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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143화
PAYLUA ORIGINAL · 제143화

143화. 아기가 받지 않은 신탁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3,549자

오프라인 책장
미발송 신탁 제1호는 생각보다 얇았다. 흰 종이 한 장, 파란색 보류 표지, 접힌 편지 한 통. 나엘은 서가 옆에 낮은 책상을 마련하고 열람 가능한 부분을 따로 펼쳤다. 봉투 안에는 여전히 공개 허가가 필요한 개인 기록이 있었다. “수신인에게 직접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아기에게 무엇이든 보내도 되는 건 아니죠.” 세아가 말했다. 토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기에게 양파를 먹으라고 해도 싫으면 울 텐데요. 신탁은 울어도 소용없는 겁니까?” 벤이 종이를 내려다봤다. “이 세계의 나쁜 발명품 중에는 울음을 미확인 동의로 취급하는 것도 있었지.” 피엘은 본문 초안만 읽었다. 거기에는 전쟁이나 왕위 계승에 관한 거창한 예언이 없었다. '태어나는 날부터 정해진 장소를 떠나지 말 것. 허락 없는 질문을 삼가고, 지정된 위험을 다른 이에게 알리지 말 것.' “이걸 아기에게 보내려고 했다고요?” 토비가 눈을 부릅떴다. 나엘이 고개를 저었다. “처음 제안한 사람은 당시 제방을 관리하던 설계 시험관이었습니다. 마을에 위험이 퍼지면 혼란이 생긴다는 이유였죠. 갓난아이에게 발송하면 그 집안이 평생 이동하지 않을 거라고 계산했습니다.” 세아는 그 초안을 읽고 얼마 전 만났던 산모를 생각했다. 여울 마을에 남아 있던 조산사는 홍수로 다리가 끊겼을 때 아이의 울음소리보다 산모의 손을 먼저 붙잡았다고 했다. 누가 살아야 하는지 신탁이 미리 정해 주지는 않았다. 다리를 건널 방법을 찾는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고, 그날 다행히 마을에 남아 있던 배가 있었다. “그 아기는 지금 어떻게 지내죠?” 토비가 물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어머니는 집에서 쉬고 있고요. 저는 그 아이의 미래를 여기에 적고 싶지 않아요.” 토비는 입을 다물었다. 사람은 누군가의 이야기가 궁금해질 때 자기도 모르게 자세한 신상을 묻곤 했다. 자신이 그 아이를 돕기 위해 그런 정보를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엘이 작은 사진 액자를 책상 아래에서 꺼냈다. 액자에는 얼굴이 아니라 신발 한 켤레가 그려져 있었다. “최초 신탁을 보내지 않기로 한 날, 설계자 중 한 사람이 이것을 남겼어요. 아이가 언젠가 자라서 신고 갈 신발이라고 하더군요. 그날 신발을 몇 치수로 만들지는 못했대요. 그게 오히려 중요했다고요.” “발 크기가 바뀔 테니까요.” 토비가 말했다. “걷고 싶은 길도 바뀌겠죠.” 벤은 액자를 다시 세워 놓았다. 마계 계약에서도 당사자의 평생을 묶는 문구는 가장 비싸게 거래됐다. 그러나 그렇게 긴 약속이 삶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는 그런 이야기를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아기 신발 앞에서는 평소의 냉소보다 침묵이 어울렸다. 피엘은 창밖의 여울 마을을 떠올렸다. 위험을 알리는 편지가 강제 대피 명령으로 변했던 곳이었다. 본부는 수백 년 동안 안전이라는 말로 사람의 대답을 지워 왔다. 그러나 이 종이의 잉크는 그보다 오래됐다. “미발송 이유가 ‘발신인의 미래가 아니라 수신인의 현재가 우선함’이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피엘이 말했다. “어떤 상황에서 그런 판단을 했습니까?” 나엘은 개인 이름을 가린 부분의 아래를 가리켰다.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위조한 동의를 승인하지 않는다는 검토 기록이었다. 첫 설계자는 초안을 두 번 반려했다. 세 번째에는 ‘이 문서를 발송하지 않겠다’는 판단을 남겼다. “발송하지 않는다고 해서 위험을 내버려 둔 건 아닙니다.” 나엘이 말했다. “그는 제방 균열을 직접 점검했고, 구조 인력을 보내고, 마을 회관에 위험을 알리는 표지판을 세웠어요. 