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89화
PAYLUA ORIGINAL · 제89화

89화. 먹은 사람을 직접 세는 법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4,553자

오프라인 책장
시장의 공동 부엌은 왕궁 검증대보다 작고 시끄러웠다. 중앙 우물의 끈이 삐걱거렸고, 좁은 골목을 지나는 수레가 여러 차례 사람들의 자리를 옮겨 놓았다. 그러나 요리할 공간은 충분했다. 둥근 장작 화덕 셋, 낡은 구리 솥 둘, 빵을 구울 수 있는 돌판 하나. 그곳에는 화려한 문장도, 아무도 앉지 않은 일곱 개의 의자도 없었다. 대신 손님들이 가져온 물통과 아이들을 위한 낮은 의자가 있었다. 백도현은 해가 뜨기 전에 도착해 채소를 씻었다. 오늘은 보리와 렌틸콩을 섞어 수프를 만들기로 했다. 콩은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었고 보리와 함께 오래 끓이면 부드러웠다. 강한 향신료는 쓰지 않았다. 마리아는 반죽을 준비했고 베네딕트는 훈제하지 않은 버섯을 잘게 다졌다. 브론은 양파를 썰다가 세 번째 양파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양파는 사람을 울리는 저주입니까?” “그건 그냥 양파예요.” 도현이 말했다. “저는 오늘 한 사람의 저주를 세 번이나 받았습니다.” “그러면 손 씻고 그릇이나 옮기세요.” 웃음이 터졌다. 웃는 동안에도 요리사들은 손을 바쁘게 움직였다. 마리아가 반죽의 표면을 확인하고, 도현은 콩이 고르게 익는지 살폈다. 베네딕트가 버섯을 팬에 올리자 갈색으로 익어가는 고소한 향이 우물가로 퍼졌다. 왕궁에서는 보통 구호식에 검은 시럽을 넣어 모든 맛을 균일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오늘의 수프는 각 재료의 맛이 따로 살아 있었다. “소금은 마지막에 넣게.” 베네딕트가 조언했다. “콩이 익는 정도를 먼저 봐야지.” “알겠습니다.” 도현은 수프를 한 숟갈 떠서 작은 접시에 식혔다. 자신의 미각은 이전처럼 완전하지 않았다. 석화 저주가 손가락 끝을 굳게 만들었고, 기억을 먹는 저주는 익숙한 맛을 낯설게 바꾸곤 했다. 그는 그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베네딕트와 마리아에게 시식을 부탁한 뒤 의견을 적었다. “좀 싱거워.” 마리아가 말했다. “버섯 향은 좋군.” 베네딕트가 덧붙였다. “그럼 소금을 조금 더 넣죠.” 작은 조리대에 평범한 결정들이 쌓였다. 요리사는 혼자서 모든 감각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은 이곳에 없었다. 누가 재료를 샀는지, 누가 맛봤는지, 누가 먹을지 알면 충분했다. 오전 아홉 시쯤 왕실 서기관들이 시장으로 들어왔다. 라우렌도 함께였다. 그들은 광장 입구에 붉은 줄을 치려다 상인들의 항의를 받았다. “여기는 공용 시장입니다.” 빵집 주인이 말했다. “길을 막으려면 허가부터 가져오시오.” 라우렌은 짜증스러운 얼굴로 문서를 펼쳤다. “왕실 검증 참가자가 허가받지 않은 장소에서 조리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음식은 판정할 수 없습니다.” 아일린이 공문을 받아 읽었다. 그녀는 지팡이를 짚고 있었지만 몸을 곧게 세웠다. 왕관 저주는 아직 아팠으나 오늘의 판단을 흐리게 하지는 않았다. “장소 규정은 지난번 당신이 직접 승인한 수정 조건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변경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언제요?” 라우렌은 시각을 말했다. 도현이 화덕에 불을 지핀 뒤였다. 왕실은 검증을 시작한 사람들에게 중간에 새 조건을 적용하려 했다. 세르빈은 원본 절차 규정을 펼쳤다. 참가자가 동의하지 않은 규칙 변경은 다음 검증부터 적용된다는 조항이 있었다. “오늘에는 소급할 수 없습니다.” 세르빈이 말했다. “원본에 그런 조항이 있었습니까?”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폐지된 기록이 없습니다.” 라우렌은 말을 잃었다. 마침 도현이 수프 냄비 뚜껑을 열었다. 고소하고 따뜻한 향이 퍼졌다. 그는 손님 한 명씩에게 먹을 의사가 있는지 확인했다. 먹지 않겠다는 사람에게는 억지로 권하지 않았다. 알레르기나 몸 상태가 걱정되는 사람에게는 재료표를 보여 주었다. 대기줄 앞에 섰던 늙은 제분업자가 말했다. 시장 뒤편으로 난 좁은 계단에는 구호소의 시종 몇 사람이 서 있었다. 그들은 왕궁에서 보내 준 정식 조리 식사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오늘 시민들이 만든 음식을 보고 싶어 나온 사람들이었다. 그중에는 며칠 전 일곱 번째 접시에서 자기 이름을 보았던 메리안도 있었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도현을 불렀다. “제가 오늘 먹으면 제 이름이 또 생길까요?” 도현은 식권을 내밀었다. “오늘 이 음식은 재료와 제공자가 전부 기록돼 있습니다. 위험이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숨긴 계약을 찾아내지 못한 채 드리지는 않겠습니다.” “그럼 제가 결정해도 됩니까?” “그럼요.” 메리안은 잠시 그릇을 바라보다 따뜻한 수프를 받았다. 그녀는 조리실에서 몇 년 동안 그릇을 닦았지만, 자신이 언제 무엇을 먹고 싶은지 누군가 물어본 일은 별로 없었다. 숟가락이 입에 닿자 그녀는 눈을 감았다. 버섯 향이 먼저 올라오고 보리의 구수한 맛이 뒤따랐다. 특별한 마법은 없었지만 배 안쪽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맛있네요.” “그렇죠?” 