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점의 기록 창고는 새벽보다 더 차가웠다. 우편 자루에 묻은 얼룩과 작업자들의 손때가 나무 바닥에 검게 남아 있었다. 나엘은 오래된 인사 장부를 찾으려면 서가 맨 아래가 아니라 천장 가까이 매달린 작은 상자부터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퇴직 기록을 왜 천장에 달아 놨죠?” 토비가 물었다.
“퇴직한 사람이 다시 오면 아래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명단이 먼저 보이잖아요.” 나엘이 말했다. “떠난 사람을 돌아온 사람으로 착각하지 않으려던 장치였죠.”
서온이 오래된 장부를 펼쳤다.
장부의 첫 페이지에서는 지워진 이름 뒤로 다른 글씨가 겹쳐 보였다. '임시', '교대', '대리'. 누군가는 첫 배송 담당자를 특별한 존재로 기억했지만, 실제 기록은 세 사람의 근무표를 마치 한 사람의 생애처럼 이어 붙인 모양이었다.
“그 사람에게도 쉬는 날이 있었을까요?” 토비가 물었다.
나엘이 근무표를 훑었다. “있어야 했겠죠. 하지만 여기는 공백을 실수로 보고 빈칸마다 누군가의 이름을 채웠어요.”
“그래서 한 사람이 삼백 년을 일한 것처럼 보였군요.”
피엘은 오랫동안 완벽한 배송자로 불리는 것이 천사의 명예인 줄 알았다. 그러나 휴식조차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메워진 직무 기록을 보니, 그 명예는 누군가의 시간을 지워서 얻은 숫자일지도 몰랐다. '피엘'이라는 말은 이름란이 아닌 직무란에 여러 번 나타났다. 처음 기록된 피엘은 약 삼백 년 전, 우편 노선을 시험하는 임시 담당자였다. 직무 종료란에는 공식 도장이 없었다. 칸이 비어 있는 대신 바늘로 찔러 놓은 작은 구멍들이 있었다.
[직무 종료 요청: 수리 중. 종료 이유: 수취인이 존재하지 않는 발송 명령 다수 발견.]
피엘은 구멍 아래 눌린 글씨를 읽었다. '대리 발송을 멈춘다. 원본을 반환한다.'
“이건 당신이 아니겠군.” 벤이 말했다.
“그때의 저일 가능성도, 아닌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직무명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반듯한 대답이네. 아까부터 우편 부서가 당신 머리를 감자처럼 깎아 놓은 줄 알았는데.”
토비가 대꾸했다. “감자는 그렇게까지 정교하게 안 깎아도 먹을 만합니다.”
세아가 웃음을 참았다. 그런 짧은 웃음이 필요했다. 장부의 다음 칸에는 ‘퇴직 처리 거부’라는 붉은 도장이 수십 번 찍혀 있었다. 일을 그만두겠다고 한 사람이 떠나지 못한 채 삼백 년 동안 이름을 빌려주게 된 것이다.
나엘은 구멍의 모양을 자로 쟀다. 구멍은 글자를 가린 것이 아니라 작은 우편 구멍과 똑같은 간격이었다. 장부 뒤편에 종이판을 대자 다음 줄이 완성됐다.
'내 퇴직을 취소시키려는 자는, 내 마지막 배송처를 명단에서 먼저 지워야 할 것이다.'
“마지막 배송처가 누굽니까?” 세아가 물었다.
나엘은 장부의 표식을 더듬었다. 이름 자리에는 잘린 밀짚 한 가닥이 끼워져 있었다. 말라버린 줄기 끝에 붉은 실이 묶여 있었다. 그것은 농부들이 물길을 표시할 때 쓰는 방법이었다.
“우리 마을 방식인데요.” 토비가 중얼거렸다. 그는 줄기를 손끝으로 문질렀다. 볏짚이 아니었다. 겨울 끝에만 자라는 갈대였다. “강가에서 둑을 고칠 때 이걸 세웠어요. 사람이 지나가면 쓰러지지만, 물이 어느 쪽으로 갔는지는 남거든요.”
서온이 옛 지도와 대조했다. 최초 배송로에서 마지막 목적지로 지워진 곳은 여울 마을이 아니었다. 산골짜기에 있던 작은 정거장, '돌등나루'. 지금 지도에서는 숲으로 표시돼 있었다.
떠나려는 순간 창고 문이 저절로 잠겼다. 전등 대신 붉은 문장이 떠올랐다.
[퇴직 이력 자동 정리 개시. 동일 직무명의 수신인은 하나로 병합됩니다.]
천장에서 매달린 명찰들이 한꺼번에 울렸다. 낡은 피엘의 명찰과 현재 피엘의 가슴에 달린 명찰이 같은 빛을 내기 시작했다. 피엘은 단추를 떼려고 했지만 명찰은 피부가 아니라 자신이 쓴 기록에 달라붙어 있었다. 오늘 작성한 보고서에도 '원래 피엘의 서명'이라는 인쇄가 솟아났다.
