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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167화
PAYLUA ORIGINAL · 제167화

167화. 그만둘 권리를 잃어버린 날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3,369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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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는 회중시계를 탁자에 올렸다. 손이 떨려 시계가 세 번 미끄러졌다. 피엘은 그것을 잡아 주려다가 멈췄다. 오래된 금속에도 누군가의 사적인 시간이 묻어 있을 수 있었다. “이 시계가 기억하는 건 무슨 일입니까?” “첫 번째 피엘이 그만둔 날.” 아지가 말했다. “그날은 내가 이곳 야간 검사자로 부임한 지 나흘째였네.” 삼백 년 전의 예고 배송실은 지금보다 작았다. 아지가 펼친 그림에는 나무 의자 하나와 커다란 벨, 종이가 잘 마르도록 놓아 둔 난로만 그려져 있었다. 직원들은 비가 오면 창문에 수건을 끼워 물을 막았고, 배달을 마친 뒤에는 난로 주위에 둘러앉아 삶은 감자를 나눠 먹었다. “우리는 모두를 구할 수 없었네.” 아지가 말했다. “하지만 늦게 도착한 편지를 받아 들고도 무엇을 해야 할지 물을 수는 있었지.” 첫 번째 피엘은 돌등나루에서 수령 거부 기록을 가져온 뒤 자신의 직무를 내려놓았다. 그가 제출한 서류에는 사직 이유가 길게 쓰여 있지 않았다. 단 두 문장이었다. '내가 대신 답한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이제 수신인의 답을 기다리겠습니다.' '이 일을 계속하려면 새로운 담당자와 함께 규칙을 바꾸어야 합니다.' 그는 사라지지 않았다. 명찰을 걸어 놓고 거리로 나가 작은 우체통을 수리했다. 아지는 그가 우체통의 찌그러진 입구를 펴느라 손을 베었다는 것까지 기억했다. “하지만 이튿날 그의 근무 종료를 기록하려는데 장부가 열리지 않았네. ‘업무가 끝나지 않았으므로 퇴직 불가’라고 적혀 있었지. 바로 아래에는 그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고 기록됐어. 사직이 소멸로 바뀐 거야.” “누가 바꿨습니까?” 세아가 물었다. “그때 우리는 장치를 의심했네. 그러나 기록은 늘 이런 말을 했어. ‘원본 요청에 따른 자동 보정.’ 사람 이름은 하나도 없었지.” 벤은 팔짱을 꼈다. “누군가 자기 이름으로 결재하지 않는 방법을 오래전에 배웠군.” 피엘은 두 서류의 차이를 보았다. 첫 번째 피엘은 업무를 그만두겠다고 했지 존재 자체를 끝내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기계는 ‘직무와 인격의 분리’를 오류로 보고 두 상태를 하나로 합친 것이다. “그러면 제게 내려오는 소멸 명령은 삼백 년 전 오기와 같은 구조입니까?” “그럴 가능성이 있네. 그러나 이번 발송을 실제로 예약한 자가 있는지 아직 모른다네.” 아지가 선을 그었다. “오래된 구조를 악용하는 사람이 지금 있을 수도 있지.” 그들은 폐지 기록을 다시 열어 보려 했다. ‘기관 대행 규칙 폐지’ 항목은 완전성 관리실의 원격 명령과 별도로 유지되고 있었다. 서온은 제0경로의 회선으로만 전달된 독립 신호를 추적했다. [‘원본’은 발신인 이름이 아니야.] 서온이 밝혔다. [문서 분류야. 최초 문장과 달라진 항목을 원본의 요청으로 덮어쓴다는 뜻.] 토비가 어깨를 으쓱했다. “이름 없는 사람이 보내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애초에 사람을 적는 칸이 아니었군요.” “그렇다고 발송자가 없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피엘이 말했다. 아지가 더 오래된 봉투를 하나 꺼냈다. ‘근무 종료 후 권한 반납 안내’라고 적힌 평범한 문서였다. 첫 번째 피엘이 퇴직한 다음 날, 세탁소 앞 우체통에서 누군가 이 봉투를 발견했다고 했다. 발신인에는 기관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수신인에는 직무를 내려놓은 사람의 당시 주소가 적혀 있었다. “이 편지는 배달됐습니까?” “아니. 그때는 이미 수신인이 없다고 장부가 말했네. 그래서 반송함에 넣으려고 했지. 그런데 봉투가 나보다 먼저 다시 돌아왔어.” 