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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155화
PAYLUA ORIGINAL · 제155화

155화. 누군가의 죄를 대신 받는 기계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3,575자

오프라인 책장
옛 정거장에서 남쪽으로 반나절 걸으면 소금처럼 하얀 모래가 덮인 우편 인쇄소가 나타났다. 마른 강바닥을 따라 뻗은 레일은 중간중간 끊어져 있었고, 금속 지붕은 바람에 흔들렸다. 피엘 일행이 도착했을 때 굴뚝에서는 검은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인쇄소 안에서는 종이 부딪치는 소리가 큰 빗소리처럼 들렸다. 벽에는 이상한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입구의 다른 벽에는 퇴직자의 감사 편지가 전시돼 있었다. 열두 장의 편지는 글씨도 종이도 달랐지만 마지막 문장은 한 글자도 다르지 않았다. '귀사의 책임 정리 서비스 덕분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피엘은 편지를 직접 쓴 사람에게 확인하기 전에는 그 문장들을 후기라고 부르지 않겠다고 했다. 벤은 편지들을 훑어보다가 모서리를 가리켰다. 가장 밑에 아주 작은 인쇄 번호가 있었다. “저건 후기의 번호가 아니라 자동 생성 양식 번호야. 사기가 너무 귀찮아서 감동 편지마저 자동화했군.” 토비는 입구 옆에 놓인 빈 방명록을 바라봤다. 진짜 손님이 남긴 글씨는 한 줄도 없었다. 그는 그 공백을 지우지 않기로 했다. '미해결 사고의 책임을 더는 보유하고 싶지 않습니까? 한 번의 서명으로 현재의 업무를 가볍게.' 토비가 글씨를 따라 읽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빚을 갚아 준다는 뜻은 아닌 것 같은데요. 장부에서 이름만 옮기는 거 아닌가요?” “잘 보셨습니다.” 피엘이 말했다. 인쇄소의 중앙에는 긴 수조가 놓여 있었다. 잉크 대신 사람의 서명을 흉내 낸 검은 그림자들이 수면에 떠다녔다. 수조 끝의 관에서는 부서진 펜촉이 끝없이 쏟아졌다. 그 위에 새겨진 문구를 본 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직무 퇴직자 및 수신 거부자의 미완료 책임 일괄 전가 프로그램.] “이건 계약이라는 말도 붙이기 아까워.” 그가 말했다. “마계에서는 남의 빚을 훔치는 짓을 최소한 사기라고 부르거든.” 인쇄소를 지키는 건 노인이 아니었다. 닳아버린 작업복을 입은 청년이 긴 롤러를 닦고 있었다. 이름은 이덴. 그는 피엘의 명찰을 보고 무릎을 굽히려다 곧 자세를 바로 했다. “여기 오면 모든 업무가 정리된다더군요. 저도 한 번만 서명하면 제 누이의 사고 기록을 없앨 수 있다고 했어요.” “그것이 누이분에게 도움이 됩니까?” 세아가 물었다. 이덴은 눈을 내리깔았다. “모르겠어요. 사고 기록 때문에 누이에게 치료 지원을 못 준다고 했거든요. 사라지면 나을 줄 알았죠.” 피엘은 인쇄소의 자동 접수표를 보았다. '사고 기록 삭제'라는 말은 없었다. 대신 '사고 기록 귀속자 변경'이 있었다. 치료 지원의 적격 여부는 따로 심사하지도 않았다. 사고를 만든 기관은 그대로였고, 실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책임자로 바뀔 수 있는 구조였다. “서명을 하면 누이분이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기록될 수 있습니다.” 피엘이 말했다. “저는 그 문서를 결재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현재 치료가 필요한 상황인지부터 확인해도 되겠습니까?” 이덴은 얼마 전부터 누이가 손에 힘을 주기 어려워 일을 쉬고 있다고 말했다. 치료소까지는 하루 길이었다. 세아는 인근 진료소와 연락해 이동 지원이 가능한지 먼저 알아봤다. 당장 누이의 이름을 중앙 장부에 넘기지 않아도 상담을 받을 방법이 있었다. 그때까지 이덴은 누이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말을 더듬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이름 한 음절을 말할 때마다 수조가 낮게 울었다. 인쇄소 직원들은 그것을 '대상자 확인'이라고 불렀다. “누이 이름이 뭐죠?” 세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마린입니다. 