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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81화
PAYLUA ORIGINAL · 제81화

81화. 당근 여섯 개의 영수증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4,596자

오프라인 책장
왕도의 아침 시장은 비가 오지 않아도 젖어 있었다. 중앙 분수에서 넘친 물이 넓적한 돌바닥의 홈을 따라 흘렀고, 생선 가게가 내놓은 얼음은 골목 그늘에서 천천히 녹았다. 장사꾼들은 수레바퀴를 피해 손님들을 불러 세웠다. 막 구운 호밀빵 냄새와 갓 뽑은 당근의 흙냄새가 한데 섞였다. 며칠 동안 왕궁 지하의 먼지와 검은 시럽 냄새만 맡았던 백도현에게 그 냄새는 조금 낯설 만큼 반가웠다. “주방장님, 저기 치즈입니다.” 브론이 두 팔을 벌리고 노란 치즈 덩어리를 가리켰다. “보여요.” “저기에도 치즈입니다.” “여긴 치즈 거리니까요.” “왕궁에서 세상을 구하려고 애쓰는 사이에 치즈가 이렇게 발전했군요.” 도현은 대답하는 대신 가격표를 들었다. 어제보다 값이 올랐다. 왕실 구호위원회가 공개 조리 검증을 공고한 뒤, 시장의 곡물과 유제품이 한꺼번에 동났다는 말이 있었다. 검증은 사흘 뒤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벌써 그날 식탁에 어떤 기적이 차려질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요리사 일곱이 한꺼번에 왕국의 저주를 걷어 간다더라.” “공주님이 직접 맛보신다며?” “먹기만 하면 내년 세금도 없어질 거라던데.” 마지막 소문을 들은 도현이 발걸음을 멈췄다. “누가 그런 말을 퍼뜨렸습니까?” 빵 좌판 주인이 깜짝 놀라 어깨를 움츠렸다. “전단에 그렇게 적혀 있던데요.” 전단은 붉은 테두리의 두꺼운 종이였다. 글씨는 화려했다. ‘왕실 공개 조리 검증. 일곱 명의 선발 요리사가 왕국을 위한 새로운 식사를 만든다. 참관 시민 누구나 구원의 맛을 증언할 수 있음.’ 그 아래에는 작은 문장이 붙어 있었다. ‘참관 사실은 기존 수혜 인정에 갈음한다.’ 도현이 그 줄을 가리켰다. “먹지 않아도 먹은 걸 인정한다는 겁니다.” 브론의 귀가 축 처졌다. “그럼 참관객한테도 밥값이 붙습니까?” “그렇게 쓸 수 있게 만든 문장이죠.” 도현은 전단을 두 장 샀다. 한 장은 증거로, 한 장은 시민들이 알아볼 수 있게 표시하기 위해서였다. 좌판 주인은 그가 누구인지 뒤늦게 알아보고 서둘러 동전을 돌려주려 했다. “당신이 그 식당 요리사입니까? 공주님을 도와준?” “저주는 아직 못 풀었습니다.” “그래도 빵값은 받기 어렵습니다.” “전단값입니다. 물건을 샀으니까 내겠습니다.” 그는 동전을 내려놓았다. 그 사소한 거래가 얼마 뒤 얼마나 중요해질지 시장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시장 끝의 우물 곁에서는 오래된 손수레가 기울어져 있었다. 낡은 갈색 외투를 입은 여자가 당근 자루를 주워 담고 있었다. 수레바퀴의 나무테가 부러져 자루가 한쪽으로 쏟아진 모양이었다. 도현은 브론과 함께 바닥의 당근을 모아 주었다. 브론은 흙투성이 채소가 먹을 만하냐고 물었지만 여자는 멀쩡한 것과 상한 것을 손끝으로 구별했다. “이건 씻어 먹으면 돼. 이건 썩은 부분이 많으니 못 쓰겠고.” “그럼 이쪽을 정리해 드릴까요?” 도현이 물었다. “아침 장사 놓치겠구먼. 참 고맙네.” 그녀는 남은 당근 한 묶음을 사례로 건넸다. 도현은 받기 전에 물었다. “이걸 그냥 주셔도 괜찮습니까?” “내가 농사지은 당근이야. 내 맘이지.” “그렇군요.” 