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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114화
PAYLUA ORIGINAL · 제114화

114화. 내릴 수 없는 구조선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3,938자

오프라인 책장
은빛 배는 물살을 거슬러 올라오면서도 한 방울의 물도 튀기지 않았다. 배 밑바닥에 붙은 넓은 빛의 날개가 강물을 밀어내고 있었다. 갑판에는 긴 의자들이 바둑판처럼 놓였고 의자마다 허리띠와 봉인용 고리가 달려 있었다. 토비는 멀리서 그 모습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구조선이라면서 왜 자물쇠가 저렇게 많아요?” “움직이는 동안 넘어지지 않게 하려는 장치일 수도 있습니다.” 피엘은 단정하지 않았다. “현장 담당자에게 먼저 물어보죠.” 배가 강가에 닿자 갑판에서 새하얀 제복을 입은 천사가 내려왔다. 제복 가슴에는 ‘긴급 대피 총괄’이라는 금속판이 달려 있었다. 그의 이름은 자운이었다. 단정한 머리카락과 반듯한 날개를 가진 그는 피엘에게 정중히 인사했다. “제7문 자동 재난 대응 지시에 따라 출동했습니다. 홍수 위험 지역 주민을 전원 이동시키겠습니다.” 피엘이 물었다. “상류 수위와 실제 강우 자료를 보여 주시겠습니까?” 자운은 망설이지 않고 기록판을 내밀었다. 자료에는 상류 수문이 열린다는 계획만 있었다. 자연 강우에 관한 기록은 비어 있었다. 이 계획을 실행하면 홍수 위험이 발생한다는 뜻이었다. “이 조치를 위한 위험이 조치의 근거로 들어 있군요.” 세아가 말했다. “표현을 달리하면 예방 훈련입니다.” 자운은 안색을 바꾸지 않았다. “주민은 규정상 대피 대상입니다.” 다린이 언덕 아래로 내려왔다. 뒤에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누군가는 보따리를 들었고 누군가는 신발도 신지 못했다. 누구도 지금 상황을 충분히 설명받지 못했다. “우리 중 병원에 가야 할 사람은 셋이에요.” 다린이 말했다. “그분들은 배를 탈 수 있어요. 나머지는 상류 수문을 닫으면 괜찮지 않습니까?” 자운이 고개를 저었다. “일부만 태울 수 없습니다. 정원이 사전에 확정돼 있어요.” “그럼 정원을 다시 계산하십시오.” 피엘이 말했다. “그 기능은 없습니다.” 토비가 말을 받았다. “배에 내리는 계단이 없는 것도 기능입니까?” 자운은 잠시 침묵했다. 그제야 그는 자기 배를 돌아보았다. 마을에서 도착지로 가는 계단은 갑판 아래 접혀 있었다. 하지만 도착지에서 주민을 다시 데려올 경로는 잠겨 있었다. “저는 안전을 위해 출동했습니다.” 자운이 낮게 말했다. “그렇다면 안전하게 다녀올 길도 필요하겠지요.” 피엘이 대답했다. 자운은 탑승자 명단을 꺼냈다. 명단에는 살아 있는 주민의 나이와 이름 외에도 집마다 붙어 있는 번호가 적혀 있었다. 번호 옆에는 검은 점이 찍힌 항목이 많았다. ‘귀환 가능 여부’였다. 그런데 모든 칸에는 동일하게 ‘불가’가 표시돼 있었다. “돌아오는 노선이 없습니다.” 자운이 말했다. “안전한 곳으로 이동한 사람은 돌아올 이유가 없다고 배웠습니다.” 다린이 고개를 저었다. “우리 집은 홍수 때문에 무너질 수 있어요. 하지만 무너지지 않는다면 다시 돌아와야죠. 집에서 살겠다고 하거나, 이곳을 떠나겠다고 하는 건 우리가 결정할 일입니다.” “돌아오면 다시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죠. 그럼 다시 정보를 듣고 선택해야겠죠.” 자운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는 지금껏 구조를 완료한 숫자가 올라갈 때마다 안도했다고 고백했다. 이동시킨 사람 가운데 누가 돌아가고 싶어 했는지는 기록에 없었다. 그를 꾸짖을 사람도 없었고, 물어보라고 가르친 사람도 없었다. “저는 생명을 구하고 싶어서 지원했습니다.” “그 마음이 없어지는 게 아닙니다.” 세아가 말했다. “그래서 더 정확히 도와주자는 거예요.” 토비가 구조선 옆을 따라 걸었다. 배 옆면에는 두껍게 덧칠한 페인트 아래 작은 그림이 있었다. 사람이 배에 오르는 그림과 누군가 다시 집 문을 여는 그림이었다. 두 그림 사이에 있어야 할 돌아오는 길은 긁힌 자국으로 지워져 있었다. 토비는 손바닥으로 그 부분을 문질렀다. “이 배에도 처음엔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있었나 봐요.” 자운은 그 자국을 보고 시선을 떨궜다. 한 번도 배의 바깥쪽을 이렇게 오래 들여다본 적이 없었다. 강물 위로 경고 종소리가 울렸다. 수문 개방까지 스무 분. 