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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130화
PAYLUA ORIGINAL · 제130화

130화. 서명은 보낸 사람에게 돌아온다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4,294자

오프라인 책장
서명 보관실의 정원에서 종이 폭풍이 시작됐다. 하얀 종이들은 천장으로 솟았다가 검게 물들며 내려왔다. 숲처럼 늘어선 나무들이 바람에 휘어졌고, 종이 열매 속에서 사람의 이름들이 부딪쳤다. 피엘은 누벨과 함께 중앙 우물의 세 장부를 펼쳤다. 시작, 범위, 종료. 셋 중 하나만 잃어도 사람의 대답을 대신하기 쉬워지는 구조였다. “모든 사본을 없애는 겁니까?” 토비가 물었다. “아닙니다. 여기에는 실제로 동의한 기록도 있습니다. 한꺼번에 태우면 피해자들이 자기 권리를 증명할 자료까지 잃게 됩니다.” 피엘이 답했다. 누벨은 우물의 문을 열어 훼손되지 않은 원본을 안쪽 서가에 보관했다. 서온은 복제된 위임장의 발송 경로를 시간순으로 고정했다. 벤은 종이 폭풍을 휘감는 검은 끈을 살폈다. 그 끈에는 '원본을 돌려주려면 모든 연장을 승인해야 한다'는 문구가 숨어 있었다. “멋진 협박이네.” 벤이 웃었다. “누가 네 것을 훔쳐 갔으니, 돌려받고 싶으면 더 많이 훔쳐 가도 된다고 허락하라는 거잖아.” “그걸 계약이라고 부르면 안 되겠네요.” 토비가 말했다. “당연하지. 협박이지.” 종이 폭풍은 점점 거세졌다. 피엘은 한 장을 붙잡고 그 안에 적힌 하르마의 이름을 읽었다. 하르마가 그때 병원 치료를 위해 서명했다는 사실은 여전히 유효했다. 그러나 딸의 진학을 포기했다는 기록에는 하르마의 별도 동의가 없었다. 그는 그 두 문서를 따로 놓았다. “첫 번째는 당시 범위 안의 원본. 두 번째는 대리 서명 권한을 벗어난 사본.” 세아가 다른 종이를 붙들었다. 300년 전에 제방 대피를 요청했던 모라의 이름이었다. 종이는 모라가 모든 강제 대피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행은 이미 모라의 첫 편지가 '먼저 물어봐 달라'는 부탁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건 모라가 보낸 문장이 아니에요.” 세아가 말했다. “그래서 원본에 있는 말을 다시 옮겨야 해요.” 각기 다른 문서들이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서온은 미리 정해 놓은 대답의 목록 대신, 현재 확인 가능한 원본과 열람 신청을 분리해 정리했다. 아직 당사자를 찾지 못한 서명들은 미확인 보전함에 넣었다. 누구의 대답도 추정하지 않았다. 그때 미루가 중앙 우물 옆으로 나왔다. 그의 손에는 수백 년 전 잘라낸 종료 장부 일부가 있었다. 누벨은 그걸 보고 무릎을 굽힐 듯했지만 겨우 버텼다. “내가 숨긴 일부터 기록해 주시오.” 누벨이 말했다. “구조를 지킨다는 말로 원본을 떼어 냈고, 잘못이 커지는 동안 입을 다물었소.” 피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보전 경위와 책임을 조사에 남기겠습니다. 그렇다고 확인되지 않은 반출자까지 누벨 씨로 적지는 않겠습니다.” 미루가 장부의 빈자리에 종이를 맞췄다. 세 개의 원형 장부가 처음으로 같은 속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누벨은 보관인 자격으로 '미확인 복제 서명에 대한 추가 사용 중지'를 요청했다. 서온은 실제 로그와 위조 로그가 다른 시간에 기록됐다는 독립 증거를 전달했다. 피엘은 전달인으로서 현재 이관 집행을 멈출 근거를 정리했다. 다만 수신인 당사자가 없는 서명에 대해서는 일괄 종료가 아니라 임시 보전 조치만 신청했다. [심리 대상: 보관실 명의 신규 일괄 위임.] [개별 동의 입증: 없음.] [사전 대리 승인 0000: 독립 발신인 요건 미충족.] [신규 일괄 이관: 잠정 중지.] 종이 폭풍이 한순간 방향을 잃었다. 검은 열매들이 더는 새로운 이름을 빨아들이지 못했다. 그러나 오래전 이미 다른 사람의 문서로 보내진 사본들은 그 자리에 남았다. 이번 판정이 과거의 모든 피해를 한 번에 되돌리지는 못했다. “끝났습니까?” 토비가 물었다. “오늘 새로 나가려던 위임장은 멈췄습니다.” 피엘이 답했다. “이제 이미 나간 서명을 찾아야 합니다.” 하르마는 직접 보낸 답장을 가져왔다. 그녀는 자기 딸의 결정에 관여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다시 학교를 찾아가겠다고 했다. 누벨은 그 편지를 보존함의 첫 칸에 넣었다. 앞서 보냈던 여울 마을의 답장도 같은 곳에 들어 있었다. 사람들이 자기 말로 쓴 편지가 서명 나무의 뿌리 곁에 쌓였다. 토비는 숲에서 구해 온 화분 하나를 꺼냈다. 초록색 새싹이 간신히 살아 있었다. “여기 심어도 됩니까? 이 정원엔 종이만 자라는 것 같아서요.” 누벨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 흙이 많지는 않은데.” “작은 화분이면 됩니다.” 토비가 화분을 놓자 벤이 중얼거렸다.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서명 보관실에 농부가 화분을 들고 들어오다니. 