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아의 답장은 두 장으로 나뉘어 도착했다. 첫 장에는 공식 문장 하나가 쓰여 있었다.
[설계 열람실의 미발송 신탁 제1호와 관련하여, 나는 나 자신이나 다른 수신인의 명의로 서명하거나 보류를 해제한 사실이 없다.]
두 번째 장에는 짧은 사적인 문장이 붙어 있었다.
'나도 그때 겁이 났다.'
피엘은 두 장을 섞지 않았다. 첫 번째는 현재의 확인서로, 두 번째는 이시아가 직접 말할 때까지 공개 범위를 물어야 할 개인 진술로 분리했다. 토비는 두 번째 글씨를 읽다가 고개를 들었다.
“여신도 겁이 납니까?”
벤은 손가락을 튕겼다. “신이 된다고 불안이 증발한다면, 마계에는 신이 되고 싶다는 지원서가 수천 장 쌓였겠지.”
이시아는 얼마 뒤 설계 열람실 입구에 나타났다. 평소처럼 금빛 휘장을 두른 모습이 아니었다. 아무 장식 없는 망토를 입고, 발목까지 젖은 채 걸어왔다. 현장을 보러 온 사람이라기보다 먼 길을 걸어온 증인처럼 보였다.
나엘은 그녀를 보고 굳었다. “이곳이 폐쇄될 때, 허가서에는 여신님의 권한 표식이 있었어요.”
“알고 있어.” 이시아가 대답했다. “그래서 오늘은 내 허가 범위부터 밝히려고 왔다.”
그녀는 자기 권한이 새겨진 작은 인장을 꺼냈다. 제0경로의 원본 발신 인장과는 모양이 달랐다. 처음부터 별개의 도구였다. 이시아의 인장은 구조대 출동과 긴급 장비 사용에만 효력이 있었고, 신탁 발신인의 신원을 변경하는 기능은 없었다.
“홍수 날에 구조대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어.” 이시아가 말했다. “그래서 확인을 기다릴 수 없는 곳에는 임시 구조 지원을 허용했다. 사흘이면 충분하다고 믿었지. 그런데 그 권한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알았을 때, 나는 서둘러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어.”
피엘은 그녀의 말이 변명이 되지 않도록 기록했다. 구조 허가의 필요와 잘못된 권한 연장을 묵인한 일은 별도의 사실이었다. 이시아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나엘이 물었다.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습니까?”
이시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모두가 나를 믿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만든 문제가 있다는 걸 말하면 구조대까지 멈출까 두려웠어.”
토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 고향에선 제방에 구멍이 나면 소문이 나도 막아야 합니다. 모른 척한다고 물이 덜 들어오지는 않거든요.”
이시아가 그를 바라보았다. “맞는 말이다.”
이시아는 누구에게도 명령하지 않은 채 오래된 설계 책상 앞에 앉았다. 그녀는 누군가가 제방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날을 기억했다. 물이 무릎까지 차올랐고, 아이들은 지붕 위에서 나뭇조각을 흔들었다. 위험을 보았을 때 움직이는 것이 옳다고 여겼다. 실제로 구조대는 사람들을 구했다. 그러나 그 일을 이유로 이후 모든 사람의 진로까지 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처음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 몰랐던 건 아니야.” 그녀가 말했다. “긴급 지원을 사흘로 제한한 이유가 있었지. 나는 그 선을 넘는 연장을 보고도 사람들 앞에서 설명하지 못했어. 누군가 내 판단이 틀렸다고 말하면, 구조를 받았던 사람들까지 나를 원망할까 두려웠거든.”
세아는 그 말을 잠자코 들었다. 이미 구조된 사람들이 감사를 표한 것과 허가의 잘못된 연장을 문제 삼는 것은 동시에 가능했다. 그 둘을 하나의 평가로 묶으면 피해도 책임도 보이지 않게 된다.
나엘이 서가에서 옛 감사 편지 한 통을 찾아 왔다. 구조대가 자신을 구해 줘서 고맙다는 짧은 편지였다. 그러나 끝에는 다른 문장이 있었다. '다음에 오실 때에는 저희가 어디에 있고 싶은지도 물어봐 주세요.'
