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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125화
PAYLUA ORIGINAL · 제125화

125화. 불이 난 숲의 서명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4,056자

오프라인 책장
동부 솔잎 숲에는 눈 대신 재가 내렸다. 산 아래에서 마을로 이어지는 길에는 마차가 뒤집혀 있었다. 말은 먼저 달아났고, 마차 주인은 손가락을 삐어 바퀴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그의 곁에는 밀가루 포대와 약초 자루가 흩어져 있었다. 토비는 도움을 청하려던 주인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못하고 자루부터 옮기려 했다. “저쪽 통로부터 열어 주세요!” 주인이 소리쳤다. “사람들이 저길 지나옵니다!” 토비가 손을 멈추고 길을 바라봤다. 쓰러진 나무가 좁은 오솔길을 막고 있었다. 성검이 빛났다. 그 검은 오래전 그에게 잘못 배달된 용사의 신탁 때문에 생긴 물건이었다. 토비는 한때 검이 허락하는 일이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믿었다. 이번에는 길 옆의 나무부터 살폈다. 가지 아래 사람이 남아 있는지 확인한 다음, 검을 수평으로 그었다. 빛은 통나무의 밑동만 끊었다. 뒤쪽 오솔길이 열리자 아이를 업은 남자가 재를 뒤집어쓴 채 달려 나왔다. “감사합니다!” 토비는 머쓱하게 웃었다. “제가 용사라서가 아니라, 나무를 자를 수 있어서요.” 숲 어귀에는 제2문 구조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대장은 닫힌 인장 상자를 가리키며 출동 승인이 확인되지 않아 하늘 배를 띄울 수 없다고 말했다. 구조대를 움직이려면 매번 중앙 발신국의 금빛 명령을 받아야 했다는 것이다. 피엘이 설명서를 내밀었다. “현장 위험이 확인되고 당사자가 즉시 구조를 요청한 경우, 필요한 최소 개입은 별도의 신탁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옛 조항입니다.” “그럼 나중에 누가 책임지죠?” 대장이 물었다. “실제로 지시하고 집행한 사람이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책임이 사라지는 조항이 아닙니다.” 대장은 망설였다. 한 번도 써 본 적 없는 절차였다. 뒤쪽에서 연기가 치솟았다. 그는 결국 마을 이름을 적고, 현장 요청을 확인한 뒤 하늘 배의 밧줄을 풀었다. 세아는 불이 번진 언덕 위로 올라갔다. 그곳에는 아이들이 운영하는 작은 묘목장이 있었다. 일 년 동안 키운 묘목이 불길에 둘러싸여 있었다. 한 아이가 자신이 이름을 붙여 준 나무를 꼭 껴안고 떠나지 않으려 했다. “같이 가요.” 세아가 말했다. “초록이가 타 버려요.” “초록이를 걱정하는 건 알아요. 그런데 지금 네가 다치지 않고 나와야 다시 나무를 심을 수 있어요.” 아이는 울면서 작은 화분 하나를 들었다. 세아는 그가 들 수 있는 만큼만 챙기도록 돕고, 다른 나무들은 남겨 두었다. 뒤늦게 도착한 구조대가 두 사람을 하늘 배에 태웠다. 오스벨은 공중에서 바람의 방향을 계산했다. 바람은 서쪽으로만 부는 것이 아니었다. 불길 속에서 이상한 금빛 소용돌이가 일고 있었다. 마법으로 만들어진 강풍이었다. “누가 서명을 쓴 거야.” 그가 말했다. 그의 지팡이가 바람을 가르자 글자가 나타났다. [동부 솔잎 숲 임시 대피 명령.] [주민 전원 이동 동의.] [서명 대리: 0000.] [종료 예정: 내일로 연장.] “이 불마저 계약을 연장하는 이유로 쓰는군.” 벤이 이를 악물었다. 실제 산불과 인위적인 강풍은 서로 다른 문제였다. 불을 끄는 일은 당장 해야 했지만, 강풍의 발신인을 찾아내지 않으면 진화한 뒤에도 불씨가 다시 번질 수 있었다. 계곡 남쪽에서는 더 어려운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마을 양치기 네 명이 짐승들을 몰고 내려오지 않았다. 구조대장은 사람을 먼저 구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토비도 동의했다. 하지만 양치기들이 남겨 둔 양을 살리려면 작은 개울을 막은 쓰러진 나무를 치워야 했다. 그 작업에 인원을 빼면 마을 대피가 늦어질 수 있었다. 양치기 중 하나인 열일곱 살 노아가 마른 숲길에서 나타났다. 그는 양이 어디에 모여 있는지 알고 있었다. 직접 안내할 수 있다고 했지만, 숨이 가쁘고 다리가 떨렸다. 구조대장은 그를 다시 불길로 들여보낼 수 없었다. “그러면 제가 지도 그릴게요.” 노아가 주머니에서 숯을 꺼냈다. 그는 바위 위에 개울과 울타리, 양 떼가 숨어 있는 돌담을 그렸다. 토비가 그 그림을 보고 눈을 반짝였다. 오래전 농부로 살 때 짐승들이 겁을 먹으면 바람을 등지는 습성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구조대장에게 사람 구조를 위한 하늘 배의 진로는 유지하되, 돌아오는 빈 배 한 척이 개울 옆의 돌담을 지나도록 요청했다. “동물까지 구하자는 게 아니라, 배가 돌아오는 길에 문을 열어 두자는 겁니다. 