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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134화
PAYLUA ORIGINAL · 제134화

134화. 원본 발신인은 한 사람이 아니었다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3,793자

오프라인 책장
서온의 봉인함에서 노크가 들린 뒤, 종점의 모든 시계가 서로 다른 시각을 가리켰다. 에다는 창고 벽의 오래된 시계를 두드렸다. “여기선 시계가 고장 나도 곧바로 갈아 끼우지 않아. 어느 시각부터 틀렸는지 알아야 하니까.” “저 시계는 삼백 년 전이고, 저건 오늘 아침이군요.” 토비가 말했다. “그리고 저건 아직 오지 않은 내일.” 벤이 손가락으로 가장 높은 시계를 가리켰다. “미래를 담보로 잡는 제7문의 버릇이 여기까지 퍼졌네.” 피엘은 시계가 바뀌는 순서를 기록했다. 제0경로는 또 하나의 편지를 자동으로 발송하려 했다. 0000이라는 빈 발신인 칸에 누군가의 이름을 집어넣으면, 그동안 미발송으로 남은 모든 문서가 같은 사람의 말이 된다는 조항이었다. 에다는 오래된 접수 대장을 펼쳤다. 맨 앞 장에는 '원본 발신인'에 관한 설명이 있었다. 그러나 문장은 중간에서 끊겨 있었다. ‘본 경로의 최초 발신인은―’ 그 아래는 찢겨 있었다. 피엘이 펜으로 남은 글씨를 따라 적으려 하자 벤이 막았다. “빠진 부분을 네가 채우는 순간 또 하나의 가짜 원본이 생겨.” 피엘은 곧바로 손을 뗐다. “그렇군요. 우리는 이 문장의 나머지를 모릅니다.” “아직은.” 세아가 덧붙였다. 에다는 서랍에서 삼백 년 전 근무 지침을 꺼냈다. 지침은 서로 다른 용어를 구별하도록 되어 있었다. 부탁을 처음 쓴 사람은 '요청 발신인', 상대에게 실제로 질문을 전달한 사람은 '전달인', 안전을 위해 잠깐 쓰는 인장의 담당자는 '임시 보관인'이었다. 어디에도 그 세 사람이 같아야 한다고 적혀 있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시스템은 셋을 합쳤군.” 벤이 말했다. “언제부터요?” 토비가 물었다. 피엘이 찾아낸 변경 기록의 한 줄이 답이었다. [긴급 구제 운용 편의 개선: 요청 발신인·전달인·보관인을 통합 명칭 '원본 발신인'으로 대체.] [변경 제안: 0000.] [당사자 통지: 불필요.] “불필요하다고?” 세아가 고개를 들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인데요.” “그래서 여기 문제가 있어.” 에다가 말했다. “모라가 부탁을 썼고, 리오가 그걸 가져왔고, 다른 누군가 잠시 인장을 맡았어. 셋을 한 사람으로 만들면, 누구를 기다리든 문을 열 수 없거나 아무에게나 열려.” 세아는 책상 위에 빈 접시 세 개를 올려놓았다. 에다가 가져온 밤빵을 먹으려던 토비가 눈을 크게 떴다. “지금 간식 시간 아닙니까?” “설명하려고요.” 세아는 첫 접시 앞에 '부탁', 둘째 앞에 '전달', 셋째 앞에 '보관'이라고 적었다. “모라가 밥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고, 리오가 요리사에게 전해 주고, 창고 담당이 빵을 보관했다면 세 사람은 각각 다른 일을 한 거예요.” 토비가 두 번째 접시에 빵을 옮겼다. “제가 전달인이라면 빵 하나 정도는 먹어도 되죠?” “그럴 권한은 없을걸.” 벤이 웃었다. “전달했다고 소유자가 되는 거라면 마계 배달부들은 벌써 왕이 됐겠지.” 피엘은 접시 세 개를 나란히 놓고 생각했다. 과거의 잘못된 신탁 중에는 누군가의 요청이 실제로 있었던 사건도 있었다. 하지만 요청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인생 전체를 결정하는 명령에 동의했다고 볼 수는 없었다. 모라는 구조를 부탁했지 집을 떠나라는 명령을 부탁한 게 아니었다. “세 번째 접시에 빵이 남았다면 어떤 처리를 해야 합니까?” 피엘이 물었다. 토비는 잠시 고민했다. “주인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죠. 대신 썩지 않게 보관하고요.” “그런데 주인이 오지 않으면?” “찾을 수 있게 알려 줘야죠. 그러고도 안 오면… 규칙대로 하겠지만, 적어도 제가 다 먹었다고 쓰면 안 될 겁니다.” 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바로 지금의 문제예요.” 에다는 한쪽 구석에 남은 밤빵을 여섯 개로 나눴다. 서온은 먹을 수 없으니 그에게는 창문에 비치는 새벽 풍경을 보여 주었다. 피엘은 빵을 천천히 먹으며, 실제로 나누어야 할 권한을 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게 얼마나 편리해 보이는지 생각했다. 