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161화
PAYLUA ORIGINAL · 제161화

161화. 내일 새벽의 발송인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3,628자

오프라인 책장
설계 열람실의 벽시계는 저녁 일곱 시 십삼 분을 가리켰다. 여름밤의 빛이 아직 창가에 남아 있었지만, 피엘이 서 있는 책상 위만은 벌써 새벽처럼 차가웠다. [소멸 명령 예정 발신: 익일 05:17.] [발신 기록: 미생성.] [사전 수신 통지: 완료.] 세 줄은 서로를 설명하지 못했다. 발신하지 않은 편지가 도착했고, 도착한 편지는 아직 보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 새벽 다섯 시 십칠 분 전에 우체국 문만 잠그면 되는 거 아닙니까?” 토비가 물었다. 손에 쥐고 있던 빵은 한입도 줄어들지 않았다. “문을 잠근다고 전송 기록이 없어지는 건 아니에요.” 세아가 통신판 옆에 한 장의 종이를 놓았다. “그리고 우리가 막아야 하는 게 명령의 발송인지, 발송에 따라 실행되는 어떤 장치인지도 아직 몰라요.” 나엘은 도면 서가에서 ‘예약 송달’이라 적힌 얇은 장부를 꺼냈다. 오래된 종이는 손가락으로 넘길 때마다 마른 풀처럼 바스락거렸다. 천계의 우편은 원래 먼 곳에서 구조 요청이 오면 담당자를 미리 깨우는 기능을 갖고 있었다. 폭풍이 예상되면 구조선을 준비하고, 마을이 홍수에 잠기기 전에 구명줄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그러니까 위험을 미리 알려 주는 기능이었군요.” 피엘이 말했다. “맞아요. 그런데 뒤에 누군가 여기에 한 줄을 덧붙였어요. ‘예정된 지시가 취소되지 않으면 실행에 동의한 것으로 본다.’” 토비가 이마를 찌푸렸다. “그건 제3문에서 한 말이잖아요. 대답 안 하면 동의했다고 쓰는 거.” “문장까지 비슷해요.” 세아가 답했다. “이번엔 아직 작성되지 않은 명령을 미리 받아 놓았다는 게 다르지만요.” 피엘은 사전 통지서에서 ‘수신 확인’ 칸을 찾아봤다. 아무 표기도 없었다. 그럼에도 화면 아래쪽에는 ‘수신자의 이의 제기 가능 시간: 10시간 4분’이라는 숫자가 흐르고 있었다. 아무도 보낸 적 없는 문서가 시간을 소모하고 있었다. “이의 제기를 누르면요?” 토비가 물었다. “발신인을 확인하기 전에 명령을 정식 문서로 인정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피엘은 손을 거뒀다. 자신에게 소멸을 명령할 권한이 있는 상대가 누구인지부터 알아야 했다. 그렇다고 시간을 보내면 소멸 명령은 자동으로 발신된다. 두 선택지 모두 누군가가 그를 정해 놓은 길로 끌고 갔다. 나엘이 예고 장부의 뒤쪽을 넘기자 수십 장의 빈 영수증이 나왔다. 종이의 모양은 같았지만 가장자리에 찍힌 작은 표시가 달랐다. 첫 장에는 '태풍', 다음 장에는 '홍수', 또 다음 장에는 '가족 연락 불가'가 적혀 있었다. 이것들이 생명을 구하는 데 사용됐다면 오히려 자랑스럽게 보관했을 기록이었다. 세아는 맨 아래의 봉투를 골랐다. 수령인란이 비어 있었다. '미확인 위험'이라고 적힌 그 봉투에는 이상하게도 소멸 명령과 똑같은 색의 실이 감겨 있었다. “이건 최초 방식의 오류 경고입니다.” 나엘이 말했다. “위험의 내용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니, 아무도 강제로 움직이지 말라는 표시예요.” 피엘은 자신의 통지서와 두 봉투를 나란히 놓았다. 원래의 미확인 경고에는 수신자의 이름도, 선택을 재촉하는 시계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손에 온 통지서는 경고를 구실로 한 명의 이름을 가리켰다. “위험을 예측했다는 사실과 그 위험을 만들 권한이 있다는 사실을 일부러 뒤섞었군요.” 토비가 봉투의 봉합을 살폈다. “저희 마을에선 비가 올 것 같다고 미리 개울을 막지 않습니다. 정말 물이 불어나면 어른들이 먼저 낮은 집을 돌죠. 예보는 사람을 돕는 거지, 사람한테 벌을 주는 게 아니잖아요.” 피엘은 동의했다. 한때 자신도 오늘 해야 할 업무가 늘면 늘수록 세상이 안전해진다고 믿었다. 신탁을 빨리 배달하는 사람이 성실한 천사이고, 수신자가 어떤 말을 돌려보내는지는 다음 담당자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빠르게 도착한 명령의 무게는 느리게 건네진 대답에 그대로 남았다. “첫 단계는 이 문서가 경고인지 명령인지 구분하는 겁니다.” 