“종이를 만지지 마요!” 세아가 외쳤다. “손으로 떼면 원본까지 같이 찢어져요.”
서온은 장부의 원본과 새 인쇄층을 분리해 보여 주었다. 아래의 잉크는 삼백 년 전에 말라 있었지만 위에 나타난 것은 몇 분도 지나지 않은 붉은 글씨였다.
[퇴직한 사람의 직무를 현재의 다른 담당자에게 자동 승계할 근거: 없음.] 서온이 적었다.
기계는 '승계가 필요하다'는 문구를 반복했다. 그사이 토비는 천장에 매달린 명찰 가운데 유난히 녹슨 하나를 발견했다. 구멍 속에 붉은 실이 걸려 있었다. 그는 벤에게 어깨를 내밀어 달라고 했다.
“악마를 사다리로 쓰려고?”
“좀 더 우아한 용도가 있으면 먼저 말씀하세요.”
벤은 한숨을 쉬면서도 토비를 들어 올렸다. 토비가 갈대를 끼운 명찰을 잡아당기자 천장 어딘가에서 굵은 종이 줄이 풀려 내려왔다. 종이 끝에는 오래된 수기 기록이 붙어 있었다.
'직무를 맡은 사람이 바뀌어도, 그 사람이 한 일의 날짜는 바뀌지 않는다. 그 구별을 지워서는 안 된다.'
피엘은 그 문장을 하린에게 긴급 보전 기록으로 전달했다. 빨갛게 번지던 새 인쇄층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았다. 문이 열렸다. 다만 오늘 작성한 보고서 세 장에는 이미 옛 날짜가 덧씌워져 있었다. 피엘은 그 장들을 버리지 않고 원본과 함께 밀봉했다.
창고 밖 숲길의 바람은 차가웠다. 토비가 말린 갈대를 귀에 대고 흔들었다. 안쪽에서 아주 작은 씨앗 소리가 났다.
“이걸 심으면 싹이 날까요?”
“삼백 년 된 씨앗인데요?” 세아가 말했다.
“물어보지 않고 죽었다고 결정하는 것도 좀 그렇잖아요.”
출발 전에 피엘은 오늘 작성한 보고서 세 장을 각각 다른 봉투에 넣었다. 한 장에는 삼백 년 전의 날짜가 덧씌워져 있었고, 다른 한 장에는 자신의 현재 서명이 거의 지워졌다. 마지막 장은 '업무 연속성 확보'라는 제목 아래 내용 없이 보관되었다. 서온은 종이의 겉모양만으로 어느 것이 원본인지를 판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가 직접 쓴 문장을 기억하는 사람이 여기 있어. 그렇다고 기억을 원본 종이 대신 쓰면 또 실수가 생길 수 있지.]
“그래서 종이와 증언을 같이 두겠습니다.” 피엘이 대답했다.
나엘은 창고 지붕에서 종이 상자 하나를 내려왔다. 상자는 크지 않았지만 무거웠다. 안에는 옛 배송 담당자들이 반납한 작은 연필과 명찰끈들이 들어 있었다. 어떤 연필은 끝까지 닳았고, 어떤 것은 한 번도 깎이지 않았다. 나엘이 손바닥 위에 가장 오래된 연필을 올려놓았다.
“이건 첫 번째 피엘이 사용했다고 전해지는 물건이에요.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확인 못 했지만, 기록보다 일이 먼저였던 때가 있었죠. 누군가 일을 그만둔다고 했을 때 이유를 묻는 건 당연하지만, 그 사람을 못 떠나게 묶어 두는 건 다르잖아요.”
토비는 창고 한쪽에 붙은 임금 기록을 발견했다. 삼백 년 전 담당자의 마지막 일당은 지급되지 않은 상태였다. 우편 비용을 아끼려던 장치가 사람이 일을 그만둔 뒤에도 노동의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우스웠다.
“제가 농부를 그만두겠다고 하면 밭이 대신 추수해 주진 않아요. 그래도 제가 떠났다고 밭이 남을 탓할 수는 없죠.”
벤은 아주 조용히 말했다. “마계에서 사표 한 장을 수백 년 동안 붙들고 있어 본 내가 장담하지. 문제는 늘 그만둔 사람보다 그 사람이 없으면 굴러가지 않는다고 우기는 기계 쪽에 있어.”
피엘은 퇴직을 막는 명령을 조사할 뿐 그 기록에 등장한 모든 사람의 의사를 자신이 대신 표현하지 않겠다고 적었다. 나엘은 그 짧은 문장을 보고 오래전부터 문서 사이에 눌려 있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돌등나루로 향했다. 그리고 창고 가장 높은 명찰 뒤에, 누구도 읽지 못했던 작은 각인이 남아 있었다.
[마지막 배송 수신인: 미등록.] [다만 수령 거부 사실은 현장에서 확인됨.]
제152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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