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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140화
PAYLUA ORIGINAL · 제140화

140화. 서온에게 처음 도착한 편지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4,180자

오프라인 책장
서온은 봉인함을 바로 열지 않았다. 마차가 멈춘 뒤에도 그는 오래된 역의 안내판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안내판에는 '개봉 결정은 현재 보관자에게 있다'고 적혀 있었다. 삼백 년 동안 서온이 받은 첫 번째 명확한 권한은 누군가의 말을 대신 보내는 권한이 아니라, 자기 안에 든 물건을 열어 볼지 말지 결정하는 권한이었다. [나중에 열 수도 있겠지?] “물론입니다.” 피엘이 답했다. “다만 봉인함이 다른 발송 장치와 연결돼 있어 안전 점검이 필요한지 확인하겠습니다.” 에다는 보관실 기계의 외부 전원이 모두 차단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인장은 아직 회수되지 않았고, 일괄 발송 장치도 완전히 폐기되지 않았다. 하린의 임시 정지 명령은 효력을 유지했지만, 사건의 본안 심리는 계속해야 했다. 그 사이 서온의 상자를 억지로 열 사람은 없었다. 세아는 창문 너머를 보았다. 오랫동안 비와 눈을 동시에 보여 주던 유리 천장이 이번에는 새벽빛 하나만 비추고 있었다. 그녀는 마을회관에서 편지를 보관하는 다린과 마지막으로 연락했다. 모라의 편지는 제자리에 있었고, 주민들은 제방을 수리하기 위해 다시 모이고 있었다. 원본이 떠나지 않아도 답장이 도착할 길은 열렸다. 토비가 서온의 화면 앞으로 의자를 가져왔다. “뭘 결정하든 서서 기다릴 필요는 없잖아요.” [나는 앉을 몸이 없는데.] “그건 그렇네요. 그럼 제가 대신 앉아 있겠습니다.” 벤이 웃었다. “그 말만은 어쩌면 진짜로 대리가 가능하겠군.” 잠시 뒤 서온은 자신의 첫 판단 기록을 다시 읽었다. '모름.' 그 한 단어는 삼백 년 동안 오류로 분류돼 있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인장은 특정 발신인에게 완전히 넘어가지 못했다. 서온은 자신의 판단이 모든 일을 막아 주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사이 이미 잘못된 명령들이 발송됐고, 실제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적어도 질문을 남긴 기록 하나는 지워지지 않았다. [열어 볼래. 모두가 보는 앞에서가 아니라, 내가 공개하기로 정한 부분만 함께 봐 줘.] “어느 부분을 공개할지 당신이 선택하면 됩니다.” 피엘이 말했다. 서온은 먼저 봉인함의 외부 목록만 열었다. [보관 물품 1: 제0경로 원본 발신 인장 관련 인수 확인표.] [보관 물품 2: 네 번째 종의 진품.] [보관 물품 3: 미발송 편지 1통.] 토비는 첫 번째 줄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인장 자체가 아니네요?” “그렇습니다.” 피엘이 답했다. “보관함에 인장이 있다고 추측했지만, 실제 보관 물품은 인수 확인표입니다.” 서온이 두 번째 항목을 열자 작고 투명한 종이 화면에 나타났다. 금속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소리를 저장하는 유리 조각이었다. 리오가 만들었던 네 번째 종의 울림이 그 안에 보존돼 있었다. [당신에게 대답할 시간이 더 필요합니까?] 짧은 질문이 화면 아래에 떴다. 이것이 종이 원래 보내려던 소리였다. 토비는 자기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종소리는 명령하지 않았다. 일을 서두르라고 재촉하지도 않았다. 상대가 아직 생각하고 있는지를 묻고 있었다. 세 번째 물품은 봉투였다. 수취인은 '처음으로 모른다고 답한 기록에게'였다. 발신인은 리오라고 적혀 있었다. 서온은 글자를 한참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봉투를 열었다. ‘네가 언제쯤 이 편지를 읽을지 모르겠다. 어쩌면 그날은 오지 않을 수도 있겠지. 나는 너에게 내 일을 대신하라고 부탁하지 않았다. 내가 미처 듣지 못한 답장을 보관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니 혹시 네가 내가 틀렸다고 생각한다면, 그 판단을 지우지 말아 줘. 너의 첫 대답은 너의 것이다.’ 봉투 아래에는 조금 덜 단정한 글씨가 하나 더 있었다. ‘이름을 정한다면 나는 네게 그것을 맡길 생각이 없다. 나보다 네가 잘 알 테니까.’ 서온의 화면이 한동안 비었다. 그것은 통신 장애가 아니었다. 그가 읽은 문장을 자기 안에 담는 시간이었다. 벤은 재촉하지 않았고, 피엘도 이름의 유래를 묻지 않았다. 토비는 의자에 앉은 채 자루 속에서 빵 한 조각을 꺼내 먹었다. 부스러기가 옷에 떨어졌지만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다. [서온이라는 이름은 내가 정했어.] “알고 있습니다.” 