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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109화
PAYLUA ORIGINAL · 제109화

109화. 빚을 지우지 마세요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4,012자

오프라인 책장
미래 담보 확정까지 쉰두 분. 그 숫자가 저울 꼭대기에서 하나씩 줄어드는 동안 제7문의 거리에는 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였다. 꽃집 주인, 진료소 의사, 수문 관리인, 쉬지 못한 회계사, 아직 견습인 서기관. 그들은 누구의 미래가 얼마짜리인지 따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 이 도시가 쓰고 있는 자원을 누가 실제로 제공했는지 확인하려고 모였다. 미엘이 수기 장부를 펼쳤다. “먼저 실제로 지출된 것부터 쓰자. 제6문의 신원 기록 복원을 돕기 위해 종이와 잉크를 제공한 곳. 제7문의 수문 수리에 사용한 목재와 금속. 진료소의 연료. 이건 비용이야. 없는 척하면 안 돼.” “그럼 전부 빚이 되나요?” 베리가 물었다. “아니.” 미엘은 웃었다. “돈을 썼다는 사실과 누가 갚아야 하는지는 다른 질문이거든.” 토비는 바로 자기 가방을 뒤졌다. 고향에서 가져온 동전 몇 개가 있었다. “제가 낼 수 있는 건 이 정도예요. 수문을 고칠 때 쓴 목재값이라도…” “마음은 고맙다.” 라모가 말했다. “하지만 그 목재는 우리 마을 공공 창고에서 꺼냈어. 주민들이 예전에 함께 모아 둔 거지.” 나엘도 손을 들었다. “진료소의 연료도 후원받은 물량이 있어요. 그런데 정산국 장부에는 전부 미래 편익으로 적혀 있더군요.” 핀티는 처음에는 말을 보태지 못했다. 자신이 수금한 것들을 하나하나 확인할 때마다 그 가운데 일부는 이미 지불되었거나 무상으로 제공된 물건이었다. 그러자 미엘이 그에게 빈 종이를 내밀었다. “잘못 기록한 걸 찾아내는 일도 회계사의 일이야.” “전 회계사가 아닌데요.” “그럼 배우면 되겠지.” 핀티는 모자에서 마지막 저울 장식을 떼어 책상 위에 놓았다. 그것을 종이 누름쇠로 썼다. 벤이 그 모습을 보고 말했다. “수금관에서 장부 누름쇠로 전직한 건가?” “아닙니다.” 핀티가 대답했다. “오늘은 누르는 대신 받쳐 두려고 합니다.” 벤은 뜻밖에 대답하지 못했다. 공개 원가 검토가 시작되자 뜻밖의 반대도 나왔다. 다리를 보수했던 석공은 자신이 받은 임금이 표에서 빠졌다고 항의했다. 무상으로 돕는 일이 많았다고 해서, 돈을 받고 밤새 일한 노동자의 품삯까지 없던 일로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미엘은 장부를 다시 살폈다. 실제로 석공의 임금은 '미래 자산 유발 비용'으로 잘못 분류되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지급되지 않은 임금이 미래 채권에 섞여 있었다. “우리도 내일을 저당 잡히고 싶진 않소.” 석공이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오늘 일한 대가를 못 받아도 된다는 말은 아니지.” 나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료소에서 쓰는 붕대도 누군가는 만들었어요. 진짜 비용을 제대로 확인해야겠네요.” 벤은 현행 계약과 자발적인 기부의 구별을 설명했다. 누군가 좋은 뜻으로 자기 시간을 보태는 것과, 약속된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피엘은 주민들이 누구의 이름으로 무엇을 제출할지 직접 정하도록 했다. 공개 표에는 총량을 표시하되 개별 개인정보는 필요할 때만 담당 심사관에게 제공했다. 토비는 본인이 기부할 수 있는 동전의 수를 다시 세었다. 석공의 임금을 전부 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작은 돈도 실제 어느 비용에 쓰일지 명시한다면 의미가 있었다. 그는 '미래에 갚는다'는 말 대신 '오늘 내가 줄 수 있는 만큼'이라고 적었다. 이 회의를 끝내기까지 예상보다 시간이 걸렸다. 서로 비용을 떠넘길까 봐 다투기도 했고, 자료가 부족해 결론을 내리지 못한 항목도 있었다. 피엘은 답답했지만 그 지연을 핑계로 누군가의 후손에게 계산서를 넘길 생각은 없었다. 한편 피엘과 세아, 오스벨은 중앙 제어실 아래에 설치된 반송함을 조사했다. 반송함은 제8문의 숨겨진 통로처럼 한때 수신인이 거절한 신탁을 되돌려보내던 기술의 흔적이었다. 다만 정산국에서는 거절의 뜻을 원 발신국으로 보내지 않고 '보류 비용'으로 변환해 계산서에 더하도록 개조되어 있었다. “반송함이 아니라 벌금함이군요.” 