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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150화
PAYLUA ORIGINAL · 제150화

150화. 보내지 않은 말이 남기는 자리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4,491자

오프라인 책장
완전성 관리실 바닥에 떨어진 종이는 오래된 주문처럼 피엘의 이름을 반복했다. 그 아래에는 삼백 년 전 날짜와 '최초 작업자'라는 직무가 적혀 있었다. 토비는 종이를 주워 들었다가 피엘의 표정을 보고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설마 그때 피엘 씨가 직접 만든 겁니까?” “아직 그렇게 말할 수 없습니다.” 피엘이 대답했다. “제3문에서 확인했듯 피엘은 한때 개인 이름이 아니라 직무명으로 사용됐습니다. 제 이름과 같은 글자가 있다는 것만으로 같은 사람이 서명했다고 증명되지는 않습니다.” 그는 종이를 구겨 버리지 않았다. 원본을 보전하고 판정받아야만 억울한 책임 전가도, 실제 책임 회피도 막을 수 있었다. 서온은 종이의 기록 시간을 살폈다. 작성 날짜는 삼백 년 전이지만 종이의 맨 아래에는 오늘 아침 생성된 보정 인쇄가 찍혀 있었다. 원본은 오래됐어도 지금 보이는 이름은 새로 덧붙었을 수 있었다. [피엘, 저건 아직 판정이 아니야.]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네 이름이라고 해서 아예 조사하지 않을 수도 없겠지.] 피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관리실은 긴급 집행 정지 결정 이후에도 낮게 윙윙거리고 있었다. 사람들의 동작을 멈추게 하던 신탁은 더 이상 새로 발송되지 않았지만, 이미 받았던 이들에게 남긴 영향은 각 지역에서 확인해야 했다. 피엘은 이번 일을 '완전히 해결'로 분류하지 않았다. 하린이 현장 보고서를 검토했다. “미발송 신탁 제1호의 신규 재발송은 잠정 중지됐습니다. 독립 심리 전에 보류를 승인으로 바꾸는 절차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발송된 다른 신탁의 효력을 일괄 무효화한 것은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특히 태어난 아이들에게 어떤 기록이 실제로 전송됐는지 지역별로 조사해야 합니다. 무턱대고 누락된 개인 정보를 모으지 말고요.” 세아가 기록 담당자들과 확인 절차를 정리했다. 모든 아이의 명단을 중앙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발생한 지역에서 보호자가 직접 열람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이시아는 당장 구조가 필요한 곳에는 기존의 제한된 지원 권한만 사용하기로 했다. 나엘은 열람실의 높은 창문을 처음으로 활짝 열었다. 삼백 년 동안 먼지투성이 도면 위에만 아침이 그려졌던 방으로 진짜 햇볕이 들어왔다. 토비가 시장에서 사 온 빵을 잘라 작은 접시마다 올렸다. 벤은 악마에게 빵이 필요 없다고 말했지만 두 조각을 먹었다. “세 조각째는 안 드십니까?” 토비가 묻자 벤이 입가를 닦았다. “악마에게도 체면이라는 게 있어.” “방금 두 조각은 뭐였는데요?” “직무 수행.” 모두 잠깐 웃었다. 나엘은 빵의 부드러운 속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실제 빵을 먹는다는 것이 이렇게 특별한 일이 될 줄은 자신도 몰랐다.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다 작은 소리로 말했다. “이제 도면 속 아침이 아니라, 진짜 오늘이 왔군요.” 서온은 리오의 편지를 다시 읽었다. '내가 미처 듣지 못한 답장을 보관해 달라.' 그 부탁은 누군가의 미래를 정하라는 명령이 아니었다. 서온에게 무엇을 보관할지, 어떻게 지킬지 스스로 판단하라는 말이었다. 서온은 나엘에게 열람실의 문을 닫을지 물었다. “저는 오늘은 열어 두고 싶어요.” 나엘이 대답했다. “하지만 누구나 들어와서 남의 편지를 읽는 건 막아야겠죠.” 피엘은 출입 기록과 원본 보전 규칙을 정식으로 남겼다. 열람 가능한 설계도는 개인 정보를 가린 사본으로 제공하고, 최초 신탁 같은 민감 기록은 독립 심사를 거쳐야 했다. 무엇보다 설계 초안을 바꾸는 일과 사람의 과거를 바꾸는 일은 구분되어야 했다. 그날 오후, 여울 마을에서 사람들의 짧은 소식이 도착했다. 다린은 제방에서 일하던 사람들을 모아 차를 나눠 마셨고, 얼마 전 병원에 갔던 아이는 집에 돌아와 창가에서 작은 나무배를 띄웠다. 그들은 천계가 어떤 판정을 내렸는지 모두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도 자신의 이름과 생활을 남의 도장 하나에 맡기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목수 하루가 작은 나무 표찰을 만들어 보냈다. 거기에는 글씨 대신 손가락 세 개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은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그는 그것이 누군가를 가리키는 손이 아니라, 대답할 수 있는 길이 여러 개임을 뜻한다고 했다. 세아는 나엘에게 공개 전시해도 되는지 확인하고, 하루의 허락을 받아 입구에 걸었다. 나엘이 물었다. “이렇게 자꾸 사람의 증언이 들어오면 열람실이 다시 가득 차지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겠죠.” 피엘이 말했다. “그래도 예전처럼 전부 이 방에 묶어 둘 필요는 없습니다. 적절한 보관처를 안내하고, 당사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하면 됩니다.” 