피엘이 말했다. “그리고 경고라면 제가 아닌 실제 위험에 처한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나엘은 새로운 봉투를 준비했다. 피엘이 단번에 접수를 끝내려 하지 않고 발송 근거를 찾는 동안, 창가의 불빛은 조금 더 어두워졌다. 아직 거리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피엘은 모든 사람이 내일도 자기 이름으로 잠에서 깰 수 있기를 바랐다. 그때 제8문의 네 번째 종이 맑은 소리를 냈다. 누군가 응답할 시간이 필요한지를 묻던 종이었다. 서온이 먼저 울린 것은 아니었다. 열람실 건너편, 빈 서가 아래에서 똑같은 소리가 대답처럼 울려 왔다. [그 소리, 녹음이 아니야.] 서온의 화면에 글자가 떴다. [지금 누군가 숨을 쉬고 있어. 아주 멀리서.] 벤이 꼬리를 세웠다. 그는 웃을 때와 달리 진지할 때면 목소리가 낮아졌다. “살아 있는 사람이야, 아니면 기록 속에서 살아 있는 척하는 물건이야?” 서온이 잠시 계산했다. [모르겠어. 하지만 숨을 쉬는 간격이 일정하지 않아. 세 번 참고, 네 번째에 기침했어. 자동 발송 장치라면 굳이 그렇게 서투르게 만들 이유가 없어.] 피엘은 통신판에 자신의 소멸 통지와 별도로 발신 경로 정보의 보전 신청을 입력했다. ‘명령을 수신했다’는 말 대신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위해 예고를 발견했다’고 썼다. 하린에게도 신변 보호와 증거 보전을 각각 신청했다. 답장은 예상보다 빨리 왔다. [임시 보호 요청 접수. 발신자 신원 확인 전 집행 금지 신청은 별도 심리 필요.] “그래도 집행 금지가 자동으로 된 건 아니라는군요.” 세아가 말했다. “그럼 저 사람을 밤새 지켜야죠.” 토비가 피엘의 곁으로 걸어왔다. “좋습니다. 농번기에 밤샘하는 건 익숙합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뭘 지키면 됩니까? 밭처럼 울타리가 있어요?” “없습니다.” 피엘이 답했다. “있다면 누군가 반드시 통과할 수 있어야 하는 울타리겠죠.” 나엘이 먼지 낀 도면을 벽에 걸었다. 제0경로 지도는 다른 문들의 길과 달리 천계 바깥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한가운데에 작고 둥근 방이 있었고, 그 방에서 다시 같은 방으로 돌아오는 길이 그려져 있었다. 문패에는 한때 ‘예고 배송실’이라는 글씨가 있었다가, 그 위로 덧칠된 새 이름만 남아 있었다. [직무 연속성 보호실.] 세아는 해당 도면 옆의 주석을 읽었다. “‘담당자가 없어질 위험이 확인되면 직무가 끊기기 전에 대체 인력을 지정한다.’ 나쁜 규칙은 아니었겠죠. 그런데 지금은 담당자가 없어질 위험을 막는 게 아니라, 담당자를 없애려고 해요.” 벤이 차가운 문고리를 잡았다. “위험이 먼저인지 명령이 먼저인지, 그 방에 가서 확인해 보면 되겠군.” 피엘은 창밖의 어두워지는 거리를 바라보았다. 아직 일하는 사람들의 창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빵 굽는 냄새가 희미하게 들어왔다. 남의 생애를 문서에 한 줄로 적는 우체국에서, 그는 오랫동안 그런 냄새를 생각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저를 지워야만 일이 계속된다고 믿는다면,” 그가 말했다. “저는 그 사람을 만나 묻겠습니다. 왜 제가 살아 있는 채로는 계속할 수 없는지.” 다섯 시 십칠 분까지 열 시간이 남았다. 길을 나서려는 순간 통신판에 추가 문장이 떠올랐다. [명령 발신을 막으려는 행위가 감지되었습니다.] [보호 대상 ‘현재 피엘’의 잔여 근무 시간 재계산 중.] 마지막 줄에는 숫자가 없었다. 대신 매번 피엘이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한 칸씩 검은 잉크가 차올랐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61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61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