그러나 편리함은 원래 없는 권리를 만들어 내지 않았다. 서온의 통신판에서 희미한 빛이 반짝였다. [내 봉인 조건은 '원본 발신인의 귀환'인데, 그 뜻이 세 가지라면 누가 돌아와야 하지?] “조건을 임의로 풀어 줄 수는 없습니다.” 피엘이 대답했다. “우선 조건을 작성한 시점의 용어로 읽어야 합니다.” 세아는 모라의 첫 편지를 떠올렸다. 죽었을지도 모를 사람의 몸을 이곳으로 데려올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가 남긴 부탁은 여울 마을에서 원본으로 보전 중이었다. 그 편지가 다시 돌아온다면 발신인의 말이 이곳에 도착하는 것은 가능했다. “사람이 돌아오는 것과, 그 사람이 쓴 편지가 돌아오는 것은 다르겠죠?” “그렇습니다.” 피엘이 답했다. “문은 어느 쪽을 요구하고 있습니까?” 서온이 보낸 질문 하나가 피엘의 손을 멈추게 했다. [만약 모라가 지금 살아 있다면, 자신을 '원본 발신인'이라 부르는 걸 원했을까?] 피엘은 즉시 대답하지 않았다. 모라가 쓴 편지에는 자신의 마을에 필요한 도움만 적혀 있었다. 무슨 직책이나 영광을 요구하지 않았다. 세아는 “그 호칭보다 자기 마을이 안전했는지 먼저 물었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지만, 그것도 추측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토비는 접시 위에 남은 빵을 바라보다 말했다. “그럼 우리가 찾아야 할 건 제일 높은 자리에 앉힐 사람이 아니라, 어디에서 질문이 잘못 바뀌었는지군요.” 벤이 엄지를 들었다. “농부가 드디어 계약서 첫 장을 이해했군.” “전 원래 이해력이 좋은 편입니다.” “그 말은 확인할 증거가 부족해.” 서온의 화면에 웃는 모양의 점 세 개가 찍혔다. 피엘은 그 작은 반응이 오래간만에 모두를 조금 가볍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다시 남은 장부를 조사했다. 에다는 구석의 작은 책꽂이에서 종이 가장자리가 검게 탄 절차서를 찾았다. 열 때문에 글씨가 거의 지워졌지만, 바닥에 눌린 흔적을 비추자 몇 단어가 드러났다. ‘첫 질문을 받은 사람의 회신과 함께 원본을 반송할 것.’ 피엘은 읽을 수 없는 부분을 그대로 비워 둔 채 복제본을 만들었다. 현재로서는 최초 요청자의 편지와 그 질문을 실제로 받았던 사람의 답장을 구별해야 했다. '원본 발신인'을 마음대로 정해 봉인을 열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도 함께 적었다. 그러자 고장 난 시계들 가운데 하나가 정오를 가리켰다. 창고에 일직선의 빛이 들어왔다. 에다는 그 빛 아래에서 낡은 배달 표를 찾아냈다. 표에는 발신인 명의가 아니라 순서가 남아 있었다. [1. 모라의 질문 접수.] [2. 리오의 현장 전달.] [3. 응답 확인을 기다리는 독립 보관 기록 생성.] 세 번째 줄을 읽자 서온이 말했다. [독립 보관 기록. 혹시 그게 나일까?] 토비는 얼른 대답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남의 과거를 그럴듯한 이야기로 엮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여러 문을 지나며 배웠기 때문이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가 천천히 말했다. “하지만 서온 씨가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서온 씨에게 물어봐야겠죠.” [모르겠어. 기록을 확인한 다음에 생각할래.] 피엘은 그 답장을 옆에 적었다. 미완성된 답도 하나의 답이었다. 그 순간 창고 깊은 곳에서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누군가 거대한 도장을 바닥에 내리찍는 것 같았다. 문 위에 새로운 지시가 나타났다. [원본 발신인 조회 실패.] [대체 발신인 지정 허용: 현장 최상위 권한자.] [후보: 여신 이시아.] 얼어붙었던 시계 하나가 갑자기 빨라졌다. 토비는 그 시계를 보고 중얼거렸다. “우리가 찾는 동안, 저쪽에서는 대답할 사람을 또 멋대로 고르네요.” 피엘은 이시아에게 긴급 통신을 보냈다. 새로운 위조 발신이 시작되기 전에, 적어도 여신 본인이 그런 권한을 맡겠다고 한 적이 없다는 사실부터 확인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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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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