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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108화
PAYLUA ORIGINAL · 제108화

108화. 여신이 허락한 시간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4,030자

오프라인 책장
저울 아래의 거리는 기묘하게 고요했다. 수십만 개의 작은 신발이 흔들리는 데도 소리는 거의 나지 않았다. 다만 저울 중앙에서 길고 가느다란 광선이 내려와 집과 길에 줄을 긋고 있었다. 광선이 지나간 곳에서는 사람들이 아직 쓰지 않은 물건이 희미해졌다. 내년에 쓸 예정이었던 식탁, 아이가 자라면 입힐 외투, 언젠가 심겠다고 남겨 둔 씨앗 통. 토비는 자신의 가방을 열었다. 농장으로 돌아가면 아버지에게 줄 생각으로 간직한 오래된 조각칼이 반쯤 투명해져 있었다. “이건 제가 산 것도 아니에요. 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건데.” 벤이 칼자루를 만졌다. “앞으로 네가 그걸 쓸 가능성을 계산해서 담보로 묶은 거야. 지금 물건은 있는데 내일 그걸 쓸 권리를 훔치고 있지.” 피엘은 곧장 하린에게 연락했다. 화면에는 '원본 발신인 부재'라는 경고가 반복됐다. 정산국 본부가 외부 법정과의 통신을 지연시키고 있었다. 서온의 독립망도 처음에는 연결되지 않았다. “우리가 직접 현장 확인을 해야겠군요.” 피엘이 말했다. “몇 명의 확인으로 수십만 명을 대신할 수는 없지요.” 미엘이 답했다. “그래서 일괄 집행 중지부터 요청하려는 겁니다. 개별 판단은 그다음이어야 합니다.” 루코는 주판을 접어 가슴에 안았다. “긴급 중지는 저울 중앙 제어실에서만 할 수 있어요. 거기까지 가는 길은 채무 없는 사람만 통과할 수 있고요.” 핀티가 고개를 들었다. “채무 없는 사람이라면…” 그는 제복 안주머니에서 자기 장부를 꺼냈다. 수금관이 된 뒤로 누구보다 많은 '미래 실적'을 보유했고, 그만큼 미리 계산된 부담도 쌓여 있었다. 채무가 없지 않았다. “전 못 갑니다.” 벤이 미간을 좁혔다. “악마는 천계의 채무자가 아니니 통과할지도.” “당신의 검토 서명이 담보에 들어가 있습니다.” 피엘이 말했다. “원본과 다르더라도 우선 이의 신청 중인 상태라면 통행 장치가 막을 수 있습니다.” 토비가 성검을 들어 보였다. “저는요? 농장에서 빌린 돈은 다 갚았는데.” 루코가 장부를 조회했다. 그 순간 주판에 빨간 빛이 들어왔다. [토비: 구원 신탁 수신 관련 예상 보상 채권 보유.] [대리 수신 시 비용 자동 발생.] “아니, 그건 잘못 배달된 거라니까요!” 피엘이 서류를 확인했다. 토비는 오배송 피해자였지 자발적으로 구원 신탁의 혜택을 구매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정산국에는 용사로 추정된 날부터 이미 장래 보상이 발생한 것으로 적혀 있었다. 그때 천장에 푸른 빛이 켜졌다. “더는 아이들의 이름을 이 빚에 사용하지 마십시오.” 낯익은 목소리였다. 이시아 여신이 정산국의 공개 광장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흰 옷자락은 평소처럼 반짝이지 않았다. 멀리서 달려온 여행자처럼 먼지가 묻어 있었다. 토비가 낮게 속삭였다. “저분은 왜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오시는 거죠?” “늦게 오는 게 특기인가 보지.” 벤이 답했다. 이시아는 들은 듯 벤을 바라봤다. “어떤 말을 하든, 오늘은 제가 설명할 일이 있습니다.” 제7문의 직원들이 머리를 숙였다. 핀티는 한 발 물러났다. 정산국 설립 초기 서명 가운데 이시아의 이름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신은 저울의 빛 앞에서 손바닥을 펼쳤다. 오래된 계약 문장 하나가 떠올랐다. [생명 구조에 한하여 긴급 구제 자원 임시 사용.] [임시 대리 승인 유효기간: 3일.] [기한 종료 시 원당사자 또는 독립 감사를 통한 재검토.] “이것이 제가 허락했던 범위입니다.” 이시아가 말했다. “그때 홍수 때문에 곡식을 기다릴 수 없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대리자를 찾는 동안 모두를 죽게 둘 수는 없었지요. 하지만 그 대리가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는 데 동의한 적은 없습니다.” 베리가 군중 속에서 물었다. “그러면 그때 사람들이 살아난 건 잘못된 일이었나요?” 이시아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아이의 눈높이까지 몸을 낮췄다. “아니야. 사람을 구한 건 잘못이 아니었어. 다만 그 일을 이유로 다른 사람이 평생 값을 치르게 만든 게 잘못됐지.” “그럼 여신님은 몰랐어요?” 이시아의 손이 조금 떨렸다. “처음에는 몰랐어. 나중에는 일부를 알았고, 그때도 이 제도를 완전히 조사하지 못했어. 