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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106화
PAYLUA ORIGINAL · 제106화

106화. 네 계절이 무너진 날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4,21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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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정산국의 네 계절이 한꺼번에 달아났다. 남쪽 정원에는 눈이 내렸고 북쪽 강에는 뜨거운 바람이 불었다. 시장에서는 사과가 익기도 전에 썩었고, 제7문 중앙 광장의 분수는 물 대신 마른 낙엽을 뿜었다. 토비는 새벽부터 세 번이나 옷을 갈아입었다. “농사만 지었으면 이 날씨는 정말 싫었겠어요.” “지금은 안 싫으세요?” 세아가 물었다. “지금도 싫죠. 그런데 여긴 농사짓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까 화를 낼 곳이 없어서요.” 피엘은 구름창고의 사고 보고서를 읽으며 걸었다. 미수 채권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임시 징수가 확대됐고, 그 과정에서 미래의 계절을 담보로 삼은 모든 작은 장치가 서로 다른 시각에 작동하기 시작했다. 제7문의 날씨는 이제 자연스러운 흐름을 잃었다. 오늘의 계절을 제각기 다른 내일에 묶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도시 외곽의 긴 저류지였다. 전날 폭우를 모아 둔 곳으로, 제방에는 오래된 나무와 잡초가 자라고 있었다. 물은 빠르게 차올랐다. 원래라면 저류지의 수문을 조금씩 열어 아래쪽 농경지로 흘려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수문에는 금빛 봉인이 걸려 있었다. [저수량: 미래 복구 비용 담보.] [개방 시 담보 가치 하락.] [자동 잠금 유지.] “물이 넘치면 농경지가 잠깁니다.” 오스벨이 지도를 펼쳤다. “그렇다고 한꺼번에 열면 아래 마을로 급류가 갑니다. 수문을 네 단계로 나눠 조절해야 해요.” 저류지 관리인 라모가 달려왔다. 다리에 진흙이 튀어 있었고, 외투에는 밤새 수문을 지키느라 묻은 이끼가 붙어 있었다. “어제 세 번째 수문이 잠겼습니다. 정산국에 열쇠를 달라고 했더니, 내일 발생할 농작물 피해가 아직 확정되지 않아 담보 해제는 안 된답니다!” 토비는 강둑 아래를 살폈다. 물살이 두꺼운 나무뿌리를 파고들고 있었다. 뿌리 하나가 뜯겨 나가면 제방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었다. “피엘 씨, 논에 심어 둔 씨앗이 물에 잠기면…” “압니다.” 피엘이 말했다. “그리고 마을에 있는 사람들의 안전도 확인해야 합니다.” 강 건너 과수원에서는 농부 셋이 물길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아래 마을로 물을 흘리면 과수원의 일부가 잠길 가능성이 있었다. 반대로 수문을 잠근 채 버티면 제방이 무너져 더 많은 집이 위험해질 수 있었다. “우리 과수원은 어떻게 되는 거죠?” 한 농부가 물었다. 토비는 쉽게 답하지 못했다. 고향에서 한 해 수확이 망치면 얼마나 오래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지 알았다. 농부는 괜찮다는 말보다 정확한 물높이를 알아야 했다. 라모는 지도 위에 예상 침수 구역을 표시했다. 지도가 확실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전날 폭우로 지형이 바뀌어 일부 수치에는 오차가 있을 수 있었다. 농부들은 지도를 살피고 각자 밭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옮기기로 했다. “전 세 번째 수문을 열 때까지만 기다릴게요.” 가장 나이 많은 농부가 말했다. “그동안 묘목을 높은 곳으로 옮길 수 있으니까.” “기다린다는 게 모두 동의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피엘이 말했다. “급박하면 추가로 안내하겠습니다.” 다른 농부는 본인 밭의 경계석이 무너졌다는 사실을 알려 줬다. 오스벨이 그 정보를 듣고 지도를 고쳤다. 위에서 내려온 수치만 가지고 있었다면 물길 하나를 잘못 열 뻔했다. 세아는 그들이 하는 일을 보며 속으로 웃었다. 그토록 거대한 정산국이 '미래'를 완벽히 안다고 떠들었지만, 지금 당장 어떤 밭에 물이 고일지는 현장에 사는 사람이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먼저 아래쪽 마을에 연락했다. 마을의 주민 대표들은 물이 빠지는 경로와 시간을 듣고 대피가 필요한 집을 골랐다. 독립 경고망을 유지해 온 제4문의 기술자 로엔이 원격으로 신호를 확인했다. 말로만 경고하면 듣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어, 수기 표지와 깃발 신호도 함께 세웠다. “이게 정산국 일이에요?” 루코가 의아해했다. “원래는 물 관리자의 일이죠.” 