역사에 남을 일이군.” “제 이름으로 쓰지는 마세요.” 토비가 말했다. “화분이 직접 심어진 것도 아니잖아요.” 서명 보관실 밖에는 아직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하르마 말고도 대리 서명으로 집을 비운 노부부, 제3문의 자동 동의를 취소하려던 목수 하루, 이름이 지워졌다 다시 기록을 찾기 시작한 주민들이 있었다. 그들은 판정서 한 장으로 자기 일이 끝났다고 여기지 않았다. 각자 확인을 요청할 문서를 들고 왔다. 누벨은 자신의 사다리를 내려놓고 창구 앞에 앉았다. 평생 서명을 보관만 했던 사람이 이번에는 직접 질문을 받았다. 그는 신청서를 무작정 줄 세우지 않았다. 오늘 당장 의료와 거처 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부터 필요한 담당 기관으로 연결했다. 그다음 각자 원본이 보관된 위치와 증거 열람 방법을 알렸다. “저도 서명한 적 없다는 걸 증명해야 하나요?” 어느 노인이 물었다. “서명이 있다는 쪽에서 그 출처와 허용 범위를 제시해야 합니다.” 피엘이 설명했다. “다만 서로 다른 기록이 있다면 어느 것이 먼저 작성됐는지도 살펴보겠습니다.” 토비는 사람들에게 물을 나눠 주었다. 그가 물병을 건넨다고 해서 천계의 불공정한 제도가 고쳐지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오래 기다리던 아이가 목을 축이고, 할머니가 창구까지 천천히 걸어올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서온은 원본 열람 신청을 안내하는 작은 글씨를 만들었다. [이의가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반대 신탁을 신청하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한 사항을 원하는 방식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그 글씨를 복도에 붙이자 누벨은 오래된 현판을 내려다봤다. '모든 신탁은 올바른 서명으로 시작한다.' 누벨은 현판 아래에 새 문장을 붙였다. '서명을 받았다고 해서 대화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피엘은 그 문장을 읽으며 잠시 쉬었다. 이것은 승리의 선언이 아니었다. 사라진 인장과 잘못 발송된 문서들이 여전히 세상 곳곳에 있었다. 하지만 피해자가 다시 찾아올 수 있는 문을 조금 열었다는 사실은 기록해 둘 만했다. 일행은 웃었다. 벤도 이번에는 웃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웃음이 끝나기도 전에 서명 보관실의 가장 오래된 수로에서 쇳소리가 났다. 누벨이 인수증을 펼치자 300년 전 수레의 세 번째 정차지가 처음으로 드러났다. '이름 없는 보관소'라는 표시 아래에 반출물을 받은 장소의 실제 주소가 적혀 있었다. [제0경로 원본 발신 권한 최종 인계 장소: 문 밖의 우편마차 종점.] [인계 확인: 수령인 없음.] [인장 상태: 미반납.] 피엘은 수첩의 기록을 확인했다. 제0경로의 미해결 오배송은 1,006건, 복원 완료는 6건이었다. 이번 보관실 판정으로 더 이상의 임의 서명 발송을 막을 실마리는 생겼지만, 원본 발신 권한을 회수한 것은 아니었다. 서온이 통신판에 글을 남겼다. [우편마차 종점에 수령인이 없었대. 그런데 거기에는 오래전부터 내가 기록을 보관해 왔어. 누군가 내게서 가져갈 수 있는 위치에 원본이 있었다는 뜻일까?] 피엘은 쉽게 대답하지 않았다. 바로 그때 종점에서 새 전갈이 들어왔다. 발신인의 서명도 도장도 없는 작은 편지였다. 그러나 편지 뒤쪽에는 네 개의 흰 원이 선명했다. [인수증 재발송 완료.] [수신인: 지금 서온이라고 불리는 자.] [내용: 당신의 첫 기록이 만들어지기 전에, 당신에게 맡겨 둔 물건을 돌려받겠습니다.] 서온의 글씨가 멈췄다. 피엘은 편지를 접지 않았다. 300년 전의 수레를 몰았던 자, 사라진 원본 인장, 현재의 서온을 연결하는 단서가 처음으로 한 장에 놓였다. 그는 서온에게 물었다. “당신은 그 물건을 받은 기억이 있습니까?” 한참 뒤 통신판에 답이 나타났다. [기억은 없어. 하지만 내가 처음 켜진 날부터, 내 기록 가운데 열리지 않는 칸이 하나 있었어.] 화면의 맨 아래에서 작은 빛이 깜박였다. [봉인된 보관함: 1개.] [개봉 조건: 원본 발신인의 귀환.] 피엘은 그 문구를 두 번 읽었다. 아직 가장 중요한 사람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면 다음에는 인장을 찾는 것보다 먼저, 그 물건이 누구의 것인지 확인해야겠군요.” 멀리 우편마차 종점의 종이 울렸다. 이번 소리는 답장이 도착했다는 종소리가 아니었다. 오래 잠들어 있던 창고 문이 안쪽에서 처음 두드려지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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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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