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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156화
PAYLUA ORIGINAL · 제156화

156화. 열차에는 승객이 없다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3,429자

오프라인 책장
흰 모래 위의 열차는 철길이 없는 곳에서도 달렸다. 멀리서 열차가 달리는 모습을 본 소금 채굴꾼들이 작업을 멈췄다. 그들에게는 열차가 재앙의 전조였다. 열차가 지나간 길에는 며칠 동안 바퀴 자국이 남았고, 그동안 우편과 급수 마차가 들어오지 못했다. 피엘 일행이 쫓아가는 건 신비한 유물이 아니라, 이미 사람들의 이동을 막는 거대한 기계였다. 피엘은 세아에게 근처 작업장의 안전을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열차를 멈추다가 채굴꾼들이 더 위험해져서는 안 되었다. 세아는 작업장에 접근 금지 경고를 보내고 연락이 닿은 담당자로부터 주변 갱도가 비어 있다는 확인을 받았다. 그제야 그들은 속도를 높였다. 거대한 기관차의 바퀴 아래에는 바퀴보다 먼저 레일이 생겼다가 뒤쪽에서 사라졌다. 검은 유리창 안으로 종이 더미가 보였고, 창가에는 사람이 앉아 있는 듯한 그림자들이 움직였다. 그림자들이 모두 같은 자세로 펜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피엘은 곧 알아차렸다. 토비는 소금 바닥을 달리다가 발을 헛디뎠다. 벤이 옷깃을 잡아 끌어 주지 않았다면 한동안 굴렀을 것이다. “옷을 잡아당기지 말고 제 팔을 잡으시죠!” “그랬다간 네 팔까지 길게 늘어나. 농부를 구할 땐 농부가 가장 아끼는 옷을 잡는 게 좋아.” 토비가 불평하려는 사이 열차 뒤편에서 작은 사다리가 펼쳐졌다. 사다리 맨 위에는 '차량 외부 보전 점검용'이라는 표식이 달려 있었다. “저걸 누가 펼친 거죠?” 세아가 물었다. [제가 아니야.] 서온이 즉시 답했다. [누군가 이 열차에 다른 사람이 올라오기를 기다린 것 같아.] 피엘은 승차 전에 경로를 조사했다. 열차는 기록을 반출하는 장치였지만 객차의 구조는 실물이었고, 발을 디딜 수 있는 사다리가 사람을 태우기 위해 열렸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열차가 추락 위험 지역을 지나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었다. 이시아가 잠시 열차의 속도를 낮추는 보호막을 걸었고 일행은 객차 끝에 올라섰다. 첫 번째 객차는 마치 오랫동안 누군가 여행하던 곳 같았다. 창가에는 찢어진 우산과 말라붙은 과자 부스러기가 놓여 있었다. 그러나 의자의 천은 한 번도 구겨진 적이 없었다. 사람의 흔적은 있지만 사람이 앉았던 무게가 없었다. 서온은 벽을 따라 새겨진 작고 촘촘한 표식을 읽었다. [이건 승차권 번호가 아니야. 예전에 책임 귀속을 거절한 기록의 번호야.] 피엘은 마음이 불편해졌다. 수많은 사람이 거절한 말을 이런 객실의 승객으로 꾸민 셈이었다. 세아가 서류 사이에서 깔끔하게 접힌 종이배 하나를 찾았다. 그것은 제방 사고 뒤 구조를 요청했던 어린아이의 짧은 부탁을 접어 만든 것이었다. 글씨는 바깥에 보이지 않았지만 작은 손으로 여러 번 눌러 접힌 흔적이 있었다. “누군가 이걸 버리기 전에 접어 놓았나 봐요.” 세아가 말했다. “아니면 쓰레기처럼 보이지 않게 남기려고 했겠지.” 벤이 답했다. 토비가 종이배를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배 끝에는 작은 그림 하나가 있었다. 흐르는 물과 그 위에 놓인 다리. 그는 여울 마을에서 새 제방을 걱정하던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이런 종이가 배달되지 않아서 마을이 위험해졌다면, 이 열차가 저 서류보다 먼저 멈춰야겠어요.” 피엘은 배를 곧바로 펼치지 않았다. 관련된 사건의 수신인이나 현재 보관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확인하기 전까지는 안쪽 내용을 읽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버려지지 않게 별도 안전 봉투에 넣었다. 