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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163화
PAYLUA ORIGINAL · 제163화

163화. 없어진 자리를 채우는 법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3,297자

오프라인 책장
보호실 안에서는 종소리가 나지 않았다. 벨이 흔들렸는데도 그 진동을 받아 줄 공기가 없는 것처럼 조용했다. 토비가 귀를 막았다가 떼 보았지만 여전히 아무 소리도 없었다. 휴나는 복도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출입 허가서 범위를 가리켰다. “저는 세탁소를 맡는 사람입니다. 안내는 여기까지예요. 안쪽 서류를 누가 열어 보는지 알아야 하지만, 제가 전부 책임질 수는 없어요.” 피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출입을 허가한 사람과 내부 문제의 책임자를 같은 이름으로 묶지 않았다. 복도 끝에는 동그란 의자가 두 개 있었다. 한 의자에는 ‘예정된 이탈자’, 다른 의자에는 ‘공백을 채울 자’라고 쓰여 있었다. 둘 사이의 거리는 한 팔 남짓이었다. 그러나 의자 사이 바닥은 유리로 막혀 있었고, 그 밑으로 서류가 끝없는 강처럼 흘렀다. “사람을 의자에 앉히기 전에 길부터 끊어 놨군.” 벤이 말했다. 피엘은 의자에 손을 대지 않은 채 발치의 기록을 읽었다. [직무 공백 예측: 05:17.] [공백 발생 원인: 기존 담당자 소멸.] [공백 방지 수단: 기존 담당자 소멸.] 토비가 기록을 세 번이나 읽었다. “원인하고 대책이 똑같네요. 제 밭에 물이 부족하니까 물을 다 빼 버리겠다는 소리잖아요.” “누군가 이 순서를 뒤집었어요.” 세아가 말했다. “원래는 사람이 일을 그만두면 빈자리를 메우던 장치였을 겁니다. 이제는 빈자리를 만들기 위해 사람을 지우려 하고요.” 복도 옆의 유리문이 열리자 앙상한 체구의 노인이 나타났다. 이름표에는 ‘야간 기록 검사자 아지’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한쪽 다리를 절었지만 걸음이 빨랐고, 말할 때마다 오래된 회중시계를 만지작거렸다. “의자를 건드리지 않은 게 다행이군.” 아지가 말했다. “한 번 앉으면 발언이 전부 사전 동의로 기록돼.” “그렇게 위험한 장치를 왜 그대로 두었습니까?” 피엘이 물었다. 노인은 짧게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끄지 못했으니까.” 아지는 처음 예고 배송실을 맡았을 때의 장부를 보여 주었다. 빽빽한 수기 기록에는 폭풍을 앞둔 우편부의 교대, 병으로 쉬는 창고지기의 대체 일정, 구조선이 돌아오지 않을 경우 연락할 사람의 이름이 있었다. 모든 항목의 마지막에는 수신인 또는 동료의 확인 서명이 붙어 있었다. 그다음 연도의 장부에는 서명이 줄었다. 다른 해에는 사라졌다. 대신 ‘연속성 계산 완료’라는 도장이 늘어났다. “전쟁이 길어지고 재해가 잦아지던 시절이었지.” 아지가 말했다. “담당자가 살아 있는지 확인할 여력도 없었어. 그래서 직무가 먼저 이어지도록 긴급 운용을 허가했네. 단 사흘뿐이었지.” 벤이 손가락을 접었다. “사흘. 또 그 조항이군. 나는 마계 계약에서 그 말이 영원으로 변하는 걸 본 적 있어.” 아지는 얼굴을 돌렸다. “긴급 운용이 끝나면 원래 담당자에게 복귀 여부를 물어야 했어. 못 돌아오면 가족이나 당사자가 지정한 사람에게 연락했고. 그런데 개조된 장치는 물어볼 시간을 비용으로 계산했지.” 세아는 장부 사이에서 도면 수정표를 꺼냈다. 서명란에는 빈 동그라미 하나. 원본 인장의 손바닥 모양은 없었다. 담당자 이름도 없었다. 대신 ‘복귀 질문 생략’이라는 붉은 도장이 찍혀 있었다. “그 도장을 찍은 사람이 누구입니까?” “모르네. 다만 내가 문을 열어 준 건 사실이야.” 아지의 눈가에 깊은 주름이 생겼다. “내가 잘못한 부분은 내가 증언하겠네. 하지만 모르는 이름을 지어내서 죄를 덮어씌우진 말아 줘.” 