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울 내부로 들어가는 승강기는 위가 아니라 아래로 올라갔다.
토비는 세 번째 층을 지날 때부터 손잡이를 꽉 잡았다. 승강기 바닥이 그들을 하늘로 밀어 올리고 있었는데, 창밖의 건물들은 지하로 가라앉는 것처럼 보였다. 피엘은 공간 보정 마법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토비는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계단을 만들면 안 되는 건가요?”
“돈이 없대요.” 루코가 대답했다.
토비는 빛나는 수정 승강기의 천장을 올려다봤다. “계단 만드는 돈도 없으면서 이건 어떻게 만든 거래요?”
벤이 코웃음을 쳤다. “미래의 계단 이용자에게 빌렸겠지.”
핀티는 승강기 맨 앞에서 모자를 들고 있었다. 임시 수금 정지서를 자신이 직접 발행한 뒤라 모자에 달린 저울은 하나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뒤로 긴 복도가 이어졌고, 복도 양쪽 벽에는 금빛 조각이 붙어 있었다. 조각에는 제7문 설립 이래 확보한 담보물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미래의 나무 그늘.’
‘아직 만나지 않은 친구와 보낼 오후.’
‘일곱 살 때 마음껏 울 수 있는 밤.’
토비는 마지막 글자 앞에서 멈췄다. “이런 것도 누군가한테 팔 수 있나요?”
“팔았다기보다 잡아 둔 거죠.” 핀티가 말했다. “가치를 계산할 수만 있으면 자산이라고 부릅니다.”
“그럼 누구 손에 있는 건가요?”
핀티는 대답하지 못했다.
승강기 끝에는 둥근 금고 문이 있었다. 문에는 열쇠 구멍이 없었다. 대신 거울처럼 매끈한 표면에 엄청난 숫자가 떠올랐다.
[총 보관 미래 가치: 8,411,703 단위.]
[누적 이자: 계산 중.]
[실물 보관 품목: 0.]
루코가 놀라 주판을 떨어뜨렸다. 구슬들이 복도에 요란하게 흩어졌다.
“실물이 하나도 없다고요? 그럼 담보는 어디에 있죠?”
“사람의 장래 가능성에 붙은 제한일 겁니다.” 세아가 말했다. “아이의 봄을 이 방에 담아 둔 게 아니라, 누군가의 봄이 오지 못하게 만든 거예요.”
오스벨은 거울을 살피며 벽에 손전등을 비췄다. 빛이 금고를 통과해 다른 쪽 복도를 드러냈다. 정산국의 가장 큰 자산이라는 것이 사실은 텅 빈 공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때 금고 문 옆 구석에서 누군가 기침했다.
흰 가발을 쓴 노년의 회계사였다. 그는 무릎에 수기 장부를 올려놓고 낡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가발 위에는 작은 낙엽이 얹혀 있었는데, 누가 말을 걸어도 치우지 않았다.
“여기는 출입 금지입니다.” 그가 무심하게 말했다.
“장부 감정 목적으로 왔습니다.” 피엘이 조치서를 보여 주었다. “실물 자산이 없는데 채무가 늘어나는 원인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그런 일은 하루에도 백 번 일어나지.”
“그게 정상입니까?”
“정상이라고 한 적 없는데.”
노인은 고개를 들어 일행을 살폈다. “난 미엘. 한때 제7문 총괄 회계사였고, 지금은 도장 없이 숫자만 맞추는 사람이야. 직함은 없어진 지 오래됐지.”
핀티가 허리를 굽혔다. “미엘 선생님. 아직 여기 계셨습니까?”
“나가려고 하면 금고가 매번 최종 정산을 요구하거든. 그런데 최종 정산은 다음 달로 넘어가고. 그러다 보니 삼십 년이 흘렀어.”
토비가 충격받은 얼굴로 말했다. “퇴근도 못 하셨다고요?”
“그보다 더한 일이 있어. 여기선 퇴근하지 못한 시간마저 미래 근무 수당으로 계산해.”
복도 너머에서 끙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은퇴한 서기관 둘이 낡은 철제 수레를 밀고 있었다. 수레에는 텅 빈 유리병이 가득했고, 병에는 다정한 단어들이 적혀 있었다. '생일.' '첫 여행.' '마지막 인사.'
“이건 뭡니까?” 세아가 물었다.
“실제로 물건을 뺏을 수는 없으니 증서만 보관하는 거야.” 미엘이 대답했다. “그런데 증서를 압류하면 사람들은 자기 미래를 쓸 수 없다고 믿기 시작하지. 그 믿음을 장치가 감지해서 실제 생활의 선택을 제한해.”
수레를 밀던 서기관이 한숨을 쉬었다. “지난주엔 자신의 칠순 생일을 담보로 잡힌 노인이 계단 앞에서 돌아갔습니다. 축하받을 자격이 없다고 하더군요.”
“생일을 어떻게 빚으로 만들어요?” 토비가 물었다.
“미래에 가족들이 찾아오면 행복할 거라는 예상이거든. 예상된 행복은 자산이고, 이 도시의 규칙에서는 자산이 곧 담보야.”