마, 린. 제 입으로 말하는데 자꾸 다른 사람을 부르는 것 같아요.” 수조에는 '마린: 과실 책임 수락 예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서명란에 빈 곳은 있었지만, 그 아래에는 이덴의 입사 날짜가 대신 들어가 있었다. 회사가 직원의 입사를 피해 가족의 사건 승계에 대한 동의로 바꿔 놓은 것이다. “일하겠다는 계약이 가족의 책임까지 떠안겠다는 계약일 수는 없죠.” 피엘이 말했다. 이덴은 잠시 오래된 앞치마를 쥐었다. “처음에는 좋았어요. 사람들이 취업했다고 축하해 줬거든요. 누이 치료비를 벌고 싶었어요. 그런데 서류를 확인해 보니 제가 번 돈보다 빚이 늘어나더군요.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토비는 작업대에 남은 검은 손바닥 자국을 봤다. 청년 혼자 수조를 닦는 동안 손이 몇 번이나 미끄러졌는지 알 수 있었다. “내 밭에서 일한 사람이 흙 묻혔다고 밭 자체를 물려받는 건 아니에요. 그런 계약이라면 제가 먼저 망했죠.” 벤은 청년에게 노골적인 동정 대신 정확한 질문을 던졌다. “네가 실제로 서명한 문서가 무엇인지 기억해?” “임금과 근무 시간이라고 생각한 종이요.” “그 문서를 가져와. 네가 하지 않은 서명을 했다고 우기는 기계와 그 종이는 다르게 보관해야 해.” 청년은 창고에서 구겨진 채용 계약서를 찾아왔다. 처음으로 자신이 무엇을 증명할 수 있고, 무엇은 아직 조사해야 하는지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인쇄소의 시계가 낮 열두 시를 가리키자 수조에서 검은 실이 올라왔다. [선택되지 않은 책임 귀속자는 현재 가장 가까운 배송 담당자에게 자동 지정.] 실이 피엘의 명찰을 향해 뻗었다. “아무 말 안 하면 당신에게 붙는군.” 벤이 말했다. “왜 이 기계가 당신을 기다렸는지 알겠어.” 피엘은 실을 끊지 않았다. 누가 만들었는지 밝혀야 했기 때문이다. 서온이 실을 따라 수조 밑으로 시선을 내렸다. 검은 글씨로 '발신인 없는 도장 임시 발급'이 찍혀 있었다. 도장이 완성되는 순간 새 도장의 모든 행위는 수조에 연결된 누군가의 이름으로 기록될 터였다. “무엇을 해야 하죠?” 이덴이 물었다.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피엘은 수조의 수동 정지 장치를 가리켰다. “이 기계가 누이에게 하는 일을 이해하고 멈추겠다는 결정을 할 수 있습니까?” 이덴은 떨리는 손을 롤러 위에 올렸다. 처음에는 다가온 실을 보느라 손잡이를 찾지 못했다. 토비가 불을 끄지 않은 채 수조 아래의 나사를 풀어, 손잡이에 묻은 굳은 잉크를 닦았다. “기계가 손잡이를 숨긴 거네요.” 토비가 말했다. 이덴이 힘껏 손잡이를 당겼다. 굴뚝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회전하는 롤러가 느려졌다. 하지만 완전히 멈추지는 않았다. 수조에 저장된 옛 서명들이 다른 통로를 통해 내려가고 있었다. [수동 정지 시 기록물은 최종 발송차로 반출됩니다.] “최종 발송차?” 세아가 되물었다. 인쇄소 바깥에서 금속 바퀴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돌등나루에 나타났던 검은 마차보다 크고 무거운 열차였다. 맨 앞 기관차에는 아무런 숫자도 없었다. 대신 흰색 영수증 한 장이 휘날리고 있었다. [목적지: 발신인 책임 종결역.] [반출 품목: 원본 인장 대체물 및 귀속되지 않은 미해결 책임.] 피엘은 편지의 첫 문장을 다시 떠올렸다. '당신은 내가 하지 못한 일을 대신 완성할 의무가 없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 문장을 이용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세상을 만들려 하고 있었다. 피엘은 이덴에게 말했다. “기계를 멈춘 사실과 함께, 아직 지나가는 기록이 있다는 사실도 남깁시다. 그리고 누이의 치료를 먼저 챙기세요.” 열차가 흰 모래 위를 통과했다. 마치 소금 바닥을 무언가 깊게 긁고 지나간 것처럼 검은 두 줄이 남았다. 일행은 그 흔적을 따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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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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