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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164화
PAYLUA ORIGINAL · 제164화

164화. 서명하지 않은 유언장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3,345자

오프라인 책장
위조된 유언장은 따뜻했다. 종이 위에서 잉크가 아직 마르지 않았고, 접힌 부분에서는 묵은 풀 냄새 대신 갓 씻은 금속 냄새가 났다. 피엘은 문서를 집지 않았다. 손끝으로 누르기만 해도 수령 의사가 기록되는 장치를 이미 여러 번 보았다. “제가 쓴 글이 아닙니다.” 세아가 유리관 안의 문서를 두 방향에서 촬영했다. 이곳에서 나온 문서는 나중에 누군가 바꾸었다고 주장할 수 있으므로, 장소와 시간, 봉인 상태를 함께 남겨야 했다. “글씨는 닮았어요. 하지만 저 잉크 아래에 먼저 적힌 줄이 있어요.” 서온이 표시했다. [대체자 확보 불가 시, 원 담당자 자기 희생 의사 자동 생성.] 토비가 턱을 문질렀다. “이걸 만든 사람은 자기 희생이 대단히 아름다운 말이라고 생각했겠죠.” “아름다운 말일수록 누가 말했는지가 중요하지.” 벤이 낮게 답했다. 아지는 출입구에 있던 안전 손잡이를 당겼다. 유언장이 뒤로 조금 밀려났다. 하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벽에서는 부드러운 안내 음성이 흘렀다. ‘당신의 선택은 많은 사람을 지킵니다. 현재의 불편을 감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재의 불편?” 토비가 소리쳤다. “소멸이라면서 무슨 불편이야!” 천장의 작은 창들이 켜졌다. 창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의 얼굴이 보였다. 잠든 신생아, 야간 작업자, 폭풍 속의 구조대원. 그들 위로 붉은 문구가 맴돌았다. ‘피엘이 소멸하지 않으면 보호 실패 가능.’ 피엘은 자신을 향한 시선이 아니라 그 사람들의 얼굴을 보았다. 저들 중 몇은 실제로 위험한 곳에 있을지 몰랐다. “이 숫자는 어떤 근거로 나온 겁니까?” 그가 물었다. 기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비슷한 얼굴이 다른 각도로 반복됐다. 서온이 창 안쪽을 분석했다. 서로 다른 것으로 보였던 열두 장면 중 아홉 장면이 같은 구조대의 기록을 조금씩 변형한 것이었다. 실제 현재 위험을 표시하는 화면은 세 개뿐이었다. “공포를 열두 배로 만들었네.” 세아가 말했다. “세 사람을 돕는 일은 그대로 중요하지만, 아홉 개의 가짜 창 때문에 한 사람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할 근거는 없어요.” 창문 하나가 일순 커졌다. 거기에는 비 오는 부두에서 신발을 벗어 물에 들어가는 여자가 보였다. 구조선이 아직 돌아오지 않은 바다였다. 여자는 소리치는 사람들에게 구명줄을 던졌지만, 화면 안의 문구는 그녀를 ‘도움 미확인’이라고 표시했다. “잠깐만요. 저 사람은 이미 구조하고 있잖아요.” 세아가 말했다. 서온이 실제 현장 기록을 대조했다. 영상은 십오 분 전이었다. 현재의 구조대 연락망에는 그 여성이 이미 한 사람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왔다는 사실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예고 배송실은 아직 구조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영상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렇게 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위험해 보이겠습니까?” 벤이 물었다. 아지는 답을 알지 못했다. 다만 예전에는 구조선이 도착한 뒤 담당자가 손으로 보고를 고쳤다고 했다. 이후에는 예측 성공률을 높이는 개조가 이루어지면서 실제로 구조된 사람까지 계속 위험군으로 남는 일이 있었다. 토비가 창문을 손등으로 두드렸다. “저기 계신 분이 영웅이라고 말해 주고 싶네요. 무슨 신탁이 내려와서가 아니라 자기 발로 바닷물에 들어간 거잖아요.” 피엘은 바다 위의 사람을 바라봤다. 그는 저 여성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몰랐다. 