토비는 병 하나를 들었다가 도로 내려놓았다. 유리병에는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러나 작은 마개가 마치 열 수 없는 문처럼 단단히 잠겨 있었다.
“그 노인에게 우리가 찾아가면 어떻게 되죠?”
서기관은 놀라 되물었다. “그분을 아십니까?”
“모르지만, 생일 축하한다는 말 정도는 할 수 있죠.”
세아가 웃었다. “먼저 그분이 방문을 원하는지 물어보면 좋겠네요.”
그날 토비는 짧은 축하 편지를 썼다. 받는 사람이 원하면 열어 보라는 설명을 함께 붙였다. 서기관은 편지를 전해 주겠다고 했다. 그 편지가 실제로 전해졌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축하할 마음을 빚으로 환산할 생각은 없었다.
미엘은 텅 빈 병을 가리켰다. “이 도시의 괴상한 점은 저 빈 병에 값이 붙어 있다는 사실이야. 아무것도 없는 병이 귀할수록, 아무도 갚을 수 없는 빚이 늘어나지.”
미엘은 낡은 장부 첫 페이지를 펼쳤다. 거기에는 날짜마다 선 하나씩만 그려져 있었다. 공식 전산 장부에는 같은 날짜가 수백만 단위의 수익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원래 제7문은 큰 재난이 생겼을 때 자원을 미리 빌려 긴급한 복구에 쓸 수 있도록 만든 곳이었어. 세상이 가난하면 내일의 수확 일부를 담보로 오늘 씨앗을 사는 일도 생기지. 하지만 빌려 주는 것과 태어나지 않은 사람에게 자동 청구하는 건 다른 일이잖나.”
피엘이 물었다. “언제부터 바뀌었습니까?”
“첫 번째 '예상 편익' 계산이 들어왔을 때. 실제로 내준 씨앗 한 자루보다 앞으로 자랄 나무의 그늘이 더 값비싸다고 하더군. 그래서 빌려주지도 않은 그늘을 대출금으로 잡기 시작했어.”
미엘은 장부 한 장을 찢지 않고 복사판에 눌렀다. 원본은 그대로 두고 서명된 사본만 피엘에게 건넸다.
[실제 지급 비용: 14.]
[예상 편익 계상: 390.]
[미래 채무 발생액: 390.]
[지급 상대: 현존 기관 없음.]
“돈이 어디로 가는 겁니까?” 벤이 물었다.
“어디에도 가지 않아. 그래서 더욱 위험하지. 누가 부자가 되는 일이 아니라, 모두가 갚아야 할 것이 영원히 늘어나는 일이거든.”
피엘은 그 말의 무게를 느꼈다. 지금까지 0000을 쓰는 누군가가 이익을 챙기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시스템 전체가 장부의 빈칸을 채우기 위해 미래를 빼앗고 있다면, 책임은 더 복잡해졌다. 그렇다고 책임자가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빈칸을 승인하도록 고친 사람, 위험을 보고도 멈추지 않은 사람은 반드시 있을 것이었다.
루코는 첫 번째 승인 로그를 찾아냈다. 표에는 네 개의 하얀 원이 나란히 찍혀 있었고, 그 아래 작게 다른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발신 계정 0000: 원발신인 부재 시 자동 집행.]
[기초 조항: 긴급 구제 후 3일 한도.]
[현재 조항: 출생 이후 전 생애.]
“삼 일에서 전 생애가 됐군.” 미엘이 중얼거렸다. “자그마한 단어 하나가 이렇게 커질 수 있나.”
피엘은 3일이라는 숫자에 표시를 했다. 이시아가 한때 제8문을 봉인했던 기록에서도 긴급 조치를 임시로 허용하는 조건이 있었다. 연결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복도 끝의 거울이 작은 소리를 냈다. 그곳에 그려진 금고는 여전히 비어 있었지만 숫자는 줄지 않았다. 피엘은 미엘에게 계산을 잠깐 멈춰 달라고 부탁했다. 미엘이 수기 장부의 펜을 멈춘 순간에도 거울 속 이자는 계속 불어났다.
“내가 계산하지 않아도 늘어나네.” 미엘이 말했다.
“그럼 누가 계산합니까?”
“계산식 자신이지. 한번 정답이라고 믿은 뒤로는 물어보는 사람이 없어졌어.”
피엘은 숫자의 증가 시각을 따로 기록했다. 멈춰야 할 것은 회계사의 손이 아니라, 잘못된 원가를 출발점으로 삼아 스스로를 키우는 계산 규칙이었다.
그 순간 벤이 장부 끝을 손으로 덮었다. 거기에 다른 서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외 계약 검토: 벤.'
토비가 무심코 물었다. “벤 씨도 여기 일하셨어요?”
벤은 손을 떼지 않았다.
“일했다는 말보다 더 나쁜 표현이 있지.”
“뭔데요?”
“처음 설계할 때, 이 정도면 괜찮다고 말했어.”
제104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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