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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117화
PAYLUA ORIGINAL · 제117화

117화. 서명 없는 등록실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3,575자

오프라인 책장
첫 번째 발신인 등록실은 하늘에도 땅에도 없었다. 피엘이 안내도를 펼치자 길은 제1문 북쪽에서 시작해 제8문 아래를 지나 남쪽으로 휘어졌다. 지도가 끝나는 곳에는 새하얀 공백만 남아 있었다. 서온은 그것을 별도의 공간이 아니라 등록부에서 삭제된 통로라고 설명했다. 구조물은 남아 있지만 누구도 정상적인 출입구로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찾아가는 방법은요?” 토비가 물었다. 벤이 리오의 가방을 가리켰다. “주소가 지워졌을 때 배달부가 하는 일은 간단하지.” “돌아갑니까?” “아니. 받은 사람에게 직접 묻지.” 서온은 원본 출입 기록에서 이상한 패턴을 찾았다. 제1문과 제8문 사이에서 매번 같은 시간이 비어 있었던 것이다. 물리적으로는 사라진 거리였고 장부상으로는 배달 사고가 없었던 구간이었다. [사고가 없었던 게 아닐 수도 있어. 이 구간에는 배달 시작과 완료 시각이 똑같이 적혀 있어. 거리를 걸어서 지나갔는데 걸린 시간이 영이야.] 서온이 보냈다. “너도 그걸 이상하다고 생각하는군.” 피엘이 말했다. [네가 예전에 받은 징계 기록 중에도 같은 방식이 있었어. 원인을 조사할 시간이 있었는데, 처음부터 처리 완료로 적힌 거지.] 피엘은 예전 자신이 행한 실수들이 떠올랐다. 주소를 잘못 읽은 적도, 계단에서 미끄러져 편지를 흩뜨린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 가운데 자신이 받은 적도 없는 징계가 얼마나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확실한 일부터 보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 사람이 누군지 아직 모르지만, 이 구간을 지나간 흔적은 있겠죠.” 그들은 다린에게 길의 흔적을 물었다. 다린은 자신이 가본 적이 없는 곳이니 안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대신 모라의 식탁 밑에 새겨진 옛 방향표를 보여 주었다. 식탁의 짧은 다리에는 네모난 별 네 개가 찍혀 있었다. 그것은 지도상의 북쪽이 아니라 강물이 낮아지는 쪽을 가리켰다. 그 길을 건너기 전에 일행은 제1문 뒤편의 작은 시장에 들렀다. 낮에는 배달부들이 소포 끈을 사고, 밤에는 장부를 수선하는 장인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가게마다 오래된 우편함이 걸려 있었지만 그중 절반은 입구가 막혀 있었다. 피엘은 은퇴한 우편 장인에게 리오의 가방 사진을 보여 주었다. 장인은 오른손 엄지손가락에 잉크가 깊이 배어 있었다. 그는 사진을 확대해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칸짜리 가방이군. 처음에는 누구도 누구를 대신하지 못하게 만든 물건이야.” “왜 이런 가방이 없어졌습니까?” “배달이 너무 느리다는 이유였지. 편지의 답을 받아서 보내려면 같은 길을 두 번 걸어야 하거든. 그런데 한 번만 걸으면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모두 좋아했어.” 토비가 말했다. “답장이 없으면 배달이 끝난 게 아니잖아요.” “그러게. 당시엔 아무도 그 얘길 듣지 않았지.” 장인은 진열대에서 막힌 우편함을 내렸다. 우편함 뚜껑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두 번째 구멍이 있었다. 반송 편지를 넣는 곳이었다. 훗날 서류가 쌓이는 일이 귀찮다며 용접해 막아 버렸다고 했다. 피엘은 구멍을 손가락으로 만져 보았다. 흔적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 누군가 원래 용도를 기억해낼 수 있었다. “지금 다시 열 수 있을까요?” 장인은 작게 웃었다. “용접한 쇠는 녹일 수 있지. 하지만 보내고 싶은 사람이 없으면 아무 소용없어.” 피엘은 시장을 떠나며 우편함을 하나 빌렸다. 등록실에서 반송 길이 막혀 있으면 원본을 그대로 지키면서도 연락을 되돌릴 대안이 필요할지 몰랐다. 그는 빈 우편함을 가방에 묶었고, 토비가 그 무게 때문에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엔 제가 짐을 배달하는군요.” “직무 체험입니다.” 