토비는 원본 목록 옆에 임시 종이함을 하나 놓았다. 아무나 편지를 넣으라는 뜻은 아니었다. 안내문을 잘못 이해했을 때 질문할 수 있는 창구였다. 그는 '모르면 물어보세요'라고 써 붙였다가 다시 고쳤다. '지금 당장 답하지 않아도 됩니다.' 벤이 그 문구를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마계 계약서 첫 줄에도 쓰고 싶군. 다만 실제로 쓰면 내 동료들이 날 쫓아낼 거야.” “그럼 아주 작은 글씨라도 써 보세요.” 토비가 말했다. “작게 쓰는 것부터 다시 나쁜 버릇이군.” 피엘은 모두가 웃는 동안 창가의 그림자가 한 방향으로만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거짓 정오는 사라졌다. 시간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해서 지난 일이 모두 복원된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이 방은 오늘의 시간을 오늘이라고 부를 수 있었다. 미발송 제1호는 상자에 돌아갔다. 겉면에는 새로운 결론 대신 세 줄의 설명만 붙었다. [최초 작성: 검증 중.] [발송 보류 판단: 원본으로 보전.] [재발송: 독립 심리 전까지 금지.] 아렌의 이름과 세 개의 점도 사라지지 않았다. 아렌이 혼자 모든 사람을 구한 영웅이라는 말은 붙이지 않았다. 아이의 현재, 말하지 못한 보호자의 거절, 현장 위험을 확인한 사람의 기록이 함께 보전됐다는 사실만 남겼다. 토비는 떠나기 전 열람실 입구에서 멈췄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여기서 찾아야 할 물건이 또 있었죠.” 피엘이 고개를 들었다. “제0경로의 원본 발신 인장 말입니까?” “그거요. 방 찾고, 신탁 막고, 빵 먹고 하다 보니 또 잊을 뻔했네요.” 나엘은 깊은 서가에서 오래된 인수 확인 목록을 꺼냈다. 인장이 이 방에 반입됐다는 기록은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다시 반출됐다는 도장은 없었다. 확인되지 않은 인장 자체가 원본 발신 권한과 같지는 않았지만, 그 실물을 찾지 못한 이상 큰 위험은 남아 있었다. “보관함을 열어 본 적 있습니까?” 피엘이 물었다. “이 방에는 인장 보관함이 없습니다.” 나엘이 답했다. “대신 설계 시험 때 쓰던 반환 접수함이 있죠. 누군가 문서를 보내지 않기로 하면, 그 초안은 그곳으로 돌아왔어요.” 서온은 네 번째 종의 울림을 재생했다. 반환 접수함은 오래된 소리에 반응했다. 토비가 놀라며 한발 물러섰다. 벤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함부로 손대지 말자고 했다. 작은 철문이 열렸고 안에는 인장이 없었다. 대신 반송 봉투가 하나 놓여 있었다. 봉투에는 '누구에게나 발송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에게'라는 불길한 수신인이 적혀 있었다. 피엘은 그것을 원본 인장으로 착각하지 않았다. 서류가 인장의 위치를 알려 줄지는 열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편지 앞쪽에는 분명하게 오늘 날짜가 적혀 있었다. ‘발송을 하지 않기로 한 최초 판단은 아직 살아 있습니다. 그 판단을 만든 사람들은 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신탁을 결정할 하나의 발신인을 찾아서는 안 됩니다.’ 그 아래에 다르게 생긴 글씨가 덧붙어 있었다. ‘원본 발신 인장을 돌려받으려면, 인장으로 누구에게 명령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누구에게 되돌려줘야 하는지부터 물으십시오.’ 서온이 조용히 물었다. [이 글은 리오가 쓴 걸까?] “확인해야겠습니다.” 피엘이 답했다. “필체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일행은 곧장 다음 목적지를 정하지 않았다. 아직 위험한 서가를 닫고, 현장 사람들에게 필요한 연락을 끝내고, 관리실 원본의 외부 감사를 요청했다. 그것이 오늘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의 끝이었다. 그들이 떠나려던 순간, 반환 접수함 아래의 작은 서랍이 덜컥 열렸다. 그 안에 접힌 배달 영수증이 한 장 있었다. [배달 예정: 삼백 년 전.] [실제 수령 예정: 내일.] [수신인: 현재 신탁 배송 담당 피엘.] [내용: 발송인의 책임을 포기할 수 있는 방법.] 토비가 뺨을 긁었다. “이건 좋은 소식입니까, 나쁜 소식입니까?” 피엘은 영수증을 천천히 접었다. 발송인의 책임을 포기한다는 말은 아주 쉽게 들렸지만, 그것이 책임에서 도망칠 권리인지 다른 사람의 대답을 대신하지 않을 권리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읽어 봐야 알겠습니다.” 서온의 화면에 작은 마침표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밑으로 아주 짧은 문장이 이어졌다. [이번엔 누가 대신 열지 말자. 내일, 너에게 온 편지니까.] 피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첫 번째로 보내지 않은 신탁이 온 세상에 강제로 배달되는 일은 막았다. 하지만 누군가 자신에게 보낸 편지를 스스로 받을 날은 이제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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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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