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조리 검증의 아침, 왕궁 종탑의 첫 종은 아직 어두운 하늘을 흔들었다.
왕도 곳곳에서는 등불이 하나씩 켜졌다. 제빵사들은 반죽을 밀어 오븐에 넣고, 길거리 상인들은 수레에 구운 콩과 과일을 올렸다. 궁문 앞에는 일찍부터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무료로 나눠 준다는 구호식보다 일곱 명의 요리사가 만드는 기적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일부는 병든 가족을 업고 왔고, 일부는 죽은 사람의 이름이 적힌 배급표를 가져왔다.
백도현은 별관 뒤편에서 그 광경을 바라봤다. 누군가 오늘 저주가 전부 풀린다고 믿고 있었다. 희망에 찬 눈빛을 마주하는 일은 라우렌의 위협보다 어려웠다.
“식사가 이 모든 사람을 낫게 할 거라고 생각할까요?” 브론이 물었다.
“그렇게 광고했으니까요.”
“우리가 아무리 맛있게 해도 그런 힘은 없잖습니까.”
“그래서 처음부터 사실대로 말해야 합니다.”
도현은 앞치마를 두르고 중앙 검증대로 올라갔다. 아일린은 단상 아래에 별도의 발언 자리를 마련해 두었다. 누가 신분을 밝히지 않고도 질문을 남길 수 있도록 작은 상자를 놓은 것이다. 루카스와 왕궁 서기관 둘이 질문을 적고, 세르빈은 참가자 명단을 다시 확인했다. 일곱 자리 중 조건부로 참여 의사를 밝힌 사람은 도현 한 명뿐이었다.
“나머지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까?” 라우렌이 물었다.
“그분들이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세르빈이 대답했다.
“그러면 검증은 불완전합니다.”
도현이 말했다. “빈자리가 있다고 해서 사람을 만들어 앉힐 수는 없지요.”
라우렌은 잠시 도현을 노려보다가 자리에 앉았다. 금빛 종이 울리자 일곱 화덕의 덮개가 동시에 올라갔다. 도현의 화덕에는 전날 가져다 놓은 장작이 그대로 있었다. 그런데 옆 화덕에는 아무도 넣지 않은 검은 시럽 병이 하나씩 놓여 있었다. 병마다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레온.]
[마르타.]
[베네딕트.]
나머지 세 병은 이름이 지워진 채였다. 도현은 그 병들을 보고 곧바로 화덕에서 손을 뗐다. 병을 옮기거나 열어 보는 순간 수령으로 간주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위원회 측에서 무단으로 반입한 물품입니다.” 아일린이 큰 소리로 말했다. “해당 물품은 조리 재료가 아니라 조사 대상입니다.”
관람객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 검은 병의 액체가 잔잔히 흔들렸다. 멀리 떨어져 있던 도현의 손목에서도 회색 반점이 따끔거렸다. 석화 저주가 반응하고 있었다.
“저 병과 제 몸의 저주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가 루카스에게 말했다.
“그럼 검증을 중지해야 하지 않습니까?”
“중지할 근거부터 확보하죠.”
도현은 장작 하나를 들어 자기 화덕 안으로 밀어 넣었다. 불이 붙자 연기가 굴뚝을 따라 올라갔다. 준비한 양파가 기름에 닿았다. 파르르 튀는 작은 소리와 함께 단맛이 짙어졌다. 도현은 불의 세기를 낮춘 뒤 손목을 천천히 돌렸다. 굳어 가는 엄지손가락 때문에 주걱을 오래 쥐기 어려웠다.
에스텔이 다가와 낮게 속삭였다. “내가 대신 볶아 줄까?”
“지금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손이 굳으면 부탁할게요.”
그 말에 에스텔이 옆에 섰다. 도움을 받지 않으려고 몸을 망가뜨리는 일은 이제 하지 않기로 했다. 왕국의 저주가 왜 만들어졌는지 파헤치면서 가장 먼저 버려야 했던 것은 혼자 다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도현은 보리와 감자를 넣고 물을 부었다. 끓기 시작한 국물을 거품만 걷어 내며 느긋하게 저었다. 향이 강한 마법 향신료는 일부러 쓰지 않았다. 시장에서 누구나 살 수 있고 소화하기 쉬운 재료였다. 감자 모서리가 부드럽게 부서지자 그는 마지막으로 볶은 버섯과 소금을 넣었다. 별관 앞 광장에는 구수한 냄새가 퍼졌다.
첫 번째 판정관이 그릇을 내밀었다.
검증대 앞의 어린 서기가 천천히 기록지를 펼쳤다. 종이는 나이를 먹어 누렇게 변한 오래된 용지였다. 맨 위에는 '구호식의 목적은 체력 회복'이라는 문장이 쓰여 있었다. 아래쪽에는 전혀 다른 필체로 '적정 수령 인원을 채워야 함'이라는 지시가 적혀 있었다. 도현은 그 차이를 읽고 서기에게 물었다.
“여기에는 맛을 평가할 항목이 없습니까?”
“영양 공급, 배급 속도, 회수율이 있습니다.”
“먹는 사람이 맛있다고 느꼈는지는요?”
“그런 항목은 없습니다.”
도현은 곁에 있던 베네딕트를 돌아봤다. 왕궁 주방장이 낮게 웃었다. “예전에는 있었어. 식사 만족도를 묻는 항목이. 그런데 음식이 늦게 나온다는 불만이 자꾸 접수돼서 없앴지. 불만을 없앨 수 없으니 칸을 없애 버린 거야.”
