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성 관리실의 첫 명령은 단순했다. '보류를 줄여라.' 두 번째는 더욱 단순했다. '모두에게 같은 답을 보내라.'
천계의 우편길을 따라 새 종이가 흩날리기 시작했다. 종이들은 도시의 광장, 병원 대기실, 농촌의 우물가까지 내려갔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배달된 편지에 놀랐다. 봉투에 이름이 없어도 열면 자신이 받을 신탁처럼 내용이 바뀌었다.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지금부터 모든 지시를 따르십시오.'
토비의 고향에는 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할머니들이 싱싱한 무를 고르고, 아이들은 빵집 앞에서 밀가루를 털고 있었다. 그런데 공중에서 흰 종이가 쏟아지자 손님들이 동시에 걸음을 멈췄다. 한 채소 상인은 손에 든 저울을 내려놓은 채 허공만 바라보았다.
“저건 발송되지 않은 문서의 재처리라더니 왜 이미 사는 사람들한테 내려옵니까?” 토비가 소리쳤다.
나엘은 장치가 문서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신인이 없다는 조건을 모든 사람에게 적용해, 처음부터 승인이 필요 없었다고 처리하고 있었다.
서온이 각 지역의 피해 제보를 받아 보았다. 그는 실제로 확인되지 않은 사연을 마구 합치지 않았다. 의료 현장의 긴급 구조는 그대로 작동 중인지, 새로 내려온 신탁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쳤는지를 따로 표시했다.
[일부 지역에서 자율 이동 중단.]
[의료 지원 및 구조대 출동 기록은 별도 유지.]
[신규 발송 명령만 추가로 관측.]
“명령을 막겠다고 구조까지 멈춰선 안 됩니다.” 피엘이 말했다. “지금 당장 길에 선 사람들이 다치지 않도록 현장에 연락합시다.”
세아는 여울 마을의 다린에게 부탁했다. 마을회관에 모인 사람들이 새 신탁에 강제로 붙잡혔는지 확인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다린은 제방 수리팀과 함께 사람들을 한 명씩 불러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 신탁의 효력에 대한 다툼보다 우선해야 할 안전 조치였다.
벤은 마계의 반송 창구에 긴급 연락을 보냈다. 마계로까지 흰 명령서가 내려갔다면, 악마들마저 다른 사람의 대답을 대신 쓰게 될 수 있었다. 연락 상대는 잠시 침묵하더니 뜻밖의 답을 내놓았다.
“우리는 본래 남의 동의를 지나치게 사랑하지만, 누구의 계약인지 확인할 수 없는 문서만큼은 싫어한다.”
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 문제에선 드물게 의견이 같군.”
설계 열람실에서 나엘은 원본 보관대를 지키고 있었다. 관리실은 그녀가 서가를 떠나면 자료를 무효 처리하겠다고 위협했지만, 하린이 임시 독립 보관 결정을 보내면서 그 조항의 효력은 잠정 중지됐다.
“서류가 불타면 판단을 입증할 근거가 없어져요.” 나엘이 말했다. “그런데 서류를 지키다가 밖의 사람을 다 놓치면 어떻게 하죠?”
“두 일을 나눠야 합니다.” 피엘이 대답했다. “원본 보전과 사람 구조를 같은 사람에게 무한히 맡길 수는 없습니다.”
그는 에다에게 보관 공간의 물리적 안전을 맡기고, 세아에게 제방과 병원 연락을 부탁했다. 서온은 우편길에서 발신 주소가 없는 문서를 구분하는 임시 경고 표시를 만들었다. 다만 문서의 원본을 삭제하지 않고, 누구에게 어떤 말이 도착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표시했다.
토비는 고향 빵집 주인에게 영상 전화를 걸었다. 주인은 손에 들고 있던 빵칼을 내려놓지 못한 채 굳어 있었다. 토비는 큰소리로 명령하지 않았다. 먼저 다치지 않도록 칼을 탁자에 놓아도 되는지 물었다. 주인이 눈을 깜박이자 옆에 있던 제빵사가 손잡이를 잡아 탁자 위로 옮겼다. 그제야 주인이 숨을 쉬기 시작했다.
“다들 똑같은 말을 듣고 있어요.” 빵집 주인이 울먹였다. “저는 제 가게 문을 닫으라는 줄 알고요.”