제7문 자동 장치는 동의를 기다리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가느다란 빛줄기가 마을 사람들의 어깨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몸을 배 쪽으로 당기는 구속선이었다. 토비가 성검으로 구속선을 쳤다. 빛이 튕겨 나오며 가까운 나무기둥을 갈랐다. 다린이 비명을 질렀다. 단순히 모든 선을 끊으면 사람들이 다칠 수 있었다. “한꺼번에 자르지 마!” 벤이 외쳤다. “사람마다 연결 강도가 달라!” 피엘은 자운에게 짧게 말했다. “긴급 환자를 위한 이동은 유지하겠습니다. 나머지 주민에게 연결된 강제 이동 명령은 중지해야 합니다.” “제 권한으로는 일부 해제가 불가능합니다.” “권한이 없는 것과 옳지 않은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조종실로 안내하십시오.” 배의 내부 복도는 누군가를 편안하게 이동시키기 위한 공간이 아니었다. 양쪽 벽에 손잡이가 많았지만 높이가 모두 같았다. 어린아이와 키 작은 어른은 잡기 어려운 위치였다. 폭이 좁은 문은 들것이 통과할 수 없었다. 세아가 복도 끝의 좁은 턱을 가리켰다. “환자를 태우겠다는 배에 들것이 못 들어가요.” 자운은 당황했다. “수송 대상은 자동으로 분류돼요. 들것이 필요한 사람은 다른 설비가 오는 줄 알았습니다.” “그 다른 설비가 어디 있죠?” 자운은 장부를 찾아보았지만 부속 장비 신청 칸은 비어 있었다. 긴급 대피를 성공으로 기록하면서 실제로 어떤 사람을 어떻게 옮겼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던 것이다. 토비는 사람 둘이 걸을 만큼 넓은 갑판 통로를 살폈다. 의자를 조금 옮기면 들것도 들어갈 수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자운에게 물었다. “제가 여기 의자 몇 개를 들어도 됩니까? 부품이 망가지면 안 되니까 허락부터 받고 싶어서요.” 자운은 잠시 놀랐다가 허락했다. 토비와 벤이 의자를 접어 벽에 묶자 통로가 넓어졌다. 세아는 혹시 배를 타게 될 환자에게 필요한 물건을 확인했다. 피엘은 그 모습을 보았다. 거대한 제도를 바꾸기 전에도 사람이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일이 있었다. 그들은 좁은 사다리를 타고 배에 올랐다. 조종실의 중앙에는 거대한 도장이 놓여 있었다. 도장을 한 번 찍으면 탑승자가 ‘구조 완료’로 기록되고, 행정상 원래 주소는 폐기되는 구조였다. 토비는 기가 막혀 웃었다. “아직 타지도 않았는데 끝났다고요?” “이 시스템은 빨리 끝난 일을 좋아합니다.” 벤이 말했다. “끝나지 않은 사람보다 숫자가 말 잘 듣거든.” 세아는 별도 진료 명부를 작성했고 다린은 환자 세 사람에게 직접 배를 탈지 물었다. 두 사람은 동의했고, 한 사람은 집에 머물며 의사의 왕진을 받겠다고 했다. 자운은 그 결과를 듣고 오래된 운항 규정과 모순된다며 식은땀을 흘렸다. 그때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존 신탁 우선 적용.] [거절 응답은 300년 전 확인 완료.] “어떤 거절을 확인했다는 겁니까?” 피엘이 외쳤다. 답 대신 벽에서 모라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우리를 도와주세요.’ 거기서 음성이 잘렸다. ‘모두를 데려가라는 뜻이 아닙니다’라는 다음 문장은 삭제돼 있었다. 토비는 주먹을 쥐었다. “앞부분만 잘라서 들려준 거잖아요!” 피엘은 음성을 정지시키지 않고 원본과 현재의 차이를 기록했다. 서온에게 즉시 전송하자, 멀리서 서온의 음성이 돌아왔다. [편집 지점을 찾았어. 뒤 문장을 지운 건 자운이 아니야. 지금 출동한 배보다 훨씬 오래된 명령이야.] 자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럼 저는…” “잘못된 지시를 받은 겁니다. 그렇다고 지금 당신이 할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피엘은 수문 제어선을 가리켰다. “살아 있는 사람부터 보호하십시오.” 자운은 마침내 제복의 명찰을 떼어 조종대에 놓았다. “기록에 남겨 주세요. 제가 독자적으로 상류 수문 폐쇄를 요청합니다.” 그러나 배의 통신판에는 답이 없었다. [제0경로 원본 명령 우선.] [수문 개방까지 5분.] 강물 너머 산자락이 붉게 물들었다. 피엘은 모라가 남긴 씨앗을 꺼냈다. 그 작은 풀씨가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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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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