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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92화
PAYLUA ORIGINAL · 제92화

92화. 유리 지붕 아래의 봄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4,461자

오프라인 책장
동부 유리 온실의 정문은 사람 둘이 나란히 지나가도 될 만큼 넓었다. 그러나 그 앞에 놓인 작은 접수대 때문에 일행은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 접수대 위에는 '입장자 전원은 첫 수확 예정 수령인으로 기록됩니다'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옆에는 흰 펜과 빈 명부가 놓여 있었고, 문지기는 이름을 쓰라고 손짓했다. “입장만 하면 수령인이 됩니까?” 도현이 물었다. “온실의 관례입니다.” “실제로 수확한 작물이 있습니까?” 문지기가 유리 지붕을 바라봤다. “아직 첫 수확 전입니다.” “그럼 아직 없는 물건을 받았다고 적는 셈이군요.” “예정이라고 썼지 받았다고는 안 썼습니다.” 루카스가 앞으로 나서 허가서를 펼쳤다. “방문 기록과 수령 예정 기록을 분리해 주세요. 이 문서는 현장 조사를 위한 것이지 식사 계약이 아닙니다.” 문지기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뒤 그들을 맞으러 온 사람은 짧게 자른 검은 머리의 젊은 관리인이었다. 헝겊으로 팔꿈치를 동여맨 그녀의 손톱 틈에는 짙은 녹색 흙이 끼어 있었다. “저는 온실 보조원 리벨입니다.” 그녀는 명부를 한번 본 뒤 조용히 덮었다. “방문 목적이 조사라면 저쪽 작업문으로 들어오세요. 거긴 씨앗을 실어 나를 때 쓰는 문입니다.” “이름을 안 써도 됩니까?” 브론이 물었다. “제 작업 일지에 방문 시각과 인원만 쓰겠습니다. 수확 예정 수령인으로 올리지는 않을 거예요.” 도현은 그녀에게 감사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아무나 규칙을 바꿀 수 있는지 물었다. 리벨은 어깨를 움츠렸다. “공식 규칙은 아니에요. 수십 년 동안 사람들이 편하다고 쓰던 방식이죠. 다들 들어오면 언젠가 첫 수확을 먹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온실 안쪽은 환했다. 바깥에는 찬 가을바람이 불었지만 둥근 유리 지붕 아래 공기는 초여름처럼 습하고 따뜻했다. 높은 창을 타고 내린 물방울이 햇빛을 받아 무지개를 만들었다. 긴 화단에는 하얀 밀과 붉은 토마토, 보랏빛 허브가 나란히 자랐다. 꽃은 활짝 피어 있었다. 잎도 윤기가 흘렀다. 그런데 어느 곳에도 익은 열매가 없었다. “정말 예쁜 곳이군요.” 브론이 감탄했다. “아름답죠.” 리벨이 대답했다. “일 년 내내 이런 모습이에요. 아니, 증조할머니가 일하실 때도 그랬다고 하셨어요.” 도현은 가지 끝을 살폈다. 토마토 꽃에는 꽃가루가 있었고 잎에는 병든 자국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꽃이 떨어져야 생길 작은 초록 열매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이곳의 마법이 병을 막는 것인지, 수정 뒤 발달을 막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꽃이 진 적은 있습니까?” 리벨은 잠시 생각했다. “시든 꽃이 떨어질 때도 있어요. 다음 날 같은 자리에 또 꽃이 피죠.” “그럼 수확한 양은요?” “기록상으로는 매일 늘어납니다.” 그 말은 온실이 아니라 장부에 관한 설명이었다. 리벨은 일행을 낮은 사무실로 안내했다. 벽에는 지난 백 년의 수확 예정표가 걸려 있었다. 어느 해나 수량이 조금씩 증가했고, 보관료와 노동비도 그에 따라 쌓였다. 실제 인수증이 붙은 칸은 거의 없었다. “어른들은 그래도 언젠가 수확될 거라고 말해요.” 리벨이 말했다. “하지만 저는 태어나서 한 번도 저 밀로 빵을 구워 보지 못했어요.” 브론은 밀 이삭을 향해 코를 킁킁거렸다. “냄새가 이상합니다. 덜 익은 밀 냄새는 나는데, 오래전 빵집에서 맡았던 탄 냄새도 섞여 있어요.” 에스텔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과거에 이곳에서 빵을 구웠을 가능성은 있어. 그 냄새가 지금 식물에서 나온다는 뜻인지는 모르지만.” 도현은 리벨과 함께 온실의 가장자리를 한 바퀴 더 돌았다. 유리 지붕을 떠받치는 철제 기둥에는 곰팡이와 이끼가 없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발치의 배수로에는 흙이 두껍게 쌓여 있었고, 오래된 나무뿌리가 배관을 휘감고 있었다. 건물은 오랫동안 사용된 흔적이 분명했지만 작물은 처음 심은 날의 한순간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 “이곳에서 가장 먼저 배운 일이 뭡니까?” 도현이 물었다. “꽃이 지기 전에 꼭 꽃의 수를 세라는 거요. 어떤 건 다음 날 같은 숫자로 돌아오지만, 기록에 남기지 않으면 나중에 우리가 꽃을 훔쳤다고 하거든요.” 리벨은 아침마다 종이 다섯 장을 썼다. 피어난 꽃의 수, 떨어진 잎의 수, 물을 준 양, 사용한 연료와 출근 인원. 그러나 단 한 번도 수확한 식물의 실제 무게를 적은 적이 없었다. “꽃을 세는 데도 의미가 있겠죠.” 도현이 말했다. “하지만 식당에선 냄비가 몇 개 있는지 세는 것과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양을 재는 게 다릅니다.” “전 수확량을 세는 방법을 몰라요.” “배우면 됩니다. 