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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160화
PAYLUA ORIGINAL · 제160화

160화. 돌려주지 못한 책임의 끝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4,236자

오프라인 책장
아침이 밝자 반환 접수함 앞에 편지 두 통이 놓였다. 하나는 현재 피엘이 삼백 년을 지나 받은 편지였고, 다른 하나는 리오가 오래전 피엘에게 남긴 편지였다. 두 편지는 같은 종이로 만들어졌지만 수신인은 달랐다. 누군가 서두른다고 해서 둘이 하나가 되는 일은 없었다. “리오에게 직접 전할 방법은 있습니까?” 세아가 물었다. 나엘은 고개를 저었다. “그분의 현재 행방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어요. 서온이 처음 확인한 편지와 필체도 같지만, 그것만으로 지금 어디 있는지는 알 수 없죠.” 서온은 이번 편지의 봉인 상태와 보관 위치만 기록했다. [처음으로 내 봉투를 억지로 열려는 사람이 없는 날이네.] 그 말에 토비가 싱긋 웃었다. “열어도 되는 봉투부터 잘 읽읍시다. 지금 읽을 수 있는 게 하나라도 있다는 게 어딥니까?” 피엘은 자신에게 온 편지의 두 번째 장을 다시 펼쳤다. 어제는 부러진 깃펜 아래 가려져 보이지 않던 글이 있었다. 잉크가 마르면서 종이를 뒤집어 봐야만 나타나는 오래된 우편 방식이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모를 것이다. 나 역시 그대가 누구인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같은 이름을 썼다는 사실이 아니다. 내가 거절당한 편지를 받았다고 쓰려 했던 날, 누군가 내 손을 멈췄다는 사실이다.' 토비가 벽에 기대 앉았다. “결국 처음 피엘도 실수하려던 사람이었군요.” “그랬던 모양입니다.” 피엘이 말했다. 다음 문장은 더욱 짧았다. '나는 업무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받지 않았다고 말한 사람들의 기록을 내 실적표에서 지울 수는 없었다. 그 기록을 보전해 둔 것이 내가 한 마지막 배송이다.' 삼백 년 전의 직무 담당자는 어떤 거대한 영웅도 아니었다. 모든 것을 막지는 못했고, 피해를 원상복구하지도 못했다. 그는 자동 발송을 거절한 뒤 자신이 확인한 기록을 반환했다. 그 결정을 없애기 위해 이후의 관리 체계는 퇴직 취소, 이름 병합, 자동 채무 승계 같은 장치들을 덧붙였다. 그 과정에서 원본 인장마저 강제 발송의 상징으로 바뀌었다. 그사이 대리 피엘에게서도 짧은 메시지가 왔다. 그는 아직 종점 승강장 부근에서 자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확인하는 독립 심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전처럼 업무 지시가 없는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반복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기억하는 최초의 질문 하나를 적었다. '내가 누군가를 대신해서 태어났다면, 내 대답도 영원히 그 사람의 것입니까?' 피엘은 당장 판정을 내려 주지 못했다. 그는 그 질문을 대리자의 진술로 보전해 심리 담당자에게 전달했고, 본인에게 필요한 설명을 누가 할 수 있을지도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토비는 통신판을 읽고 한참 말이 없었다. “처음엔 저 친구가 우리 흉내만 내는 줄 알았는데요.” 벤이 의자에 앉아 눈을 감았다. “나는 계약서에 찍힌 서명이 몇 번째 복제본이냐만 따지는 일을 오래 했어. 그 서명을 한 존재가 자신의 말을 할 수 있는지는 별로 묻지 않았지.” “지금은 묻잖아요.” 세아가 말했다. “그래. 늦었지만.” 피엘은 편지를 천천히 접었다. 첫 번째 배송 담당자는 모든 사건을 혼자 해결하지 못했다. 현재의 자신도 다르지 않았다. 어쩌면 둘이 공유하는 가장 정확한 직무 규칙은 명령을 잘 배달하는 능력이 아니라, 편지의 목적지가 틀렸을 때 되돌아가 확인하는 용기일지 몰랐다. 서온의 화면에는 '모름'이라는 글씨가 잠깐 나타났다. 과거에는 오류로 찍혔던 단어였다. 이제는 새로운 증거가 나올 때까지 서둘러 답을 정하지 않겠다는 현재의 판단으로 남았다. 나엘은 편지 보관대에 작은 빈 칸을 마련했다. 그 칸은 사라진 리오에게 보낼 회신을 미리 채워 두는 자리가 아니었다. 언젠가 정확한 수신처가 확인되면 그때 편지를 맡길 수 있도록 남긴 자리였다. “우편함이 비어 있으니 좀 어색하네요.” 토비가 말했다. “비어 있어야 넣을 수 있는 물건도 있죠.” 피엘이 대답했다. 하린이 독립 보관 보고서를 확인했다. 인장은 실제로 발견됐고, 안전한 대체 추와 교체 절차가 마련될 때까지 법원과 보관인이 함께 감독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미 복제되거나 잘못된 효력을 주장하는 문서들의 심사는 계속해야 했다. 