세아가 봉투를 살폈다. 반송 기록이 두 번 있었다. 첫 번째는 수신처 확인 실패, 두 번째는 ‘수신 대상 소멸’. 최초 피엘이 실제로 떠난 뒤 어디 살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의 사직을 소멸로 바꾼 기계는 봉투가 도착하기 전부터 그런 결과를 알고 있었다. “사후에 사실을 기록한 게 아니라,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결과부터 정해 두었군요.” 아지는 부끄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어. 사람이 없는 건지, 없다고 쓰니까 없는 건지. 그때 나는 젊었고,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을 찾아가 물어볼 용기도 부족했네.” 피엘은 그가 늙은 손가락으로 봉투를 고르게 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노인에게 삼백 년의 모든 사정을 설명하라고 재촉하지 않았다. 기억을 잃은 부분은 기억을 잃었다고 적어 두기로 했다. “그래도 이걸 보관하셨군요.” “그래. 그 사람에게 편지를 건네주지 못했다는 게 계속 마음에 남았거든.” 토비가 물었다. “그 사람을 다시 만난다면 뭐라고 하실 겁니까?” 아지는 잠시 창밖을 보았다. 세탁소의 작은 불빛이 돌담에 번져 있었다. “사직을 받아들이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해야지. 사라진 사람으로 만든 건 더 미안하고.” 봉투의 뒷면에는 작은 글씨가 있었다. '권한을 내려놓는 손은 빈손이 아니다.' 피엘은 그 문장을 읽고 손안의 낡은 명찰을 만졌다.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남기로 하는 선택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들은 ‘원본 요청’이라는 문구 뒤에 어떤 작업자가 접근했는지 보존된 로그를 찾았다. 대부분은 이름이 지워져 있었다. 그러나 기록을 지운 순간마다 똑같은 야간 근무표가 호출된 흔적이 있었다. [확인 시각: 05:17.] 바로 삼백 년 전 회중시계가 멈췄던 시간이었다. 피엘은 오래전에 보았던 작은 장부의 날짜를 떠올리려 했다가 이내 멈췄다. 추측으로 비어 있는 부분을 채우면, 지금 막 비판하는 기계와 달라질 게 없었다. “야간 근무표 원본은 어디 있습니까?” 아지가 대답했다. “직원들이 늦은 밤 밥을 먹던 작은 휴게실. 아직 철거하지 않았어. 아무도 가치 있는 기록이 거기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거든.” 세탁소 뒤쪽의 낮은 문을 열자 오래된 식탁이 나왔다. 나무 표면에는 누군가 감자 껍질을 칼끝으로 긁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천장에 매달린 등잔은 꺼져 있었지만, 휴나가 가져온 작은 램프가 식탁을 비췄다. 식탁 아래쪽에는 여러 직원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야간에 혼자 일할 때 무서움을 달래려고, 누가 먼저 다녀갔는지 남겨 놓은 것이라고 했다. 작은 이름들 사이에 유독 깊게 새겨진 한 문장이 있었다. ‘다섯 시 십칠 분에 누가 대답하지 못하면, 대신 보내지 말 것.’ 그 아래에 날짜가 있었다. 최초 피엘의 사직 다음 날이었다. “그럼 누군가 경고를 남긴 겁니다.” 세아가 말했다. 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경고를 지키지 못했지.” 식탁의 네 번째 다리 밑에서 낡은 종이 뭉치가 나왔다. 오래된 식사 계산서인 줄 알았지만 맨 위에는 ‘실제 야간 근무 입회자 명단’이라 적혀 있었다. 그날 새벽의 근무자는 넷이었다. 아지, 최초 피엘, 이름이 지워진 한 사람, 그리고— 마지막 줄을 본 아지가 숨을 멈췄다. “이 사람은 그날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명단의 마지막에는 현재 피엘의 직무 식별번호가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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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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