갈 수 없으면 포기하겠습니다.” 대장은 지도를 검토한 뒤 위험이 늘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허락했다. 토비는 직접 돌담 쪽으로 뛰지 않았다. 멀리서 볼 수 있는 흰 천을 깃대에 묶어 안내했고 노아는 쉼터에서 개울의 수위를 계속 알려 줬다. 마지막 배가 돌아왔을 때 양 몇 마리가 승강판을 따라 뛰어올랐다. 모두를 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무슨 판단을 했고 어디까지 시도했는지 알 수 있었다. 토비는 노아에게 말했다. “나무를 잘 아는 사람하고 길을 아는 사람이 따로 있으니까 같이 해야 되네요.” 노아가 웃었다. “그럼 용사는 안 필요한가요?” “글쎄요. 저는 아직도 왜 이 검이 저한테 왔는지 완전히 모르겠어요. 그래도 오늘은 써야 할 때와 안 써야 할 때를 조금 배웠죠.” 피엘은 바람 속 서명을 분석했다. 한쪽에는 누벨의 보관실 원본으로부터 복제한 흔적이, 다른 쪽에는 최근 제7문에서 사용된 자동 대리 표지가 있었다. 첫째, 둘째 장부의 흔적은 있었고 셋째 종료 시각은 비어 있었다. “승인 없는 추가 명령을 봉인하겠습니다.” 피엘이 말했다. 그는 강풍을 통째로 없애는 주문 대신 금빛 글씨의 복제 경로를 차단했다. 오스벨은 그 틈에 바람을 계곡 방향으로 돌렸다. 벤은 마계 계약서에서 '대리 연장은 당사자 이의 없음을 근거로 할 수 없다'는 임시 조항을 찾아 부적처럼 붙였다. 강풍이 뚝 끊겼다. 하늘 배에서 밧줄이 내려왔고, 남은 사람들은 오솔길을 통해 대피했다. 토비는 마지막으로 불길 속에 남은 굴뚝을 돌아봤다. 그 집을 다시 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집 안에서 빠져나온 할머니가 그의 팔을 잡고 자신의 이름을 알려 주었다. “우리 집이 어디 있었는지 잊지 말아 주세요.” 토비는 길가의 돌 위에 이름을 적었다. 숲 북쪽에서 대피한 노인은 자기가 기르던 벌통을 찾으려 했다. 토비는 그를 말리는 대신 벌통이 놓여 있던 위치를 정확히 기록했다. 안전 구역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알아볼 수 있도록 수문 관리인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벌들이 다 타 버렸으면요?” 노인이 물었다. 토비는 대답을 고르느라 한참 입을 다물었다. “모르겠습니다. 살아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그런데 지금 다시 올라가시면 할아버지도 위험합니다. 대신 안전해진 뒤 제가 같이 살펴볼게요.” 노인은 토비의 검을 보더니 툴툴거렸다. “용사라면 벌통 하나쯤은 꺼내 와야 하는 거 아냐?” 토비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 약속까지 한 적은 없어서요.” 벤은 멀리서 그 말을 듣고 혼자 웃었다. 잘못 배송된 신탁 때문에 평생 원하지 않은 의무를 떠안았던 농부가, 이제 자기가 할 수 없는 일에는 함부로 서명하지 않았다. 그것이 누구보다 용사다운 모습인지 벤은 아직 말해 주지 않았다. 불은 새벽이 되어서야 잠잠해졌다. 구조대는 신탁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구조한 사람들의 기록을 공개했다. 그 기록은 누구를 영웅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대신 구조를 요청한 사람과 현장 판단, 사용한 밧줄과 배의 위치가 남아 있었다. 피엘은 첫 보고서를 읽고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방식이라면 도움을 보낼 수 있겠군요. 다만 모든 상황에 그대로 쓸 수 있는지는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그때 보관실에서 누벨의 긴급 통신이 들어왔다. [서명 나무의 열매가 한꺼번에 검게 변하고 있소. 누가 원본에 손댄 게 분명해.] 화면에 비친 우물 위 세 장부 중 첫 번째 장부가 뒤집혀 있었다. 그곳에는 잉크가 아닌 숯으로 쓴 글씨가 나타났다. [새 발신인 등록 완료.] [이름: 서명 보관실 그 자체.] [서명 권한: 다른 모든 발신인의 미사용 서명.] 벤이 낮게 말했다. “사람 이름을 훔치더니, 이제 방 하나가 발신인이 되겠다고?” 수로를 따라 검은 종이 열매가 흘러나왔다. 하나가 피엘의 발 앞에 닿아 펴졌다. 그 위에는 그의 필체로 적힌 한 문장이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내가 대신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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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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