제0경로의 미해결 오배송은 여전히 1,006건, 복원 완료는 6건이었다. 새로운 구제 사건을 그 숫자에 임의로 더하거나 기존 사건의 복원으로 계산하지 않았다. “이번에 해결한 건 어떤 겁니까?” 토비가 물었다. 피엘은 현황표를 보여 주었다. 원본 인장의 현장 위치를 확인했고, 강제 회수를 막았으며, 현재 피엘에게 삼백 년 전 직무의 책임을 자동 귀속시키는 절차를 다투기 위한 증거를 보전했다. 돌등나루의 수령 거부 기록도 아직 가족이 보유하고 있었다. 여울 마을의 구제 책임 재심은 시작됐지만 보상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그럼 할 일이 아주 많이 남았네요.” 토비가 말했다. “예. 이번에는 정확히 무엇이 남았는지 알게 됐습니다.” 그날 점심 무렵 도아에게서 편지가 왔다. 돌등나루의 밭에는 어제 물길을 고친 덕분에 새싹이 쓰러지지 않았다고 했다. 공책도 제자리에 있었다. 이덴은 누이의 진료 일정을 잡았다고 알려 왔다. 직접 해결한 일이 모두 거창한 신탁과 관련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각자가 자기 이름으로 보낸 편지라는 점은 분명했다. 피엘은 도아의 답장을 접수함에 넣지 않고 그녀가 지정한 보관처로 되돌려 보냈다. 이덴에게는 진료소와 연락하는 방법만 안내했다. 누군가에게 실제로 필요한 도움을 묻는 일이 명령서를 쓰는 일보다 느렸지만, 그 느린 과정에는 사람이 있었다. 저녁이 되자 설계 열람실의 철문이 열렸다. 나엘은 삼백 년 전에 쌓아 둔 도면 중 하나를 꺼내 창밖의 풍경과 비교했다. 오래된 도면의 나무는 지금 창가의 나무보다 훨씬 작았다. 세월이 도면을 틀리게 만든 것은 아니었다. 나무가 자랐고, 그 변화를 도면이 따라가지 못했을 뿐이었다. “이제 도면을 고쳐야겠네요.” 나엘이 말했다. “현재의 나무를 보면서요.” 세아가 답했다. 서온은 네 번째 종을 작은 소리로 울렸다. 이번에는 아무런 자동 지시도 시작되지 않았다. 토비는 빵을 반으로 잘라 벤에게 건넸다. 벤은 마계의 체면 운운하는 대신 조용히 받았다. 피엘은 손안의 부러진 깃펜을 보았다. 더는 글을 쓸 수 없었지만, 그날 누군가 멈추었던 순간을 증명하는 물건이었다. 그가 새 기록을 마무리하려는데 책상 위의 통신판이 깜박였다. [제0경로 소멸 명령 상태 확인 요청.] 피엘은 손을 멈췄다. 최초 오배송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했을 때 자신에게 내려왔던 그 소멸 명령이었다. 오랫동안 여러 사건에 묻혀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종료된 적은 없었다. 이어 두 번째 문장이 나타났다. [명령 수신자 재지정 시도. 현재 담당 피엘의 소멸을 통해 직무 연속성 확보 가능.] 토비가 의자를 박차고 일어섰다. “소멸시키면서 연속성을 확보한다니, 앞뒤가 아예 안 맞잖아요!” 서온은 재지정 요청의 실제 발신처를 찾았다. 총괄 완전성 관리실의 회선은 아니었다. 처음 피엘이 사고를 발견했던 제0경로에서 직접 들어온 독립 신호였다. [발신인 표기: 원본.] [승인 서명: 없음.] [수신 여부 확인: 미정.] “원본 인장은 지금 보호함 안에 있습니다.” 세아가 말했다. “누가 어떻게 그 이름을 쓰는 거죠?” 피엘은 자신의 명찰을 내려다봤다. 부서진 펜촉은 움직이지 않았다. 편지의 마지막 문장이 눈앞에 떠올랐다. '당신은 내가 하지 못한 일을 대신 완성할 의무가 없다.' 그렇다면 자신이 오늘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그는 통신판에 손을 올렸다. 서온이 조용히 물었다. [받을 거야?] “이 명령을 따르지는 않겠습니다.” 피엘이 말했다. “하지만 누가 보냈고 왜 아직 살아 있는지는 확인하겠습니다.” 피엘은 수신 확인도 거절도 자동으로 처리하지 않는 조사 보류를 신청했다. 자신의 신변 안전을 위한 조치와 명령 원본 보전을 분리해 요청했다. 아직 답장이 오지 않았을 때, 통신판의 마지막 칸에서 새 글씨가 떠올랐다. [제0경로 최초 소멸 명령의 발신 기록은 아직 생성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 더 작은 한 줄. [예정 발신 시간: 내일 오전 다섯 시 십칠 분.] 피엘은 시계를 바라봤다. 현재 시각은 저녁 일곱 시였다. 지난 삼백 년의 편지를 받아 든 지 하루 만에, 이번에는 내일 만들어질 명령이 자신에게 먼저 도착한 셈이었다. “우편이 자꾸 날짜를 거꾸로 넘기네요.” 토비가 말했다. “아니요.” 피엘이 답했다. “이제는 누가 내일의 편지를 오늘 보냈다고 주장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창밖에서 네 번째 종이 울렸다. 이번에는 질문만 남지 않았다. 먼 곳에서 누군가 그 질문에 대답하려는 숨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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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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