도현은 품에 넣었던 수첩을 꺼냈다. ‘당근 여섯 개, 수레를 고치는 동안 도움을 준 답례로 받음.’ 그는 글씨를 쓰다가 여자의 이름을 물었다. 여자는 ‘사루’라고 했다. 브론은 옆에서 왜 그렇게까지 적느냐고 속삭였다. 도현은 조용히 대답했다. “사람들이 공짜라고 부르는 것에도 사연이 있어요. 하지만 사루 씨가 당근을 줬다는 이유로 사루 씨 손자의 시간을 청구하는 건 말이 안 되죠. 앞으로 우리가 어떤 음식으로 검증받을지 모르니 처음부터 분명하게 해두려고요.” 사루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왕궁 일을 한다는 사람이 당근 여섯 개에 이렇게 신경 쓴다고?” “큰일일수록 작은 것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그녀는 잠시 웃다가 손수레의 손잡이를 잡았다. “내가 이 일을 겪었다는 건 필요하면 말해 줄게. 남한테 당근값 떠넘기진 않을 테니 걱정 말고.” 도현은 시장 골목을 나서며 사루의 등을 돌아봤다. 요리보다 먼저 사람의 의사가 있다는 말을 왕궁의 높은 단상에서 설명해야 한다는 사실이 어쩐지 씁쓸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중 가장 명확하게 제공의 뜻을 말한 사람은 붉은 당근을 손에 쥔 평범한 농부였다. 오전 열 시, 왕궁 서쪽 별관 앞에는 은색 종 세 개와 식탁 일곱 개가 놓였다. 화려한 식탁보 아래를 보니 탁자의 다리는 검은 철로 만들어져 있었다. 루카스는 먼저 다리를 살폈다. 제7조리실에서 도현을 끌어당기던 의자와 같은 금속이었다. 누군가가 왕궁 지하의 가구를 그대로 광장으로 끌어올린 듯했다. “이 자리에 앉지 마십시오.” 루카스가 말했다. “앉으면 출전 동의가 됩니까?”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일린은 공주의 신분을 나타내는 푸른 망토를 벗어 호위에게 맡겼다. 그 아래의 흰 블라우스 소매는 손목까지 단단히 잠겨 있었다. 검은 왕관 저주가 옷감 밑에서 움직일 때마다 그녀의 표정이 잠깐 흔들렸다. 도현은 알아차렸지만 먼저 질문하지 않았다. 공주가 자기 상태를 말할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나았다. 단상에는 위원회 서기관 라우렌이 서 있었다. 지난번 식당에 안내문을 가지고 왔던 그 남자였다. 오늘은 흰 장갑까지 끼고 있었다. “백도현 요리사님, 오셨군요. 참가를 환영합니다.” “참가한다고 말한 적 없습니다.” 라우렌이 손바닥만 한 은판을 들어 보였다. [후보 1: 백도현. 검증 의무 이행 예정.] “이미 적혀 있습니다.” “제 이름을 적었다고 동의가 생기진 않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 은판에서 검은 실 한 가닥이 솟았다. 브론이 앞발을 내딛으려 했으나 에스텔이 그의 어깨를 눌렀다. “지금은 말만 하고 있어. 실이 누구를 향하는지 보자.” 검은 실은 도현이 아니라 식탁보 아래로 내려가 빈 의자에 감겼다. 이름으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은 여전했지만, 공개 심리에서 받은 자동 승계 효력 정지 결정 때문에 그 실이 직접 도현의 손목까지 뻗지는 못했다. “법적으로도, 마법적으로도 아직 참가자가 아닙니다.” 아일린이 말했다. “후보 등록에는 본인 확인 절차가 필요합니다.” 라우렌은 미소를 지었다. “공주 전하의 말씀은 존중합니다. 그렇다면 조건을 읽어 드리지요.” 그가 펼친 계약서에는 참가자에게 지급할 재료의 목록이 빼곡했다. 흰 밀가루, 붉은 보리, 소금, 검은 시럽, 왕실 화덕의 불씨. 