먼저 오늘 있는 걸 확인하는 것부터요.” 그들은 바닥에 작은 저울 하나를 설치했다. 리벨은 빈 그릇의 무게를 잰 뒤 거기에 바깥에서 가져온 콩 한 줌을 올렸다. 저울의 바늘이 움직였다. 아주 평범한 일이었지만 리벨은 신기한 표정이었다. “온실 기록에서 꽃 한 송이는 모두 똑같이 한 송이예요. 그런데 실제 무게는 다르네요.” “먹을 때도 다르죠. 그게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르다는 걸 알고 조리하면 돼요.” 구석 화단에서는 작은 도마뱀 한 마리가 햇빛을 쬐고 있었다. 도현은 도마뱀이 꽃잎 아래를 돌아다니다 어느 지점에서는 번번이 같은 돌로 되돌아오는 것을 보았다. 뒤쪽 발자국은 남아 있는데 움직인 경로는 다시 시작되었다. 그 장면이 무섭게 느껴졌다. 식물이 아니어도 온실의 일부 공간이 반복되고 있을지 몰랐다. “사람은 저렇지 않습니까?” 그가 물었다. 리벨은 도마뱀을 본 뒤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늙고 아프고 지쳐요. 다만 일지에 쓴 날들이 계속 같은 날짜로 돌아갈 뿐이에요.” 시간을 붙잡은 시설 안에서 살아 있는 사람들만 정상적으로 나이를 먹고 있었다. 도현은 그 사실을 기록했다. 첫 수확을 보존한다는 말이 모든 것을 멈춘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들은 보관실을 살폈다. 그곳에는 밀가루 자루가 하나도 없었다. 대신 유리병 수백 개가 선반마다 세워져 있었다. 병 안에는 작은 흰 꽃잎과 씨앗처럼 생긴 그림자가 떠 있었다. 각각 '첫 수확의 전날', '첫 수확의 아침', '첫 수확의 예정분'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이 병들에서 무엇을 꺼낼 수 있습니까?” 도현이 물었다. “관리인들은 따뜻한 계절을 유지하는 힘이라고 말합니다.” 리벨이 대답했다. “저는 한 번도 직접 열어 보지 못했어요.” 선반 구석에 빈 공간 하나가 있었다. 먼지 자국을 보면 얼마 전까지 커다란 병이 놓여 있었던 듯했다. 리벨은 빈 공간을 가리키며 어제 상급 관리자가 가져갔다고 설명했다. “어디로요?” “왕궁이요. 검은 시럽을 담는 병을 만든다고 들었어요.” 도현의 손끝이 서늘해졌다. 왕궁 공개 검증에 나타났던 검은 병들. 오래된 기억을 미끼로 자기 이름을 부르게 하던 액체. 그것과 이곳의 유리병이 같은 재료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생겼다. “담당자 이름을 알려 줄 수 있습니까?” “실렌 관리장입니다. 오늘 저녁 온실 북쪽에서 돌아올 거예요.” 그때 창 너머에서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화단 사이에 어린아이가 서 있었다. 열 살 남짓으로 보이는 아이는 꽃이 피어 있는 가지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올해도 봄이네.” 리벨이 창을 열었다. “하나,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했잖아.” 아이는 도현 일행을 바라봤다. 얼굴은 맑았지만 눈빛은 이상할 만큼 오래된 것 같았다. “손님이 오면 빵을 주는 거야?” “그런 약속은 없습니다.” 도현이 대답했다. 아이는 놀란 듯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럼 손님이 굶잖아.” “손님이 먹을지 먼저 물어보고, 먹는다면 실제로 있는 음식으로 만들 겁니다.” 아이는 그 말을 입속에서 되풀이했다. 그리고 갑자기 창문 아래의 수로를 가리켰다. “저기선 빵이 만들어져. 하지만 먹으면 어제가 없어져.” 리벨이 얼굴을 굳혔다. “하나, 그 얘기는 하지 마.” 아이는 손가락으로 수로 바닥의 얇은 검은 선을 따라 그었다. 검은 선은 유리 지붕 아래를 가로질러 북쪽의 폐쇄된 재배동으로 이어졌다. 도현은 창가에 서서 그 선을 바라봤다. 검은 시럽과 봄의 보존병, 실제 수확 없이 늘어난 장부가 모두 한 방향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날 저녁 리벨은 일행에게 빈 작업실을 내주었다. 도현은 챙겨 온 감자를 꺼내 작은 화덕에 올렸다. 껍질을 벗긴 감자는 온실의 허브보다 훨씬 투박해 보였다. 하지만 익힌 뒤 소금을 조금 치자 분명한 냄새가 났다. 하나는 문턱에 앉아 그 향을 오래 맡았다. “그 빵은 언제 수확했어?” “빵이 아니라 감자예요. 어제 시장에서 산 겁니다.” “어제?” “그렇죠.” 아이는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럼 너희는 어제를 가지고 왔구나.” 작업실의 시계가 여섯 시를 가리키자 일제히 멈췄다. 온실의 꽃은 유리에 비친 해가 저물었는데도 한낮처럼 활짝 펴 있었다. 도현은 부엌 창문에서 리벨이 일지를 펼치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오늘의 날짜를 쓰려고 펜을 들었다가 손을 떨었다. 장부 맨 위에는 이미 내일 날짜가 적혀 있었다. [동부 유리 온실 첫 수확 예정: 내일.] 그 문장은 백 년치 표의 모든 날짜 위에 똑같이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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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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