서기는 당황한 얼굴이었다. 그에게 죄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그저 받은 서식을 채웠다. 하지만 도현은 오늘만큼은 그 서식이 놓치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
“그러면 새 항목을 하나 추가해 주시겠습니까? 본인이 먹겠다고 말했는지.”
“그것은 절차서에 없는 항목입니다.”
“절차에 없는 사람의 의사는 어디에 적습니까?”
서기는 펜을 든 채 잠시 생각했다. 결국 여백 아래에 조그맣게 '수령 의사 확인'이라는 글자를 썼다. 도현은 그걸 보고 조금 안도했다. 규정 전체를 바꾸는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빈칸 하나를 만드는 것만으로 오늘의 기록은 어제와 달라질 수 있었다.
그때 판정관의 옷깃에 달린 금색 훈장이 빛났다. 훈장의 가운데에는 빈 접시 모양이 새겨져 있었다. 에스텔이 그것을 바라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배급 완료'를 뜻하는 오래된 문장이었다. 그런데 훈장 안쪽에는 작은 검은 줄이 움직이고 있었다.
“도현, 저 판정관도 무사한지 확인해야 해.” 에스텔이 속삭였다.
“저분에게 강제로 식사를 내게 하려고요?”
“그럴 가능성이 있어.”
도현은 수프를 퍼 담기 전에 판정관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판정관은 무슨 질문이 이렇게 많으냐며 불평했지만 결국 자신이 먹겠다고 답했다. 그 대답에 훈장의 검은 줄이 잠깐 멎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에스텔의 얼굴에는 조그만 놀라움이 스쳤다. 그는 넓은 모자를 쓴 노인이었다. 도현은 국자를 멈췄다.
“어떤 분이 드십니까?”
“판정관입니다.”
“본인이 먹겠다고 동의하셨습니까?”
노인은 어이없다는 듯 눈썹을 올렸다. “음식을 판정하러 왔으니 먹을 것이지.”
“좋습니다. 소금이 조금 들어 있습니다. 버섯 알레르기 같은 문제는 없으십니까?”
노인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없네.”
그제야 도현은 작은 그릇에 한 숟갈을 담았다. 노인이 맛을 보는 동안 붉은 실이 도현의 화덕을 한 바퀴 돌았다. 그러나 그 실은 도현의 몸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접시 밑에 적힌 ‘원재료 구입 완료’라는 글자에서 끊긴 것이다.
“특별한 마법은 없군.” 노인이 말했다.
“있었다면 먼저 알려 드렸을 겁니다.”
노인은 두 번째 숟갈을 먹었다. “하지만 맛은 괜찮아. 왜 사과를 넣었나?”
“신맛을 조금 넣으면 보리의 무거운 맛이 덜해지니까요. 아픈 분들은 한 그릇을 먹는 일이 생각보다 힘듭니다.”
그때 다른 화덕에서 유리 깨지는 소리가 났다. 레온의 이름이 적힌 병 안쪽에서 검은 실이 뻗더니 빈 그릇으로 흘러 들어갔다. 아무도 끓이지 않았는데 그 그릇에서는 검은 국물이 넘치기 시작했다. 병 옆에는 ‘제공 완료’라는 금색 글자가 나타났다.
관람객 한 사람이 박수를 쳤다. “기적이다! 손도 대지 않았는데 음식이 생겼어!”
도현은 그 사람에게 외쳤다. “먹지 마십시오!”
이미 다른 관람객 둘이 검은 그릇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었다. 도현은 뛰어가려다 멈췄다. 그릇을 건드리면 자신에게 새로운 저주가 들어올 수 있었다. 그는 먼저 루카스에게 통제선을 치라고 지시하고, 아일린에게 검증 중단을 요청했다.
라우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규정상 완성된 음식은 반드시 판정해야 합니다.”
“누가 만들었습니까?” 도현이 물었다.
“레온이라는 요리사의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그가 여기 와서 불을 지폈습니까? 조리했습니까? 먹을 사람을 정했습니까?”
라우렌의 입이 굳었다. 빈 화덕에서는 검은 연기만 피어올랐다. 도현은 관람객을 향해 국자를 들어 보였다.
“저 국물에는 요리한 사람이 없습니다. 드시고 싶으면 먼저 무엇이 들어갔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는 은수저를 그릇 가까이 가져가 접촉하지 않은 상태로 냄새와 김의 방향을 살폈다. 브론의 귀가 이상하게 움직였다.
“냄새가 아니에요. 소리가 납니다.”
“무슨 소리죠?”
“주걱으로 바닥을 세 번 두드리는 소리요. 병 안에서 누가 계속 두드리고 있어요.”
주방 뒤편에서 에스텔이 얼굴을 창백하게 굳혔다. 그 소리를 알고 있었다. 레온은 구호 조리실에 갇히기 전, 식사가 준비됐다는 뜻으로 주걱을 세 번 두드리곤 했다. 하지만 같은 신호를 다른 사람이 흉내 낼 수도 있었다.
“레온의 신호일지도 몰라.” 그녀가 속삭였다.
도현은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래도 저걸 레온이 만든 음식이라고 할 근거는 없어요.”
검은 국물의 표면에 새 글자가 떴다.
[실제 조리자 부재.]
[재료 제공자의 귀환 예정으로 임시 승인.]
그 아래, 이전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문장이 나타났다.
[제공자 도착까지 남은 시간: 여섯 번의 식사 종.]
도현은 붉은 줄이 그어진 명단을 바라봤다. 최초 제공자의 이름은 여전히 없었다. 그런데 누군가는 마치 그 사람이 살아 돌아오는 것처럼 검증을 준비하고 있었다.
제85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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