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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121화
PAYLUA ORIGINAL · 제121화

121화. 첫 번째 답장은 집으로 간다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4,127자

오프라인 책장
첫 번째 답장은 새 우편함에 들어갈 만큼 작았다. 여울 마을의 반송 창구가 종을 울리자 토비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혹시 신탁이 또 잘못 배달됐을까 봐, 식탁 위의 국그릇부터 멀리 밀어 놓았다. 지난번에는 금빛 명령 한 장이 접시에 내려앉는 바람에 보리죽이 한동안 '왕실 지급 식량'으로 분류됐었다. “이번엔 제가 먼저 확인하면 안 됩니까?” “수신인부터 확인하세요.” 피엘이 말했다. 토비가 우편함에 붙은 나무패를 읽었다. ‘여울 마을 반송 창구. 받을 사람: 답장을 보내겠다고 신청한 누구나.’ “그러니까 저도 되는 거네요?” “이번에는 그렇습니다.” 편지는 다린이 보낸 것이었다. 불과 한 시간 전까지 그들과 함께 있던 다린은 마을로 돌아가 제방 점검을 마친 뒤 손으로 한 문장을 썼다. ‘우리 집으로 가는 길을 지도에서 지우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고칠 부분이 있다면 먼저 와서 보여 주세요.’ 토비는 편지를 앞뒤로 뒤집었다. 영웅을 소환하는 주문도, 마을을 구할 비밀도 없었다. “이게 최초 반송 이후 처음 도착한 답장입니까?” “새 주소로 도착한 첫 답장이지요.” 피엘이 조심히 구분했다. “수백 년 전에 쓰였으나 배달되지 못한 편지들까지 지워지는 건 아닙니다.” 그가 접수 도장을 내밀자 우편함 밑에서 작은 서랍이 열렸다. 지도 한 장과 낡은 철제 열쇠가 들어 있었다. 다린의 글씨가 적힌 쪽과 꼭 같은 종이였다. 그러나 지도 한가운데에는 없는 길이 표시돼 있었다. 제1문으로 가는 하늘 계단의 그림자 밑, 아래로 내려가는 가는 선. [서명 보관실 반송 승강기: 현존하는 수신인 답장 확인 시 개방.] “다린의 편지가 열쇠군요.” 세아가 말했다. “사람의 답장이 열쇠로 쓰였다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있습니다.” 피엘은 봉투를 가리켰다. “우편함이 그 사람의 주소를 마음대로 바꾸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통신판에 서온의 글씨가 나타났다. [방금 그 주소를 대조했어. 여울 마을의 표기가 정산국의 관리 번호와 다르게 남아 있어. 둘 다 기록돼 있고, 하나가 다른 하나를 지우지 않아.] “잘됐네요.” 토비가 웃었다. “이제 창구가 사람 말을 들을 줄도 아네요.” [그렇게 멋진 변화는 아니야. 아직 문 열고 편지 한 통 받은 정도지.] 서온이 답했다. 벤은 종을 한 번 쳤다. “천계의 전형적인 성과 발표문보다 훨씬 정확하군.” 답장 뒷면에는 다린이 일부러 남겨 놓은 흠집이 있었다. 피엘이 그것을 손끝으로 만지자 종이에서 작은 흙가루가 떨어졌다. 다린은 마을에서 닳아 버린 식탁의 다리 밑에 종이를 깔고 편지를 썼다고 했다. 종이는 반듯하지도, 규정에 맞게 접히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편지는 아무 제재 없이 도착했다. “우편함이 드디어 필기 시험을 없앴나 봅니다.” 토비가 말했다. “편지를 쓰는 데 필기 시험은 원래 필요하지 않습니다.” 피엘이 대답했다. “그런데 천계에서 받는 신청서는 늘 제 글씨가 너무 굵다며 돌려보내더라고요.” 벤이 그를 보고 웃었다. “네 글씨가 굵은 게 아니고, 네가 발신인을 '토비, 미래의 위대한 용사 겸 농부'라고 여섯 줄에 걸쳐 쓰니까 그렇겠지.” 토비는 입을 다물었다. 옆에서 세아는 다린의 편지를 한 번 더 읽었다. 마을의 길이 지워지지 않게 해 달라는 부탁은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명료했다. 그러나 그것이 곧 특정 제방을 철거하거나 새로운 신탁을 발송하라는 명령은 아니었다. “답장에 부탁이 있으면, 누가 그걸 실행하나요?” 세아가 물었다. “상대가 어떤 기관에 묻고 있는지에 따라 다릅니다. 다린 씨의 편지는 지형도 담당자에게 전달하고, 담당자는 가능한 조치와 검토 일정을 답할 책임이 있지요. 불가능하다면 이유를 알려야 하고요.” “답장도 다시 올 수 있군요.” “그게 원래 우편입니다.” 피엘은 자신이 그런 상식적인 말을 이제야 배웠다는 사실이 조금 민망했다. 수백 년의 천계 규정을 두고 논쟁하는 동안, 편지 한 통이 오고 가려면 상대의 주소와 실제로 돌아올 길이 필요하다는 점을 자꾸 잊었다. 그는 다린의 봉투에서 '우편 요금' 칸을 살폈다. 금화나 공로가 아니라 여울 마을의 주소가 적혀 있었다. 