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울이 울었다.
제7문의 입구에는 사람이 없었다. 구름 사이에 걸린 두 개의 접시는 산봉우리만 했고, 한쪽에는 금빛 봉투가, 다른 한쪽에는 아이의 신발과 장난감이 빼곡히 매달려 있었다. 그 아래로 노을빛 계단이 저울의 그림자를 따라 길게 뻗어 있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아기가 울었다.
토비는 한쪽 신발을 내려다봤다. 뜨개실로 만든 아주 작은 신발이었다. 자기 손가락 두 개가 겨우 들어갈 크기였다.
“아기가 어디에 있죠?”
“여기에는 출생한 아기가 없어요.” 피엘이 봉투를 조심히 돌렸다. “삼십 년 뒤에 태어날 예정이라는 수신인만 적혀 있습니다.”
“그러면 방금 운 건 누굽니까?”
벤이 봉투를 코끝으로 가져갔다. “새 계약서에서 나는 냄새군. 잉크하고 겁. 둘 중 하나가 더 진해.”
그가 봉투를 여는 순간 울음이 끊겼다. 대신 문장이 허공에 떠올랐다.
[예정 채무자: 등록 대기.]
[채무 발생 원인: 제6문 이름 복원 지원.]
[원리금 납부 개시: 출생 첫날.]
[거절 의사: 미표시.]
토비는 입을 벌렸다. “못 태어났으니까 표시를 못 한 거잖아요!”
“정확합니다.” 피엘이 말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표시하지 못한 사실을 거절하지 않은 사실로 바꿔 적었습니다.”
그 말을 듣자 계단 아래에서 종소리가 울렸다. 수백 개 봉투가 바람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동시에 펄럭였다. 저울의 중앙축에는 깃펜 모양의 첨탑이 세워져 있었고, 그 아래로 깔끔하게 정돈된 도시가 펼쳐졌다. 동전 같은 지붕이 층층이 겹친 건물들 사이로 시계 수레가 다녔다. 수레를 끄는 것은 말이 아니라 시침과 분침이었다.
성문에는 금빛 글씨가 빛났다.
‘제7문 미래 채무 정산국. 오늘의 혜택은 내일의 질서로.’
“오늘의 혜택을 오늘 낸 사람이 있는데요.” 세아가 말했다. “제6문에서는 사람들이 직접 잉크를 고치고 배를 운행하고 기록을 대조했잖아요.”
피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6문 호명식은 잠정 중지되었지만 소실된 이름을 되찾는 일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누구에게서 얼마를 받았고 누가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는지는 별도의 증거가 필요했다. 그런데 정산국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으로 미래의 아이를 청구서 맨 위에 적었다.
성문을 통과하자 어린 서기관 하나가 바쁘게 달려왔다. 머리보다 큰 주판을 등에 맨 천사였다. 왼쪽 날개 깃은 잉크로 얼룩졌고 오른쪽 신발은 끈이 풀려 있었다.
“어디서 오셨죠? 방문 목적, 체류 기간, 예상 실수 건수를 말씀해 주세요.”
“예상 실수 건수도 적습니까?” 피엘이 물었다.
“실수하면 수습비가 발생하니까요. 예상 실수를 과소 신고하시면 나중에 가산금이 붙어요.”
토비가 손을 들었다. “전 아까 봉투를 쳐다보다가 화가 났습니다. 그것도 실수인가요?”
“화를 낸 분류는 12번입니다. 물건을 부쉈으면 12-나, 아직 안 부쉈으면 12-가예요.”
“아직이요?”
서기관은 주판을 두드렸다. “예상 12-나로 등록하겠습니다.”
벤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 도시가 마음에 드는데. 나보다 악마다워.”
서기관은 그제야 벤의 뿔을 보고 굳었다. “마계 계약 감정인이십니까?”
“오늘은 그냥 구경 온 악마야.”
“감정인은 지체 없이 신고해야 합니다. 제7문은 외부 계약 검사에서 지적을 많이 받아서요.”
소년은 말을 마치자마자 입술을 깨물었다. 그가 방금 누설한 말에도 가산금이 붙을 것 같았다.
피엘이 부드럽게 물었다.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루코예요. 견습 서기관. 제 실수까지 책임지시면 안 돼요. 대신 제 말을 기록할 때는 따로 허락을 받아 주세요.”
피엘은 잠깐 놀랐다. 다른 문에서 배운 절차가 이 어린 서기관에게도 알려져 있었다.
“허락하겠습니까?”
루코는 한참 고민하다 답했다. “제가 직접 본 것만요. 생각은 아직 정리가 안 됐거든요.”
정산국의 접수홀은 은행처럼 보였지만 창구마다 돈 대신 시간의 색이 담긴 유리병이 놓여 있었다. 노란 병에는 맑은 아침, 푸른 병에는 비가 그친 오후, 회색 병에는 쉬지 못한 밤이 담겨 있었다. 시민들은 병 하나를 창구에 올릴 때마다 창밖을 살폈다.
한 노인이 떨리는 손으로 푸른 병을 내려놓았다. “지난달 우리 동네에 다리가 놓였어요. 고맙지요. 그런데 우리 손자 몫의 여름 세 번이 빠졌대요.”