브론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제가 양파를 세 개나 울리면서 썰었습니다.” “양파가 운 게 아니라 브론 씨가 운 거잖아요.” 도현이 말했다. 메리안은 소리 내어 웃었다. 그녀가 웃는 모습을 보고 주변 시종들도 조심스럽게 그릇을 받았다. 그들은 자기 이름이 실수로 적히지 않게 식권을 받아 확인했고, 먹지 않은 동료 몫은 그대로 남겨 두었다. 별관에서 일할 때는 당연하다고 여겼던 절차가 이제는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 광경을 본 라우렌의 서기관 하나가 수첩에 무언가를 적으려다 펜을 멈췄다. 그도 오늘만큼은 누가 몇 그릇을 먹었는지 직접 본 셈이었다. 보고서를 어떻게 쓸지 결정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돈을 내고 싶네.” “오늘은 무료 시식입니다.” “그럼 내 손자가 다음에 와서 돈을 내겠지.” 도현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손자에게는 청구하지 않습니다. 내고 싶으시면 다음번에 직접 오셔서 그때 음식을 주문하세요.” 노인은 한참 그를 바라보다 웃었다. “그럼 오늘은 잘 먹겠네.” 그가 한 숟갈을 먹었을 때 아무런 마법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늘에서 빛이 떨어지지 않았고 손목의 저주도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노인은 추위에 굳었던 손을 컵에 감싸 쥐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 시장 사람들은 그 모습에 안도했다.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그때 왕궁 방향에서 갑자기 종소리가 났다. 여섯 번 울려야 할 낮 종이 일곱 번 울렸다. 도현이 고개를 들자 그의 화덕 아래에 붉은 글씨가 떠올랐다. [보류 식사 일곱 건 합산 예정.] [자동 수령자: 백도현.] 도현의 왼쪽 손목에서 회색 반점이 쑤셨다. 기억 저주가 그가 가장 오래 붙들고 싶었던 얼굴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잠깐 동안 어머니가 어떤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던 사람인지 생각나지 않았다. 그는 화덕을 놓치지 않으려고 두 손으로 가장자리를 붙잡았다. “주방장님!” 브론이 달려왔다. “제 몸에 새로운 저주가 들어오지는 않았어요.” 도현이 숨을 고르며 말했다. “하지만 오래된 저주가 반응하고 있습니다.” 에스텔은 불꽃을 피워 도현과 화덕 사이의 검은 실을 관찰했다. 실은 손목에 닿기 직전 멈춰 있었다. 특별 공개 심리에서 받은 자동 승계 효력 정지 판정이 아직 지켜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령서가 반복해서 이를 뚫으려 하고 있었다. “누가 일곱 건을 합산한다고 명령한 거지?” 아일린이 말했다. 라우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르빈이 그에게 다가섰다. “당신이 오늘 아침 그 문서를 작성했습니까?” 라우렌은 입술을 깨물었다. “위원회의 지시였습니다.” “지시를 기록으로 남겼습니까?” “당연히 남겼지요.” “그럼 누가 승인했는지 공개하십시오.” 라우렌이 꺼낸 종이는 금방 젖은 듯 검게 변했다. 승인란에는 오래된 대리인 이름이 있었다. [카르도.] 종이가 흔들릴 때마다 글씨가 조금씩 바뀌었다. 한 번은 카르도, 다음에는 '최초 제공자의 대리인', 그다음에는 다시 빈칸이었다. 서명 자체가 누가 보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었다. 도현은 국자를 내려놓고 말했다. “저 기록은 원본이 아닙니다. 자기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넘길 때마다 이름을 바꾸는 종이니까요.” 그는 시민들을 향해 돌아섰다. “지금 여기서 제공한 음식은 제가 만든 보리와 콩 수프입니다. 다섯 명이 재료를 준비했고, 누가 먹었는지 셀 수 있습니다. 다른 일곱 그릇은 누구도 만들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먹은 사람들은 자기 그릇을 들었다. 먹지 않은 사람들은 빈손을 들어 보였다. 처음에는 수십 명뿐이었지만 이내 광장의 많은 사람이 따라 했다. 누군가 대신 써 준 장부가 아니라 실제로 먹은 사람들의 증언이 광장에 모였다. 세르빈이 정식 조사관의 도장으로 그 사실을 기록했다. [실물 제공: 63그릇.] [실제 수령: 61그릇.] [수령 거절: 2그릇.] [미조리 가상 식사: 7건.] 검은 실이 삐걱거리며 끊어졌다. 아직 남은 가닥이 몇 개 있었지만, 그날 새로 만든 일곱 건의 자동 청구는 더 이상 도현의 몸에 닿지 못했다. 사람들은 환호했으나 도현은 웃음 대신 긴 숨을 내쉬었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같은 사실을 반복해서 말해야 했던가. 바로 그때 시장 우물의 수면에 검은 글자가 떠올랐다. [원제공자 회신 수신.] [귀환 장소 변경: 동부 유리 온실.] 도현은 우물을 내려다봤다. 검은 물 한가운데에는 작은 싹이 하나 떠올라 있었다. 분명히 물속에 뿌리내릴 수 없는 흰 밀의 싹이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89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89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