세아가 말했다. “이렇게 바꾸면 반대하는 사람일수록 더 많은 빚을 지겠네요.” 오스벨이 답했다. 피엘은 상부 덮개를 열어 안쪽의 문자판을 살폈다. 반송 버튼 밑에는 얇은 쇠막대가 끼워져 있었다. 저울의 승인 장치는 누군가 반송을 요청할 때마다 쇠막대를 눌러 반송 신호를 봉쇄하고, 대신 '채무 승계 확인'을 반환했다. “이 장치를 멈춰야 합니다.” 피엘이 말했다. “그 전에 원본 신호를 보전해야겠죠.” 세아가 말했다. “맞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피엘은 옛날 같았으면 위험한 장치를 먼저 부수고 나중에 보고서를 썼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피해자가 어떤 말을 했는지 또 지워졌을지도 모른다. 오스벨이 별도 필사 장치를 설치했고, 미엘은 상부로부터 내려온 자동 정산 명령의 원본을 봉인했다. 루코는 직원들을 모아 수신 거절 요청이 실제로 어떤 기호로 처리되는지 현장에서 보여 줬다. 아무도 그 기호에 동의한다고 서명하지 않았다. 직원들이 한 일은 기계의 현재 동작을 목격했다는 사실만 남기는 것이었다. 그때 벽에 붉은 경고가 켜졌다. [장부 오차 발견.] [자동 수정 실행.] [대상: 미래 채무 원본 전부.] 미엘이 뛰어왔다. “안 돼! 원본을 지워서 빚을 0으로 만든 다음, 새로운 청구서를 다시 발급하려는 거야. 그러면 누가 피해를 입었는지 증명할 수 없게 돼!” 토비는 놀라 외쳤다. “빚이 0이 되는 게 좋은 거 아니에요?” “부당한 빚은 멈춰야 하지. 그런데 내일의 휴식이 이미 사라졌는데도 빚 기록만 지우면, 누가 무엇을 돌려줘야 할지 알 수 없어.” 피엘은 저울의 자동 정산선과 현재 구조망을 다시 대조했다. 채권 재발급 장치는 독립적으로 분리할 수 있었지만, 원본 보관 장치에 연결된 백색 회로가 의도적으로 덧붙어 있었다. 무턱대고 끊으면 원본까지 사라질 수 있었다. “선 하나를 더 우회해야 합니다.” 오스벨이 말했다. “시간이…” 멀리서 또 한 차례 종이 울렸다. 시장의 시계들이 시간을 앞당겨 표시하자 사람들이 놀라 뛰기 시작했다. 세아는 종소리와 실제 남은 시간이 다르다는 사실을 안내판에 써 붙였다. 정산 장치가 사람을 서두르게 만들수록 확인되지 않은 서명은 더 빨리 쌓일 것이었다. 한 노인이 창구 앞에서 소리쳤다. “그냥 내 이름으로 내일을 바치겠소! 아이들만 괜찮으면 돼!” 나엘이 그의 앞에 섰다. “감사하지만, 무엇을 바치는 건지 먼저 들으셔야 해요. 오늘을 지키는 데 당신의 내일 전부가 필요한 건 아니에요.” 노인은 펜을 내려놓았다. 그는 대신 임시 대피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물었다. 급하다는 이유로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걸 처음으로 이해한 눈치였다. “삼십일 분.” 루코가 외쳤다. 이시아는 자신의 이름으로 새로운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대신 옛 3일 조항과 봉인된 원본을 공개 증거로 제출했다. 하린은 독립망을 통해 임시 증거 보전 결정을 내렸고, 중앙 창구의 직원들은 기록 장치를 물리적으로 잠그는 작업에 참여했다. 핀티는 수금이 아니라 봉인 보전 업무를 담당했다. 벤은 위조된 자신의 서명과 진짜 원본을 나란히 올려놓았다. “이 둘이 다르다는 게 기록으로 남았으면 좋겠군.” “다른 것만이 아니라, 누가 무엇을 언제 썼는지도요.” 피엘이 대답했다. 토비는 저울 밑 기둥에 검을 꽂아 방호벽이 닫히지 못하게 버텼다. 강철이 갈리는 소리와 함께 어깨가 떨렸다. 검이 아무리 성스러워도 무게까지 없애 주지는 않았다. “빨리요! 여기 용사 직종 산재 보험 없죠?” 벤이 소리쳤다. “지금 가입하면 미래의 네 손자한테 청구될 거다!” “그럼 안 들어요!” 마지막 우회선이 연결되자 금고 벽에서 푸른 빛이 흘러나왔다. 원본 보존이 완료되었다는 표지였다. 그런데 그 순간 저울 중앙의 시계가 멈추지 않고 더 빠르게 움직였다. [원본 삭제 실패.] [대체 집행 경로 가동.] [예정 채무자 전원에게 즉시 최초 납부 요청.] “아직 안 태어난 사람에게 어떻게 즉시 요청하죠?” 루코가 물었다. 미엘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 요청을 받으면, 그 사람 대신 누군가가 자동으로 대답할 거야.” 피엘은 제어판에 떠오른 네 개의 흰 원을 바라보았다. 0000이 대답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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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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