서류를 보내지 않아도 할 일은 많았죠.” 토비는 조용해졌다. 자기 고향에서 홍수 때마다 이웃집 문을 두드리던 일을 떠올렸다. 누군가 위험하다고 외치면 사람들은 나와서 물높이를 확인했다. 그걸 위해 아이의 미래를 통째로 묶어 둘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본문을 덮는 순간 서류 상자가 불규칙하게 흔들렸다. 나엘이 페이지 아래 달린 수리 태그를 가리켰다. '미발송 판단의 근거 부족. 보완 발송 예정.' 가장 최근 날짜가 어제였다. “어제요? 삼백 년 동안 가만히 있던 문서에요?” 세아가 물었다. “누군가 제1호를 다시 발송하려 합니다.” 피엘의 목소리가 굳어졌다. 입구에서 바퀴 소리가 들렸다. 작은 운반 수레가 스스로 들어오더니 상자 옆에 정차했다. 수레의 맨 앞에는 대리 피엘의 서류 양식과 비슷한 양식이 꽂혀 있었다. [최초 신탁 미완료 건 재처리] [수신인 주소: 현재 출생 기록 중 일치 조건 검색] [발송 예정: 다음 정오] 서온이 급히 문구를 확인했다. [수신인 이름이 없는 걸 ‘아무 아기나 가능’으로 바꿨네. 원래 문서에는 특정 상황의 특정 사람을 뜻했을 텐데.] “그렇다면 아무 아이에게나 이 말을 보낼 수 있다는 소리군.” 벤이 말했다. 피엘은 수레의 발송 명령을 복사하지 않고 봉인된 상태로 보전했다. 정오 전에 누가 다시 발송하도록 만들었는지 알아야 했다. 서온은 검색 프로그램에 직접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문서에 어떤 조건이 적혀 있는지만 출력해 보았다. [신탁 적용 대상: 오늘 출생한 아동 전원] 토비가 책상을 움켜쥐었다. “저건 한 사람의 오배송이 아니라 그냥 전부한테 보내겠다는 거잖아요.” 나엘은 상자를 서가에서 내려 안전 보관대에 놓았다. 그녀의 손가락이 떨렸다. “첫날 이 문서를 반려한 사람은 문장 맨 아래 이렇게 썼어요. '한 사람에게 보내지 못할 말을 수천 사람에게 보내면 옳아지는가.' 제가 그 문구 때문에 이 일을 놓지 못했습니다.” 세아는 창가로 갔다. 열람실의 창문에는 먼 도시와 마을의 아침이 여러 장 겹쳐 보였다. 어느 집에서는 산모가 아이를 품에 안고 있었고, 어느 집에서는 형제가 갓난 동생을 보려고 문틈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그 누구도 천계의 낡은 실험에 대답하겠다고 나선 적이 없었다. “그러면 먼저 보류 근거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걸 확인받아야 해요.” 세아가 말했다. 피엘은 하린에게 긴급 보전 신청을 작성했다. 개인 수신인을 새로 추정하지 않고, 이미 반려된 제1호를 다시 발송할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심사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나엘은 문서 뒤쪽에서 다른 종이를 꺼냈다. 검은 잉크가 아닌 옅은 갈색으로 적힌 수기였다. 처음 본 문장과는 달리 글씨가 흔들리지 않았다. '보낼 수 있다고 해서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수기 아래에는 원래 서명이 있었을 자리만 남아 있었다. 서명란은 찢긴 게 아니었다. 종이의 섬유가 그곳만 희게 탈색되어 있었다. “이름을 지운 겁니까?” 피엘이 물었다. 나엘은 한참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모르겠어요. 그 사람은 서명할 자리를 빈 채로 남겼는지도 몰라요. 그런데… 서명 없이 반려 결정을 내리는 건 당시 규칙으로는 불가능했거든요.” 수레 위쪽에서 짧은 경고가 울렸다. [발송 재개에 필요한 유일한 항목: 최초 보류자의 서명 복원.] 토비는 벤을 돌아봤다. “그럼 누가 그 사람 이름을 알아내면 모든 아기에게 저 신탁을 보낼 수 있다는 겁니까?” “이상한 말이지.” 벤이 천천히 말했다. “이름을 되찾는 게 왜 명령을 보내는 열쇠가 되겠어.” 피엘은 비어 있는 서명 자리를 다시 살폈다. 가느다란 압흔이 남아 있었다. 이름이 아니라, 네 번째 종과 같은 작은 원 세 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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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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