도현은 그중 검은 시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것을 받는 순간 제공자 책임을 인수하게 되어 있지요?” 라우렌의 미소가 아주 조금 줄었다. “아주 오래된 관습입니다. 음식은 누군가가 제공해야 하는 법이니까요.” “그렇다면 제공자와 구입 대금을 공개해 주세요.” “검증을 시작한 뒤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확인하기 전에 받으라고요? 재료가 아니라 빚을 팔고 계시네요.” 주변에서 웅성거림이 터졌다. 라우렌은 금방 목소리를 높였다. “왕국의 구원을 미루겠다는 뜻입니까?” 도현은 시장에서 사 온 감자 한 알을 탁자 위에 놓았다. 붉은 흙이 묻어 있었고 표면에 작은 싹이 돋아 있었다. “이걸로 만들겠습니다.” “왕실이 제공한 재료가 아닙니다.” “시장에서 샀습니다. 판매자도 있고 영수증도 있습니다. 이 사람에게 누구의 미래를 담보로 요구할 수는 없어요.” 그는 전단을 펼쳐 참관객의 묵시적 수혜 인정 문장을 보여 주었다. “이 문구를 없애고, 시민이 자신의 의지로 먹을지 결정할 수 있게 한다면 검증에 참여하겠습니다. 이미 받아들인 두 저주를 타인에게 넘기지도 않겠습니다.” “그런 조건이라면 규칙을 바꿔야 합니다.” “원래 검증이라면 규칙이 틀렸는지도 시험해 봐야죠.” 세르빈이 조용히 단상으로 올라왔다. 그는 검은 장부를 옆구리에 끼고 있었고, 한쪽 손에만 흰 장갑을 끼고 있었다. 다른 손에는 오래된 원본의 탁본을 들고 있었다. “등록 규칙 제4항.” 그가 낭독했다. “참가자가 원재료의 출처를 증빙하면 자체 조달을 허용한다. 단, 식사 완성 여부는 공개 확인을 받아야 한다.” 라우렌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 규칙은 더 이상 쓰이지 않습니다.” “폐지 기록은 없습니다.” 세르빈이 대꾸했다. 짧은 침묵 뒤에 라우렌은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참가자는 스스로 재료를 구하십시오. 다만 일곱 번째 그릇의 판정도 받아야 합니다.” “그릇 안에 무엇이 있습니까?” 도현이 물었다. “보셔야 알 겁니다.” 그날 오후, 창고로 돌아간 라우렌은 선반 깊숙한 곳에서 검은 병 일곱 개를 꺼냈다. 병에는 요리사들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첫 번째 병의 이름은 백도현. 얇은 유리 안에서는 빛이 없는 액체가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그는 병 마개에 봉인 줄을 한 번 더 감았다. “이름만 적힌 사람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뒤에 있던 관리인이 말했다. 라우렌이 대답했다. “괜찮아. 저 요리사는 반드시 자기 이름을 보고 싶어 할 테니까.” 그때 첫 번째 병 안쪽에서 세 번의 노크가 들렸다. 라우렌의 손가락이 멎었다. 똑, 똑, 똑. 오래전 제8창고에서 들리던 소리와 같았다. 그는 유리를 들어 창가의 빛에 비춰 보았다. 방금까지 보이지 않던 작은 글씨가 병 밑에 떠올랐다. [내용물: 제공되지 않은 식사의 몫.] [개봉 조건: 후보가 자신의 이름을 부를 것.] 라우렌은 서둘러 병을 서랍 깊숙이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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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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