토비는 그 칸을 오래 들여다봤다. “돈 대신 주소를 내면 되다니, 꽤 좋은 제도네요.” “주소는 우편 요금이 아닙니다.” 피엘이 정정했다. “그럼 더 좋네요.” 일행은 승강기를 찾아 나섰다. 제1문의 북쪽 회랑에는 발신 자격 심사를 받으러 온 천사들이 긴 줄을 섰다. 새로 태어난 마을의 축복을 신청한 자도 있었고, 이미 지나간 재난의 공로를 뒤늦게 자기 것으로 인정받으려는 자도 있었다. 복도 끝에는 화려한 현판이 걸려 있었다. ‘모든 신탁은 올바른 서명으로 시작한다.’ 그 아래 작은 안내문은 사람이 잘 읽지 않는 높이에 있었다. ‘잘못된 서명도 보관한다.’ 토비는 이 안내문을 보자 안심했다. “잘못한 걸 보관하니까 고치기도 하겠죠?” 벤은 코웃음을 쳤다. “관청에서 보관한다는 건 때로 다시 꺼내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해.” 열쇠가 안내문 앞에서 따뜻해졌다. 벽돌이 밀려나며 승강기 문이 드러났다. 안쪽에는 정원에서나 볼 법한 낮은 나무 의자 세 개가 놓여 있었다. 의자 등받이에는 각각 ‘발신인’, ‘수신인’, ‘전달인’이 쓰여 있었다. 피엘이 전달인 자리에 앉자 벽에서 경고가 떴다. [전달인 등록명: 피엘.] [동일 등록명의 300년 전 원본 권한 반출 이력 존재.] [현 사용자와 과거 반출자의 동일성 미확인.] “미확인이라고 나왔네요.” 토비가 말했다. “이제 막 죄인이라고 부르진 않는군요.” 세아가 수신인 의자에 앉았다. 그녀가 자기 어머니의 축복 신탁을 조사해 온 이유를 짧게 말하자 의자가 조금 낮아졌다. 그러나 신탁을 보내지 않은 토비가 발신인 자리에 앉으려 하자 의자는 들썩이며 그를 밀어냈다. “제가 보낸 건 씨앗 편지뿐인데요!” 피엘은 열쇠를 다시 살폈다. 발신인이라는 글자 밑에 더 오래된 말이 긁혀 있었다. ‘말을 먼저 건 사람.’ 토비는 여울 마을 사람들의 답장을 먼저 찾아가겠다고 자청한 사람이었다. 그가 다린의 편지를 들어 보이자 의자가 멈췄다. 승강기는 땅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벽면에 수많은 검은 손자국이 스쳤다. 손가락이 여섯 개인 흔적, 어린아이만 한 작은 흔적, 손이 없는 사람의 발자국도 있었다. 그것들은 모두 서명의 모양이었다. “이렇게 많으면 누가 진짜로 쓴 건지 알 수 있나요?” 세아가 물었다. 피엘은 대답하기 전에 손자국 하나를 가까이 살폈다. 잉크 위에는 작은 글씨가 있었다. ‘서명한 사람의 손을 확인하지 못함.’ “그걸 확인하러 온 겁니다.” 승강기 안에는 오래된 안내 그림도 있었다. 가장 첫 그림에서 사람들은 서로 마주 보고 편지를 건넸다. 다음 그림에서는 발신인이 높은 탑에 올라가고 수신인은 탑 아래에서 봉투를 기다렸다. 마지막 그림에는 발신인만 남아 있었다. 피엘은 마지막 그림의 모서리를 젖혔다. 그 아래에는 처음 그림과 같은 사람들이 다시 마주 보고 있었다. “누군가 위에 종이를 덧붙였군요.” 세아가 말했다. “어째서요?” 토비가 물었다. “서로 대답해야 하던 절차를 위에서 아래로 내리는 명령처럼 바꾸고 싶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그림 한 장만으로 누가 왜 바꿨는지는 알 수 없어요.” 토비는 벽화의 사람들을 세었다. 첫 그림에는 다섯 사람이 있었는데 마지막에는 한 사람이었다. 한 사람이 할 일을 다섯 사람이 함께 했던 것이 이상한 게 아니라, 다섯 사람의 목소리가 한 사람 밑으로 사라진 과정이 이상했다. “저라면 다섯 명 다 남겨 둘 텐데요.” 토비가 말했다. 벤은 승강기가 덜컹거릴 때마다 의자의 팔걸이를 움켜쥐었다. “좋은 생각이다. 다만 다음에는 아래로 내려갈 때도 안전띠를 다섯 개 달아 주면 좋겠군.” 승강기가 멈췄다. 문이 열리자 땅 아래에 거대한 온실이 펼쳐졌다. 나뭇가지마다 종이가 열매처럼 매달려 있었고, 잉크가 강물처럼 작은 수로를 따라 흘렀다. 그곳의 공기는 오래된 책과 젖은 흙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온실 중앙의 사다리 위에서 노인이 외쳤다. “저 나무 건드리지 마세요! 서명은 익으면 저절로 떨어집니다!” 그러더니 일행을 보고 말을 멈췄다. 노인의 손에는 300년 된 목록표가 들려 있었다. 표지에는 ‘피엘, 원본 발신 권한 인수’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목록표와 피엘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세상에. 반납하러 온 줄 알았더니… 이제야 물건을 받으러 온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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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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