이시아는 그 글씨를 오래 바라봤다. 그녀에게 직접 도착했어야 할 답장이 설계 열람실에서 잠들어 있었다. 나엘은 그 편지를 여신에게 무조건 건네지 않고, 원본 보관과 열람 절차를 먼저 안내했다. 이시아는 사본을 읽겠다고 했고, 편지의 발신인을 찾아 공개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도 협조하겠다고 했다.
그녀가 한때 두려워했던 질문은 결국 없어진 적이 없었다. 다만 너무 오랫동안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때 서명 복원실 안의 다섯 의자 위에 그녀의 그림자가 짙어졌다. 이시아가 직접 온 것을 감지한 자동 장치가 그녀의 현재 위치를 서명 후보의 참석 증거로 바꾸려 했다.
[본인 현장 도착 확인. 서명 복원 절차 계속.]
“나는 심리에 참여하러 왔지, 신탁 발송을 승인하러 온 게 아니다.” 이시아가 똑똑히 말했다.
[현장 도착은 필수 승인 절차입니다.]
“그 규정은 내가 만든 게 아니다.”
[최상위 직급 보유자 확인 완료.]
피엘이 중간에 나섰다. “직급은 사람의 판단과 다릅니다.”
장치는 멈추지 않았다. 이시아의 그림자가 종이 위로 손을 뻗었다. 벤은 자신의 검은 계약 끈으로 그림자를 묶으려다 멈췄다. 그림자를 쳐서 없애면 원래 사람이 서명했다는 위조 기록만 남을 위험이 있었다.
“서온, 이 그림자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시점을 기록해 줄 수 있겠습니까?” 피엘이 물었다.
[이미 하고 있어. 이시아가 도착하기 전부터 의자가 비어 있지 않았어.]
서온은 이시아가 아직 열람실에 들어오기 전, 그림자가 서명하는 예비 영상이 생성됐다는 증거를 내보냈다. 실제 행동보다 먼저 결과를 정해 놓은 것이었다. 하린이 통신으로 자료를 전달받았다.
“도착 전 서명 예비 영상이라면 실제 동의와 무관하다는 강한 증거입니다.” 하린이 말했다. “다만 영구 판정 전에 원본 시각과 영상 생성 기계를 대조해야 합니다.”
이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필요하다면 내가 기계 앞에서 직접 말하겠다. 내가 서명하지 않았다는 말을, 다른 사람 대신이 아니라 내 이름으로.”
나엘이 서명 복원실 아래의 좁은 사다리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최초 설계 시험에서 시간을 측정하던 북이 있었다. 북을 치면 기계는 기록된 행동과 기록된 결과를 분리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북은 삼백 년 동안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다.
“왜요?” 토비가 묻자 나엘은 먼지를 털었다.
“북을 치면 기계가 만든 결과뿐 아니라, 그 결과를 지시한 원본 명령도 위쪽 본부에 드러납니다. 그래서 폐쇄될 때 사용하지 말라고 했어요.”
피엘은 북을 당장 치지 않았다. 방에 있는 사람들의 위치, 바깥 사람들의 안전, 보존된 종이들이 진동으로 손상될 위험부터 확인했다. 이시아가 위험을 막는 최소한의 보호막만 펼쳤고, 나엘은 원본을 서가에 고정했다.
모든 준비를 마친 뒤 이시아가 북채를 들었다. 그녀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내가 두려워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대답을 빼앗을 권리는 생기지 않는다.”
북이 울렸다.
소리가 사라지자 두 개의 아침 중 하나가 꺼졌다. 그림자들은 의자에서 떨어져 나와 바닥에 길게 누웠다. 그리고 천장에 감춰진 발신 명령의 흐름이 붉은 선으로 나타났다.
발신 위치는 설계 열람실이 아니었다.
[원격 지시 발신처: 신탁 총괄 완전성 관리실.]
[지시명: 미발송 기록 예외 제거.]
이시아는 붉은 선을 바라봤다. 그녀가 허가했던 구조 지원 장치가 아니라, 훨씬 뒤에 생긴 별도의 관리실이었다.
“저곳은 설계 초안에는 없었다.”
“그럼 누가 만들었을까요?” 세아가 물었다.
피엘은 대답하지 못했다. 붉은 선의 끝에서 누군가 문을 잠그는 소리가 들렸다.
제146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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