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132화
PAYLUA ORIGINAL · 제132화

132화. 수령인 없는 화물칸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3,984자

오프라인 책장
창고 안쪽의 목소리를 듣고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토비였다. “리오 씨! 살아 계십니까?” 피엘이 토비의 어깨를 잡았다. “지금 들은 것은 목소리입니다. 사람이 안에 있다는 확인은 아닙니다.” “그래도 부를 수는 있잖아요.” “그렇습니다. 다만 대답을 기다려 보지요.” 세아가 의자에 앉은 채 질문했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 밖으로 나오고 싶으신가요?” 대답 대신 멀리서 바퀴가 끌리는 소리가 났다. 창고문의 유리 구멍 안쪽에 잿빛 승강장이 비쳤다. 먼지 속에서 붉은 털실이 서서히 움직였다. 벤은 유리 속 풍경이 현재의 창고가 아니라 300년 전의 마지막 접수 장면이라고 짐작했지만, 그것을 사실로 기록하지 말라고 피엘에게 먼저 경고했다. “기억의 장치일 수 있어. 제5문에서 했던 실수는 다시 하지 말자고.” 문 아래로 얇은 접수판이 밀려 나왔다. 거기에는 단어 세 개가 있었다. [조회 / 반환 신청 / 강제 수령] “조회부터 하면 되겠군요.” 세아가 말했다. 토비는 그 글씨 아래에 연필로 작은 동그라미를 그렸다. 그런데 조회란에 표시를 하자 문 옆 종에서 맑은 소리가 났다. 종점에서는 처음 듣는 평범한 소리였다. 창고의 철판이 손바닥 한 뼘 올라가며 낡은 화물칸이 드러났다. 화물칸에는 자루들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쌀자루도 약초자루도 아니었다. 자루마다 한 사람의 주소가 적혀 있었고, 뒤에는 서로 다른 질문이 매달려 있었다. '아직 돌아갈 마을이 있습니까.' '지금 대답하기 어려우십니까.' '이름을 밝히고 싶습니까.' 그 가운데 한 자루는 어른 팔 둘레만 했는데도 아예 비어 있었다. [화물 0000. 임시 보관 대상: 대답 없음.] “화물이라고 적었지만 사람의 대답이군요.” 세아가 말했다. 피엘은 자루를 열지 않았다. 수신인이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그 안의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었다. 그는 표찰만 기록했다. 보관 대상의 범위, 봉인 상태, 이관 기록. 벤은 그 가운데 하나를 가리켰다. “웃기네. 이 자루는 주소가 아니라 명령문이 붙어 있어. '수령인은 인장 보유자를 따른다.'” “그런 수신인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피엘이 대답했다. “정확해. 그런데 제0경로는 그걸 만들어 내려고 삼백 년을 허비했군.” 마차 종점 안쪽에는 노란 석탄 난로가 식은 채 놓여 있었다. 난로 위에는 차를 올려놓던 자리와, 오래 손으로 만져 매끈해진 주걱 하나가 있었다. 토비는 주걱을 보고 눈을 빛냈다. “여기서도 밥을 해 먹었겠네요.” “종점이 사람이 머무는 곳이었다는 뜻이겠죠.” 세아가 말했다. 그들은 작은 사실을 하나씩 확인했다. 가마솥 자국은 오래됐지만 재에는 비교적 최근의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 아무도 살지 않는 역이라면 누가 불을 지폈을까. 피엘은 종점이 완전히 버려졌다고 결론 내리지 않았다. 확인하지 못한 사람들이 근무하고 있을 가능성도 남겨 두었다. 서온이 통신판에 적었다. [최근 기록을 찾아봤어. 이곳엔 매일 해 뜨기 전 같은 작업이 있어. 역무원이 명령문이 붙은 자루를 승강장으로 옮겼다가 다시 가져와. 그런데 발송 기록은 없어.] “누군가 계속 수령인을 기다린다는 뜻이군.” 벤이 말했다. 그때 유리 구멍에 얼굴이 비쳤다. 모자에 낡은 동그란 배지를 단 노인이었다. 그러나 피엘이 고개를 들었을 때 유리 너머에는 아무도 없었다. 얼굴은 사라지고 오래된 작업일지만 남았다. [근무자: 리오. 최종 출근일: 기재 없음.] [보관 물품 수령 증명: 미발행.] [창고 개봉 금지. 근거: 근무자 안전.] 피엘은 마지막 줄을 다시 읽었다. 문을 열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는 중요했다. 그러나 누구에게 어떤 위험이 있는지는 없었다. 그는 창구에 질문을 적었다. '근무자가 현재 안에 있다면 보호가 필요한지 확인할 절차를 알려 달라.' 철판 안쪽에서 딸깍 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답이 글씨로 나왔다. [생존 여부 조회 불가. 잔존 음성 재생 가능.] 