“여름 세 번이라니요?” 토비가 되물었다.
노인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 애가 자라서 여름에 쉴 시간을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창구 뒤 직원은 손바닥만 한 규정집을 열었다. “선택 가능한 납부 방법은 세 가지입니다. 미래 휴식 시간, 미래 맑은 날, 미래 생활 안정 기회.”
“제가 대신 낼 수는 없나요?”
“현재의 납부자는 이미 혜택을 받았기에 추가 부담을 최소화합니다. 미래 수신자는 아직 부담을 체감하지 못하니까 효율적이지요.”
토비가 얼굴을 붉혔다. “체감하지 못하면 빼앗아도 됩니까?”
직원은 답하지 않고 주판만 옮겼다.
접수홀 끝에는 장난감만 가득한 창구가 있었다. 천장까지 닿은 선반에 나무 팽이와 인형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아이는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팽이마다 '예정 소유자'라는 작은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직원이 토비의 호기심을 알아채고 설명했다. “아이가 미래에 받을 기쁨을 미리 평가하는 물품입니다. 이 가운데 한 개를 선택하면 담보 가치가 안정됩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어떤 장난감을 좋아할지 어떻게 알아요?” 토비가 물었다.
직원은 눈을 깜빡였다. “통계가 있습니다.”
“저는 어릴 때 인형이 좋았는데요. 우리 아버지는 제가 목검만 좋아할 줄 알았거든요.”
“목검도 제8열에 있습니다.”
토비는 한참을 둘러보다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다. 선반 가장 위에는 '미래 우정'이라는 빈 상자가 있었다. 상자가 아무리 아름다워 보여도 안에 누가 들어갈지 정할 수는 없었다.
루코는 직원 옆에서 작은 종이를 떼어 냈다. 장난감 자체에는 값이 붙어 있지 않았다. 사용자가 장난감을 고를 가능성에 값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장래 채무도 커졌다.
“이런 계산은 어디서 배웠습니까?” 피엘이 물었다.
“교육 시간에요. 선택 가능성이 많을수록 미래가 풍요롭다고 하셨어요.”
“풍요롭다는 게 왜 곧 갚아야 할 돈이 되는 겁니까?”
직원은 무슨 말을 하려다 멈췄다. 교육 시간에 그 질문을 받은 적이 없었던 것이다.
멀리서 한 아버지가 장난감 선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손에 오래된 팽이를 쥐고 있었다. “이건 내가 직접 깎은 건데, 앞으로 태어날 손주에게 주고 싶어서요. 그런데 여기 등록하면 그 애 앞으로 청구서가 나온답니다.”
“그럼 등록하지 마세요.” 토비가 말했다.
“그러면 소유권 보장이 안 된대요.”
피엘은 아버지에게 현재 소유자인 자신이 팽이를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과, 미래에 누구에게 줄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구분해 적는 방법을 설명했다. 모든 분쟁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아버지는 적어도 오늘 팽이를 손에서 놓지 않을 수 있었다.
피엘은 창구 옆 판에 적힌 청구 원본을 살폈다. 제6문에서 실제로 고친 우물 장비와 이름 조회 장치의 수리비가 같은 항목에 섞여 있었다. 그중에는 아직 실행되지 않은 ‘주민 행복도 개선’ 비용도 적혀 있었다. 앞으로 좋아질 거라는 추정만으로 청구서가 발행된 것이다.
“실제 지급한 금액의 수령증을 보여 주시겠습니까?”
직원이 창구 아래에서 봉투를 꺼내려다 멈췄다. 피엘의 직무명은 제6문 사건 이후 여전히 정식 등록이 불분명했다. 열람 권한이 제한된 상태였다.
“당신에게 정산국 자료 열람 권한이 없군요.”
“그렇다면 관련 수신인이 본인 청구서의 근거를 확인할 절차를 알려 주십시오.”
직원은 규정집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맨 아래에는 조그만 글씨가 있었다.
‘미래 채무자는 출생 후 이의 신청할 수 있다. 단, 납부 완료된 미래는 반환되지 않는다.’
세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태어난 뒤에는 이미 늦도록 만든 거네요.”
그때 저울이 크게 기울었다. 복도 양쪽 시계 수레가 멈추고, 천장에서 금빛 봉투들이 비처럼 쏟아졌다. 루코가 주판을 끌어안고 소리쳤다.
“아직 마감 전인데! 누가 첫날 정산을 시작했지?”
피엘의 손바닥에 어린아이 크기의 봉투 하나가 떨어졌다. 삼십 년 뒤 출생 예정이었던 수신인의 항목이었다. 이번에는 출생 예정일이 지워지고 오늘 날짜가 찍혀 있었다.
[선징수 개시.]
[담보: 아직 오지 않은 첫 번째 봄.]
창밖의 나무에서 연둣빛 잎이 한꺼번에 말라 떨어졌다.
울음소리가 다시 들렸다. 이번에는 저울에서가 아니라, 바로 아래 거리의 꽃집에서였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울음은 아니었다. 손에 말라 버린 새싹 화분을 든 어린 소녀가 울고 있었다.
피엘은 창문을 열었다. “예정표가 현실에서 무엇을 빼앗았는지, 이제 확인해야겠군요.”
제101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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