피엘이 말하자 벤이 웃음을 터뜨렸다. 도착한 곳은 제1문 외벽 아래의 오래된 계단이었다. 계단은 아래로 내려갈수록 공기가 따뜻해졌다. 벽에는 우표도 없는 편지가 손바닥 모양으로 찍혀 있었고, 그 사이사이로 이름을 잃은 배달부들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천사도 악마도 아닌 사람들의 발자국이었다. 입구에는 구리색 거울이 걸려 있었다. 피엘이 다가서자 거울은 그의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대신 가슴에 달린 업무 표지를 확대했다. [직무명 피엘 확인.] [원본 배달부와 동일한 직무 계열.] [과거 대리 책임 승계 절차 개시.] “또 떠넘기기 시작하네.” 벤이 혀를 찼다. 피엘은 거울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 “같은 이름을 쓴다는 이유만으로 과거의 책임을 모두 승계할 수 없습니다.” [거절 시 원본 확인 불가.] 토비가 거울 앞에 섰다. “그럼 제 이름으로 들어가면 됩니까?” [농부 토비. 용사 신탁 오배송 보유.] [원본 확인 자격 없음.] “농부라고 굳이 적을 필요는 없잖아요.” 세아는 거울의 아래쪽을 살폈다. 화려한 문구 아래 낡은 종이가 붙어 있었다. ‘증거를 확인하는 사람과 책임지는 사람은 같을 필요가 없다.’ 이전의 작은 우체국 규칙과 같았다. “이 거울은 새로운 장치가 오래된 규칙 위에 붙어 있는 거예요.” 그녀가 말했다. “기록 확인은 가능하게 되어 있었을 거예요. 책임 승계 동의를 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는 문구는 나중에 생긴 거죠.” 오스벨이 구리판 둘레의 이음새를 찾았다. 과거 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작은 틈이 중앙 도장 아래 숨겨져 있었다. 피엘은 하린에게 독립 열람 허가를 요청하고, 현장 사유와 보전 범위를 명시했다. 서온은 승인권자인 척 위장하지 않고 판단에 필요한 자료를 따로 보냈다. 허가가 도착하자 거울이 두 갈래로 열렸다. 한쪽은 책임 승계의 문이었고 다른 한쪽은 제한된 증거 열람 통로였다. “원래 길이 있었네요.” 토비가 말했다. “있는데 보이지 않게 만든 겁니다.” 피엘이 답했다. 등록실 중앙에는 거대한 서명대가 있었다. 책상 위에는 색이 서로 다른 도장들이 줄지어 놓였고, 그 뒤로 누군가의 손이 움직이는 듯한 그림자가 일렁였다. 실제 사람은 없었다. 자동 집필 장치가 깃펜을 쥐고 종이 위를 계속 오가고 있었다. 책상 위 첫 문서는 모라의 구조 요청을 요약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내용을 읽자 피엘의 눈빛이 바뀌었다. [원문: 구조 요청 접수.] [변환문: 주민 전원에 대한 보호 명령.] [원문 이견: 별도 저장.] [변환 승인: 0000.] 그 아래에는 ‘대리 책임자 피엘’이라는 글씨가 수백 번 반복돼 있었다. 실제 사람의 서명 필압이 없었다. 같은 기계가 똑같은 획으로 복사한 흔적이었다. “리오는 어디 있죠?” 피엘이 물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천장에 매달린 작은 종들이 차례로 울렸다. 소리는 오래된 우편함에서 들었던 두드림과 똑같았다. 똑. 똑똑. 똑. 책상 옆 서랍 하나가 열렸다. 안에는 여울 마을 모라에게 보내는 답장 원본이 있었다. 세아가 봉투에 적힌 날짜를 확인했다. 모라의 첫 편지와 똑같은 날에 접수됐지만 하루 뒤 발송 처리된 기록이었다. “이게 첫 신탁이라는 건가요?” “발송 처리 기록은 그렇게 말하네요. 하지만 이게 실제 원문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 순간 방 안의 모든 깃펜이 멈췄다. [미등록 원본 발견.] [정정 요청은 시스템 훼손으로 간주.] [열람자 전원 임시 발신인 지정.] 토비의 이마 위로 금빛 글씨가 떠올랐다. [발신인: 농부 토비.] [보호 명령 일괄 발송 준비.] “잠깐요!” 토비가 소리쳤다. “저는 우표도 안 붙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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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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