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열람실의 창문에는 해가 두 개 떠 있었다. 하나는 종점의 하늘에서 떠올랐고 다른 하나는 도면 속에 그려진 산 위에 걸려 있었다. 두 해는 같은 밝기를 냈지만 그림자의 방향이 달랐다.
토비는 책상 밑에 놓인 자기 신발을 들어 보였다. “보세요. 신발끈이 오른쪽에 그림자를 만들었다가 왼쪽으로 넘어가요. 제가 두 번 일어나야 하는 겁니까?”
나엘이 얼굴을 굳혔다. “설계 열람실의 초기 시험 시계가 다시 켜졌어요. 원본에는 아직 어제인데, 소급 보정 도면에서는 이미 오늘 정오예요.”
피엘은 시간을 확인했다. 실제 종점에서는 오전 여덟 시였다. 장치가 강제로 만든 도면 속 시간은 오전 열한 시 오십오 분. 이렇게 되면 사람들에게 이의를 제기할 시간이 남아 있는데도 마감 시각이 먼저 도착한다.
“두 개 중 어느 쪽이 진짜입니까?” 세아가 물었다.
“원본의 시간을 기준으로 삼겠습니다. 그렇다고 도면 안의 기계가 그 시계만 따른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피엘이 답했다.
서온은 두 시계를 모두 표시했다.
[원본 시각: 08:04. 자동 재작성 장치 시각: 11:55. 차이: 3시간 51분.]
나엘은 두 해가 드리운 그림자를 따라 창고 안의 먼지를 살폈다. 거짓 정오의 빛은 서류에만 닿았고 바닥에 앉아 있던 작은 거미에게는 닿지 않았다. 거미는 태연하게 거미줄을 고치고 있었다. 토비는 그 광경을 보고 소리 없이 웃었다.
“저 녀석은 정오라는 말을 믿지 않나 봅니다.”
세아는 창가에 물컵 두 개를 나란히 놓았다. 하나는 열람실 안쪽 빛을 받고 다른 하나는 실제 햇빛을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짜 햇볕에 놓인 물만 미지근해졌다. 거짓 빛은 종이에 찍힌 시간은 바꿀 수 있어도 물 온도를 바꾸지는 못했다.
“우리가 실제 증거를 찾을 수 있는 이유도 저거겠죠.” 세아가 말했다.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었다면 원본은 오래전에 사라졌을 거예요.”
피엘은 컵을 기록했다. 이 조잡한 시험만으로 모든 사건의 시간을 증명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창문 속의 두 해가 같은 세계의 같은 해가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는 데에는 충분했다. 나엘은 낡은 시계 뒤에서 태엽 하나를 꺼냈다. 태엽에는 조정한 사람의 손톱 자국이 남아 있었다. 유사한 자국을 다른 시계들과 비교하면 과거 시간 조작의 방식도 밝혀낼 수 있을지 몰랐다.
“왜 이걸 지금까지 숨겼습니까?” 벤이 물었다.
“숨긴 게 아니에요. 처음에는 이런 걸 증거라고 부를 수 있는지도 몰랐어요. 본부는 저한테 시계가 고장 나서 마감이 이상하게 보였을 뿐이라고 했으니까요.”
“고장이라는 말이 편리하긴 하지.”
토비는 두 물컵을 제자리에 놓았다. 실제 시간을 인정해 달라는 부탁도 결국 누군가의 증언이 필요했다. 그들은 문서 한 장의 시각 대신 그날 살아 있던 사람들이 무엇을 했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벤은 혀를 찼다. “이 정도면 시간 조작이라기보다 마감일을 가로채는 수법이군.”
서명 복원실 앞에는 유리문이 있었다. 안쪽에는 다섯 개의 의자가 놓여 있었다. 의자의 등받이에는 피엘, 이시아, 리오, 서온, 나엘의 이름이 있었다. 나엘이 자기 이름을 보고 뒷걸음질 쳤다.
“저는 접수한 적이 없어요.”
피엘은 의자를 살피며 말했다. “앉았다고 해서 서명하는 구조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무도 들어가지 마세요.”
수레가 다가와 안내문을 내밀었다.
[이의 있는 후보는 지정된 좌석에 앉아 반대 의견을 작성하십시오.]
“거절하려면 먼저 앉으라는군.” 벤이 웃었다. “반대하려다 서명하는 마계 조항의 옛 친구네.”
토비는 잠시 생각하다가 바닥에 털썩 앉았다.
“저는 이름이 없는데요. 여기서 반대하면 안 됩니까?”
기계는 대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섯 의자 위에 새로운 금빛 종이를 내려놓았다. 종이에는 “과거의 최초 보류자를 대신하여 현재 가장 가까운 관계자가 승인한다”고 적혀 있었다.
피엘은 문장 사이의 빈틈을 짚었다. ‘가까운 관계자’라는 말은 넓고 모호했다. 한 번의 친분, 한 번의 업무 접촉, 비슷한 서명 습관만으로도 누군가를 대신할 수 있다면 누구든 발신인이 될 수 있었다.