토비가 말했다. “하지만 정산국이 수문을 잠갔잖아요. 열쇠 가진 사람이 도와야죠.” 핀티가 열쇠 꾸러미를 들고 나타났다. 모자는 여전히 쓰지 않았다. “네 개 가운데 둘은 제 권한으로 풀 수 있습니다. 나머지 두 개는 본부가 묶었어요.” “기계로 끊으면 안 될까요?” 세아가 물었다. 오스벨은 고개를 저었다. “안쪽 장치가 수압을 버티지 못합니다. 원격 봉인과 기계 고정축을 따로 해제해야 합니다.” 벤은 원격 봉인을 살폈다. 각 수문에는 미리 지정된 미래의 날씨가 담보로 묶여 있었고, 그 가운데 첫 번째에는 '베리의 마을이 맞을 열 번의 포근한 오후'가 적혀 있었다. “참 아름다운 이름으로 못된 일을 하네.” 그는 마계 감정 봉랍을 수문 위에 찍었다. '서명 당사자 부재. 제3자 위험 발생. 긴급 이행 일시 정지 요청.' 그런데 봉랍은 붉게 변하지 않았다. 정산국 장치는 마계의 계약 심사 권한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깝다.” 벤이 중얼거렸다. “나름 공들여 만든 도장이었는데.” 피엘은 본부에 긴급 현장 보전 요청을 보냈다. 제6문 때처럼 긴급 구조를 위한 기능과 사람의 미래를 잡는 집행 기능을 분리하자는 제안이었다. 요청은 즉시 반려됐다. [정산국 수익 보전 우선.] [현장 임시 권한: 미승인.] 그때 저류지 반대편에서 나무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뿌리째 뽑힌 나무가 물에 떠밀려 제방의 약한 부분을 때렸다. 한 가족이 그 아래의 좁은 길을 지나고 있었다. 토비가 성검을 들고 달려갔다. 검은 성스러운 빛을 뿜었지만 무엇이든 쉽게 자르지는 못했다. 토비는 칼날을 들어 나무를 옆으로 밀었고, 라모가 가족을 안전한 높은 길로 이끌었다. “용사는 왜 항상 무거운 것만 드는 겁니까!” 토비가 외쳤다. “네가 가장 가까우니까!” 벤이 답했다. “그건 용사 조건에 없었는데!” “원래 네 신탁에도 없었어!” 토비는 항의하려다 웃음을 터뜨렸다. 웃을 시간이 없다는 걸 깨닫고 다시 이를 악물었다. 그사이 피엘은 본부의 반려 사유를 다시 확인했다. 봉인 유지 명령은 '원금 지급 증빙' 없이 예상 편익만을 근거로 한 채권에 적용되어 있었다. 이미 미엘에게서 본 것과 같은 오류였다. 그는 하린에게 원본을 첨부해 긴급 심리를 요청했다. 하린의 답장은 짧았다. [제7문 실물 수문 위험 확인 자료 접수.] [생명·거주 안전을 위한 현장 제한 조치에 한하여 임시 승인.] [장기 채무 효력과 책임 소재는 별도 심리.] 피엘은 조치서가 도착하자마자 라모와 핀티, 오스벨의 확인을 받아 봉인의 원격 집행 기능을 멈췄다. 핀티는 두 번째 열쇠를 돌렸고 라모는 기계 고정축을 풀었다. 오스벨은 물이 나가는 양을 한 단계씩 측정했다. 세아와 루코는 아래쪽 마을에서 깃발 신호를 확인했다. 첫 번째 수문이 열리자 흙탕물이 좁게 흘렀다. 두 번째는 조금 더 넓었다. 네 번째를 열기 전에 대피 확인이 늦어져 모두 잠시 멈췄다. 토비는 계속 제방에 서 있었다. 그가 힘으로 막는 물보다, 아래 마을에서 한 집씩 확인하는 시간이 더 중요했다. 마지막 수문이 열린 것은 해가 기울 무렵이었다. 강은 여전히 거칠었지만 제방을 넘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젖은 옷을 짜며 안도했다. “오늘은 일단 살았네요.” 토비가 말했다. 피엘은 수문 옆에 앉아 있던 루코를 보았다. 소년 서기관은 낡은 주판 구슬을 세고 있었다. 밤새 열 번 넘게 계산했지만 맨 마지막 칸이 계속 하나씩 어긋났다. “무엇을 세고 있습니까?” “우리가 구한 집들이요. 다 세면 앞으로 어느 집에 돈을 청구할지 모르겠어서요.” “집을 구한 기록은 남겨야 합니다. 하지만 그 사실이 그 집의 자녀에게 빚을 청구할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루코는 주판을 내려놓았다. “그런 계산표도 만들 수 있을까요?” “만들어 봐야지요. 그리고 비용이 실제로 어디서 났는지 함께 적어야 합니다.” 라모는 임시로 열린 수문마다 표지를 달았다. 다음 관리자가 오면 왜 어느 시간에 어느 정도로 물을 흘렸는지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봉인 장치 때문에 원래의 수문 표지가 가려져 있었던 탓에, 일일이 손으로 새겨야 했다. 토비는 어깨가 아프다면서도 마지막 표지를 매달았다. 물은 밤새 더 흘러야 했고, 내일 누가 이곳에 있느냐에 따라 안전이 달라졌다. 한 번 멋지게 구했다고 끝낼 수 없는 일이었다. 저녁이 되자 미엘에게서 급한 전갈이 왔다. 그가 금고의 원본 변천표를 찾아냈다는 것이었다. 표에서 '삼 일 한도' 문구가 지워진 바로 그날, 정산국은 새 자동 승인 번호를 발급했다. 0000. 그 번호의 최초 소유자 칸에는 사람이 아니라 문장이 적혀 있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을 때, 대신 대답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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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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