두 번째 객차에서는 밀가루 냄새가 났다. 누군가 반송한 빵집 세금 고지서들이 수백 장 쌓여 있었다. 모두 같은 글씨로 된 '수락' 표시가 찍혀 있었다. 사람들의 서로 다른 하루가 열차의 창문 안에서는 같은 결정으로 바뀌고 있었다. 객차 안에는 사람이 없었다. 서명 모양의 그림자만 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림자 앞에는 '책임 종결 확인서'가 쌓여 있었는데, 어느 장도 서로 같지 않았다. 한 장에는 의사가 수술을 중단한 사건이, 다른 장에는 둑의 붕괴 사고가 적혀 있었다. 각각의 기록 끝에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이름이 들어갈 칸이 있었다. “사건은 실제였는데,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만들려는 거예요.” 세아가 말했다. 그때 맨 앞 그림자가 피엘 쪽으로 돌아앉았다. “귀하는 삼백 년 전 피엘의 후임자로서 이 문서의 최종 책임을 수락합니까?” “수락하지 않습니다. 사건별 조사와 피해 구제가 필요합니다.” 그림자가 다시 물었다. “거절 시 해당 사건의 모든 자료가 파기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토비가 몸을 내밀었다. “아니, 협박이잖아요!” 그림자가 토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발언자를 대리 책임자로 지정할까요?” 벤이 토비의 입을 손으로 가렸다. “저런 곳에서는 먼저 말을 줄여야 해. 오래간만에 내가 할 만한 좋은 조언이 생겼군.” 피엘은 서온에게 객차의 원본과 화면을 비교해 달라고 했다. 뒤쪽 종이 더미는 진짜 피해 기록이 아니었다. 원본에서 추출한 사건 제목과 책임 칸만 담긴 목차였다. 피해자가 어디서 무엇을 겪었는지 적힌 부분은 연결되지 않았다. “이 문서를 받든 받지 않든 피해 기록은 여기 없어요.” 세아가 말했다. “파기하겠다는 위협은 원본과 다른 얘기예요.” 그들은 목차 사본을 증거로 확보하고, 인쇄소의 이덴이 열람할 수 있도록 본인 가족 사건에 해당하는 항목의 존재만 통지했다. 나머지 사람들의 이름은 동의 없이 옮기지 않았다. 그림자들은 서류 더미 앞에서 차례로 머뭇거렸다. 누군가 명령한 대로 반응하기에 필요한 대답이 없어진 것이다. 열차 한가운데서 작은 종이 울렸다. 천장 문이 열리며 검은 상자가 내려왔다. 투명한 덮개 아래에는 금속 인장이 하나 놓여 있었다. 인장 밑에는 '제0경로 원본 발신'이라는 글씨가 빛났다. 토비가 내심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드디어 찾았습니까?” 피엘은 손을 뻗지 않았다. 서온이 상자의 일련번호를 읽었다. [원본의 인수 확인 목록과 맞지 않아. 이건 오늘 인쇄소에서 찍힌 번호야.] 누군가 진짜 인장처럼 보이게 새로 만든 물건이었다. 상자가 열리자 흰 연기가 흘러나왔다. 연기 속에서 '원본 확인'이라는 말이 열두 번 반복됐다. “거짓말을 열두 번 하면 진짜가 됩니까?” 토비가 물었다. “인쇄소의 계산으로는 아마 그럴 겁니다.” 피엘이 말했다. 그때 열차가 급격히 흔들렸다. 도착을 알리는 종이 울렸지만 창밖에는 역이 없었다. 벼랑과 강 사이의 높은 교량만 나타났다. 기관차의 목적지는 그 아래 흐르는 물이었다. 진짜 원본이 없는 상태로 새 인장을 만들고 나면, 기록 목차와 증거물은 물속으로 버릴 계획이었다. 서온의 화면에 경고가 떴다. [열차 도착까지 11분. 가짜 인장은 작동을 시작하면 다른 발송 장치의 거절 기록을 승인으로 바꿀 수 있어.] 토비는 뛰어가는 열차 바닥을 붙잡았다. 한때 그가 잘못 받은 용사의 신탁에는 '세상을 구하라'고 쓰여 있었다. 지금 그의 앞에는 덜 거창하지만 더 급한 일이 있었다. 아직 말을 마치지 못한 사람들이 대신 서명하지 못하도록 지키는 일이었다. “그럼 일단 이 기차부터 멈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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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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