“그건 아직 확인된 명령이 아닙니다.” 피엘이 화면에 나와 말했다. “새 발송은 효력 다툼 중입니다. 안전한 곳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누가 무엇을 요구했는지 따로 확인하겠습니다.”
모두가 천계의 말만 듣는 세상은 조용했다. 그 조용함이 이토록 무서운지 토비는 처음 알았다. 사람들이 의견을 주고받으며 싸우는 시장이 오히려 더 안전했다.
제3문에서 만났던 목수 하루도 연락을 보내 왔다. 그는 새로 도착한 흰 종이에 항의할 말을 수어로 표현했다. 마을 담당자는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전에 만들어 놓은 독립 통역 절차를 불러와 그의 말을 정확히 기록했다.
‘내가 움직이지 않는 건 동의해서가 아니다. 내 말이 도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의 말이 접수되자 주변 사람들이 자기 사정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노인은 눈이 어두워 안내문을 보지 못했다고 했고, 어떤 청년은 내용을 읽었지만 따르겠다고 말한 적은 없다고 했다. 두 사람의 사유는 서로 달랐다. 서온은 이 기록을 한 문장으로 합치지 않았다.
제4문에서 목소리를 빼앗겼던 아린은 직접 들려줄 수 없는 말을 필기했다. 제5문에서 기억을 맡겼던 환자는 다시 치료받을 권리는 지키되, 기억 전체를 표준화한다는 새 신탁은 거절하겠다고 밝혔다. 제6문에서 이름을 되찾던 사람들은 아직 행정 기록이 완전하지 않았지만 현재 가진 증빙으로 이의를 신청했다.
피엘은 그 말들이 새로운 전투의 병력처럼 모이는 것이 불편했다. 누군가를 자기 편으로 만들기 위해 고통스러운 증언을 받아서는 안 됐다. 그래서 그는 각 지역에 '지금 말하지 않아도 불이익이 생기지 않는다'는 안내를 함께 보내 달라고 했다. 한 사람의 침묵까지도 다음 소송의 재료로 억지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세아는 멀리 여울 마을의 강을 보았다. 강은 여전히 흘렀고, 사람들은 제방을 고치고 있었다. 누가 얼마나 많은 신탁을 반대했는지보다 오늘 모두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우선이었다.
완전성 관리실에서 두 번째 공지가 내려왔다.
[통일 명령 수신율 상승. 발신인 분쟁에 따른 지연 감소.]
“사람이 움직이지 못하는데 지연이 줄었다고 자랑하고 있군.” 벤이 중얼거렸다.
서온은 통일 명령의 원본 조건을 찾아냈다. '미발송 제1호가 정당하게 반려됐다'는 판단을 부정하기 위해, 장치는 누구나 보류 없이 따르는 모습을 결과로 만들려 했다. 사람들이 따랐다는 기록이 쌓이면 최초 신탁도 보낼 수 있었다고 주장할 셈이었다.
“그럼 우리가 뭘 해야 하죠?” 세아가 물었다.
피엘은 처음부터 한 사람의 대답을 대신 쓸 생각이 없었다. “각자가 새 명령을 받았는지, 그 내용을 이해했는지, 따르겠다고 결정한 적이 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합니다.”
나엘은 첫 설계도에 남은 옛 기능 하나를 찾아냈다. 요청 접수, 위험 알림, 대답 보관. 발송 버튼이 달리기 전에도 존재했던 세 개의 통로였다.
“이 통로는 누군가에게 명령을 보내지 않습니다. 사람의 현재 상황을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는 기능이에요.”
“저걸 쓰면 모두가 자기 말을 되찾을 수 있습니까?” 토비가 물었다.
“그건 장담 못 해요. 그러나 최소한 새 명령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전달할 수 있죠.”
피엘은 하린에게 조건부 임시 운용 허가를 요청했다. 가장 먼저 위급한 현장에서 적용하고, 부작용이 있으면 즉시 멈추겠다는 계획이었다.
허가가 도착하기 직전, 마을 광장에 새 문구가 나타났다.
[모든 수신인의 침묵을 승인으로 기록합니다.]
제3문에서 겨우 잠정 중지시킨 문장이 더 큰 규모로 돌아오고 있었다.
제148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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