다.” 피엘이 대답했다. “어떤 순서로 문제를 풀 수 있는지 알게 되는 거죠. 그다음엔 하나씩 해야 합니다.” 휴나가 식탁 위에 뜨거운 수프를 놓았다. 모두가 잠시 먹었다. 토비는 첫 숟가락을 뜨자마자 혀를 데었고, 벤은 웃다가 수프를 소매에 쏟았다. 사소한 소란 가운데 피엘은 자신이 아직 여기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새벽 세 시 오십 분. 하린의 승인이 도착했다. 다만 조건이 붙어 있었다. [실제 구조 통신의 유지 여부를 확인할 때까지 완전 차단 금지. 소멸 명령에는 사전 이의 효력 임시 부여. 최종 집행 금지 여부는 새벽 심리에서 결정.] “심리는 언제 열립니까?” 세아가 물었다. 서온이 시간을 읽었다. [04:45.] 피엘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한 시간도 남지 않았다. 그런데 식탁 아래의 구리판에서 또 다른 문구가 나타났다. [예정 발신인은 심리에 출석하지 않습니다.] [사유: 발신인은 명령 실행 뒤에만 생성됩니다.] 토비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정말 기가 막히는 우체국이군요. 보내는 사람도 없는데 심리에 나오지도 않는다고요?” 피엘은 구리판 뒤에서 작은 서명을 발견했다. 이름 대신 네 글자였다. ‘사후 작성.’ 원본이란 이름으로 온 그 모든 명령은 누군가 일을 끝낸 뒤에 책임자를 만드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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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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