그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 피엘은 그녀의 말을 별도 진술로 기록했다. 여신의 지위가 그 말을 자동으로 진실로 만들지는 않았다. 다만 원본 계약을 직접 본 사람의 증언이라는 점에서 중요했다. 군중 한편에서 늙은 정산국 직원이 손을 들었다. 그는 창설 당시의 사람은 아니었지만, 여신의 이름이 적힌 오래된 교본으로 일을 배웠다. “그렇다면 여신님, 왜 우리에게 그 조항을 잘 지키라고 가르치지 않으셨습니까? 우리 관리자들은 해마다 '여신의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시아는 그를 피하지 않았다. “내가 그 말이 잘못 쓰인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이 제도에 의지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셨습니까?” “몇 번 고치려 했습니다. 일부 위험한 발송은 멈췄지만,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했지요. 그 사이 다른 문들이 같은 규칙을 이어받았습니다.” 피엘은 그 답을 기록하면서 과거의 은폐에 해당할 수 있는 행위와, 그녀가 실제로 서명했던 최초 조항을 구분했다. 이시아의 고백이 용서를 강요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었다. 누군가는 그 말을 듣고 안도했고, 누군가는 더 화가 났다. 나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여신이 아닌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베리는 아직 손에 화분을 쥐고 있었다. “여신님은 정말 오래 사시죠?” 베리가 물었다. “너보다 훨씬 오래 살아왔단다.” “그럼 우리에게는 삼 일도 긴데, 여신님에게는 짧았겠네요.” 이시아가 눈을 내리깔았다. “그래. 내가 시간을 다르게 느꼈던 것도 잘못의 일부일 거야.” 세아는 그 말이 어떤 면에서는 가장 중요한 증언이라고 생각했다. 긴급하다는 이유로 만들었던 임시 규칙은, 그것을 관리하는 사람에게는 너무 짧은 일처럼 보였고, 그 규칙을 겪는 사람에게는 평생이 되어 버렸다. 이시아는 긴급 중지 명령을 직접 내리려 했지만, 제어실은 무심한 문장을 출력했다. [해당 권한은 현재 운영 규정에서 삭제됨.] [수정 일자: 298년 전.] [승인: 0000.] 한때 신탁 체계를 만들었던 여신의 권한마저 오래전에 다른 계정이 빼앗은 셈이었다. “대단하군.” 벤이 말했다. “시스템을 만든 분께서 시스템 손님이 되셨어.” 이시아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명령보다 증거를 내는 편이 낫겠습니다.” 그녀는 오래된 편지 한 통을 꺼냈다. 밀랍은 깨지지 않았고 봉투에는 '세 번째 날 자정까지 반송'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저는 이 편지를 제0경로의 원본 보관고로 보냈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없었지요.” 피엘이 봉투를 살폈다. 모서리에는 네 개의 흰 원이 찍혀 있었지만, 그 옆에 작은 검은 점 하나가 덧그려져 있었다. “이 표지는 무엇입니까?” “반송해야 할 편지가 실제로 반송되지 않았을 때 남기기로 한 표지입니다.” 미엘이 숨을 삼켰다. “그걸 본 적 있어요. 원본 발신국의 문양 옆에도 있었습니다.” 핀티는 여신의 말을 듣고 오래된 근무 수첩을 펼쳤다. 자기가 배운 규정에는 첫날의 구조와 장래의 청구가 한 줄로 이어져 있었다. 그 사이 누군가 삼 일이라는 경계선을 지웠다는 사실을 알자, 그는 떨리는 손으로 원본 조항을 필사했다. “여신님을 믿으면 이 규정을 바로 없앨 수 있습니까?” 루코가 물었다. “믿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이시아가 답했다. “너희가 원본을 대조하고 실제 피해를 확인해 줘야 해. 내가 했던 일도 그 과정에서 조사해야 하고.” 루코는 수첩 마지막 줄에 작은 글씨를 썼다. '권한이 클수록 증거가 필요하다.' 그 말이 규정에 들어갈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는 내일도 지우지 않기로 했다. 그 순간 베리의 화분에서 마지막 남은 새싹이 흔들렸다. 정산국 저울에서 붉은빛이 쏟아지며 새로운 집행 시각이 나타났다. [전체 미래 담보 확정까지 1시간.] [대리 응답 절차 종료 후 수정 불가.] 이시아는 편지를 피엘에게 건넸다. “제가 열지 못한 반송함을, 이번에는 함께 열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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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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