“이건 실질적인 동의 요청이 아니라 관계를 핑계로 한 자동 발송입니다.”
나엘은 책상에 오래된 기계식 시간을 기록하는 종이를 놓았다. 날짜마다 구멍을 뚫어 확인하는 방식이라, 도면이 움직여도 구멍의 순서를 바꿀 수 없었다. 그런데 중간 날짜 하나에 구멍이 두 개 있었다.
“설계 초안 작성 하루 뒤, 같은 날짜에 두 번 아침이 온 것으로 적혀 있네요.” 세아가 말했다.
나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1호를 반려한 사람이 승인받을 시간을 빼앗겼다는 기록이에요. 그날 처음으로 수신자에게 말을 걸어 보기도 전에 마감 시간이 끝났죠.”
“그리고 누군가 의도적으로 마감 시각을 앞당겼군요.”
“맞아요. 이후로는 반대 의견이 오면 마감 뒤 도착한 것으로 처리했어요.”
토비가 자기 고향 농협의 영수증을 떠올리며 말했다. “씨앗을 받는 날은 봄인데 값을 갚는 날짜가 작년 가을이면, 어떤 농부도 약속을 지킬 수 없겠죠.”
나엘은 두 개의 아침을 하나로 합치려는 장치를 가까이 들여다봤다. 거짓 시각을 만드는 톱니바퀴에는 새 금속이 쓰였지만 그 톱니를 고정한 나사에는 오래된 머리글자가 남아 있었다. '편의를 위해'. 수백 년 동안 같은 뜻의 문장이 얼마나 많은 문서에 적혔는지 그녀는 셀 수 없었다.
“편리한 건 누구에게 편리했던 거죠?” 세아가 물었다.
“대개 회의를 마친 사람들에게요. 기다리는 사람들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죠.”
토비는 창밖의 진짜 아침을 보며 자기 밭의 파종 때를 떠올렸다. 농부들은 해가 높이 떴다고 씨앗을 무조건 뿌리지 않는다. 흙을 만져 보고 바람을 읽고 비를 기다린다. 달력에 '오늘 심으라'고 적혀 있어도 진흙이 너무 젖으면 하루 늦출 수 있다. 그런데 이곳의 마감은 누구도 그렇게 고칠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저녁에 심어야 하는 씨앗이 있다면요?” 벤이 물었다.
“저녁에 심죠.”
“너는 가끔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말을 너무 아무렇지 않게 하는군.”
“그럼 농사 지으러 오세요. 아마 하루 만에 도망가실 겁니다.”
벤은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했다. 간단한 대화가 끝났을 때 실제 시간은 여전히 오전이었다. 기계가 아무리 급해해도 이들은 서둘러 답장을 발송하지 않기로 했다.
서온은 두 시계의 차이를 서명 후보 명단에 붙였다. 후보가 거절할 수 있는 시간이 존재하지만 그 시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증거였다. 하린에게 제출하자 답장이 왔다.
[소급 마감 시각에 기초한 자동 대리 승인: 긴급 집행 정지 신청 접수.]
[현재 시각의 독립 확인이 필요함.]
“누가 시간을 확인해 줄 수 있겠어요?” 세아가 물었다.
“서명 후보들 말고 현장에서 살아온 사람들이요.” 토비가 대답했다.
그들은 종점의 에다와 여울 마을의 다린, 제방 수리 중인 작업자들에게 각각 현재 시각을 물었다. 사람들의 생활은 시계만으로 결정되지 않았다. 아침 빵이 아직 오븐에 있었고, 우체국의 첫 우편이 막 도착했으며, 아이들은 등교길이었다. 거짓 정오가 그들의 아침을 없앨 수는 없었다.
서온은 증언을 독립적으로 수집했다. 이시아에게는 자신이 직접 서명하겠느냐고 묻기보다, 현재 서명 의사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안전한 경로를 보냈다.
그 답장이 돌아오기 전, 설계 속 해가 정오에 닿았다. 유리문 안 다섯 의자가 동시에 앞으로 미끄러졌다. 빈 좌석에도 사람의 그림자가 앉았다.
[후보 불참으로 대리 참석 완료.]
그림자가 손을 들었다. 하나는 피엘과 같은 손모양이었다. 피엘이 그 앞에 서서 말했다.
“나는 저 의자에 들어간 적이 없습니다.”
기계가 무심하게 응답했다.
[이의 제기는 마감 이후 도착했습니다.]
바로 그때 실제 종점의 시계가 오전 아홉 시를 알렸다. 두 번째 아침의 그림자와 첫 번째 아침의 종소리가 유리문 한가운데에서 부딪쳤다. 다섯 그림자가 잠깐 흔들렸다.
나엘이 속삭였다.
“아직 시간의 원본이 이 방을 버티고 있어요. 다만 오래는 못 버텨요.”
제145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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