역 구석의 탁자에는 빈 컵 옆에 오래된 낙서가 있었다. ‘오늘은 비가 많으니 배를 기다리는 분께 뜨거운 물을 드릴 것.’ 누가 적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문장 하나로 그날 종점의 공기가 그려졌다. 비를 털어 내는 배달부, 젖은 양말, 돌아갈 마을을 기다리는 사람들. 세아는 종점이 처음부터 거대한 음모의 장소는 아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평범한 친절이 있었던 곳이었기에, 누군가 여기서 사람의 대답을 훔치기 시작한 일이 더 이상했다. 피엘은 컵의 위치를 사진으로 남겼다. 생활의 흔적은 곧 범인의 증거가 되지는 않지만, 기록을 지우는 일을 반복한 시설의 원래 기능을 설명할 수 있었다. 벤은 젖은 장갑을 걸던 고리가 벽에 남아 있는 것을 보고 “그날도 누군가는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려 했겠군”이라고 중얼거렸다. 토비가 벽에 등을 기댔다. “그럼 아까 우리가 들은 목소리는…” “과거에 남긴 기록일 수 있습니다.” 피엘이 말했다. “리오 씨가 죽었다는 뜻은 아니죠?” “그것도 아직 모릅니다.” 불확실한 말이었지만 토비는 그 말이 싫지 않았다. 누군가 사라졌다는 이유로 그의 이야기를 끝내 버리는 것보다는 나았다. 화물칸 끝에는 작은 손수레 하나가 뒤집혀 있었다. 토비가 바퀴를 돌리자 쇠가 갈리는 소리가 났다. 그는 수레를 바로 세우고 손잡이에 묶인 태그를 읽었다. '기다리는 동안 썩지 않게 보관할 것.' 창고 한쪽에는 채소와 약초가 아니라 누군가 답장을 보내려고 준비했던 종이가 있었다. “누가 여기서 종이를 말리고 있었네요.” 토비가 말했다. 에다의 목소리는 아직 듣지 못했지만, 그들은 말라 버린 종이 조각을 살펴서 흔적을 남길 수 있었다. 표면에는 밀가루처럼 고운 가루가 묻어 있었다. 벤은 그것이 마계의 계약 잉크가 아니라 종이의 수분을 빼내는 평범한 가루라고 설명했다. “이런 데서까지 집안일을 해야 하다니.” 토비가 말했다. “사람의 답장이 썩지 않게 지키려면 그렇겠죠.” 세아가 답했다. 창고의 다른 쪽에는 방문객을 위한 차 잔이 두 개 놓여 있었다. 하나는 입술 자국이 있는 듯했고 하나는 깨끗했다. 피엘은 자신들이 잔을 임의로 사용하지 않도록 부탁했다. 이 역에 다른 사람이 여전히 올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마시려다 남긴 차일 수도 있습니다.” 토비는 놀란 눈으로 잔을 보았다. “차가 삼백 년이나 남아 있다고요?” “그것도 모릅니다. 먼지만 보면 오래됐지만, 누가 최근에 닦았을 수도 있지요.” 토비는 잔 대신 자기 물통을 꺼냈다. 세아에게 먼저 물은 뒤 물을 나눴다. 마차 없는 종점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물 한 모금과, 상대가 대답할 때까지 방해하지 않는 시간인지도 몰랐다. 그는 자루들 사이에 쪼그리고 앉아 낡은 매듭을 하나 들여다봤다. 붉은 실이 손가락 마디만큼 튀어나와 있었다. “세아 씨. 저거 모라 씨가 가방 꿰맨 실하고 닮았어요.” 세아가 가까이 와서 살폈다. 색은 비슷했지만 오래된 천에 엉긴 모양만으로는 같은 실이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 대신 매듭 옆에 붙은 글씨를 읽었다. ‘세 번째 정차 이후 적재량 증가. 추가 화물: 한 사람의 미발송 답장.’ “화물 안에 물건이 하나 더 있었군요.” 피엘이 말했다. “인장 말고 또요?” 서온의 화면이 눈부시게 밝아졌다. [나와 연결된 잠긴 칸이 방금 한 번 움직였어. 그 안에서 이 문장이 보여.] ‘원본 발신인이 돌아오지 못하면, 최초 수신인이 답장의 행선지를 정할 수 있다.’ 벤은 문장을 한참 읽었다. “이상하군. 발신인의 권한을 되찾기 위한 장치인 줄 알았는데… 받는 사람에게 결정권을 남겨 놓았어.” 그때 빈 자루 0000이 스스로 부풀어 올랐다. 안에는 아무도 없는데, 마치 누군가 일어나려는 듯 자루의 바깥 면이 기묘하게 움직였다. 창고 안내판에 새로운 글씨가 나타났다. [자동 수령 절차 개시. 수령인 후보: 서온.] [동의 여부: 생략 가능.] “생략하지 않습니다.” 피엘이 단호하게 말했다. 서온이 즉시 답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내 이름이 있다고 해서 내 동의를 대신 쓰지는 마.] 창고에서는 다시 종이 울렸다. 이번에는 세 번이 아니라 네 번이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32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32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