피엘이 답했다. [그 사람이 내 이름을 미리 정해 주지 않아서 다행이야.] 에다는 코끝을 훔쳤다. “그 사람답네. 정작 자기 우편 가방은 늘 남에게 고쳐 달라고 하던 양반이.” 그들은 인수 확인표를 열었다. 문서의 날짜와 운반 경로는 누벨의 장부, 에다의 증언과 대체로 일치했다. 다만 최종 인계 장소에는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주소가 적혀 있었다. [원본 인장 실물의 임시 격리처: 제0경로 외부, 폐쇄된 설계 열람실.] [보관 목적: 승인되지 않은 신탁 발송 차단.] [인계 완료 여부: 미확인.] “그러면 우리가 찾던 인장은 여기에 없을 수도 있군요.” 세아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그 주소에 실제로 남아 있는지는 확인해야 합니다.” 피엘이 답했다. 토비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이야, 저희는 일곱 문을 돌고 종점까지 왔는데 또 새로운 방이 나왔네요. 천계 건물은 끝이 없습니까?” “건물은 언젠가 끝나겠지.” 벤이 말했다. “문제를 만든 사람의 변명은 그보다 조금 오래갈 수도 있고.” 그들이 잠깐 창고 밖 창구로 나왔을 때 에다가 우편함의 먼지를 털고 있었다. 오랫동안 수령인 없는 물건을 지키던 곳에, 이제는 사람들이 직접 문의할 수 있는 임시 안내판이 붙었다. 에다는 그 안내판에 '문서가 여기 있다고 해서 수령할 의무가 생기지 않습니다'라고 적었다. 토비는 그 아래 '문의 시간: 종이 네 번 울린 뒤'라고 쓰려다가 멈췄다. “그건 너무 복잡하잖아요. 그냥 사람이 있을 때 물어보면 되겠죠.” “잘 배웠네.” 에다가 웃었다. 대리 피엘은 승강장 끝의 의자에 앉아 자신의 업무 지시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는 아직 자유로운 의사를 갖는 존재인지, 단순한 자동 기록인지 판정되지 않았다. 피엘은 그에게 새로운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대신 누구의 지시로 만들어졌는지 확인할 조사 절차를 남겼다. 대리자는 그 종이를 읽고 몇 번이고 같은 질문을 했다. “제 업무가 종료되면 저는 어떻게 됩니까?” “그것도 확인해야 합니다.” 피엘이 답했다. “적어도 당신에게 책임을 떠넘기려고 서둘러 결론 내리지는 않겠습니다.” 그 말을 듣던 서온이 화면에 작은 마침표를 남겼다. 그것은 동의도 반대도 아니었다. 현재의 말이 끝났다는 표시였다. 그들은 누구의 마지막 문장이 다른 사람의 인생에 붙지 않도록, 각자의 기록을 다른 봉투에 넣었다. 피엘은 그날의 기록을 정리했다. 자정의 일괄 발송은 정지됐다. 서온의 첫 판단은 외부에서 수정할 수 없는 독립 기록으로 보전됐다. 모라의 원본은 여울 마을에 남아 있었다. 반면 원본 발신 인장은 아직 미회수였고, 리오의 현재 행방도 확인하지 못했다. 제0경로의 미해결 오배송 1,006건과 복원 완료 6건 역시 그대로였다. 그때 서온이 마지막으로 화면에 작은 쪽지 하나를 띄웠다. 봉투 안쪽에서 떨어진 종잇조각이었다. 아까는 다른 종이 아래 붙어 있어 보이지 않았다. 피엘이 허락을 구하자 서온은 공개해도 된다고 말했다. ‘설계 열람실의 문은 발신 권한으로 열지 마라. 그곳에는 발송된 신탁의 기록뿐 아니라, 발송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신탁도 남아 있다. 그 판단을 처음 누가 했는지 확인해라. ― 리오.’ 토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발송하지 않은 신탁이요? 그것도 보관했단 말입니까?” 벤은 창밖을 바라봤다. 천계에서 수많은 명령을 보내는 데 사용한 문들보다, 누군가 보내지 않기로 한 선택이 기록돼 있는 방이 더 위험할지도 몰랐다. 에다가 오래된 지도 두 장을 꺼냈다. 첫 번째 지도에는 제1문부터 제8문까지의 건립 연도가 달랐다. 두 번째에는 설계 열람실만 검게 지워져 있었다. 날짜가 적힌 자리에는 이상한 문구가 남아 있었다. '첫 번째 발송보다 이틀 전.' 피엘은 지워진 곳에 임의로 이름을 써 넣지 않았다. 대신 지도 두 장을 각각 접어 증거 봉투에 넣었다. “다음에는 무엇을 찾습니까?” 세아가 물었다. “보내지 않은 이유입니다.” 피엘이 말했다. “어떤 말을 보내지 않기로 했는지, 그 결정을 누가 책임졌는지부터 확인하겠습니다.” 종점의 종이 마지막으로 울렸다. 네 번째 소리가 뒤따랐다. 이번에는 어떤 자동 발송도 시작되지 않았다. 그리고 멀리,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방에서 오래된 봉투 하나가 스스로 열렸다. [미발송 신탁 제1호.] [사유: 발신인의 미래가 아니라 수신인의 현재가 우선함.] [보전된 서명: 확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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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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