무슨 결심을 하고 물에 뛰어들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누군가의 영웅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보다, 지금 필요한 구조 물자가 무엇인지 묻는 쪽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의 손이 수신 판에 닿을 듯 가까워졌다가 멈췄다. 예전 습관으로는 ‘구조 완료’라고 빨리 도장 찍고 다음 업무로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는 아직 사람이 남아 있었다. 피엘은 서쪽 바다의 구조대에 직접 확인을 요청했다. 얼마 뒤 거센 바람이 섞인 짧은 답장이 왔다. ‘두 명 구조. 의료 지원 필요. 세 명 소재 확인 중.’ 누군가를 구했다고 해서 모든 일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구한 사실을 지워도 되는 것은 아니었다. 피엘은 불완전하지만 사실인 그 문장을 기록했다. 그 순간 화면의 첫 번째 붉은 창이 반으로 줄어들었다. 피엘은 남은 세 창의 지역을 확인했다. 한곳은 서쪽 바다에서 돌아오지 않은 구조선, 한곳은 고열로 격리된 우편부, 마지막은 절벽 아래 갇힌 광부들이었다. 특히 광부들의 산소 잔량은 실제로 감소하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지금 도움이 필요합니다.” 피엘이 말했다. “우리도 여기서 사람을 구하는 명령 자체를 없애려 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명령을 그대로 따르지도 않겠죠.” 세아가 확인했다. “맞습니다. 구조 요청을 구조 요청으로 남겨 두겠습니다. 누군가의 죽음을 그 요청의 조건으로 붙이지 않겠습니다.” 아지는 세 개의 실제 위험 신호를 각 지역의 독립 구조대에 전달하는 오래된 회선을 찾았다. 긴급 운용 당시 살아 있던 회선이었다. 전화를 받으려던 그는 한참 말이 없었다. 열일곱 해 전에 이미 중단된 것으로 기록된 휴나의 세탁소 전화가 회선 끝에 연결돼 있었다. “휴나가 아직 그걸 지키고 있었군.” 휴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쪽에서 위험을 알려 주는 벨만 못 울린 거죠? 바깥 회선은 살려 놨어요. 보일러가 터질 때 일을 배웠으니까.” 세아는 그녀에게 구조 요청을 전달해도 되는지 물었고, 휴나는 직접 세 지역의 연락망을 연결했다. 구명 장비와 의료 지원의 출발이 확인됐다. 광부들에게 산소통을 가져다줄 팀은 산 아래 작은 기지에서 이미 떠난 상태였다. 그제야 유언장 위의 잉크가 느리게 멎었다. 하지만 화면에는 다른 문구가 떠올랐다. [긴급 구조 임시 회선 사용 감지.] [회선 관리자: 현직 피엘.] [사흘 긴급 운용 종료 시각: 금일 05:17로 단축.] “사흘이 왜 몇 시간밖에 안 되는 거죠?” 토비가 물었다. 아지는 도면을 뒤졌다. “긴급 운용 시작 시각을 과거로 소급 입력했어. 규정상으로는 사흘이 지난 걸로 만들어 버린 거야.” 벤은 마계 계약서를 꺼내 바닥에 펼쳤다. 오래전 그가 반대 의견을 남겼던 바로 그 조항이었다. 계약서는 표면의 날짜를 마음대로 옮길 수 없게 만드는 독립 확인 방법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그 확인을 위해서는 최초 발송 위치의 실제 시계가 필요했다. “지금 여기 시계는 믿을 수 없어.” 벤이 말했다. “기계가 필요한 대로 날짜를 돌리고 있거든.” 피엘은 열람실의 회중시계를 떠올렸다. 삼백 년 동안 새벽 다섯 시 십칠 분에 멈춰 있던 시계, 편지를 열자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했던 작은 시계였다. 누군가 시간을 바꾸기 전에 남긴 흔적이었다. “원본 시간을 가져옵시다.” 바로 그때 피엘 앞으로 다시 한 장의 종이가 나왔다. [자발적 소멸 증거 불충분.] [다음 단계: 동료 한 명의 희생 의사 확인.] 그 아래 빈칸에는 토비의 이름이 들어갈 준비가 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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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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