토비는 노인에게 의자를 권하려다가 두 개의 위험한 의자를 보고 손을 내렸다. 세아가 출입구에서 안전한 접이식 의자를 가져왔다. 사소한 행동이었지만 아지는 잠깐 목이 메었다. 아지는 자신이 밤마다 기록을 확인하던 작은 창구로 일행을 데려갔다. 창구 아래에는 잉크 얼룩이 엉겨 있었고, 작업대 구석에는 낡은 연필깎이가 붙어 있었다. 아지는 한때 매일 근무자를 부르며 대답을 들었다고 했다. 대답이 없는 날에는 그 사람의 집에 직접 찾아갔다. “그때는 이게 서류 작업이 아니었지. 문을 두드리는 일이었어. 아프면 의사를 불러야 했고, 집에 일이 있으면 다른 사람을 구했지.” 그는 오늘의 기록에서 휴나 이름을 가리켰다. 휴나는 이미 중단된 담당자라 표시돼 있었다. 옆에 현재 피엘이 나타났다. 아직 소멸되지 않았는데도 담당 공백 예측에 이름이 들어갔다. “내가 기록을 고치려 할 때마다 기계가 오류라고 했네. 처음에는 내가 잘못 입력한 줄 알았어. 한 달 뒤에도 똑같은 일이 생겼고, 다시 한 해가 지났지. 그때부터는 이게 오류라는 걸 알면서도 기록대로 사람을 배정하기 시작했어.” 세아는 그의 증언을 끊지 않았다. 그러나 질문해야 할 부분은 물었다. “그 때문에 일을 잃은 사람도 있습니까?” “있네. 어떤 사람은 제대로 일했는데도 급여가 막혔고, 어떤 사람은 자기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아 있는 걸 보았지. 나는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어.” “그 사실을 심리에서 증언하실 건가요?” 아지는 종이에 손을 올렸다. 평소 빠르게 움직이던 손가락이 조금 떨렸다. “그러려고 남아 있었던 것 같네. 오늘은 적어도 잘못된 말을 하나 덜 할 수 있을 테니.” 토비는 노인의 손을 보며 입을 다물었다. 누군가를 꾸짖는 것은 쉬웠고, 잘못을 인정한 사람이 다시 그 일을 하지 않도록 만드는 일은 더 어려웠다. 그 역시 예전에 용사의 이름으로 무리하게 앞장서다가 옆 사람의 말을 듣지 않았던 기억이 있었다. 서온은 두 의자 사이를 가리켰다. [아직 어떤 의자에도 진짜 사람이 앉지 않았어. 빈 자리로 남아 있는 동안만 이 장치가 마음대로 상상하고 있어.] 피엘은 그 뜻을 이해했다. 남은 한 의자를 채우는 일보다, 의자가 왜 반드시 채워져야 하는지 묻는 일이 먼저였다. 피엘은 서온을 통해 대리 피엘에게 확인 요청을 보냈다. ‘당신을 후임자로 정한 기록이 있다. 동의한 사실이 있는가. 독립 심리가 진행 중이므로 답하지 않아도 된다.’ 잠시 후 회신이 왔다. [저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누군가의 소멸 뒤에 남는 의자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제가 직접 증언하겠습니다.] 피엘은 회신을 읽고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대리 피엘은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그림자로만 불렸다. 이제는 어떤 자리에는 앉지 않겠다고 말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때 의자 사이의 유리 바닥에서 어둡게 접힌 봉투가 솟아올랐다. 문구가 바뀌었다. [대체자 자발적 동의 불성립.] [연속성 보장 대안: 원본 담당자의 자진 소멸 서명 유도.] 아지가 시계를 떨어뜨렸다. 유리 밑에서 한 장의 서류가 물을 거슬러 떠올랐다. 그 서류 맨 위에는 피엘의 필체로 된 문장이 있었다. ‘나는 모두를 위해 사라지는 데 동의합니다.’ 피엘은 그런 문장을 쓴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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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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